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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트럼프 미 대통령, 예루살렘 수도 선언의 정치학 

중동 문제 이스라엘에 넘기고 북핵 봉쇄에 전념할 의지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2020년 대선 승리 발판 마련 후 6년간 북한 옥죄기 나설 것…미국인들은 집행 능력과 의지에서 트럼프 높이 평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美)나 멋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전신(全身)거울을 구비하길 권한다. 얼굴, 상체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몸 전부를 볼 수 있는 거울이다. 옷에 무게중심을 두는 부분 패션이 아니라, 헤어스타일·몸매·셔츠·혁대·구두 심지어 양말까지 고려한 전체적인 스타일이다. 전신거울을 보면서 제 3자의 눈으로 스스로의 스타일을 연출해낼 수 있다. 고급 브랜드나 성형은 패션 달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스타일은 다르다. 돈이나 외모가 아니다. 높은 코에 칼 같은 턱, 날씬한 몸매가 아니어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다. 따로 국밥이 아니라 부분을 연결해 하나로 이어주는, 나만의 분위기 연출이다. 패션모델은 있지만, 스타일 모델은 없다. 외형·총론·객관에 그치는 것이 패션, 내면·각론·주관으로 표현하는 것이 독자적 스타일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무대는 브랜드로 도배한 패션 달인들의 경연장처럼 느껴진다. 자신만의 분위기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타일리스트는 극히 드물다. 전신거울은 붕어빵의 좁은 눈을 크게 깊게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도구다. 스타일이 아닌 패션으로 승부하는 세계관은 엔터테인먼트 영역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하는 한국 내 분석이나 평가도 그중 하나다. 독불장군, 막말, 인종차별 대통령쯤으로 해석된다고 할까. 필자가 보기엔 붕어빵 세계관이다.

사실 남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쉬운 것도 없다. 직접 판단하기보다 남에게 들은 간접적인 정보로 폄하하기는 한층 쉽다. 책임질 이유도 없고, 내가 위에 올라서서 단죄할 자격을 너무도 쉽게 획득할 수 있다. 21세기 소셜네트워킹 시대는 나르시스트를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1인 셀카만이 아니라, 지구 아니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신문에 난 댓글을 보자. 기자나 필자의 글을 제대로 전부 읽은 뒤가 아니라, 단어나 문장 몇 개 대략 훑은 뒤의 일방적 매도가 대부분이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 같은 시대적 조류의 본보기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이 시대정신, 아니 요즘 유행하는 ‘집단지성’이 던지는 정당한 목소리처럼 여겨진다.

지난 12월초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수도로 발표했다. 미국 대사관 이전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라크 내 이슬람국(IS) 소탕 소식이 들리더니, 곧이어 팔레스타인 데모행렬이 텔레비전 핫뉴스로 떠오른다. 중동, 이슬람 전 지역을 비롯해 서방 대부분이 트럼프의 선언에 반대한다. 언뜻 보면, 전 세계가 트럼프에 반대하는 듯하다. 이슬람권에 의한 제2의 9·11테러, 이스라엘과 이슬람권과의 전쟁 발발에 대한 소문도 들린다. 유대인 사위를 둔 트럼프 때문에 전 세계가 고생하고 엄청난 재난이 터질 것이란 식의 얘기다. 한국의 집단지성도 같은 맥락에서, ‘독불장군 막말 대통령’의 미친 짓 정도로 바라본다.

예루살렘 수도선언과 이란 그리고 북한


▎지난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 핵이 체제 안정이 아닌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진:연합뉴스
글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트럼프가 악당, 무식쟁이, 인종차별주의자인지 여부는 필자의 관심 밖이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남의 나라 대통령을 단죄할 선거권, 탄핵권도 없다. 인터넷으로 험담을 늘어놔봤자 시간낭비일 뿐이다. 트럼프 선언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관심이 전부다. 플러스·마이너스·곱셈·나눗셈의 현실적 분석이다. 사실, 트럼프 선언은 한국의 북핵 문제로 직접 연결되는 도화선이기도 하다. 비난에 올인하는 붕어빵 세계관이 아닌, 현실에 기초한 총체적 상황 분석으로 주판알을 튕겨보자.

