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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정치기획] 개헌 둘러싼 與野의 이해타산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할 묘안 있을까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jwhn20@naver.com
민주당의 개헌 여론몰이에 자유한국당은 시기상조론으로 맞서…국회의원 선거구제와 중앙정부 권력구조 맞교환 방안 거론

▎2018년 지방선거에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부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맞서는 형국이다.
2017년 12월 6일 오후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야가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새벽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예산안이 통과된 지 불과 한나절 만이었다. 모처럼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의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던 것. 당장 안팎에선 ‘예산전투’가 끝나자 본격적인 ‘개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은 모든 법과 권력을 복종시키는 최고의 효력으로 존재’(김진한의 '헌법을 쓰는 시간')라고 한다.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권부터 국가 운영의 제도적 틀까지 사실상 우리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헌법의 어떤 조항을 어떻게 손볼지는 국민 개개인의 이해와 직결된다.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 입장에선 개헌 방향에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정파가 ‘죽기살기’식으로 개헌에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로 그 중요성과 치열함 탓에 1987년 민주화 이후의 개헌 작업은 역설적으로 매번 좌절을 겪어왔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직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후보는 한 목소리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혁파를 외쳤다. 이를 위해 조속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마치 대선이 끝나면 개헌 작업이 일사천리로 내달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각 정파의 셈법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 자유한국당은 개헌 시점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초부터 일관되게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당초에는 민주당과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선 후에 말을 바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월 5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를 적극 해명했다. 먼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공약한 점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난 대선 당시 우리는 대선 기획단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약속을 했다.” 이어 ‘정략적 접근’의 배제를 주장했다. “개헌은 선거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며, 87년 체제 30년 만에 나라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라는 이유에서였다. “남북통일에 대비한 통일헌법의 필요성”도 서둘러선 안 되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지방선거에 곁다리 붙이는 곁다리 국민투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마냥 ‘세월아 네월아’ 하지는 않겠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개헌”을 못박았다.

개헌 시점의 정치학


▎11월 10일 대구에서 열린 (사)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최근 들어 개헌 시기상조론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여당은 홍 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홍 대표가 앞서 지난 11월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꾸자 직접 공격에 나섰다. “개헌을 종속변수로 놓고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하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 대사인 개헌을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적 유불리에 연관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마디로 홍 대표 스스로가 개헌에 대해 ‘정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정치 관측통도 홍 대표의 입장 선회가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공학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무엇보다 홍 대표 자신이 그런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11월 10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한국당 당적을 갖고 있는 6개 광역단체장 선거 승리를 장담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지방선거는 어차피 투표율 50%를 왔다갔다 한다. (우리 당이) 25% 지지율만 되면 승산이 있다. 그래서 25% 목표치를 세웠다. 그런데 최근 목표치를 상향 수정했다. 여론이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투표율을 50% 선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도 가능한 25% 득표율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과거 사례를 통해 입증된다. 지방선거 역사상 투표율이 48.8%로 가장 저조했던 2002년 제3회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서울·경기·인천을 석권하는 등 압승했다. 51.6%를 기록해 둘째로 투표율이 저조했던 2006년 제4회 5·31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4년 전의 승리를 되풀이했다. 물론 당시 보수가 야당이었던 탓에 집권세력에 대한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수가 집권했던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정권 견제구가 먹히지 않은 채 여전히 보수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 선거의 투표율은 각각 54.5%, 56.8%였다.

