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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정계개편의 계절… 與野 정치 지도자의 ‘생존지도’ 

겉으론 웃지만 생사 걸린 시소게임 

박성현·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6·13 지방선거는 예비 대선주자에게는 무덤? ‘빅5’(추미애, 홍준표, 김무성, 안철수, 유승민) 중 적어도 두 명은 생존게임에서 탈락할 수도

▎6·13 지방선거를 이끌 여·야 지도자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왼쪽부터). / 사진:연합뉴스
2018년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19대 대선이 만든 정치질서를 리셋(Reset)하는 정초선거(定礎選擧: 주춧돌을 놓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더 키우느냐, 야권이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 힘의 균형점을 찾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서 그렇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여당 절대 우위 구도에 파열구를 내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로 지방선거를 활용하고자 한다. 지방선거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반면 여권은 촛불민심과 적폐척결의 동력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더욱 굳히는 선거로 이끌고자 한다. 대선에 버금가는 총력 동원 체제를 가동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정국의 열쇠를 쥔 여권에서는 새해 개헌론 점화와 함께 지역 분권적 차원에서 지방선거 승리에 집착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승리 의지가 민주당 못지않게 청와대 핵심에서도 강하다는 것이다. 압도적 승리를 통해 국면을 확고히 틀어쥐어야 한다는 결의랄까 각오가 물씬 풍긴다.

야권은 자유한국당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일정한 선을 그은 채 양자 대결구도 창출에 안간힘을 쏟을 전망이다. 그러자면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관건이다. 정책 연대를 성사시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연대, 나아가 통합까지 포함하는 제3지대 구축에 당운을 건다는 방침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뜨는 정당과 지는 정당이 있을 것이고, 각 정당 지도자의 운명도 갈리게 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 제3지대 구축이 절실한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중 최후에 웃는 사람은 누굴까?

추미애 | 여성 총리 기회 얻거나, 치명적 내상 입을 수도 -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열어둔 채 여러 가지 ‘밑그림’ 준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8월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선 의원이다. 5선 모두 지역구, 서울 광진을에서 이뤘다. 여성으로 헌정 사상 첫 지역구 5선 의원의 기록은 추 대표의 몫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 대표는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감독(당 대표)으로 선거를 지휘할 수도 있고, 선수로 직접 뛸 수도 있다. 추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선수로 뛴다는 것은 박원순 현 시장이 3선 연임을 포기한다는 전제하의 얘기다. 감독으로서 팀(민주당)을 승리로 이끈다면 승장(勝將)의 칭송을 받는다. 승장에겐 전리품을 누릴 권리가 주어진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강화로 이어진다. 조기 레임덕과 국정운영 동력 강화의 갈림길에서 추 대표가 결정적 공을 세운다면 그에 상응하는 상이 기다린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7석의 광역단체장 중 9석을 차지했다. 정치권에서는 9대 8(새누리당)의 스코어를 양측의 무승부로 평가했다. 따라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기준은 최소한 두 자릿수 확보를 의미한다.

총리에 이어 대선주자로 올라설까

추 대표는 2016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8년 8월까지다. 지방선거 승리 후 여흥을 만끽하다 입각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같은 당의 여성 의원인 김현미 3선 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김상희 3선 의원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 부위원장(장관급)으로 발탁된 것도 추 대표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다.

역대로 여당 대표들이 내각에 참여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노무현 정권 때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동영 현 국민의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역시 당 의장이던 정세균 현 국회의장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두 사람은 입각을 통해 행정 경험을 쌓으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정동영 전 장관은 2007년 대선에 출마했고, 정세균 전 장관은 2016년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최대치로는 ‘제2의 한명숙’을 그려볼 수 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2000년 제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초대 여성부 장관(2001~2003년), 환경부 장관(2003~2004년)에 이어 2006년 제37대 국무총리에 올랐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정부는 민심 수습과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소폭 개각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와 무관하게 총리 이하 장관 다수를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때 추 대표에게 방점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추 대표가 한 전 총리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면 이는 곧 대선주자급 격상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 등을 감안하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그러나 선거까지는 반년이나 남았다. 어떤 복병이 비수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판을 헝클어뜨릴지 모른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큰 복병으로 북핵 위협을 꼽는다. 민주당 출신의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 문재인 패싱 논란이 인다면 현 정권의 안보 정책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빠짐과 동시에 보수적 안보 정책을 펴는 야당의 대안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입법의 지지부진, 개헌 찬반 투표 불발 등이 겹친다면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함께 숨죽이고 있는 보수 표심이 결집하면 지방선거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유한국당의 바람대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추 대표도 깊은 내상(內傷)을 피하기 어렵다. 스포츠에서 감독이 패배의 책임을 지듯 선거에서는 당 지도부, 특히 당 대표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한다면 추 대표가 임기 종료를 두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사퇴해야 하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만큼 지방선거 후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볼 만한 현역 정치인은 많지 않다. 승리할 경우 감독이든 선수든 많은 것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패한다면 정치적 입지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고, 나아가 2020년 총선 출마 여부도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홍준표 | 무주공산 자유한국당의 원톱을 향한 집념 - ‘산토끼 전략’ 통해 중도로 외연 확장 의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이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늘이 이 홍준표 청문회인가?”

