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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김정은의 ‘가장 위험한 도박’ 태평양 수폭실험 시나리오 

태평양 상공에서 ICBM 이용하거나 SLBM 발사실험 가능성도 배제 못해… 트럼프 “어떤 독재자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경고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07년 8월 태평양에서 공동훈련하는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호, 니미츠호, 존 스테니스호. / 사진·연합뉴스
‘아이비 마이크(Ivy Mike)’는 1952년 11월 1일 태평양 마셜 제도에 있는 에네웨타크 환초(Enewetak Atoll)의 엘루겔럽(Elugelab)이라는 무인도에서 미국이 실험을 실시한 수소폭탄의 암호명이다. 이 환초는 반지름 15㎞의 커다란 초호(礁湖)를 둘러싼 40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은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이 수소폭탄은 무게 82t으로, 폭발력은 TNT 기준 1040만t과 맞먹는 10.4메가톤(Mt)으로 측정됐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발력(18㏏)보다 무려 557배나 컸다. 화염 폭은 2.9㎞나 됐으며, 버섯구름이 41㎞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과 동시에 엘루겔럽 섬은 흔적도 없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북한이 태평양에서 역대급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길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은 9월 21일 사상 처음으로 본인 명의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의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9일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해 나온 반응이었다. 당시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이던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김정은의 성명 발표 직후 각국 기자들에게 ‘초강경 대응조치’에 대해 “내 생각으로는 사상 최대의 수소탄 실험을 태평양에서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김정은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리용호 외무상이 구체적인 내용까지 각국 기자들에게 ‘설명’까지 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북한 외무성의 리용필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9월 25일 평양에서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전 세계가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 부소장은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 최고지도자의 의도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에선 미국·영국·프랑스가 과거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미국은 1954년 3월 1일 마셜제도의 비키니 환초에서 암호명 ‘캐슬 브라보(Castle Bravo)’라는 수소폭탄을 실험했다. 캐슬 브라보는 미국이 실험을 실시한 역대 핵무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당시 폭발력은 15Mt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750배에 달했다. 하지만 수소폭탄의 실험에 따른 낙진(Fallout)은 끔찍했다. 반경 160㎞에 걸친 태평양 마셜 제도를 전부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것이었다. 원주민들과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선원들이 피폭됐다. 미국은 피해를 입은 원주민들에게 1억5천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미국과 소련의 경마 경주식 핵개발 역사


▎미국이 1946년 태평양 비키니 섬에서 실시한 핵무기 폭발 실험.
비키니 환초에서 핵 실험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모두 23차례 실시됐다. 공중과 수중, 해수면에서 폭발 실험이 있었다. 비키니 환초는 토양과 바닷물이 방사능에 오염돼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이후 비키니 환초는 냉전과 핵무기 경쟁을 상징하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첫 실험을 한 이후 실험이 금지된 1992년까지 47년 동안 모두 1032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699회는 미국 본토 서부 네바다 핵실험장의 지상과 지하에서 이뤄졌다. 333회는 비키니와 에네웨타크 환초, 존슨 섬, 크리스마스 제도 등 태평양에서 실시됐다.

영국은 1957년 태평양 중남부 라인제도 몰덴 섬에서 3차례 대기권 핵실험을 했다. 폭발 위력은 76∼200㏏에 달했다. 1957∼1958년에도 태평양 크리스마스 섬에서 6차례 대기권 핵실험을 했다. 프랑스도 1966년 7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태평양 폴리네시아 산호섬인 무루로와, 팡가타우파에서 193회에 걸쳐 대기권 또는 지하에서 핵실험을 했다. 프랑스는 1968년 수소폭탄 실험도 실시했다. 폭발력이 2.6Mt에 달했다.

미국, 영국, 옛 소련은 대기권 등에서 방사성 물질 오염 피해 예방을 위해 19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의 내용은 대기권·해상·수중에서 핵무기 실험과 평화적 이용의 핵폭발을 금지한다는 것이지만 지하 핵실험을 제외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1974년, 중국은 1980년까지 대기권 핵실험을 계속했다. 지하 핵실험은 미국 1992년, 소련 1990년, 영국 1991년, 프랑스와 중국 1996년 등까지 실시했다.

