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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진영의 PK 공략의 꿈과 박원순의 역할서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등 진보 진영 강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2년(이명박), 2006·2010년(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가 내리 3승을 쓸어 담은 곳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를 낸다면 충분히 승부를 기약해봄 직한 곳이라고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도 공감했다. 그는 “서울에서 자유한국당이 전의를 계속 키워 나갈지 의문”이라고 전제, “서울에서 민주당과 맞붙는 야당 세력이 누구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선거 연대 내지 통합에 성공한다면 뜻밖의 결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게 서 원장의 전망이다.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면 선거 지형이 크게 출렁이면서 일대 격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더불어민주당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불러 비공개 성과 평가작업을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워낙 고공행진을 하는 까닭에 ‘공천=당선’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지원자들이 속출한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내부 과열에 따른 집안싸움으로 번지지 않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하면서 흥행 효과는 극대화하는 쪽으로 국면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현재 민주당에서는 시장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 외에 박영선 의원(4선), 민병두·이인영·우상호 의원(3선), 신경민·전현희 의원(재선)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판론도 수그러지지 않는다. 지금은 경기지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때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내렸다.당초 박 시장의 무난한 공천이 점쳐졌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쟁은 ‘경남지사 선거 차출론’이 불거지면서 안개 기류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두 달 전 박 시장을 만나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 시장이 상대적으로 험지로 분류되는 경남에 출마해 대선주자로서 지역 기반을 다지고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친문 진영의 의중이 전달됐다고 알려졌다.한국 정치가 촛불집회-대통령 탄핵-5월 대선 같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점철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친문 진영의 최대 숙원은 지방선거에서의 PK 공략으로 압축됐으리라는 게 여권 소식통의 전언이다. 비록 쉽사리 집권에 성공하긴 했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주의 보루 기능을 했던 부산의 전통적 야성(野性)을 복원하는 작업은 PK에 뿌리를 둔 친문 진영의 필생의 과업이라는 것. 그래서 박 시장이 경남지사 선거에 나서 화력을 보태달라는 게 친문 진영의 바람일 수도 있다. 박 시장 차출론이 단지 찔러 보는 차원의 일회성 구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이 소식통의 해석이다.박 시장은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서울시장 3선 고지를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는 게 여권 내부의 관전평이다.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민병두 의원 측은 “그럼에도 박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강행한다면 친문 세력의 지지도 철회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 지지층이 돌아선다는 건 박 시장에게는 엄청난 고민이자 도전”이라고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이런 흐름이 여권 핵심의 지방선거 새판짜기 구상과 맞닿아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박영선 의원 등 경쟁자 그룹은 서울시장 경선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다. 추 대표나 박영선 의원의 경우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는 현실에서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주는 비교 우위와 프리미엄을 누릴 조건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어쨌든 박 시장의 경남지사 차출설이 공개리에 깔끔하게 정리, 해소되느냐의 문제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레이스 판도를 예측해보는 한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할까
민주당의 강세가 야권 연대의 촉매제?그 결정판이 안철수, 유승민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경우다. 안철수 대표는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이 요구하는 어떤 길이라도 가겠다”고 문을 열어 놓은 상태다. 안철수 차출론과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를 서울시장 선거라는 사지로 내몰려는 경쟁자들의 불순한 의도로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측근인 김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 당헌당규제개정위원회 간사는 “설령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선거일지라도 당을 위해서라면 출마까지 고려한다는 게 안 대표의 결의”라며 국민의당 활로 개척에 안 대표가 몸을 사리지 않을 태세임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유승민 의원은 각종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는 내 정치의 목표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거취를 고민하게 될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두 사람이 힘을 모은다면 여당 절대 우위 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안철수·유승민 후보는 서울에서 약 149만 명(22.72%)과 48만 명(7.26%)의 지지를 받았다. 안 후보는 137만 표를 얻는 데 그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0.78%)를 앞지르기도 했다. 안·유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약 30%에 달한다. 대안 세력의 등장을 바라는 서울 유권자들의 열망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야권으로서는 지방선거 바람몰이가 가능한 자양분인 셈이다.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은 “안철수·유승민 대표 중 한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남경필 경기지사와 발을 맞추면 수도권 제3세력의 바람을 일으킬 필요조건을 갖춘다”고 주장한다. “산술적으로 대한민국의 절반이 거주하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단일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정치혁명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양당 통합 내지 선거 연대에 반발하는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 바른정당 의원들의 이탈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게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수도권을 장악한 양당 연대의 파워가 이탈의 정치적 충격을 상쇄함과 동시에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여기에 자유한국당이 가세한다면 서울시장 선거 판도는 더욱 요동치게 된다. 정우택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과거 ‘야3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선거에 임박해서도 민주당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자유한국당도 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이와 관련해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안·유 두 대표 중한 사람이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면 시선을 집중시킬 수는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지난 대선에 나선 두 사람이 서울에서 얻는 표의 합계는 30% 정도다. 서울 시장 당선에 필요한 득표에 이를지는 현재로선 장담하지 못한다.” 그는 다만 “선거는 후보의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인물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구도, 인물 두 요소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