1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농담조로 이런 말을 툭 던졌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초 이날 의총은 김무성 의원 등의 복당 조치에 반발한 친박계가 소집을 요구해 열렸다. 지도부의 오프닝 멘트만 언론에 공개되고 의원들의 자유발언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보도진을 물린 뒤 발언권을 얻은 의원들은 측근 중심으로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며 홍 대표를 향해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 성토에는 초·재선 의원들도 가세하는 바람에 한때 아주 어색한 분위기가 돌기도 했다고 한다. 당무 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물갈이 추진, 지방선거 전략공천 확대, 바른정당 의원 복당 허용 등에서 누적된 불만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쭉 경청하던 홍 대표가 마무리 발언에 나서면서 농반진반(弄半眞半)조로 되받은 말이 바로 ‘홍준표 청문회’ 발언이었다고 한다.

의총이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지난 7월 당권을 잡은 홍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사당(私黨)화하려 든다는 불만이 일부의원 사이에서 팽배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가볍게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도마에 오른 홍 대표의 말에는 분명 뼈가 있었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홍 대표 견제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실제로 홍 대표의 당 운영을 독단적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거나 의향을 표했던 한선교·이주영·나경원 의원 등은 홍 대표의 사당화 저지를 출마의 한 명분으로 삼았다. 이주영 의원은 “당 대표의 사당화를 모두가 느끼고 있다”면서 “이걸 제대로 견제해야 진정한 통합과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고 공격했다.

한 달 뒤인 12월 13일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홍 대표는 반대파들을 상대로 짜릿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자신이 밀어준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인 홍문종·한선교 의원을 제치고 승리한 것이다. 김무성 의원 쪽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 탄핵 후 바른정당에 몸담았다가 다시 복당했다. 이번에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공동 지원을 받아 원내사령탑에 올라선 것이다. 친박계가 퇴조하고 친홍(親洪, 친홍준표), 비박(非朴) 연합세력이 당의 주도권을 장악했음을 확인하는 사건이다. 홍 대표도 기다렸다는 듯 “오늘부터는 친박계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언급했다.

“영남 잃고, 서울에서 선전 못하면 대표직 내놔야”

이로써 자유한국당의 투톱(당 대표, 원내대표) 모두 비박계로 채워졌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집토끼 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결과로 해석한다. 그는 7월 당 대표 취임 이후 모든 언행의 초점을 탄핵 이후 흩어진 우파 진영 결집에 뒀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을 좌파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가 보수 성향을 더 강화한 측면도 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보수의 심장부가 무너져서 와해되면 외연 확장도 무의미하다”며 “홍 대표가 보수 꼴통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외길로 간 건 달리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지금 홍 대표의 스탠스는 집권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지층 복원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영남이라는 확실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집토끼 전략이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결속에는 ‘집토끼 전략’이 특효지만 선거에서는 외연을 확장하는 ‘산토끼 전략’이 우선이다. 홍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 구상을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내부 혁신에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아가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로운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홍 대표 측은 “새해 들어서는 중도로 외연을 넓히고 외부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랜 세월 당을 지배해온 친박계가 장막 뒤로 물러난 이상 향후 당 운영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공과는 홍 대표에게 귀속된다. 당장 6·13 지방선거는 홍 대표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관문이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을 둔 광역자치단체(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인천) 6곳을 지켜내는 걸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도 “영남에서 잃고 서울에서 선전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며 “이 경우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책임정치의 마지막 절차”라고 강조했다. 여권도 엄청 공을 들이는 부산, 경남의 선거는 자유한국당에 간단치 않다는 전언이다. 행여 두 곳 중 하나라도 잃는다면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홍 대표 역시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문제는 그가 오랜 세월 꿈꿔온 ‘대구 정치’가 그의 정치 행로에 질곡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11월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달서병, 북을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었다”면서 “연말에 조직 개편을 할 때 당협위원장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와 친구들은 전부 대구에 있고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에서 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싶다”고 심경도 피력했다.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최대 10곳에 이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서울 송파을 재선거 등 격전지에 출마해 지방선거 바람몰이를 주도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며 “홍 대표가 보수의 안방인 대구로 물러선 상태에서 지방선거에 참패한다면 당 대표 퇴진, 나아가 정계은퇴와 같은 그보다 더한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금으로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서울·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당선자를 낸다면 그의 리더십은 날개를 단다. 전통 지지층 복원과 중도층 외연 확장이라는 공로도 그의 몫으로 돌려진다. 홍 대표는 임기가 종료되는 2019년 7월까지 임기를 채움은 물론, 구심점 공백 상태의 한국당의 대주주로 자리매김할 기회도 노려봄 직하다. 그가 5월 대선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다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국면에서 등판한 ‘원 포인트 릴리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마무리 투수’로 경기를 끌고 가는 뚝심을 보여줄지도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김무성 | 21대 총선, 20대 대선 향한 재기 기회 - 친박 좌장에서 자유한국당의 ‘킹메이커’로 변신?


