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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기자가 직접 타본 미국 항공모함의 세계 

‘미 국력의 상징’ 6000명이 지키는 거대한 바다 요새 

김민석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장
美 3개 항모 강습단 가치 45조원, 韓 올해 국방비보다 많아…
항모 총동원령 내리면 북한에 예방적 선제타격 가능…
北 대함미사일 개발했지만 항모 위치 찾기 어려워 무용지물

미국 항공모함 3척이 동시에 동해상에 출현했다. 11월 12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서다. 이 항모 3척에 탑재된 항공기만 240여 대. 한국 공군과 해군이 보유한 전체 전투 임무기 470여 대의 절반 수준이다. 3개 항모 강습단의 가치만 45조원 안팎으로, 올해 한국 국방비인 40조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직접 승선해본 체험을 바탕으로 미 항모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1월 12일 동해상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항모 3척이 공동훈련을 한 것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고, 우리 해군이 미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항공모함과 육지를 오가는 수송기 C-2 그레이하운드에서 내려다본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10만 4000t)은 나뭇잎 같았다. 길이가 333m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항모도 높은 하늘에서 보면 망망한 바다에 뜬 종이배처럼 작아 보이는 것이다. 2006년 3월 말이었다.

기자들을 태운 26인승 그레이하운드는 오산 공군기지를 출발해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작전 중인 링컨함에 곧 착륙할 참이었다. 그러나 나뭇잎처럼 작게 보이는 링컨함에 수송기가 과연 내려앉을 수 있을까? 부담이 확 다가왔다. 그레이하운드의 좌석은 일반 여객기와는 반대로 돼 있다. 좌석의 방향이 항공기의 앞쪽을 보는 게 아니라 꽁무니를 보도록 설치돼 있다. 그 이유는 250㎞ 이상의 속도로 착륙하는 그레이하운드를 순식간에 항모 활주로에 정지시켜야 하는데 그때 탑승객의 목과 허리에 오는 충격을 완화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레이하운드로 항모에 내릴 땐 등과 머리를 좌석 등받이에 확실히 붙여야 한다. 이 지시를 잘 듣지 않으면 목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항모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는 가슴이 허벅지에 닿을 정도로 숙여야 한다.

그레이하운드 승무원은 탑승자들이 안경이나 볼펜과 같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물건을 주머니에 넣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함재기가 이륙할 때 항모에 장치된 사출기(캐터펄트)가 그레이하운드를 단 2초 만에 시속 250㎞ 속도로 공중으로 던지는데 그때 안경이 벗겨지고 볼펜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마치 허리 뒤의 벨트를 잡고 던지는 것과 같다.

이처럼 항모에서는 이착륙 자체가 쉽지 않다. 함재기가 항모에 착륙할 때는 일반 항공기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속력으로 접근한다. 함재기가 착륙하면 짧은 활주로에 정지시키기 위해 활주로에 길게 늘어뜨려 있는 제동 와이어(arrestor wire)에 항공기 꽁무니에 있는 갈고리가 걸려야 한다. 갈고리가 걸리지 않으면 항공기는 곧바로 다시 이륙해야 한다. 재차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갈고리가 제동 와이어에 걸리지 않아 이륙할 때 속도가 낮다면 항공기는 그대로 바다에 빠질 것이다. 간혹 갓 전입한 항모 함재기 조종사가 여기에 실패해 항공기와 함께 바다에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항모도 함재기의 이착륙을 도와주기 위해 30노트(시속 56㎞) 전속력으로 항해한다. 함재기가 착륙할 땐 항모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함재기의 속도를 그만큼 줄여줄 수 있어서다. 반대로 함재기가 이륙할 때는 항모의 속도만큼 함재기도 속도가 빨라지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레이하운드로 작전 중인 링컨함에 내리자 갑판엔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 시속 60㎞로 달리는 자동차에 온몸을 내밀 때 얼굴에 세차게 부딪치는 바람을 맞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 때문에 작전 중인 항모의 갑판에서 함재기의 이착륙을 손으로 지시하고 도와주는 요원들은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안으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더하여 기온까지 낮은 추운 날씨라면 더 고역이다.

