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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박근혜 제명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미래 

피 흘리지 않고 살점을 분리할 수 있을까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 후 자유한국당 TK 지지율 혼조세… 지방선거 공천 앞두고 호가호위하는 측근들 단속도 숙제

▎11월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축사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사진·공정식
“국정 농단 박근혜(당) 프레임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면 수도권에서 치명상을 입는다.”

11월 1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구·경북(TK) 언론인 모임인 ‘(사)아시아포럼21’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의 배경을 아주 소상하게 설명했다. ‘보수의 심장’ ‘철두철미한 보수의 메카’라는 TK 주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정권교체, 출당 등 일련의 정치적 격변은 충격과 고통 그 자체였다. 이들 앞에서 출당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홍 대표의 처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먼저 “정말 사랑하고 지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구속까지 된 모습을 보면서 대구 시민이나 경북도민들은 얼마나 안타깝고 상실감이 컸겠는가”라고 지역 민심을 어루만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 때문에 저와 저희 당에 대해 서운한 생각까지 갖고 있는 것도 잘 안다”고 다독였다.

박 전 대통령 출당 경위에 대한 언급은 단호하고 비장했다. 보수 진영 전체가 벼랑 끝에 선 참담한 처지임을 강조하면서 전직 대통령 제명에 앞장선 자신의 선택을 해명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실패한 과거와 깨끗하게 단절하고 혁신과 통합으로 보수 우파를 재건하지 못하다면 우리 당도 이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당한 처분을 막는 것도 보수우파가 힘을 얻어야지 가능하지 않으냐고 되물은 그는 이렇게 양해를 구했다. “오늘 저에게 쏟아진 일부 비난을 받을 생각을 하고 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서 저의 충정을 잘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다.”

궤멸적 위기에 처한 보수 진영 회생의 길은 박 전 대통령을 넘어설 때만 열린다는 간곡한 당부를 담은 발언이었다. 과거 20년간 보수 진영의 버팀목이었던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향후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을 홍 대표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일까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의 어린 홍준표가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으며 지난 3월 대통령 출마 선언도 대구 서문시장에서 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흙수저였던 제가 대학에 가도록 공부시켜준 곳이 대구였고, 대통령 후보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대구시민, 경북도민 덕분”이라며 대구·경북과의 일체감을 부각시켰다.

친박 지지층의 자유한국당 이탈 현실화


▎홍준표 대표가 11월 10일 오전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사)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공정식
여론조사 결과는 홍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도 한다.

지역 언론인 <경북일보>가 10월 21, 22일 이틀간 여론조사기관 폴스미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TK 주민 절반이 박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출당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TK 주민 50.5%가 찬성, 35.9%가 반대했다. 대구의 경우 찬성이 51.1%, 반대가 35.9%였으며 경북은 50.0%가 찬성, 35.9%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52.8%)와 40대(51.0%)가 출당에 긍정적이었으며 60대 이상은 찬성 45.1%, 반대 37.4%로 나뉘었다.

현지에서는 이 결과를 홍 대표에게 낙관적인 신호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이정헌 폴스미스 대표는 TK 주민 절반의 출당 찬성을 단순한 수치적 의미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복잡다단한 심사가 응축된 여론조사라는 점에 주목한다. “박 전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위해 출당돼야 한다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이에 더해 박 전 대통령이 탈당하는 게 서로 속이 편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혼재돼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수모를 당하느니 그냥 나가는 게 낫겠다는 이들의 의중도 헤아려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한마디로 “이럴 바에야 차라리 탈당하는 게 낫지 않겠나”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발 여론까지 더해진 절반의 출당 찬성이라는 것이다. TK 주민들의 의중은 한두 번 여론조사로 규정되는 게 아니며 내면의 심리적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고 하겠다.

박 전 대표의 출당과 홍 대표의 위상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정헌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건으로 홍 대표의 인기가 TK에서 더 높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해서 홍 대표가 깔끔하게 일처리를 잘했다거나 당의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고 봐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정현 전 국민의당 대변인도 개인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정치사에 남을 일”로 평가하면서도 “그런데 별로 감동이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로 그는 “우선 당(자유한국당)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 당은 여전히 그렇고 그런 당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그림자를 지우고, 몇 명이 더 합치고, 신장개업하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번창할 것 같지는 않다.”