▎바른정당을 탈당한 김무성 의원이 11월 9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했다.
2016년 4·13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둔 3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사무실에는 김 대표와 측근 의원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 측근 인사와 진영 의원 등 비박계가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던 시점이다. 여의도 정가는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의원들의 긴장감으로 터져나가는 듯했다. 웬일인지 이날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던 김 대표 측근들 얼굴이 약간 상기되기는 했지만 희색이 도는 듯 했다. 얼마 뒤 그 이유를 알았다. 김 대표와 측근 의원들 공천 소식이 전해졌다. 마라톤회의의 한 멤버가 최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철두철미한 김 대표 사람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12월 12일 김성태 원내대표의 당선은 ‘홍준표-김무성 연대’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김무성 의원이 보수의 본진 격인 자유한국당의 주류가 됐음을 확인하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 후 바른정당을 창당한 주역이다. 11월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다시 한국당에 복당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이라며 비토하는 기류가 엄연하다. 김 의원 자신도 당을 갈아탄 ‘원죄’로 인해 몸을 한껏 낮췄다가 홍준표 대표와 손잡고 친박계를 제압하면서 당 주류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이나 언론에서는 홍준표-김무성 연대를 ‘오월동주(吳越同舟)’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배를 탔지만 이해관계가 언젠가는 일그러진다는 뜻에서다. ‘독고다이(특공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홍 대표는 계보를 이룬 적이 없는 데 반해 ‘무대(무성 대장)’로 약칭되는 김 의원은 늘 무리의 수장 노릇에 익숙해 있다. 와해의 길로 접어든 친박계를 흡수하는 쪽이 당내 대세를 장악한다면 한때 친박의 좌장이라고 불린 김 의원이 세 확산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여의도 실세로 통했다. 2013년 9월 4일 자신이 주도한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첫 모임에는 100명이 넘는 의원을 끌어모았다. 2015년 7월 전당대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따르던 친박계를 누르고 당권 장악에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대통령의 홀대와 견제를 받았지만 ‘김무성 대세론’을 늘 몰고 다녔다.

그런 그가 고개를 숙이고 당으로 복귀한 건 ‘못 다 이룬 꿈’ 때문이라고 당 안팎에서는 바라본다. 만약 그렇다면 ‘산은 두 마리의 호랑이를 허락하지 않는다(一山不容二虎)’는 중국 속담이 말하듯 홍 대표와 김 의원은 언젠가는 당내 패권을 놓고 충돌할 관계라는 것이다. 두 사람 관계는 6·13 지방선거가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공천 주도권을 놓고 다투거나 선거 후 책임론으로 운명이 갈리는 경우가 그렇다.

김무성 에너지 방전되지 않았을까

지방선거의 판세 예측에서 자유한국당은 늘 불리하다. 특히 지지율 격차가 심한 서울 등 수도권은 인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을 것이라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측했다. 설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구조적으로 환골탈태하기 어려운 탓에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사들을 수혈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A급 인재들을 여당이 독식하는 가운데 야당은 B, C급 인재들로 선거를 치러야 하기에 구도와는 물론 인물 대결에서도 밀리는 악순환에 보수 진영이 빠져든다는 주장이다.