물 위에 뜬 낙엽처럼 보이던 항모가 막상 내려보니 거대한 운동장이었다. 항모의 활주로를 포함한 갑판의 넓이가 축구장 3개 수준이다. 항모에 탑재된 F-18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작전에 쉴 틈이 없었다. 링컨함(CVN-72)은 그 자체가 거대한 해상작전기지였다.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1월 12일 동해로 진입한 루즈벨트함(CVN-71) 등 항모 3척과 같은 종류다. 미 해군이 원자력 추진 항모로 만든 니미츠급(CVN)의 다섯 번째 항모이기도 하다. 1989년 공식 취역했다. 해군 함정의 취역은 실제로 임무를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2개의 원자로와 4개의 스팀엔진으로 가동한다. 3200명의 승조원이 항모를 움직이고 있고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90대를 운영하기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 등 2480명이 임무를 수행한다. 대략 5600명이 이 항모에 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훈련이나 실제 작전 때는 이를 지휘하기 위한 지휘관과 지원 요원들이 더 탄다. 그래서 거의 6000명이 실제 임무를 수행한다. 이 정도면 작은 도시나 마찬가지다.

항모 핵심은 ‘아일랜드’… 전투기 작전 지휘하는 강철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모 3척. 위부터 루즈벨트함(CVN-71), 로널드레이건함(CVN-76), 니미츠함(CVN-68). / 사진·미 해군 페이스북
항모에는 치과의사만 7명이나 된다. 대부분의 수술도 이뤄진다.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매년 실시하는 림팩훈련 때 한국 해군 장병이 미 항모에서 급히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항모에 탑승한 인원이 많고 내부가 복잡하다 보니 처음 전입한 장병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항모 안에서 탈영하는 바람에 헌병들이 잡으러 다니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갑판에서 고속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격납고로 내려가면 엄청나게 큰 지하광장이 보인다. 수십 대의 항공기가 질서 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항공작전을 벌일 때엔 운동장 같은 격납고에서 엘리베이터로 전투기를 그대로 갑판 위로 올린다.

항모가 이처럼 거대한 함정인 만큼 그 임무도 대단하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투기 작전이다. 항모에는 일반적으로 48대의 전투기가 실려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투기는 F/A-18E/F 수퍼호넷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최대 130대의 수퍼호넷을 실을 수도 있다. 조만간 수퍼호넷의 일부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C로 바뀔 전망이다. 미 해군은 항모용 무인전투기 X-47B도 항모에서 운영하기 위해 시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방한 때 한반도 인근에 있는 미 항모에 F-35C 전투기가 실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항모에는 전투기 외에도 전투기를 공중에서 지휘할 수 있는 E-2C 호크아이 4∼6대와 전자전기 그로울러(EA-18G) 4∼6대를 싣고 있다. 그로울러는 함재기가 공격하기 직전 타격지점의 상공에 미리 들어가 대공무기를 전자적으로 교란해 장님으로 만든다. 이 밖에도 수송기 그레이하운드 2대와 SF-60 대잠헬기 등 다양한 헬기를 싣고 다닌다. 그래서 항모의 함장은 대령이지만 항모 비행단장은 준장이 맡고 있다. 니미츠급 항모에는 항공기를 이륙시키기 위한 사출장치가 4개 있다. 이 사출장치는 항공기를 끌어당겨 속도를 순식간에 시속 250㎞로 가속시켜주는 장치다. 그래야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이 가능하다. 이 사출장치로 항모는 전투기를 1분에 1대씩 출격시킬 수 있다. 11월 취역한 최신 항모인 포드함(CVN-78)에는 스팀 사출기 대신 전자기식 사출기(EMALS)로 대체돼 함재기를 더 자주 이륙시킬 수 있게 됐다. EMALS를 사용하면 증기식 사출기보다 함재기의 이륙을 30%나 더 자주 할 수 있어서 작전 능력이 크게 증대된다.

항모의 항공작전을 위해 관제탑도 함장이 머무는 함교와 별도로 분리돼 있다. 항모에 아일랜드라 불리는 시설에 있는 이 관제탑에서는 모든 항공작전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 항모에서 아일랜드는 항모의 갑판 오른쪽에 솟아오른 강철 빌딩으로 공중에서 보면 항모의 갑판에 있는 섬처럼 보여 아일랜드라고 한다. 이 아일랜드 속에 모든 지휘시설이 있다. 최신 항모 건조에 100억 달러(12조원)나 들어가고 항모에 탑재된 90대의 항공기까지 포함하면 항모 1척의 가치가 20조원이나 된다. 이런 항모를 방호하는 시스템도 만만치 않다. 외부에서 항모를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적 전투기나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시스패로우 미사일과 RAM 미사일, 팔랑스 대공포가 장착돼 있다. 또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어뢰도 갖추고 있다.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교란하기 위한 레이더도 장착돼 있다. 미 해군은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항모를 방어하기 위해 이지스함들이 앞뒤 좌우에서 보호한다. 이 이지스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대함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함대공 미사일이 수십 발씩 장착돼 있다. 그래서 항모는 사실상 거대한 요새와 같다.

