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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카운트다운 6·13 지방선거 기상도] 경기 | 서울과 또 다른 ‘민심의 풍향계’ 

여당의 압승일까, 남경필의 저력일까 

김태성 경인일보 기자 mrkim@keongin.com
넘쳐나는 여권 예비후보 중 이재명·전해철 ‘선두그룹’… 인물난 ‘고민’ 야권은 현 지사 이외에 마땅한 대안 못 찾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약 1026만 명, 전국 유권자 수의 24%)가 있는 경기도는 지방선거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팔도 사람이 다 모여 있는 지역인 만큼 경기지사 선거는 지역색에 따른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다. 진보 진영의 승리가 많았던 서울시장 선거와는 또 다른 양상이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선거 때마다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며,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무대가 됐다. 경기지사에 당선되면 곧바로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고, 실제 대권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인제·손학규· 김문수 전 지사와 남경필 현 지사가 그랬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권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민심의 풍향계로 통한다. 전국 전통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남 모란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 사진:김상선
6·13 지방선거도 예년과 비슷한 양상이 될 전망이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각 정당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물이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는 2017년 대선에 도전장을 냈던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대선급 경기지사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남 지사는 재선 도전을 굳히고 측근들과 재선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며, 12년 만에 경기지사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TV 예능프로그램 출현 등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친문재인계 실세로 분류되는 전해철 경기도당위원장 등이 출발선에 섰다.

민선 6기 경기지사 선거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을 정도로 전투가 치열했다.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252만4981표(50.43%)를 얻었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는 248만1824표(49.56%)를 기록했다. 득표율이 1%포인트도 차이 나지 않는 초접전이었다. 민주당은 김진표 후보가 중도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경기지사는 민선 2기 임창열 전 경기지사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당선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인제 전 지사(당시 민자당)는 초대 민선 경기지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2만3069표(29.6%)에 그친 민주당의 장경우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26만4914표(40.56%)를 획득해 당선됐다.

98년에 치러진 민선 2기 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임창열 후보가 지사직에 올랐다. 임 전 지사는 154만9189표를 얻어 130만3340표를 기록한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를 24만여 표차로 따돌리고 54.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임창열 제외하면 모두 보수 진영의 승리


▎2014년 10월 22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관련 긴급현안 보고를 위해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남경필 경기지사 뒤로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민선 3기 선거에는 직전 선거에서 낙선한 손학규 후보가 재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국 당선됐다. 손 전 지사는 당시 174만4291표(58.37%)를 획득해 107만5023표(35.98%)를 얻는 데 그친 새천년민주당 진념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고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수 진영 롱런의 초석을 다졌다.

민선 4기 선거에는 부천 소사 3선 의원 출신의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등판,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에게 압승을 거뒀다. 당시 진 후보는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었지만, 결과는 보수 결집에 따른 한나라당의 완승이었다. 김 전 지사는 218만1677표(59.68%)를 기록한 반면, 진 후보는 112만4317표(30.75%)를 얻는 데 그쳤다.

김 전 지사는 민선 5기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했다. 야권에서는 김진표·유시민·심상정 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보수 진영의 교체를 목표로 사실상 단일화에 합의, ‘김문수 대 유시민’의 대결이 펼쳐졌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연임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김 전 지사가 227만1492표(52.2%)를 기록해 207만9892표(47.79%)를 얻은 유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민선 6기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대선 출마를 이유로 도지사 선거 출마를 포기한 김 전 지사 대신 ‘남경필 카드’를 빼 들었다.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해 소장파로 이름을 날렸던 5선 의원 출신의 남 후보가 경기지사에 출마할 것을 예상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수원의 아들’로 불린 남 지사는 경복고 선배이자 같은 수원을 지역구로 둔 김진표 의원을 눌렀다.

6·13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 큰 의미로 다가온다. 촛불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이제는 야당으로 밀려난 보수 정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는 수성을, 진보는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경기지사 선거는 매번 졌다. 당내 유력 인사들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낙선하며 향후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추진 동력을 잃었다”며 “경기도는 우리에게 애증의 땅이다. 이번만은 경기지사를 탈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는 “지금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보수 진영이 나뉘어 있지만 선거 전에 어떻게든 하나가 되지 않겠나. 다른 선거는 몰라도 지방선거는 조직력”이라며 “보수 통합을 통해 이 같은 조직력이 살아날 것이다. 서울은 인물(출마 후보군)도 없고 보수에 어려운 만큼 경기도 수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권주자로 부각됐던 현 기초단체장과 정권교체 주역들이 경기지사 도전에 나서면서 예비전(戰)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남경필 현 지사의 재선 도전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맞춤형 도전자를 찾고 있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경선룰을 짤지도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의 여론과 대통령 지지도라면 당내에서 거론되는 어떤 후보가 나가도 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與, 인지도와 조직력의 대결


▎2017년 2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병국 의원(오른쪽)과 유승민 의원이 자리에 앉고 있다. / 사진:김현동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이재명 성남시장일지도 모른다.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40%가 넘는 지지율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며 복지정책 등을 강행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장은 남경필 경기지사와 청년정책·버스준공영제 등 경기 도내 현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남 지사 역시 이재명 시장을 가장 유력한 상대로 보고 선거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시장이 대중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세몰이를 하고 있다면, 전해철 경기도당 위원장은 내부 조직을 두텁게 다지는 등 내실을 기하고 있다. 대표적 친노이자 친문계 인사인 전 위원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87년 사법시험을 통과해 민변 언론위원장을 지냈다.