지역 민심도 안갯속이다. 한국갤럽이 박 전 대통령 출당(11월 3일) 이후인 11월 7~9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지지정당을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27%로 1위를 기록했으며, 자유한국당(15%)은 바른정당(14%)과 2, 3위를 다투는 데 그쳤다. 반면 지지정당이 없다거나 의견을 유보한 이가 37%에 달했다. 보수를 대표한다는 자유한국당이 TK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유한국당의 근심은 대구·경북에서의 지지율이 꾸준히 빠지는 추세와 맞물려 더 깊어진다고 하겠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TK 주민들의 지지도는 31%(9월 26~28일)→22%(10월 17~19일)→19%(10월 24~26일)→14%(10월 31일~11월 2일) 등으로 하강 곡선을 긋고 있다. 한국갤럽이 매주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월 단위로 묶어 발표하는 ‘월별 통합 자료’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20% 안팎을 맴돈다. 대선이 있던 5월 한 달간 22%였던 TK의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19%(6월), 20%(7월), 18%(8월), 24%(9월), 22%(10월) 등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10% 대로 떨어질 조짐이다.

“홍 대표 짧게는 난처, 길게는 문제될 게 없을 듯”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 완료되자 김무성 의원(오른쪽)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 사진·연합뉴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이런 추이와 관련해 “주간 단위 조사는 TK 표본이 100명 내외여서 지역별 분석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의 연을 끊는(출당 논의 등) 액션을 본격적으로 취하면서 기존의 보수(친박 지지자)들이 이탈한 게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지역의 시민단체인 대구·경북녹색연합의 이재혁 대표도 “박 전 대표가 싫지만 반대 측에서 너무 몰아세우니 슬그머니 동정심이 고개를 들 수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자유한국당의 자충수가 되리라 전망한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 이탈이 본격화할 즈음인 지난 10월 초 “자유한국당이 확장성이 없어 지지도가 안 오르는데 무슨 수로 지방선거를 이긴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가 이미 힘을 많이 잃은 상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본들 그걸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유 대표는 “친박계는 힘이 없다”고 단정하면서 “오히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는 일반 국민, 또는 보수층에 남아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연민이 무서울 따름”이라고 진단했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처한 딜레마와 관련해 유 대표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연민이 무서우면 출당 조치를 안 해야 하는데 출당은 한다. 대구·경북 등 보수 진영에서는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표를 달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 힘 다 빠진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개혁을 한다는 자유한국당을 나쁘게 보는 여론이 있다.”

이런 위험성은 자유한국당도 모르는 바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절차가 아주 간략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졌다는 인상을 물씬 풍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전 대표의 출당 발표는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 늦은 오후에 이뤄졌다. 홍준표 대표는 11월 3일 오후 6시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6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전 대통령의 출당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간략한 질의응답을 마쳤을 때 시곗바늘은 6시12분을 가리켰다. 전직 대통령이자 ‘1호 당원’의 제명은 이렇게 속절없이 간단하게 매듭지어졌다.

현장에 있던 홍 대표의 한 측근은 “좋은 일은 길게, 좋지 않은 일은 짧게 끝내는 법”이라고 속전속결 식의 일처리 속사정을 설명했다.

출당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홍 대표의 다른 측근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통과의례에 다름 아니다”면서 당내 기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로 친박계는 완전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친박계 최고위원이 출당 조치에 반발하는 듯했지만 실제 출당을 매듭짓는 기자간담회에서 누구 하나 항의하는 이들이 없지 않나.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예정된 수순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다 알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교통정리가 끝난 사안이기에 실력행사로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는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민심 이반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측근 인사는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출당 얘기를 처음 꺼낸 곳이 대구였다”며 “우리도 지난 3개월간 지역의 여론 동향을 충분히 살펴 내린 결론”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공감하는 대구·경북 여론이 60%를 오갔다는 얘기가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나오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숨죽인 친박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구 방문에 항의하는 대구 시민단체 회원들. / 사진·연합뉴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그림자를 걷어 내고 자신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 11월 10일 토론회에 홍 대표를 초청한 (사)아시아포럼21의 공동위원장인 박재일 영남일보 편집부국장은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홍 대표의 향후 정치적 포지션에 대해 “짧게는 난처하겠지만 길게 보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대표가 출당을 정치적으로 몰아붙인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수 진영에서 홍 대표만큼 박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해준 사람도 드물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6년 총선에서 ‘진박(진짜 친박)’ 파문을 빚으면서까지 공천 지원을 받은 친박계 인사들이 탄핵, 대선 국면에서 몸을 사린 것과 달리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엄호할 때는 직설적으로 나서는 결기를 보였다는 것이다.

