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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평창올림픽 ‘붐업’ 나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올림픽이 한중·남북관계 해빙시킬 절호 기회” 

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북한 선수 참가 땐 안전·평화올림픽·흥행 세 토끼 만족...“폐막식 때 차기 개최국 중국의 최고위 인사 참석 기대”

평창겨울올림픽(2018년 2월 9~25일)이 8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강원도 평창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국민적인 올림픽 열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평창올림픽 주무부처 수장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올림픽 ‘붐업(boom up)’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지난 11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 중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올림픽 주무부처 수장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도종환(6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김연아(26)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와 함께 그리스 아테네까지 가서 채화된 성화를 받아왔고, 11월 초에는 국회 예결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종일 참석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현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과 협의했다. 11월에는 평창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출장도 예정돼 있다. 11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도종환 장관은 “오늘도 일정이 많아 하루 4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면서도 “평창올림픽 열기가 전국에 붐업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올림픽이 내 일처럼 생각될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 전 아테네까지 가서 성화를 받아왔다. 다음주에 또 미국 출장이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

“평창올림픽 휴전결의안(Olympic Truce for Pyeongchang)이 11월 13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상정, 채택된다. 올림픽 개최국에서 적대행위나 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폐막일 이후 7일까지 모든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내년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52일간이 휴전일에 해당된다. 휴전결의안 채택은 올림픽 정신을 국제사회가 확인하는 중요한 행사다.”

유엔총회에서 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


▎11월 3일 평창올림픽 관광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도종환 장관.
휴전결의안 채택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와 달리 외국인들에게는 한반도가 아직도 불안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와 항공모함 등 미국의 최신 전력들이 한반도를 향해 출동하는 것을 본 국제사회는 혹시라도 올림픽 기간 중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이니만큼 전 세계에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 안전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큰 의미가 있다.”

올림픽 휴전결의안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로 2015년까지 2년마다 여름·겨울올림픽이 열리기 바로 전년도에 빠짐없이 채택돼왔다.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때는 121개국이 지지했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180개국이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193개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도 장관의 기대대로 됐다.) 휴전결의안이 채택된 뒤에는 강원도가 준비한 ‘평창포럼’ 선포식도 했다. 다보스 포럼에서 착안한 평창 포럼은 유엔 산하 글로벌 시티즌십(Global Citizenship) 프로그램과 연계해 국제적 이슈 논의의 장으로 육성된다.

평창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내년에 경기를 치를 모든 경기장과 인프라 건설은 모두 완료됐다. 미국·중국·일본·캐나다·영국·이탈리아·스위스·독일 등 주요 국가의 올림픽 관계자로부터 평창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준비한 대로 문화 올림픽, IT 올림픽, 평화 올림픽, 안전 올림픽으로 치러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평창 현지의 숙박과 교통 문제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던데 문제없는가?

“평창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을 방문할 인원은 하루 최대 10만 명 정도로 예상한다. 그중 60% 정도가 현지에서 숙박할 것으로 본다면 2인 1실 기준으로 총 3만 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원도 전역에 4만2000실의 숙소를 준비했다. 이동의 편리를 위해 평창이나 강릉 등 올림픽 개최 도시와 속초·동해·원주 등 숙박 배후 도시 간에 무료 셔틀버스도 편성해 운행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올림픽 기간 중 동해안 속초항에 초대형 크루즈 두 척을 정박시킬 예정이다. 그러면 크루즈 두 척에 총 2261실의 객실이 추가로 확보된다.”

아테네 현지까지 가서 성화 봉송을 해왔는데, 해외 주요 인사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어땠나?

“전 세계 국왕·대통령·총리 등 28개국의 최고위층 인사가 평창에 오겠다고 신청했고, 체육부 장관이 참석하겠다고 말한 나라도 48개국이나 된다. 올림픽 규정상 해당 나라에서 밝히지 않는 이상 어떤 인사가 참석하는지 우리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구촌의 주요국 VIP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보면 된다. 국가수반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우리나라의 발전된 모습, IT 강국의 현장을 보여주는 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인접국인 일본·러시아·중국의 VIP들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막식 참석을 기대하는 이도 많다.

