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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워너원·트와이스… 3세대 아이돌 그룹의 진화 DNA 

‘맴버의 매력’을 극대화하다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erin823@naver.com
팬들이 투표와 홍보로 아이돌 발굴하고 키워간다는 성취감 선사…카리스마, 신비주의보다 친근함과 부담 없는 캐릭터로 승부

▎지난 9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7 인천 케이팝 콘서트’에 출연해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명색이 아이돌 그룹 덕후로서 요즘 ‘덕질’하기 너무 힘드네. 이번에 ‘피케팅’에 도전했지만 광탈당했어. 밤새 ‘취켓팅’을 다시 노려봐야겠어.”(아이돌 그룹 A의 팬)

이 외계어 같은 단어의 나열에 순간 움찔한다면 당신은 아이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굳이 그런 것까지 알아야 될까 싶지만 이제 아이돌 팬덤은 10대뿐만 아니라 30~40대를 움직이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다시 아이돌 팬들 간의 대화로 돌아가지만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준말로 안 좋은 의미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뜻도 있다.

‘덕질’이란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우리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른다. 여기에서 파생된 단어로 ‘덕업일치’가 있다. 덕질과 직업이 일치했다는 말로 덕후 중에서도 관심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입덕’ ‘탈덕’은 덕질에 입문 또는 탈퇴했다는 말이다. 요새는 TV에서 ‘덕후’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예능프로그램(MBC <능력자들>)도 등장했고 유명인들도 자신이 ‘덕후’임을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과거 1980년대 ‘오빠부대’, 1990년대 ‘빠순이’ 등 이들을 폄훼하는 듯한 용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중문화를 든든하게 지키는 팬덤의 일원으로 대우해주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다음 단어들은 아이돌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뮤지컬, 클래식 공연, 스포츠 경기에도 쓰이는 은어다. ‘피케팅’은 ‘피 튀기는 티케팅’의 줄임말로 좋아하는 티켓을 구하는 것이 ‘피 튀기게’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 유명인사는 아이돌 그룹의 팬인 딸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아빠는 PC방에서, 엄마는 모바일로, 딸은 노트북으로 가족 3명이 ‘피케팅’ 작전을 폈지만 결국 실패했다. ‘광탈(狂奪)’은 본래 미친듯이 빼앗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빛 광(光)자가 쓰인다. 누군가 티켓을 빛의 속도로 가져갔다는 의미로 순식간에 티켓이 동났다는 말이다. ‘취켓팅’은 취소된 티켓을 구하는 것으로 통상 새벽 2시에 티켓 값이 입금이 되지 않은 티켓이 풀려 이를 되사는 것을 의미한다.

빗길의 ‘빠순이’에서 PC방의 ‘피케팅’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원조 아이돌그룹 HOT.
이 수수께끼 같은 단어를 이해했다면 당신은 최신 아이돌 문화에 입문한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그토록 ‘덕질’에 매달리게 하는 대상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사실 올가을과 겨울은 아이돌 ‘덕후’들에게 매우 설레고 바쁜 시기다. 국내 톱 아이돌 그룹들이 일제히 새 앨범을 내고 컴백한 데다 이들이 대형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의 팬들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앨범을 사고, 음원을 스트리밍하며, 컴백 TV 방송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 연말을 맞아 각종 시상식에 나서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다 보면 24시간이 모자란다. 하이라이트는 콘서트다. 콘서트는 ‘오빠’들의 얼굴은 물론 춤과 노래, 퍼포먼스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최대의 행사다. 아이돌 기획사들은 회사 차원에서 각종 유튜브와 SNS는 물론 TV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들을 노출시킨다. 팬들을 이를 ‘떡밥’이라고 부른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떡밥’들은 팬들이 ‘덕질’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요새는 아예 이를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다. 여기에 인기그룹 ‘워너원’을 검색어로 쳐봤더니 멤버들의 생일은 물론 방송, 인터뷰 일정, 화보 촬영, 시상식 등의 일정이 주르륵 나온다. ‘덕질’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불어 팬덤은 음지에서 양지로, 비주류에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17년은 국내 아이돌 산업이 20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물론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이돌 문화의 초석을 다졌지만 기존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엔터테인먼트사가 기업형으로 체계적으로 아이돌 그룹을 육성한 것은 20년 전 HOT(에이치오티)와 젝스키스가 데뷔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에 탄생한 이들은 조직적인 팬덤을 등에 업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돌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것도 이때부터다.

