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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실리콘밸리 혁신 주도하는 ‘혼돈의 원숭이’ 

 

나권일 기자

▎카오스 멍키 /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비즈페이퍼|2만5000원
‘카오스 멍키(Chaos Monkey)’는 서버가 늘어선 데이터센터에서 난데없이 원숭이가 나타나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숴 난장판을 만들듯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일부러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키는 상황에서도 성능의 저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현재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IT업계의 창업자들이 사회의 카오스 멍키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우버는 기존의 택시를,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호텔을, 넷플릭스는 기존의 텔레비전 시스템을 교란시켜 성공한 카오스 멍키다.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골드먼삭스 퀀트전략가, 웹 프로그래머, 스타트업 창업자로 일한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실리콘밸리에서 겪은 체험을 토대로 카오스 멍키들의 생생한 민낯을 그리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우리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작동하는 현장이다. 내가 살기 위해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을 먼저 게걸스레 먹어 삼켜야 한다. 이 비정함은 신사업 투자나 전략적 인수합병 등의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다.

그가 2013년까지 몸담았던 페이스북도 외부에서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스마트하지 않다. 페이스북 본사 입구의 양쪽으로 열리는 자동문에는 대성당 안에 새겨진 부조처럼 ‘해크(HACK)’라는 단어가 박혀 있다. 프로젝트를 맡아 일할 때 회사의 방침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명령에 다름없다. IT업계의 ‘왕’을 만나 토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간부들과 비즈니스맨들이 줄을 서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이 1년간이나 미뤄져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대기업이 실제 어떻게 굴러가는지 생생하게 적고 있는 이 책은 창업자들에게 길잡이가 될 만하다.

- 나권일 기자

201712호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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