“폐막식 때 차기 개최국에서 공연을 하기로 돼 있는데, 2022년 겨울올림픽은 중국 베이징(北京)과 장자커우(張家口)에서 열린다. 그래서 이번 폐막식에는 장이머우(張藝謀·67) 감독의 연출로 10분간 중국 공연단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우리는 중국의 최고위층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도 다행이다. 평창올림픽이 한·중 관계를 푸는 고리로 작용하고, 또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된다면 올림픽이 추구하고자 하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목적과 취지를 잘 구현하는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도종환 장관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문화·방송 콘텐트 수출이 막히고 중국 관광객이 급감해 관광산업이 침체되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사드 배치라는 변수가 문화와 체육, 관광 등 문체부 장관의 주요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도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취임 후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블랙리스트 사태’와 함께 ‘사드 배치로 인한 관광업계의 피해’를 꼽았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서 “사드로 피해를 본 관광업계 분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문체부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한계에 마음이 아팠다”며 “관광과 호텔업계에 융자 정도를 해주면서 견디고 일어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죄송스럽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행히 최근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과 중국 정부가 3불 원칙(사드 추가 배치와 미사일방어 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에 합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중 관계는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그 덕분에 도 장관도 큰 걱정을 덜어낸 눈치였다.

“취임 초에는 사드 문제로 힘들었다”


▎도종환 장관과 ‘피겨 여왕’ 김연아 홍보대사가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보관된 안전램프를 들고 귀국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사드 문제로 마음고생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힘들었다.(웃음)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관광업계, 콘텐트 업계의 피해가 워낙 컸다. 특히 여행·숙박·크루즈 업계의 피해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제 한·중 관계가 풀리게 됐으니 다행이다. 저는 이번 겨울올림픽이 사드 문제를 해소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관광활성화 방안도 직접 발표했는데.

“지금도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한령(限韓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트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은 우린 모르는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한한령이 위력을 떨치면서 국내에서 중국과 손잡고 하는 콘텐트업계의 거의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방송·영화·공연의 발이 묶였다. 다행히 지금 한·중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 조짐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우리 드라마·음악·영화 등의 콘텐트가 다시 활력을 되찾고, 콘텐트 기업들의 해외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관광산업을 침체에 빠지게 한 중국 단체관광객(游客·유커)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커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한해 법무부가 지정하는 크루즈선에 탑승하는 중국 관광객은 무비자로 관광 상륙허가를 받게 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전자비자 발급수수료 감면 혜택도 내년 말까지 연장된다.”

중국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 관광객 확보 등 관광시장을 확보하고 넓혀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결심한 게 있다. 관광의 질도 높이고, 관광시장을 다변화해 비중국 아시아권 관광의 시장성도 넓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광객을 동남아와 인도, 중동 지역으로 확대할 전략을 세웠다. 때마침 태국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태국과의 교류도 늘어나고 관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드 사태가 몸에 좋은 쓴 약이 됐다. 관광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도종환 장관이 11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4월까지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의 단체관광객은 양양공항을 이용할 경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관광객에게는 원칙적으로 재입국이 가능한 복수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아쉬운 것은 이번 대책에 자유무역협정(FTA) 개선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중 FTA에 따르면 한국 여행사는 중국에서 여행객을 모집할 수 없지만, 중국 여행사는 한국에서 여행객 모집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중국 정부의 말 한마디에 중국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진 것도 이런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 장관은 “중국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광교류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조만간 국가관광전략 회의를 열어 관광업계 등의 목소리를 수렴해 필요한 조치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민이 관광산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겨울 올림픽이 열렸다. 그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인이 작은 시골 도시 릴레함메르를 기억하게 됐다. 그래서 한번쯤은 릴레함메르를 찾아갈 생각을 했다. 평창도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전 세계인이 강원도의 평창, 강릉을 기억하고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전 세계인이 강원도의 매력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강원도의 관광산업도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KTX를 타고 1시간10분이면 평창에 도착할 수 있으니 접근성도 아주 좋다.”