이러한 니미츠급 미 항모는 1975년 처음 취역한 니미츠함(CVN-68)을 시작으로 올 11월 취역한 포드함까지 모두 11척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니미츠함은 1세대, 루즈벨트함(CVN-71)은 2세대,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은 3세대급이다. 갓 취역한 포드함은 차세대 항모로 분류된다. 미 항모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항모의 크기가 조금씩 커지고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최신 포드함은 기본 골격부터 달라졌다. 기반은 초기 니미츠함과 같지만 배수량이 1000t이나 증가했고 길이도 4m 늘어났다. 항모 지휘시설이 있는 아일랜드의 크기를 줄여 갑판 면적을 늘렸다. 대신 아일랜드 높이는 6m나 높아져 함모 전체 높이가 76m다. 빌딩 1개 층을 3m로 보면 대략 25층 빌딩 높이다. 항모를 움직이는 동력인 원자로도 기존 니미츠급의 출력보다 훨씬 키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2.5배나 늘렸다. 차세대 항모인 포드함의 전기출력을 키운 이유는 포드함은 항공기 이륙을 위한 사출장치와 착륙에 사용하는 제동장치를 모두 스팀이 아닌 전기장치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또 포드함에는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해 레이저포도 장착할 예정이다. 그만큼 전기가 많이 사용된다. 미 해군은 포드함부터는 기존 니미츠함과 달리 완전히 전기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앞으로 개발될 각종 전투장치를 더 갖출 예정이다. 또한 포드함에는 무인 함재기인 X-47B를 비롯한 각종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해 미국에 도전해오는 중국의 해군력를 멀리 따돌릴 방침이다. 미 해군은 포드함을 2105년까지 사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 항모의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 ‘줌왈트’를 주목하라


▎필자가 2006년 승선했던 미 항공모함 링컨함의 갑판에 질서정연하게 대기 중인 전투기들. 갑판 크기만 축구장 3개 면적에 달했다.
미국은 이런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항모와 함께 해상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항모강습단(ACSG: Air Carrier Strike Group)을 구성하고 있다. 항모강습단에는 항모 외에도 3∼4척의 이지스함과 1∼2척의 핵추진 잠수함, 지원함 등 6척 수준의 대형 함정이 따른다. 현재 미국은 11척의 항모를 갖고 있지만 항모강습단은 9개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동해 연합훈련에 참가한 레이건함과 루즈벨트함·니미츠함도 각각의 항모강습단을 편성하고 있다. 따라서 동해 연합훈련에 미 항모강습단 9개 중 3분의 1이 참가한 셈이다. 이 가운데 한반도를 전담하는 미 7함대 소속 레이건함의 제5항모강습단은 그 세력이 특별히 강하다. 이지스급 순양함 3척에 이지스급 구축함 7척 등 10척의 이지스함이 할당돼 있다. 실제 작전에 나갈 때엔 핵추진 잠수함 2척과 지원함이 합류한다.

니미츠함이 이끄는 제11항모강습단도 이지스급 순양함 1척에 이지스급 구축함 6척으로 구성돼 있다. 또 루즈벨트함의 제12항모강습단에는 이지스급 순양함 1척과 이지스급 구축함 3척이 함께한다. 여기에다 미국이 한반도 전구에 추가로 임무를 할당한 칼빈슨함(CVN-70)까지 합세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충분히 예방적 선제타격을 실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칼빈슨함이 이끄는 제1항모강습단에도 이지스급 순양함 1척과 구축함 3척을 포함해 지원함 등 5척이 배당돼 있다. 이 4개 항모강습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만 170∼200대 수준이다.