그래서일까? 여의도 증권가와 국회 주변에서는 ‘자유한국당의 패배’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가 나돈다. 예컨대 ‘선거 책임을 진 홍 대표 사퇴-김성태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김무성 의원 신주류 등극’ 가설이 대표적이다. 또 비대위를 통해 당권을 접수한 김 의원을 위시한 복당파 22명이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거나 이어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배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친박계의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것도 내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가 물러설 경우의 대안으로 자신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풀이했다.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도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김 의원 측이 당권을 장악해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려 들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2022년 대선의 ‘킹’ 혹은 적어도 ‘킹메이커’를 겨냥할지도 모른다고 서 원장은 덧붙였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김 의원의 정치적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옥새 파동(김 의원이 당의 도장을 갖고 잠적해 공천장에 낙인을 찍지 못한 사건)’은 친박계의 공천 전횡과 함께 새누리당 민심 이반을 부른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는 게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지적이다. 황 평론가는 “옥새 파동을 기억하는 보수층 중에는 요즘도 김 의원에 대한 심한 반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향후 그의 입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 호남 의원과 갈라서도 유승민 손은 놓지 않는다 - “친(親)문재인 노선으로 가자는 건 국민의당의 출발점을 망각한 것”


▎12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제3당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제4당인 바른정당과의 선거 연대 및 통합에 정치적 명운을 건 듯하다. 그는 가는 곳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국민의당이 살 길”이라고 설파한다. 그가 바라는 지방선거 구도는 간명하다. 호남에서는 양자 구도(민주당-통합정당), 나머지 지역에서는 3자 구도(민주당-자유한국당-통합정당)가 국민의당에 가장 유리한 지형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맞선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 강도는 높아져간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안 대표의 바른정당과의 통합 행보에 대해 “헛것을 좇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국민들이 과연 국민의당에 얼마나 관심 있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통합의 당위성에 의문을 표했다. 심지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통합 논란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이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와 호남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반(反)통합파로 양분되는 기미마저 보인다. 따라서 갈수록 격화되는 당내 호남 의원들의 반발을 제압하면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이에 더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통합을 지향하는 그의 리더십에도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하겠다.

통합 반대파들의 주장은 일견 합리적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 세력 청산에 나섰기에 국민적 지지와 호응을 받는다. 국정지지율 70%, 민주당 지지율 50%에 육박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보다는 문재인 정부와의 견제, 협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적폐청산 주장까지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국민의당이 친(親)문재인 노선으로 가자는 건 국민의당 출발점을 망각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 인사는 “만약 문재인 정부에 협력하는 쪽으로 당을 이끌면 2중대 나아가 민주당과 합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양대 기득권 정당의 패권주의 구도에 굴복하고 복귀하는 결과로 이어져 최초의 ‘안철수 현상’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이 인사는 규정했다. 안 대표의 기본 정치 프레임은 양대 기득권 정당 구조의 혁파에 있으며 2010년 안철수 현상도 그런 국민적 여망의 분출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새 정치세력을 구축하는 게 중장기적 과제라는 말이다.

지방선거 목표는 20대 총선 정당투표 득표율(26.74%)

당내 호남 의원들 다수는 기득권 정당인 민주당에서 20대 총선 직전 떨어져 나와 국민의당에서 금배지를 단 인물들이다. 그들의 마음의 고향이랄까 정서적 배경은 민주당인 까닭에 안 대표나 국민의당 창당 정신과는 궤를 약간 달리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찬반 갈등도 여기서 연유한다. 안 대표의 이 측근 인사는 “안 대표가 갖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한 것도 기득권 정치를 타파할 제3정치세력을 보존하려는 고육책”이라고 풀이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외형적으로 통합을 추구하지만 내용면에서는 20대 총선 전 안 대표의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준 ‘자강노선’의 확장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과 성찰적 진보를 표방하는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같은 중도개혁정당으로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

이러다 국민의당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관측이 쏟아진다. 국민의당 39명 의원 중 통합 반대파는 대략 20~23명 선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탈당해 딴살림을 차리면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비교섭단체로 전략하고 탈당파들이 새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들의 탈당 가능성을 무릅쓰고서라도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각오라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는 안 대표의 존립 요건이자 다수 당원들의 여망과도 부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대, 통합이 주는 시너지 효과를 지방선거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현실적 고려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 측은 오는 지방선거의 1차 목표를 20대 총선 정당 투표 득표율(26.74%) 수준으로 잡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호남 광역단체장 선거의 선전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의 선결 과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한 안정화된 제3당으로 안착하는 것이라는 게 안 대표 측근의 설명이다.