확실히 투표율이 저조하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선전하는 이유는 세대별 투표율에서 뚜렷한 결집력을 보여주는 고연령층의 적극적인 투표 덕분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홍 대표 입장에선 어떻게든 투표율을 낮게 갖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되면 투표율은 높아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각종 여론 조사에서 나타나는 개헌 찬성 비율은 75% 전후. 국민 절대다수가 개헌을 자신의 이해와 일치시키고 있다는 객관적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개헌 국민투표가 실제 행해질 경우 찬성하는 이들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 실시되는 지방선거 투표율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홍 대표가 욕을 들어먹으면서도 지방선거와 개헌 시기 분리를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여당의 입장은 정반대다.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해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진다. 아직 선거까지 숱한 정치적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카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지방선거에서 지기라도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도 양보가 절대 불가능한 이유다. 당장 문재인 정부는 출범 1년 만에 정국 주도권 상실과 함께 개혁입법의 표류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 나아가 2년 뒤 국회의원 총선거 패배와 정권 재창출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개헌의 지방선거 이후 순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국회 패싱… 대통령이 총대 멘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방분권 개헌을 공약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최근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유불리를 따질 생각이 전혀 없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국민께 분명히 약속한 만큼 우리는 그것을 지킬 것이다.” 대국민 약속과 책임정치의 관점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명분에서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

12월 6일 국회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개헌 일정 식언(食言)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려고 특위가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데, 한국당이 (지방선거 전에) 하지 않겠다면(지금) 토론할 필요가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권력구조를 집중 논의해서 (먼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거꾸로 특정 시기에 맞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개헌에 담을 내용도 합의 안 됐는데 무조건 지방선거에 맞추자는 얘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항변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나섰다. 그는 “각 당 입장을 확인해 달라”며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의 입장을 캐물었다. 이 위원장은 “홍 대표 입장은 당론 수준의 발언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당 대표가 공개 장소에서 여러 차례 천명한 입장을 당 소속 의원조차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처지임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었다.

그럴수록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 개헌안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일 명분과 의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개헌을 바라는 압도적 찬성 여론과 정치적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입장에선 이 국면을 그대로 흘려 보낼 리 만무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물리적 일정상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를 감안해 개헌 절차를 역순으로 살펴보면 개헌안은 2018년 5월 24일까지 국회에서 반드시 의결돼야 한다. 현행 국민투표법에 따라 국민투표일 18일 이전에 국민투표안을 공고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앞서 개헌안이 발의되면 최장 60일간의 개헌안 공고 기간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늦어도 2018년 3월 안으로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도 “내년 설날(2월 16일)까지 반드시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당장 12월 임시국회부터 개헌 논의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상당수 쟁점에서 여전히 여야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개헌특위가 최근 작성한 ‘헌법 개정 주요 의제’에 따르면 거의 답보 상태다. ▷지방분권(7개 쟁점) ▷정부 형태 개편(2개 쟁점) ▷행정부 구성 방식(4개 쟁점) 등 핵심 3개 분야의 총 13개 세부 쟁점 거의 모두 평행선을 달린다. 예외가 있다면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문을 신설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본 것뿐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선 이런 견해 차이를 적극적으로 좁히려 들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 맞춘 개헌 추진이 달갑지 않은 입장에선 굳이 적극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보타주’에 가까운 ‘만만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일종의 ‘플랜B’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논의 자체를 의도적으로 순연시킨다면 국회를 ‘패싱’하는 방안이다. 대신 개헌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미 문 대통령은 여차하면 자신이 나설 수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정부가 개헌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아가 11월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국회를 강하게 압박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국회를 우회해서 직접 개헌안 발의의 ‘총대’를 멘다고 해서 바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가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116석의 의석을 가진 한국당이 당론으로 이를 반대할 경우 개헌안 의결에 필요한 국회 재적 의석 3분 2인 200석을 확보할 수 없는 탓이다.

순차개헌, 지방분권의 파괴력으로


▎2017년 1월 11일 국회에서 정세균(왼쪽 다섯째) 국회의장이 개헌특위 위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특위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여권은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만지작거릴까. 개헌안 좌절이 몰고 올 정치적 득실이 여야 간에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회 논의에서 합의 안 된 부분을 추후 계속 논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합의되는 부분은 내년 6월에 개헌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쟁점 완전 타결에 의한 일괄개헌이 안 되면 여야 간 합의가 됐거나 국민적 공감이 모아진 부분이라도 정부 발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만일 문 대통령이 순차개헌으로 물꼬를 튼다면 그 핵심 내용은 지방분권이 될 것이라는 게 일치된 관측이다.