HOT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이때부터 구축한 아이돌 육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등을 배출하며 명실공히 국내 제일의 ‘아이돌 사관학교’로 자리 잡았다. 젝스키스를 데뷔시킨 DSP미디어는 카라, SS501을 배출한 가요기획사였지만 최근에는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젝스키스는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겨 활동을 재개했다. 멤버별로 팬덤이 형성되고 CF와 방송 수입뿐만 아니라 각종 부가사업이 시작됐다. 서태지와아이들이 획일화된 교육 현실을 비판한 ‘교실 이데아’로 10대들의 우상이 된 것처럼 HOT는 데뷔곡 ‘전사의 후예’로, 젝스키스는 데뷔곡 ‘학원별곡’으로 10대들의 해방구 역할을 자처했다. 지금처럼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았던 20년 전 팬덤은 더 직접적이고 강렬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주인공 성시원(정은지)이 HOT의 열렬한 ‘빠순이’로 등장해 흰색 풍선을 들고 노란색 풍선을 든 젝스키스 팬들과 빗속에서 격렬한 난투극을 벌인 일은 실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0년 뒤인 2007년은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2세대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류에 기반한 K팝 스타가 탄생한 시기였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의 성공에 고무된 가요기획사들은 크고 작은 아이돌 그룹을 양산했다. 이후 가요기획사들은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으로 바뀌었고 자신들의 영토를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고 해외로 확장시키기 시작한다.

문화적 유사성과 한국 드라마로 촉발된 한류에 대한 관심은 중국·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K팝 열풍을 이끌었다. 10대, 20대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이들의 뮤직비디오와 국내 가요프로그램을 보고 팬덤을 형성했다. 한류의 지도는 동남아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과 남미, 유럽까지 전 세계로 영역을 넓혀갔다. 미국의 저스틴 비버 외에 10대들이 열광할만한 아이돌 스타들이 없는 상황에서 화려한 칼군무와 세련된 외모와 패션을 갖춘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K팝 열풍을 이끌었다.

이들은 좁은 국내 무대를 떠나 전 세계를 돌며 각종 해외 투어, 팬미팅, 프로모션 등을 개최했다. 가요기획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주식 시장에 상장되면서 SM 이수만, YG 양현석 대표는 수천억 원대 연예인 주식 부자에 등극했다. 신인 아이돌의 경우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는 데다 공연 수입과 굿즈(기념품) 판매 등은 대부분 현금 장사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았다. 물론 2~3년 간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회사의 ‘캐쉬카우’로서 역할을 하면서 가요 기획사들은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탈바꿈하고 대기업처럼 외식·패션·화장품·여행 등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후 국내 가요시장은 SM·YG·JYP 등 3대 기획사를 중심을 재편됐고 SM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YG는 걸그룹 2NE1, JYP는 보이그룹 2PM과 걸그룹 미쓰에이 등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다.

워너원, 방탄, 엑소, 트와이스 등 3세대 아이돌의 특징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은 180㎝의 큰 키에 넓은 어깨와 남성미를 갖춰 ‘대형 멍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FNC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며 국내 가요기획사는 5개사로 확대됐다. 가수가 아닌 매니저 출신인 홍승성 회장이 이끄는 큐브는 아이돌 그룹 포미닛, 비스트 등을 배출했고 가수 출신 한성호 대표가 설립한 FNC는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AOA 등을 배출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은 가창력보다 퍼포먼스가 중시되는 ‘립싱크 논란’, 노예 계약이나 걸그룹 노출 경쟁 등 상품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거품론, 존폐론이 양산되기도 했지만 결국 20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7년에는 3세대 아이돌 그룹이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를 통해 업계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이 보이그룹 워너원, 방탄소년단, 엑소와 걸그룹 트와이스다. 특히 3개의 보이그룹은 음반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하며 가요계 밀리언셀러 시대를 여는 등 아이돌 열풍을 재점화하고 있다. 가요계가 음반 위주에서 음원 위주로 바뀌면서 1990년대 김건모, 조성모, god 등이 기록하던 앨범 100만 장 시대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하지만 이들 3개팀은 국내에서 가장 큰 2만 명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앞서 말한 ‘피케팅’의 대상이 되는 그룹들이다. 한국기업 평판연구소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11월 그룹 브랜드 평판 2017년 11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워너원’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방탄소년단’ 3위는 ‘엑소’가 각각 차지했다. 이는 10월 10일부터 11월 11일까지 보이그룹 브랜드에 대한 참여 지수, 미디어 지수, 소통 지수, 커뮤니티 지수 등 소비자 행동분석을 통해 측정한 것이다. 10월 순위는 1위가 방탄소년단, 2위가 워너원, 3위가 엑소였다.