전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현재 경기도에서 조직력만 놓고 보면 전 위원장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도당위원장으로 도당 장악을 마쳤고, 당의 지역 행사에도 빼놓지 않고 얼굴을 비치는 등 발품을 팔고 있다. 아직은 인지도 면에서 이 시장에겐 떨어지지만, 친문계를 중심으로 지원이 시작되면 인지도와 지지도 모두 급상승할 것으로 전 의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전해철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 노무현 시대의 국가 균형발전 철학을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으로 완성할 적임자”라며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확장성 있는 후보만이 본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과 전 의원의 경기지사 당내 경선 경쟁은 외곽 조직에서 이미 시작됐다.

이 시장은 이미 경기도 내 31개 시·군 조직 구축을 완료했다. 전 의원이 18·19대 대선캠프에서 경기도 조직을 사실상 총괄했고, 경기도당위원장에 출마할 당시에도 이 조직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선 때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시장을 지지했던 ‘손가락혁명군(손혁)’에다 교수 등 전문가, 현직 시·도의원, 지방선거 출마자, 일반 시민 등이 중심이다.

구체적인 출마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않지만 오산시에 지역구를 둔 4선 중진 안민석 의원도 민주당 내 후보군으로 꼽힌다. 안 의원은 최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당 주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섣불리 도전장을 내지 못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밖에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중에는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도전 의사를 표명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양 시장은 ‘광명동굴’ 등의 성공을 통해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판세를 종합해 보면 경기지사 후보군은 다여일야(多與一野)로 분석된다. 여권은 후보가 넘쳐나는 반면, 야권은 남경필 현 지사 외엔 두드러진 후보군이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경필 지사를 대체할 인물을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여론이나 지역 정가의 동요는 없는 상태다.

남 지사는 친박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버스준공영제 등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 같은 지지 확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경인일보 사회부·정치부 기자 출신인 남 지사는 수원에서만 5선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수원을 대표하는 경기 남부권에서는 ‘수원의 아들’로 불리며 굳건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다. 게다가 경기 동북부는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어서 남 지사는 지방선거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野, 南 대체재 찾을 수 있을까


▎2016년 10월 1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전해철 의원(왼쪽)이 김경수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선 6기 임기 말 연정 등 새로운 정치 실험의 완성, 공유경제·4차 산업혁명 육성 등에 욕심을 내고 있다. 남 지사의 한 측근은 “남 지사에게 경기지사 재선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며 “보수의 미래 지도자이면서 개혁과 혁신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게 남 지사의 장점이다. 이미 지난 4년간의 도정을 통해 행정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달아 터진 가족 리스크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특히 장남의 마약 투약 사건 등은 씻을 수 없는 약점이 됐다. 남 지사는 이를 숨기기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아버지로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모습을 통해 이를 정면돌파해 가고 있다.

보수 진영 내에 경쟁자는 없지만 견제자가 있다. 바로 홍준표 대표다. 홍 대표는 남 지사를 ‘배신자’로 낙인 찍고 경기 지사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출마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통합전대와 제3지대 창당을 주장한 남경필 지사를 겨냥해 ‘자유한국당 복당 불가’를 밝히며 남 지사와 각을 세운 홍 대표는 “경기도의 자존심을 살려줄 사람과 접촉하고 있다. 경기도 출신의 파이터”라며 지방선거를 겨냥해 인물 영입에 나선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서 남 지사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MB)계 인사들이다. 친박 청산에 나선 만큼 MB계 인물들이 다시 주목받는 셈이다.

이 가운데 임태희 한경대 총장은 성남 출신으로 관료로 출발해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정·관계의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영통과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최근 한경대 총장에 선임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이후 임 총장이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출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도 홍 대표가 낙점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끈다. 최 전 장관은 화성 출신으로 금융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재무관료로 분류되며,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냈다. 2005년에는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선출된 경력도 있다. 그러나 최 전 장관을 잘 안다는 한 경제계 인사는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소질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현재 공인회계사회 회장직을 만족스럽게 수행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원유철·홍문종 의원 등도 거론되지만 친박 색채가 강해 지방선거 출마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초단체장 중에는 현재 3선인 이석우 남양주 시장 등이 출마를 타진 중이다. 남 지사가 소속된 바른정당에서는 초대 대표를 지낸 5선의 정병국 의원(여주-양평)의 재도전도 예상된다. 그는 남 지사와 절친한 사이로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서 남 지사에게 석패했다. 국민의당에서는 경기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른다.

정의당에서는 역시 경기지사 출마 경험이 있는 심상정 의원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원직을 버려가면서까지 출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김태성 경인일보 기자 mrkim@keongin.com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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