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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내 앞을 지나가던 소리가 멈춘다
소리의 창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저기, 웅크리고 있는
짐승 한 마리
음산한 욕망을 잠재우며 울고 있다
이때, 신은
신전에 들어앉아
나오지 않는다
소리는 또 다른 소리를 거느린다
확산되어가는 소리의 영토,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붉게 물든다
※ 문효치 -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익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무령왕의 나무새] [왕인의 수염] [별박이자나방] 등 13권을 냈다. 현재 계간 [미네르바] 대표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