또 실제 이런 상황이 되면 토마호크 전용 잠수함 3척까지 가세하게 된다. 토마호크 전용 잠수함 1척에는 토마호크가 154발씩 장착돼 있다. 따라서 항모강습단 4개 등 전체 항모 세력이 보유하고 있는 토마호크는 거의 2000발이나 된다. 북한의 전쟁지도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등 전략표적이 2000개소라고 볼 때 충분한 전투력이다. 토마호크는 최대 2500㎞ 거리에서 표적을 3m 이내 정확도로 맞춰 파괴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한다면 우선 토마호크로 원거리 타격에 이어 항모 4척에 실려 있는 200대에 가까운 수퍼호넷 전투기가 후속작전을 벌이게 된다. 미국은 또 일본 이와쿠니에 있는 F-35B 16대를 투입할 전망이다.


▎링컨함에 승선한 필자. 수송기에서 항공모함에 내리는 과정부터 목숨을 건 훈련이다. 넓디 넓은 항모 안에선 길을 잃기 십상이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북한의 레이더에 골프공 크기로 보여 북한이 탐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F-35B는 북한 상공에 직접 침투가 가능하다. 이 전투기가 북한에 가까운 해상에서 출격한 뒤 북한 상공으로 침투해 북한의 미사일 이동발사대 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 이어서 항모의 전자전기인 EA-18G 그로울러를 앞세워 항모 전투기 수퍼호넷이 투입된다. 이때 이 전자전기는 적진의 모든 레이더와 통신을 마비시킨다. 이에 따라 북한의 주요 방공망이 제거되거나 EA-18G에 의해 교란되면 F/A-18E/F 등 전투기가 뒤따라 폭격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항모에서는 전투기를 1분마다 1대씩 출격시킬 수 있어 신속한 대규모 항공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항모는 동해와 서해상에 포진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작전이 가능하다. 미 해군의 전략개념인 ‘해상으로부터(From The Sea)’라는 말 그 자체가 이뤄진다. 북한으로선 전투기로 대응할 수 있는데 성능도 그렇지만 장착한 공대공 미사일도 변변치 않아 항모 전투기의 상대가 못 된다. 또 항모들을 둘러싼 이지스함에는 항공기 요격미사일인 SM-2가 100발 이상 장전돼 있어 다가오는 북한의 전투기는 공중에서 완전히 요격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 중인 군사옵션에 참여할 전투력 가운데 눈여겨볼 함정은 줌왈트(1만4564t) 구축함이다. 현재 1척이 가동 중인데 7함대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함정은 옆에서 보기엔 축구장 절반의 넓이지만 스텔스 기능 덕택에 200t 수준의 작은 어선 크기로 레이더에 탐지된다. 따라서 북한이 레이더로 탐지하기가 어렵다. 줌왈트에는 토마호크 등 미사일을 80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구경 155㎜ 함포 2문은 154㎞ 밖 표적을 50m 이내 오차로 포격할 수 있다. 이 스텔스 구축함이 북한 해안 가까이 침투하면 북한 내륙까지 포탄을 쏠 수 있다. 선제타격이 이처럼 전개되면 게임은 일방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시설은 거의 파괴되고 미사일 기지와 탄도미사일 및 이동발사대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북한이 혹시라도 탄도미사일을 극소수 숨기고 있더라도 이를 발사할 이동발사대가 제거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북한이 숨겨놓은 핵물질까지 모두 찾아내려면 특수부대가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전쟁 수행 핵심기능이 거의 제거된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항모 앞에 무력한 北… 핵탄두 장착 미사일로 반전?