트럼프 선언을 들었을 때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2009년 이래 지금까지 총리로 재임 중인, 민주주의 내각제 아래서 유례가 없는 장기집권 지도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처럼, 실각한 뒤 2차 장기집권에 들어선, ‘실패의 성공학’의 모델에 해당되는 정치가다. 트럼프 선언의 최대 수혜자는 네타냐후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을 세운 왕 다윗이 결정한 수도, 즉 유대인의 성지다. 유대 보수계를 대표하는 강경파 총리 네타냐후의 자존심을 세워준 동시에, 당분간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명분이 된 셈이다.

잘 알려진 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가 가장 싫어한 미국 대통령이다.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불화의 가장 큰 이유는 이란 문제다. 과거는 물론 지금도, 이란의 핵개발이 초읽기에 들어서 있다고 이스라엘은 분석한다. 공습으로 핵개발 시설을 초토화시키자는 것이 네타냐후의 생각이다. 군사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과 미국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가진 글로벌 차원의 군사 지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그 유명한 1976년 우간다 엔테베 인질 구출작전은 대표적인 증거다. 미국의 정찰위성과 첨단 군사장비 덕분에 기적처럼 성공한 전격 기습작전이다.

구출작전의 총책임자는 네타냐후의 형, 요나탄 대령이다. 이스라엘 인질 102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특공대원 중 요나탄만이 전사한다. 가장 앞에서 작전을 지휘하다가 전사한 것이다. 당시 동생 네타냐후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형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이스라엘 정치무대에 나선다. 엔테베 인질 구출작전이야말로 네타냐후 정치 인생의 출발점이다. 엔테베 작전처럼, 전광석화 기습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 네타냐후의 결의다. 40여 년 전처럼 미국의 지원을 요청, 요구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네타냐후의 요청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란 핵개발이 가까워지면서 네타냐후의 워싱턴행이 이어지지만, 오바마는 대화와 평화를 통한 해결에 올인한다. 그 결과가 2016년 1월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 중 이란과의 협약을 무효화하고 다시 경제제재에 나서겠다고 공약한다. 쿠바에 대한 교류 금지 복구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다. 취임 후 전부 그대로 실천한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의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첫째, 현재 예루살렘 서쪽에 국한된 이스라엘 영토를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동쪽 예루살렘으로 확장시켜 줄 근거가 될 것이다. 5년 전 예루살렘에 들른 적이 있지만, 팔레스타인 지배의 동쪽 예루살렘도 땅따먹기 식으로 야금야금 이스라엘 영토 속에 편입해 나가는 것이 네타냐후의 정책이다. 오버마가 네타냐후를 비난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스라엘의 불법 영토 확장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예루살렘 출입도 사람 키의 두 배가 넘는 철책을 통해, 마치 미로찾기처럼 빙 둘러서 장시간 돌아가도록 통제하고 있다. 1㎞ 앞의 목적지에 가고자 각종 검문소를 통해 수십㎞를 배회해야 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처절한 현실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원척적으로 예루살렘 땅에서 분리시키겠다는 것이 유대 보수계의 생각이다.

이스라엘, 미국 위해 이란을 공격?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은 중동 지역 팔레스타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네타냐후는 ‘양분되지 않은 예루살렘(Undivided Jerusalem)’을 국시로 정한 상태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다윗의 땅을 전부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통합 의지는 한국의 통일 열기를 뛰어넘는, 구체적이고도 군사적이며 일방적이다. 대화, 평화 같은 논리나 주장이 들어설 수 없는, 무조건적이고도 비타협적인 결의다. 따라서 조만간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통합 군사작전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나아가 주변 이슬람권과의 무력 충돌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선언은 그 같은 예루살렘 통합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된다.