“온 세상이 박 전 대통령의 죄를 추궁할 때도 정상을 참작해 달라며 역성이라도 들어야 할 이들이 있다면 바로 대구·경북 친박계 의원들이다. 그런데 그들 중 박 전 대통령의 처지를 정서적으로 호소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 손가락질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노력을 공개화한 이를 별로 보지 못했다. 그나마 홍 대표는 헌재의 탄핵 재판 과정이 부당하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정치재판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을 두고 지방선거까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끌고 가 자유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재단하려 한다는 대응 논리를 개발한 쪽도 홍 대표였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뒤로 빠진 친박계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놓고 시비를 걸 명분이 약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늘 이중적이며 변하게 마련이고 성장하는 존재다. 지역 민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내부에 다양한 모습을 갖춘 대구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 홍의락 무소속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당선시킨 데 이어 유승민·주호영 등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밀려난 보수 후보들에게도 국회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 박 전 대통령이 낙점했다고 무조건 찍는 고장이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재일 부국장은 “TK는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특정 지도자에게 결박될 정도로 고도의 정치적 훈련을 받은 지역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게 포획돼 있다는 식의 고정 관념은 교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 변화의 물살을 타고 죄 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고자 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곳이 대구·경북일 따름이다.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한 홍 대표 앞길에 위험과 기회가 함께 도사린다고 하겠다. 살점 1파운드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떼어내야 하는 셰익스피어 소설의 주인공처럼 TK에서 출혈 없이 박 전 대통령을 도려내야 하는 모순적 과제를 홍 대표가 받아 든 셈이다.

홍 대표가 짊어져야 할 짐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성완종 게이트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 결과가 첫 관문이다. 유죄 취지로 2심 판결이 파기 환송된다면 그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림과 동시에 법률적·정치적 논란의 당사자로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또 이른바 진보 진영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 당내 반대파들은 오래전부터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홍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군불을 지펴왔다. 거친 언변과 돌출 행위도 홍 대표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은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정리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이미지 쇄신과 보수 진영의 부분통합 명분을 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법원 판결,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그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워 당분간 힘든 형국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민주자유당 공채 출신으로 보수정당의 굴곡진 역사를 두루 체험한 전직 당료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진로의 변곡점이 되리라 예상했다. 공천을 얼마나 매끄럽게 잘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당 쇄신 방안의 일환으로 공천 개혁을 제시했다. 지방선거 공천혁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공천 혁신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득권 유지에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지양하고 유능하고 참신한 신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자 ‘우선추천’ 공천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국민공천배심원단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양쪽에서 정치신인 공천 비율을 50%로 가져간다는 기조도 밝혔다. ‘젊은피’ 수혈을 통해 지방선거에 성과를 올리고 나아가 총선과 대선의 주력군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보수 진영을 보강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제도 뒤에서 벌어지는 일탈을 경계해야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4월 17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첫 집중유세에 나섰다. / 사진·공정식
시련은 늘 제도 뒤에서 벌어지는 일탈에서 촉발된다. 혁신위의 개혁 공천 방안이 홍 대표 자파 세력 확대 과정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그렇다. 앞에서의 전직 당료 또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을 이렇게 전했다. “사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권력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많은 이가 그 앞에서 자세를 한껏 낮춘다. 그 과정에서 엉뚱한 이들이 홍 대표 측근으로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자기 사람만 내세워 ‘새 피 수혈’이라고 아전인수식 공천을 할 수도 있다. 홍 대표가 주변을 잘 살피고 그런 유혹을 극복할 때 보수의 진정한 리더가 될 자격을 갖춘다.”

보수가 궤멸된 뒤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1호 당원’이었던 박근혜의 공백을 딛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누군가가 새 리더십을 창출해 내고 대신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홍 대표 주변 인사들이 호가호위하며 공천 잡음을 일으킨다면 자유한국당은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11월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홍 대표는 “결과가 나쁘면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게 지도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를 의식해 한 발언이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적용될지도 모르는 말이기도 하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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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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