대략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대통령 자신의 확고한 지방분권 신념이다. 부산에서의 오랜 인권변호사를 통해 민주적 가치와 지역구도 타파 못지않게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깨달은 결과다. 문 대통령은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명실상부한 지방분권 개헌 추진”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 자치권 명문화를 비롯해 주민투표 확대, 주민소환 요건 등 주민직접참여제 확대와 같은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헌법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둘째, 지방분권이 일종의 ‘시대정신’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지방 권력 차원에선 여야 간, 지역 간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한다. 주민들 역시 100% 지방자치를 위해서도, 또 자신들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강화를 환영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안 추진을 명분으로 순차개헌을 밀어붙일 경우 한국당은 정치적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데일리안 이종근 논설실장은 “지방분권 개헌안은 당장 지방선거의 가장 크고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를 한국당이 대놓고 반대한다면 개헌안은 막을 수 있다. 그럼 지방선거는 어떻게 될까. 그냥 무난히 지는 것이다.” 반대로 여권 입장에선 이만한 꽃놀이패가 없다. 지방분권 개헌안이 설사 좌절돼도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고, 개헌안까지 성사된다면 ‘꿩 먹고 알 먹고’가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정기남 정치리더십센터장은 “문 대통령으로선 지방분권 개헌 카드를 갖고 선거 이니셔티브를 분명히 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그렇다고 국민의당이 반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방 분권을 바라는 지역 유권자의 기대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차명진 한국당 부천소사당협위원장은 여권의 지방분권 개헌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째, 여당의 선거 전략은 지방선거 직전까지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야당 몰이에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으로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둘째,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내년 초쯤 또다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보 문제가 선거의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어 개헌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국당이 절충안을 통해 여권의 지방분권 개헌안 공세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선거 전에 지방분권 개헌 핵심 내용에 대해 합의를 해주되 개헌 추진은 지방선거가 끝난 일정 시점을 약속하고 선거에 임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허들을 넘어선다고 해도 개헌의 앞날엔 더 큰 장애물이 놓여 있다. 가장 큰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문제다.

정치적 빅딜로 개헌 돌파구 열까

국회 개헌특위는 12월 6일 전체회의에서 2017년 1월 특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 문제를 논의했다. 예상대로 여야 간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했다. 책임정치가 가능하고, 정부의 예산 편성권 등을 국회로 넘겨 대통령 권한을 축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8년으로 연장하는 개악”이라고 질타했다. 대신 외치(外治)를 맡는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고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총리는 국회가 선출하는 분권형 정부 형태인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주장했다. 여야는 여론전도 적극 구사했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선호도가 가장 높은 점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헌법학자와 정치학자 등으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11명 중 7명이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고 있음을 내세웠다.

사실 아전인수처럼 진행된 여론전마냥 권력구조 형태도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력을 잡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당 지지율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계속해서 대선을 통한 정권획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대통령제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야당으로선 권력을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합종연횡을 통해 집권세력이 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개헌을 가능케 하는 방안은 정치적 대타협, ‘빅딜’뿐이다. 여야가 주고받기를 통해 서로가 가장 원하는 것을 나눌 수밖에 없다. 이미 문 대통령이 이런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다. 지난 5월 청와대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지금으로선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개헌 과정에서 선거구제가 제대로 개편되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 가능하다”고 밝혔던 것.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강하게 요구해왔던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연동형으로 선거제도를 바꿀 경우 대통령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빅딜 과정에서 권력구조 형태뿐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용 등 다른 쟁점들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치적 타협을 ‘패배’로 여기는 우리 정치 풍토와 강경론이 득세하는 진영정치가 똬리를 튼 우리 국회 현실에서 빅딜은 희망 사항으로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찮다. 하지만 국민이 ‘촛불민심’이 만들어준 개헌의 호기를 이번마저 걷어찰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 탓에 결국 여야가 접점 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또한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jwhn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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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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