3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특징은 대형 기획사의 기득권이 완화되고, 주도권이 기획사가 아닌 팬 위주로 이동했다는 데 있다. 팬들의 취향이 반영된 만큼 카리스마와 신비주의를 강조하던 1, 2세대 아이돌 그룹과 달리 친근하고 거리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SNS 등 디지털 미디어가 큰 영향을 행사했다.

‘워너원’은 기획사가 아닌 팬들이 만들고 키운 아이돌 그룹이다. ‘워너원’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으로 팬들의 투표로 11명이 선발됐다. 기존 기획사의 아이돌 선발 기준이 전적으로 회사에 있었지만 ‘워너원’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권력(?)을 일임받은 시청자들이 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선택했다. 때문에 데뷔 전에 멤버별로 고른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팬들은 데뷔 전부터 돈을 모아 지하철이나 버스에 자신들이 응원하는 멤버의 광고를 게시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등 그룹 탄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워너원, 내년 활동 종료시까지 1000억원 수익 예상


▎아동▶청소년 폭력 방지를 위한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기회가 적은 중소기획사와 개인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만큼 각각의 멤버는 개성이 뚜렷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팬들은 다소 서투르고 세련되지 않아도 자신들이 직접 미완(未完)의 보석들을 발굴하고 키워간다는데 강한 애착과 성취감을 느낀다.

‘워너원’의 가장 큰 장점은 때묻지 않은 청량한 ‘소년미’에 있다. 특히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은 강아지를 닮은 귀여운 외모지만 180㎝의 큰 키에 넓은 어깨로 남성미를 갖춰 ‘대형 멍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때 외모는 청순하지만 몸매가 글래머러스한 ‘청순글래머’형 여성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강다니엘은 소년미와 섹시함이라는 공존할 것 같지 않은 ‘섹시한 소년미’로 10대는 물론 20~40대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2위를 차지한 박지훈은 눈웃음이 매력적인 귀엽고 상큼한 미소년으로 ‘내 마음 속의 저장’이라는 올해 최고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워너원의 멤버들은 막내인 17세 이대휘, 라이관린부터 리더인 윤지성(27)까지 열 살의 나이 스펙트럼이 나지만 각자의 색깔과 개성이 뚜렷하고 보컬·춤·랩 실력은 물론 끼를 갖췄다.

또한 ‘워너원’의 총 계약기간이 1년 6개월로 활동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팬덤을 더욱 결속시키고 있다. 워너원은 데뷔 4개월 만에 데뷔 앨범이 72만 장이 팔리고, 프리퀄 앨범 선주문 50만 장을 합쳐 100만 장을 돌파했다. 연말에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워너원 프리미어 쇼콘’ 티켓은 매진된 상태다. 워너원은 현재 10개가 넘은 CF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앨범 및 MD 판매, 방송 출연 등의 수익을 합하면 연말까지 총 매출이 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소속사는 다르지만 제작사인 CJ E&M은 이 기간 동안 YMC엔터테인먼트에 매니지먼트를 위탁했고 수익은 CJ E&M이 25%, YMC엔터테인먼트가 25%, 각각의 멤버와 소속사들이 50%를 갖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내년 활동 종료까지 총 1000억 이상을 벌어들 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도 앞서 언급한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작곡한 인기 작곡가 방시혁이 만든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국내 아이돌 산업이 기득권이 있는 3대 대형 기획사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가요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흙수저 아이돌’, ‘중소돌’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JYP에서 일하던 방시혁 대표는 독립해 빅히트를 만든 뒤 2AM, 임정희, 에이트 등 주로 발라드 가수를 만들었고 방탄소년단은 처음으로 내놓은 보이 그룹이다.

하지만 선례와 기반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랩몬스터(리더)·슈가·진·제이홉·지민·뷔·정국 등 7인의 멤버는 데뷔 전부터 SNS에 성장 일기와 일상을 올리면서 팬들과 친밀도를 높였고 자신들이 직접 랩과 작곡에 참여하는 ‘자기 주도형’ 아이돌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때부터 또래 10대 팬덤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래퍼가 3명인 방탄소년단은 강렬한 힙합 음악을 바탕으로 ‘노 모어 드림’, ‘N.O’, ‘상 남자’로 이어지는 일명 ‘학교 3부작’으로 청소년들의 꿈과 반항, 사랑 등을 노래하며 ‘10대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I NEED YOU’, ‘RUN’, ‘불타오르네’으로 이어진 청춘 3부작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쩔어’를 시작으로 ‘불타오르네(FIRE)’, ‘피 땀 눈물’ 등 총 3편의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2억 뷰를 돌파하며 강렬한 춤실력으로 국내외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잘생긴 외모에 음악적 메시지, 화려한 퍼포먼스 실력은 10대, 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에 파워풀한 댄스


