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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긴급 투입된 ‘평창올림픽 홍보 구원투수’ 김주호 조직위 부위원장 

“올림픽 준비 힘들었지만 ‘발칸의 장미’처럼 활짝 피어날 것” 

평창 = 전수진 월간중앙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9·11 테러 직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이 미국을 위로했듯 평창도 사회 통합 기여할 것…북한 선수단이 평창에서 감동 드라마를 쓸 수 있길 기대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깜짝 발표를 했다. 기획·홍보를 담당하는 부위원장직을 신설하고 김주호 전 제일기획 마스터(임원급)를 영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개막식을 불과 120여 일 남겨둔 때였다. 그를 긴급 투입한 이유는 뭘까.


▎평생을 ‘홍보맨’으로 살아온 김주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은 88서울올림픽 때부터 총 11차례나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다. / 사진제공·평창조직위원회
10월 30일 찾아간 강원도 평창은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었다. 시내엔 맨홀 뚜껑에까지 ‘평창 2018’이란 글자와 함께 마스코트인 반다비·수호랑 그림이 선명하다. ‘올림픽 교회’라는 간판을 단 교회도 등장했을 정도다. 이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올림픽 성공 개최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국내 흥행이 문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14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개최국에서의 흥행 여부가 올림픽 성공의 중요 조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흥행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입장권 판매인데, 11월 중순 현재 실적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평창조직위원회의 입장권 판매 목표는 107만 장인데 9월까지 달성률은 24%에 머물러 있었다.

고속철도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을 포함해 모두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림픽 회의론’도 만만찮았다. 2011년 유치전 당시 평창유치위원회가 주요 무기로 내세웠던 건 90%가 넘는 국민 지지율이었지만 현재 정부 측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 숫자는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때 농단의 주역 최순실이 평창에 눈독을 들였음이 드러나면서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나마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다.

이런 난맥상에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지난 9월 전화기를 들었다. 통화 상대는 김주호 전 제일기획 마스터. 은퇴 후 작은 홍보회사를 꾸리며 조용히 살고 있던 그에게 이 위원장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붐업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부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다. 올림픽이 1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모든 올림픽은 유치가 확정된 후 개최일까지 약 7년간 준비한다. 평창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개막식을 불과 120일 남기고 기획과 홍보를 담당하는 부위원장직을 새로 만든 건 그만큼 이 위원장의 마음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평창조직위에서 만난 김주호 부위원장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올림픽 개막을 100여 일 앞두고 부위원장을 새로 임명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어떤 일이 있었나?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 와서 보니 스케줄이 하루에 10개가 넘는다. 경기 준비는 기본이고 IOC와 조율할 것도 많아 시간이 모자란다. (인터뷰 당시 기준) 개막식까지 101일 남은 상황에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영입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올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 아닌가?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일기획 시절에 홍보 전문가로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등을 기획한 것으로 안다. 평창올림픽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면?

“사실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일이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삼성이 담당했던 게 개막식 전야제 중 한강축제였는데, 이 일에 투입됐었다. 당시 63빌딩을 스크린 삼아 영상쇼를 준비했다. 이후 올림픽과 계속 연이 닿아서 모두 열 차례나 올림픽을 경험했다. 평창이 삼수 끝에 유치했는데, 세 번의 유치전에도 모두 참여했다. 또 평창 엠블렘 제작이 제일기획에 있으면서 맡았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이후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평창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유치전 당시에는 국민 지지율이 90%를 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어떻게 보나?

“우리가 계속 조사해왔는데, 다행히 최순실 사태 당시보다는 많이 올라갔다. PR, 즉 홍보라는 건 없던 연애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의 평창에 대한 감정은 유치 당시의 뜨거운 사랑이 확 식어버린 상태다. 지금은 조직위가 국민을 짝사랑하는 것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 짝사랑을 쌍방 간 사랑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실제로 그 단계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입장권 판매도 차츰차츰 늘어나고 있다. 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가 시작되고,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힘을 모으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흥을 아는 민족이다. 대회 개막이 다가올수록 국민들도 다시 열정을 불태워주시리라 믿고 있다.”

성화 봉송 시작과 함께 입장권 판매 가속도


▎평창올림픽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직위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다. 11월 9일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빛초롱축제 무대에 세워진 평창 마스코트 반다비·수호랑.
입장권 가격이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의 경우 80만원에 육박하는 등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위의 티켓 판매 전략은?

“일부 종목의 경우 입장권 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림픽이란 일생일대의 기회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4년을 준비해 자신의 최고 무대를 펼치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다. 실제로 성화 봉송을 기점으로 티켓 판매에 가속도가 붙을 거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9월 현재 24%에 그쳤던 티켓 판매율은 성화 봉송이 시작된 11월 7일 기준으로 33%로 높아졌다. 그러나 평창엔 내우뿐 아니라 외환도 있다. 북한의 도발이라는 리스크다.

북한을 의식해 ‘평화 올림픽’을 강조하지만, 특히 해외에선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러 요소로 보면 평창은 참 어려운 조건에서 열린다. 하지만 평창이 ‘발칸의 장미’가 될 거라 본다. 발칸반도에서 온갖 악조건을 견뎌낸 뒤 피어나는 장미인데, 자정부터 두 시간 정도 채취해 만든 장미 향수는 세계 최고급이라고 한다. 평창도 역경을 딛고 ‘발칸의 장미’와 같이 화려하게 피어나리라 본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갈가리 조각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잘 치러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는 사회 통합의 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01년 9·11테러를 겪은 이듬해 열렸던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이 꼭 그랬다. 테러 현장에서 나온 찢겨진 성조기를 개막식에 등장시킴으로써 미국인과 세계인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북한의 평창대회 참가 가능성과 IOC와의 관련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미 IOC도 북한이 참가하면 모든 비용을 대주겠다고 발표했고, 북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도 출전 자격을 딴 상태다. 실현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 외 선수들도 출전 자격을 정식으로 획득하진 않았지만 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실제로 25m 이상을 수영한 경험이 없는 기니 수영 선수에게 와일드카드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선수가 완주한 모습은 기록을 떠나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북한 선수가 다른 곳이 아닌 남한에서 그런 휴먼 드라마를 쓰는 모습도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니다.”

- 평창 = 전수진 월간중앙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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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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