지방선거의 표심이 안 대표 의중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약진, 정당득표율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은 호남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90%를 웃돌기도 해 안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총선과 같은 이변을 창출해낸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한다. “국민의 당은 호남에서 기회를 갖지 쉽지 않고, 영남에는 지분이 없어 결국 수도권과 충청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그런데 여권이 50%이상의 지지율을 달리는 마당에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좋은 후보를 발굴, 공천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호남의 정서가 친(親)민주당 일변도로 간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선거에 임박할 수록 안철수 정당을 키워 호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카드로 활용하는 심리가 확산되면 20대 총선과 같은 이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안 대표 측의 통찰이자 희망 사항이다.

유승민 | 안철수와 더불어 수도권 파란 일으킨다 - 통합 대상에 자유한국당 포괄하는 합의 이룰까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환골탈태하지 않는 보수는 미래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그가 얻은 득표수(220만 8771표)를 끝자리까지 다 외운다. 당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보태준 표여서 한 표, 한 표를 소중히 간직한다는 의미에서다. 또한 이들의 성원을 믿고 보수 혁신의 한길로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 220만 표는 전국에 두루 흩어져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지역구별로 당선자를 내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연대를 해야 한다. 지금은 그 대상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다.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당화, 인적 청산을 기치로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바른정당은 외견상 위기상황이다. 올해 1월 창당 당시 33명이던 의석이 두 차례에 걸친 소속 의원(22명)의 자유한국당 복귀로 11명으로까지 줄었다. 바른정당은 비교섭단체 정당으로 위상이 떨어졌다. 유 대표가 비교섭단체 의원으로 활동한 것도 처음이다. 그는 한때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보수 진영의 아이콘이었다. 그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한솥밥을 먹던 TK 의원들도 “보수의 플랫폼인 자유한국당으로 들어와서 야망을 구현하라”고 요청한다.

이에 유 대표는 반성하지 않고 극우로 치닫는 자유한국당에서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느니 판 자체를 크게 흔들어 보수 정치권을 재편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는 지난 10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보수가 대다수 중산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정책·정치·철학으로 완전히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지방선거 승리가) 힘들다”며 “대신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의 말처럼 두 정당의 선거 연대 및 통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호남 국회의원들의 이탈을 무릅쓰고서라도 바른정당과 한배를 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유 대표도 12월 14일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통합 논의로 질질 끌 수는 없다”면서 “완전한 통합까지 안 가고 협력 정도로 결론 날 수도 있는데 너무 오래 끌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실물정치에 능한 이들일수록 당 대 당 통합은 어렵다고 여기는 시각이 강하다. 각 당의 대선주자들의 야심이 합종연횡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이 자기 욕심을 내려놓아야 통합의 진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당의 얼굴이 대선주자다.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양당 내부에서는 연대 및 통합 논의가 실질적 성과를 낸다고 확신하는 기류가 강하다. 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그 이유로 좀 주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안·유 대표의 장점은 터무니없이 기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원래 정치권에는 선악의 행위를 측량하는 저울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안·유 두 대표간에는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깔려 있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양당은 연대 내지 통합이 성사된다면 새로운 정치의 플랫폼(통합정당)이 열리고 인재들이 몰리게 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지방선거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유 대표는 수도권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다. 안 대표는 호남의 지지를 자신한다. 유·안 대표의 결합은 수도권에서 이변을 가져올 조합이라고 양당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유 대표의 시선은 지방선거 너머를 향한다. 그는 공식 기록으로 남는 자료를 중시한다. 특히 출마 선언문, 국회 연설문 등은 그의 정치적 행보를 결정짓는 이정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그는 바른정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에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어 다음 대선에서는 개혁보수의 큰 길 위에서 하나가 된 보수, 새로 태어난 보수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10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는 “개혁보수의 큰길 위에서는 자유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통합의 길이 열려 있다”고 열린 자세를 취했다. 나아가 “가급적 총선 전에는 국민의 박수를 받는, 가치와 명분 있는 통합으로 보수가 단결해야 한다”며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은 유 대표의 기조를 못 미더워 유 대표와의 연대,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툰 통합론이 결국 자유한국당 세력과의 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바른정당이 선(先) 국민의당과 통합, 후(後)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로드맵을 논의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보수 세력 부활의 길을 열어준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키웠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100%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너무 심해 바른정당과 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해 연대, 통합 과정에 다소간의 진통이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 박성현·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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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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