▎파격적인 퍼포먼스로도 유명한 엑소는 강한 리듬과 절도 있는 군무를 특징으로 한다.
이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얼굴을 알리는 대신 SNS와 유튜브에 20~30분짜리 멤버별 개인 영상을 올리며 트위트를 통해 자신들의 퍼포먼스의 강점을 알리는 등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빅 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고위 관계자는 “‘10대가 쓰는 10대 이야기’, 그리고 ‘10대의 첫 아이돌 그룹’이라는 콘셉트가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처음 아이돌 문화를 접한 경우가 많고, 10대가 절반 이상이지만 20~30대까지 팬층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미 키멜 라이브’에 이어 ‘엘렌쇼’ 등 미국 방송에 출연했다. K팝 그룹 최초로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는 “음악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10대, 20대들이 공감대를 느끼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하려고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위터 팔로워 수가 1000명이었을 때가 엊그제 같고 불안감에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팬들도 저희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것을 좋아해준다.”

‘엑소’는 3세대 아이돌 그룹 중 가장 데뷔가 빠르다. 엑소는 지난 2012년 SM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데뷔시킨 그룹이다. 중간에 일부 중국 멤버의 이탈이 있었지만 견고한 시스템 덕분에 팀이 흔들리지 않았다. 엑소는 강한 리듬과 절도 있는 군무를 특징으로 한 SM의 음악 장르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계보를 잇는다. 김영민 SM대표가 “매 공연을 보고 나면 가수가 뇌리에 남고, 스타를 빛나게 하는 것이 SMP의 장점”이라고 말한 것처럼 SM의 퍼포먼스는 가수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데 맞춰져 있다. 특히 ‘엑소’는 배우를 겸업하는 멤버가 많을 정도로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에 파워풀한 댄스로 데뷔 때부터 적수 없는 1위 아이돌 그룹으로 승승장구했다.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에서 이름을 딴 엑소는 멤버들이 이 행성에서 왔다는 설정에서 각각의 멤버가 ‘공간이동’, ‘번개발사’ 등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법으로 신비함과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엑소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발표한 4집을 포함해 총 4장의 정규 앨범이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걸그룹으로는 흔치 않은 밀리언셀러, 트와이스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는 ‘밉지 않은 동생들’이라는 이미지로 더 유명해졌다.
‘트와이스’는 3세대 아이돌 중 유일한 걸그룹이다. ‘트와이스’는 10월과 11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걸그룹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옆집 동생처럼 부담 없이 친근한 캐릭터로 승부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차세대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TV 프로그램 ‘식스틴’에서 멤버들을 선발해 데뷔 이전 상황부터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 ‘밉지 않은 동생들’이라는 이미지 주효했다. 귀여운 외모와 애교가 있지만, 예쁜 척을 하기 보다는 건강한 ‘비글미’(발랄하며 짓궂은 장난을 자주 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를 갖춰 남녀 팬덤을 두루 갖췄다.

물론 여기에는 히트곡이 큰 역할을 했다. ‘트와이스’는 데뷔곡인 ‘우아하게’가 역주행을 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애교 있는 안무가 특징인 ‘Cheer Up’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들어섰다. 이어 ‘TT’, ‘시그널’ 등으로 계속되는 흔치 않은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트와이스’는 지난 5월 총 4장의 미니앨범 판매량을 합쳐 100만 장을 돌파하며 걸그룹으로는 흔치 않은 밀리언셀러 그룹 반열에 올랐다. 현재는 정규 1집 앨범 타이틀곡 ‘라이키‘로 활동 중이다. ‘트와이스’의 트레이드 마크는 애교 있고 귀여운 포인트 안무다. 트와이스는 이를 바탕으로 일본 진출에도 성공했다. 모모·사나·미나 등 세 명의 일본인 멤버가 있는 트와이스는 데뷔 싱글 앨범이 일본에서만 15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주춤했던 일본 내 K팝 한류를 재점화 하기도 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기존의 아이돌 산업이 가수 개념을 확장한 것이었다면 3세대 아이돌의 경우는 음악을 매개로 한 다른 종류의 콘텐트 덩어리가 되고 있다”면서 “아이돌의 개념이 바뀌고 아이돌 산업의 기본인 ‘인물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돼 펼쳐지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씨는 “아무리 인물과 캐릭터 의존도가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좋은 음악을 선보이려는 노력들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자연인-아이돌-픽셔널 캐릭터(허구적 인물) 사이의 분간이 불분명해지면서 자칫 팬의 과몰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erin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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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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