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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죽음의 경계선 가장 경건해지는 순간 

 

박성현 기자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 재닛 웨어 지음|유자화 옮김| 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죽음 이후의 상황, 예컨대 사후세계, 내세 같은 것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간 사람들이 가장 리얼(real)하게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죽음의 경계선에서 그들이 보여준 말과 행동이 그 너머의 무엇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은 정확하게는 사후세계의 얘기가 아니다. 22년을 간호사로 일했고 그중 17년을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을 돌보는 데 바친 의료인이 겪은 실제 경험담이다. 임종 환자 가정의 내밀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 기록한 겸허하고 성스러우며 소중한 기억이다.

환자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방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필자는 독자들이 호스피스와 임종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기를 기대한다. 그는 “이 생을 떠나 다른 삶으로 들어가는 데 따르는 장엄한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라”고 권유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됐을 때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보내주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 그래서 모든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이 ‘잘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필자의 다양한 임종 경험이 녹아 있어 누구에나 닥칠 소중한 가족의 상실을 대비케 한다. 종교적 믿음 때문에 몸이 아파도 의학적 도움을 받지 않고 약도 거부한 환자, 임종 과정에서 마지막 닫히는 감각이 청각임을 보여주는 환자, 잦은 임종 연락에 아버지 관련 소식이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느껴지는 가족의 얘기까지 두루 망라했다.

필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하는 일이 임종 환자를 돌보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 용서하고 용서받는 방법을 일깨웠다는 말이다.

- 박성현 기자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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