국제사회에선 그동안 핵 실험에 따른 오염 등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고조돼왔다. 이에 따라 각국은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약의 내용은 모든 지역(대기권·외기권·해상·수중·지하 등)에서 모든 종류의 핵 실험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183개국이 서명하고 166개국이 비준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수소폭탄은 미국에 귀화한 헝가리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가 폴란드의 수학자 스태니슬로 울람의 구상(분열 폭탄을 핵융합을 위한 기폭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토대로 한 ‘텔러-울람’ 설계를 가지고 처음 만들어냈다. 수소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비밀 원자폭탄 제작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나치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 뉴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에 미국 및 유럽의 망명한 백여 명의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원자폭탄을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텔러는 원자폭탄보다 핵융합폭탄 개발에 마음을 뺏겼다. ‘소시지’라는 별칭으로 불린 이 수소폭탄은 기폭제 역할을 하는 큰 원자폭탄과 중수소가 사용됐다. 중수소는 극저온 상태의 용기에 액체 상태로 담겨 있었기 때문에 ‘습식’이었다. ‘습식 수소폭탄’은 폭탄의 원료인 중수소를 액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련은 1953년 이런 단점을 보완한 건식 수소폭탄을 만들어냈다. 리튬과 수소의 고체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아이비 마이크’ 실험에 성공하자 이에 맞대응하려는 차원이었다.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 실험을 실시한 유일한 국가이다. 북한은 1969년 채택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도 탈퇴했다. 핵 비보유국의 핵무기 보유를 금지한 NPT는 1970년 국제조약으로 정식 발효됐다. 북한도 1985년 가입했다가 1993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핵실험을 시작해 지금까지 6차례나 핵 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9월 3일 실시한 6차 핵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기구(CTBTO)의 판단에 따르면 6차 핵실험은 진도 6.1 규모로,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최대 250㏏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면 수소폭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민간 핵 전문가들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지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폭발력이 250㏏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태평양 수폭실험 경우의 수


▎북한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 잠수함 / 사진캡처·노동신문
미국 정부도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주장을 잠정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 폭발력을 140㏏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공군 대장)도 북한의 주장처럼 6차 핵실험은 수소폭탄이 맞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또 ICBM 개발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북한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서 고각 발사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2802㎞와 비행거리 933㎞, 최대고도 3724.9㎞와 비행거리 998㎞였다. 미국은 북한이 화성-14형을 정상 각도인 30∼45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7000∼8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시험 발사한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 4500∼5000㎞에 달한다. 당시 시험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은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종착점에 거의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현재 보유한 기술과 장비만으로도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도 “북한은 위협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의 주장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수소폭탄을 실험할지를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항공기에서 수소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이나 선박을 이용해 수소폭탄을 실험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올브라이트 소장 등은 북한이 자신들의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한다면 미사일 발사 방식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핵을 장착한 ICBM 기술을 가졌다는 점을 미국에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은 그동안 화성-12형과 화성-14형 등의 발사를 통해 ICBM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알렸지만, 핵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 당국도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들어 ICBM의 사거리를 늘리고 새로운 연료를 생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수소폭탄 실험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11월 1일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화성-14형의 개량형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은 “북한의 개량 작업은 미사일 핵연료, 발사대, 유도·타격시스템에 걸쳐 진행 중”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향상하려는 김정은 정권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는 북한이 ICBM 성공에 필수적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서 상당수준 개발을 진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2018년엔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기 위한 중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0월 25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의 액체 연료인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 공장을 증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UDMH는 북한·중국·러시아 등에서 로켓의 연료로 사용되는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질산이 산화제로 함께 사용된다.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서 한번 주입하면 1주일 정도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미사일 1발에 30분이면 연료를 모두 주입할 수 있다. 38노스는 UDMH가 앞으로 화성-12형과 화성-14형 등의 연료로 매우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면서 북한은 향후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에도 UDMH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 우주에서의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도 고개