“전 세계인이 평창의 매력 알게 될 것”


▎도종환 장관은 취임 후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블랙리스트 사태’와 ‘사드 배치로 인한 관광업계의 피해’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 1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청문회장의 도종환 장관. / 사진·연합뉴스
겨울올림픽 역사상 대회 기간과 이후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꼽히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는 스키 점프대 옆에 집라인을 설치해 레포츠 시설로 활용하고 놀이공원으로 운영해 매년 33억원의 입장권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만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시설을 찾은 관광객과 선수가 140만 명이었다. 대회 시설물을 놀이공원처럼 꾸며 운영했기에 올림픽이 끝나고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도 장관은 “평창올림픽 관련 시설의 사후 활용 문제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12월 말까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에 필요한 재정 확충 등 시급한 현안들이 있을 텐데.

“재정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큰 걱정 없이 해결될 것 같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올림픽을 전국적인 축제로 만드는 국민적인 붐업이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올림픽 준비를 해야 할 지난 1년간 그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대통령이 탄핵되는 엄청난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올림픽 준비에 몰입할 청와대가 중심을 잃었고, 그 일을 담당할 문체부가 국정 농단의 주 무대였던 게 드러났다. 많은 공직자가 수사를 받아야 했고, 그래서 제대로 평창올림픽 준비를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장관에 취임해 평창올림픽 준비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해 보니 ‘이때까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놓은 것이 없더라. 부랴부랴 일을 서둘렀고, 이제는 올림픽 개최 준비를 다 마쳤다고 할 정도가 됐다. 중요한 것은, 평창올림픽이 특정 정권만의 올림픽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 국민의 올림픽이고 국가의 큰 중대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글로벌 이벤트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스스로 홍보대사라는 생각으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 주무 장관으로서 제 가장 큰 바람이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말씀하셨는데, 문체부 안에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도 얘기했지만, 언젠가 장애인들이 하는 연극을 관람했는데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에서 배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아팠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장애인에게까지 블랙리스트를 적용해야 했는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검열 받지 않을 권리,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예술인도 그렇다.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직권 남용이자 형법 위반이다. 동시에 헌법 위반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돼서는 안 돼”


▎지난 10월 12일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안내하는 도종환 장관. 시인 출신 재선 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 문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의원 시절에 도 장관께서 예술인 블랙리스트 문제를 공론화했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과 함께 시집을 내기도 했는데.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인, 예술가를 여러 분 만났다. 권력에 집요하게 당해서 그런지 아직도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계신 분들이 있다. 외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나만 이렇게 당하고, 겪는구나’ 하면서 무기력하게 고립되어 살아온 분이 많았다. 그렇게 5년, 10년 동안 힘들게 혼자서 버티며 살아온 분들을 만나고 가슴이 아팠다. 그런 일을 내가 눈으로 직접 보고 겪으면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차별과 배제, 감시를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지금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도종환 장관은 지난 6월 취임사에서 문체부 소속 공직자들에게 이렇게 주문한 바 있다. “저는 여러분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있는 자리가 다시 기쁨의 자리, 자랑의 자리가 되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내면에 들어 있는 생명력과 생동하는 힘이 푸르게 분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 안에 들어 있는 빛나는 능력과 지혜를 다시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분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의 촛불이 밝고 환하게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십시오.” 그 이후 문체부는 어떤 변화가 일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지난 6월 취임사를 읽어보았다.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자고 하셨는데?