▎지난 11월 11일 작전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출격하는 모습.
북한은 이러한 미 항모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함탄도미사일(ASBM) KN-18을 개발했다. 이 ASBM은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정확도를 높인 스커드-ER을 한 번 더 개조한 것이다. 지난 5월 시험발사했다. 이 ASBM은 추진체와 탄두가 표적 가까이에서 분리되는 최신 구조다. 탄두에 달린 전자광학(EO) 탐색기와 작은 날개(카나드)를 이용해 항모를 타격하기 직전에 마지막 종말유도된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정확도가 7m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란과의 커넥션에서 유도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미 항모가 동해로 진입하면 이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일제히 사격(salvo)하는 전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KN-18을 동해로 쏘면 항모 주변에 있는 이지스함들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쏜 수십 발의 KN-18 가운데 하나만 항모에 맞춰도 항모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시나리오로 동해에 가상 표적을 설치해 시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미 항모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게 맹점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해상감시 레이더로는 해안에서 수백㎞ 떨어진 동해 먼바다에 있는 항모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항모를 찾기 위한 장거리 해상감시 레이더나 무인정찰기, 정찰위성 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모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탄도미사일로 명중시키는 것은 눈을 감고 100m 거리에서 돌을 던져 동전을 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KN-18에 핵탄두를 장착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상황은 지금 당장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내년 이후 북한이 본격적인 핵무장을 하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핵탄두를 수십㎞ 고공에서 터뜨리면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나와 항모는 물론 이지스함, 항모에 탑재된 전투기까지 손상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항모작전 자체가 어려워진다. 또 북한이 일반 탄도미사일들 속에 핵 장착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쏠 땐 더 심각하다. 항모강습단의 이지스함은 날아오는 모든 KN-18을 SM-3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KN-18의 사거리가 450∼700㎞여서 미 항모가 동해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곤란해진다. 어쩌면 미 항모가 KN-18의 사거리인 제주도 이북으로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미 이지스함에서 사거리 2500㎞인 토마호크는 쏠 수 있지만 항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의 공습작전은 작전반경 때문에 제한을 받는다.

눈을 돌려 중국을 보자. 미국의 이러한 항모 전투력에 비해 중국의 항모는 아직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중국이 2012년 취역시킨 첫 번째 항공모함인 라오닝함(7만t)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바라크함을 개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 항모는 본격적인 대형 항모라기보다는 짧은 활주로를 극복하기 위해 다소 경사가 큰 스키점프를 사용했다. 스키점프식 활주로는 함재기가 이륙할 때 사용하는 항모의 전방으로 경사지게 솟아 있는 활주로 구조인데 함재기가 이 스키점프를 지나면서 자동적으로 약간 높은 각도로 비행하게 된다.

항모대국 꿈꾸는 중국, 미국엔 아직 역부족


▎이번 한·미 연합훈련엔 한국 해군에서도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DDG-993)과 세종대왕함(DDG-991)을 포함한 7척의 함정이 참가했다.
중국은 함재기 이륙에 사용되는 스팀 사출기를 제작할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중국은 고유 모델로 불리는 두 번째 항모인 베이징함에는 전기식 사출기(EMALS)를 사용할 계획으로 실험 중이다. 이 항모에서는 중국이 개발한 함재기의 이착륙도 연습하고 있다. 중국은 이 베이징함을 2020년 취역시킬 계획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서 2023년 세 번째 항모를 취역시키기 위해 건조 중이며, 이후에도 1척을 더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이와 같이 항모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중국의 대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일대일로는 해상과 육상 비단길을 개척하는 것으로 해상 비단길은 남중국해에서 인도를 지나 중동에까지 이르는 바닷길을 말한다. 중국은 앞으로 이 남방 해상수송로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은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해상전투력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도 갖고 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난사군도 등의 무인도에 군용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엔 미국 함정이 제1도련선이 지나가는 남중국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국의 목표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적으로 완전히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중국해는 한국과 일본 등의 많은 해상 물동량이 지나가는 공해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도 공해상인 남중국해는 국제해양법에 따라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주기적으로 함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 따라 중국은 유사시 미 해군 항모전단이 중국에 접근할 경우 사거리 3000㎞인 대함 탄도탄미사일 둥펑(DF-21D)으로 대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사거리를 6000㎞까지 확장한 둥펑(DF-26) 개발도 완료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의 A2AD전략은 미 해군이 동·남중국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접근할 경우에는 탄도미사일 등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거부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미 항모세력에 편성될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다. 이 함정은 중국의 A2AD전략을 근본적으로 와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해안에 설치한 감시레이더로는 줌왈트를 탐지할 수도 없고 잠수함으로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줌왈트는 중국의 항모나 함정을 먼저 발견해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중국 해군력에 대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이 라오닝함 등 항공모함을 건조한 목적이 줌왈트 앞에선 그 의미가 퇴색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에 동해에 3개의 항모강습단을 수십 년 만에 한꺼번에 투입한 것은 1차적으로는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 국력의 상징을 동해에 투입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언제든지 예방적 선제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또한 미국의 한반도 안보 방위공약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전략자산을 확대 배치할 수 있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에 따라 핵심축(pivot)인 한반도를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구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국이 남중국해를 비롯해 인도~중동~아프리카까지 해상로 장악을 확대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안보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 결국 항공모함인 것이다.

- 김민석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장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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