▎북한이 고래급보다 훨씬 큰 대형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위성사진.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한다면 리 외무상이 ‘역대급’이라고 말했듯이 메가톤급 위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사상 최강의 수소폭탄은 1961년 10월 30일 옛 소련이 북극해 군도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실시한 58Mt 위력의 ‘차르 봄바’였다. 이 폭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800배나 달하는 폭발력을 보였다. 1000㎞ 바깥에서도 폭발이 보였고 폭탄에 의한 지진파는 지구를 세 바퀴나 돌았다. 1000㎞ 떨어진 핀란드에서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메가톤급이면 6차 핵실험 때 사용한 핵폭탄의 5~6배 이상 되는 위력이다. 이 정도 위력의 핵무기가 태평양 대기권(고도 100㎞)상공에서 터지면 하와이를 비롯해 태평양에 있는 도서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극심한 환경오염도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재앙적인 수준이 될 전망이다. 비키니 환초 부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여러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마셜 제도에서도 주민들이 암에 걸리거나 선천적 장애, 갑상선 장애를 겪는 비율이 높았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보고됐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북한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도 500~1000㎞ 이상 우주 공간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폭발의 여파로 인공위성들이 파괴되거나 비행중인 여객기들이 추락할 수 있다. 특히 폭발에 따른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펄스)에 의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EMP는 전자 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내뿜는 것이다. 실제로 냉전시절 미·소의 고공 핵실험 때 광범위한 EMP 피해가 발생했다. 소련이 1961년 6Mt의 수소폭탄을 고공에서 실험했을 때 미국 알래스카에 설치된 조기경보 레이더와 반경 4000㎞ 내의 장거리 고주파 통신이 하루 이상 단절된 적이 있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MIT 대학 교수는 “만약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태가 급변할 것”이라면서 “실험으로 항공기가 추락하거나 선박이 파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이 계획과는 달리 대기권 상층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지 못하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랑 교수는 “대기권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은 많은 위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예상과는 달리 대기권 하층에서 핵탄두가 폭발하면 낙진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등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대응을 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벡톨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라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라도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태평양 상공 어디에서든 미사일로 수소폭탄을 실험할 경우 국제사회의 공분과 함께 미국의 군사 행동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아시아 순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문명 세계와 국제적인 평화·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어떤 독재자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김정은으로선 태평양 상공 수소폭탄 실험은 ‘가장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비장의 카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난 8월 북한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 사진캡처·노동신문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로는 태평양 수소폭탄 실험 대신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5000㎞ 이상을 비행시켜 하와이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바다에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하와이나 알래스카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입증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김정은이 괌을 위협하는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화성-12형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에서 수십㎞ 떨어진 해상에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생각하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최근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에서 고래급보다 훨씬 큰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 잠수함에 탑재된 SLBM인 북극성-1호를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북한은 2016년 4월 23일 북극성 1호의 콜드론칭 및 30㎞ 비행에 성공했으며, 같은 해 8월 24일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호를 ‘고각 발사’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 미사일은 500㎞를 비행했다. 이 미사일을 정상 발사할 경우 2500㎞를 비행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1993~1994년 옛 소련에서 골프급 잠수함을 들여와 역설계한 뒤 고래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했다. 고래급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수중 배수량 2200t, 길이 68m, 폭 6.5m이며 수중속도 10노트, 수상속도 16노트로 운항하고 승조원 50명이 탑승한다. 어뢰 발사관 2~3개와 미사일 수직발사관(VLS) 1개를 장착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고래급을 ‘신포 B급’이라는 암호명으로 부르고 있다. 고래급 잠수함은 실전 배치는 되지 않았지만, 북극성-1호를 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고래급 잠수함은 SLBM을 1기 밖에 탑재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SLBM을 2∼3기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내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건조하고 있는 대형 잠수함을 ‘신포 C급’이라고 명명했다. 신포 C급의 수중 배수량은 3000t급으로 추정된다. 3000t급이면 SLBM을 2∼3기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적의 탐지를 피해 SLBM을 제대로 쏘려면 수심 50m 이상에서 발사해야 한다. 이런 잠수함의 최소 배수량이 3000t이다. 신포 C급 잠수함의 건조 공정은 80%를 마친 상태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고 연속 잠행이 가능한 ‘공기 불요 추진체계(AIP)’ 기술을 적용했다는 정보도 있다. 이런 작업 속도라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건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와 함께 북극성-1호보다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 북극성-3형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8월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을 보도하면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형’의 개념도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북극성-3형의 사거리는 최소 200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월 북극성-1호를 기반으로 개발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북극성-2형의 시험 발사가 또 다시 성공하자 대량 생산을 지시했었다. 당시 북극성-2형은 최대 고도 560㎞까지 올라가 500여㎞를 비행했는데 사거리가 2000㎞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와이주, 12월 핵미사일 공격 대비 훈련


▎2013년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 있는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 사진캡처·미 해군
북한이 SLBM 2∼3기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을 전력화할 경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북한이 SLBM에 소형 핵무기를 탑재해 잠수함에서 발사할 경우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밀하게 침투하는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 추적, 타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SLBM 능력을 보유할 경우 핵 선제공격을 고려하는 국가는 이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2차 핵 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정찰위성이 전혀 포착할 수 없는 수중에서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SLBM은 북한에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는 능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김정은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와이주가 12월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비상 대피훈련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50개 주 중 북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대피훈련을 하는 주는 하와이가 처음이다. 하와이주에서 핵 공격 대피훈련이 실시되기는 19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처음이다. 하와이 주 정부는 첫 비상대피 훈련은 12월 1일(금요일)이며, 두 번째 훈련은 2018년 1월 2일(화요일)이라고 밝혔다. 하와이 주 정부는 핵폭발 이후 발생하는 전자기파가 전자기기와 통신 장비를 파괴할 것을 대비해 주민 안내 방송과 통신 장비 등을 전자기파 영향을 받지 않게 보호하는 비상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하와이주에는 주민 10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태평양사령부 등 11개의 주요 군사 시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앞서 지난 11월 3일 하와이를 방문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불안해하는 하와이·알래스카·괌·사모아·북마리아나 제도의 주지사와 관리들을 만나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안심시키기도 했다.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도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 등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하와이와 괌은 물론 본토를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김정은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하거나 미국 영토에 위해를 가할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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