“원래는 문체부 공직자들도 다 자기 영혼이 있는 분들이었다. 묵묵히 일하는 이분들에게 윗사람이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제가 겪어 보니 문체부 공직자들은 능력 있고 똑똑하고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더라. 그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시, 부당한 요구를 하고, 그렇게 일을 하도록 압력을 넣고 강요한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게 한 것도 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였다고 본다. 저는 과거 정부에서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모두 개과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그들이 자기 안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장관인 제가 할 일이고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권교체 이후 문체부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요구가 컸다. 문체부 공직자들의 변화를 몸소 느꼈는가?

“그때 취임사 이후 몇 달 지나지 않았고(웃음), 아직 그것을 논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앞서 얘기했지만 장관 재임 기간 동안 공직자들이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문체부 직원들은 당연히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공직자의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다.”

평창올림픽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북한 선수단 참가 여부는 평창올림픽의 관심사이자 대회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이슈다. 성사될 수 있는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고 봐도 되는지?

“북한도 IOC 회원국인 만큼 국제대회 성적 등 참가 자격을 갖춘 선수가 등록할 경우 대회 규정과 절차에 따라 평창올림픽 대회에 당연히 참가할 수 있다. 다행히 북한의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25)·염대옥(18) 조가 지난 9월 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 6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땄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출전을 안할 거면 북한 당국이 대회에 보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웃음) 스키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북한 선수가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1월까지의 기록을 합산해서 출전 선수를 정하는데, 지금까지 성적이 아주 좋다고 한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는 안전과 평화, 흥행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도 같다. 경색된 남북한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 채널은 IOC로 단일화한 것인가?

“그렇다. 특히 토마스 바흐(64·독일) IOC 위원장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열의가 남다르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 측에 ‘평창올림픽 출전과 관련한 모든 경비와 장비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훈련비용까지 전액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훈련해서 출전권을 따내는 비용까지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어떤 한 나라에 대해서만 훈련비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한 처사이고, 특혜다.(웃음)”

그만큼 IOC가 북한의 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는?

“IOC 입장에서는 올림픽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군사적 대치 국면이 평화적 국면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이웃 도시국가들이 전쟁 대신 스포츠를 통해 겨루자는 취지로 탄생한 게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서로를 겨누던 창을 방향을 달리해서 누가 멀리 던지는가로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다. 더 멀리 던진 이들은 올리브 가지로 승리를 축하해주고 영광의 자리에 세워주자는 것이 올림픽의 시작이었다. 창던지기, 레슬링, 달리기, 원반던지기가 다 그렇게 생겨났다. 진 사람의 눈물과 이긴 사람의 땀에 대해 칭찬하고 위로해주자. 이게 올림픽 정신이다. 우리 남북관계도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칭찬하고 위로하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 평화 국면으로 가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IOC가 적극적으로 훈련비용까지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 선수단 메달 목표 이루면 기념시 쓰겠다”

북한이 언제까지 참여를 결정하면 되나?

“그것은 오로지 북한 당국에 달려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북한 고위층이 막판에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나. 막판까지 가슴 졸이게 만드는 게 북한 스타일이다.(웃음) 저는 참여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에서 받아온 성화의 불꽃이 전쟁 위협에 시달리는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평창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 선수단은 이번에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종합 4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선수들이 보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도종환 장관은 재선 국회의원이자 중견 시인이다. 도 장관은 10월 31일 그리스 아테네의 숙소 호텔에서 중앙일보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올림픽선수단의 목표인 금 8, 은 4, 동 8개를 따내면 선수들 모습을 주제로 기념시를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했던 모습을 주제로 시를 써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는, 시인 출신 장관다운 약속이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도 장관은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관으로 서둘러 향했다. 다음날인 11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몇 달 후면 여러분들은 23차 겨울올림픽이라는 멋진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 행운을 빈다”며 평창올림픽을 언급했다. 아마도 그 발언을 누구보다 반긴 이가 바로 도종환 장관이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북·미 간 긴장관계의 해소는 물론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종환(都鍾煥)

1954년 출생. 시인, 제19·20대 국회의원,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충남대 대학원 국문학박사.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데뷔.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2009년 정지용 문학상, 2010년 윤동주상 문학 대상, 2017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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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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