둘째, 이스라엘을 통한 이란 공격 가능성이다. 한반도와 북핵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이란이 핵개발에 적극 나설 경우 이스라엘을 통해 컨트롤하겠다는 의도와 의지가 트럼프 선언에 포함돼 있다.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과 주변 이슬람권과 무력 충돌에 들어설 경우 미국의 지지와 지원은 필수 필연적이다. 트럼프 선언은 중립적 차원이 아니라 이스라엘 일방적 지지를 의미한다. 앞으로 전쟁이 터질 경우, 무기나 장비 나아가 첨단 시설의 제공도 약속했다고 보면 된다. 이 같은 흐름은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지원·지지가 따라주는 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란을 철저히 제압할 수 있다.

이슬람권의 현황을 보면 내심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원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이란을 이스라엘보다 더 증오한다. 이란 공격은 이란 핵개발 중단만이 아닌, 이슬람권 내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이집트 사이의 기묘한 관계는 바로 그 증거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무력 개입의 선두에 설 운명이다. 미국을 위한 해결사인 동시에, 국익에 충실한 행동이기도 하다.

셋째, 이스라엘을 통한 이란에 대한 경고는 북핵 문제로 직결된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다시 핵개발 위협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을 통해 제압하고, 북핵은 일본과 함께 미국이 통제하는 식이다.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를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이 팔레스타인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다.

예루살렘 수도 선언과 미국대사관 이전은 이란 지도부는 물론, 북한 김정은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핵에 대한 트럼프의 단호한 의지와 결의는 앞으로 한층 더 커질 것이다. 이슬람권이 9·11과 같은 반미 테러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필자는 달리 본다. 2001년 9·11 때와 달리, 미국은 자기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슬람권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들어가 대규모 테러를 할 여지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자금·네트워크·정보 모두가 차단됐다.

필자가 미국은행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연


▎2012년 유엔총회 연설 도중 이란 핵 개발 관련 레드 라인을 긋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사진캡처·유엔웹티비
필자의 경험이지만, 지난달 미국은행에서 발급받은 카드가 갑자기 중단됐다. 이유를 알아보니까, 터키에서 비행기 호텔을 예약하는 동안 미국 연방정부정보국(FBI)이 카드 사용 자체를 완전 중단시켰다고 한다. 은행에 전화를 걸어 본인임을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은행 관계자는 필자의 거래와 본인 확인을 믿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FBI 기준에 따르면, 필자의 거래 행위가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 자신의 거래 내역이 아니라, 거래가 터키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같은 거래라도 프랑스에서 사용할 경우 괜찮다. 터키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이다. 미국 현지은행에 가서 직접 상담을 한 뒤, FBI에 서면보고를 하지 않는 한 블랙리스트 해제가 없다고 한다. 필자만이 아닌, 이슬람권에서 카드를 사용한 많은 미국인들이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고독한 늑대’에 의한 단독 테러는 있을 수 있다. 해외여행 중 납치되거나 살해되는 미국인도 있겠지만, 16년 전과 전혀 다른 방어망을 갖춘 철옹성 체제가 2018년의 미국이다.

부분이 아닌, 전신거울을 통해본 트럼프는 산전수전 다 겪은 용의주도한 정치가로 느껴진다. 입 밖으로 던져지는 말 한마디, 심야의 트위트, 과장에다 장난기까지 섞인 행동 하나하나가 2020년 재선으로 연결된다. 한국산 냉장고와 가전제품에 대한 폭탄 과세가 뉴스로 전해지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블루칼라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팔리는 가전제품의 대부분은 ‘미국 바깥에서 만들어진 것(Made in Out of USA)’이다. 외국산은 싸기도 하지만 성능도 좋다. 미국인은 비싼 인건비를 필요로 하는 가전제품의 대부분을 ‘너무도 당연하게’ 외국에 의존한다.

한국 제품에 폭탄세금이 붙는다 해도 결과가 미국 기업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중국·말레이시아로 선택권이 바뀔 뿐이다. 미국 기업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이 세금폭탄이다. 외국산 전자제품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블루칼라조차 미국산을 멀리한다. 그러나 심리적·정서적으로 보면 다르다. 반감을 갖고, 일자리도 뺏겼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들의 친구임을 자처한다.

트럼프의 상징인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는 미국인 제일주의(American First), 특히 도시 생활과 무관한 블루칼라 제일주의에 해당된다. 특히 이해관계에 따라 공화·민주를 선택하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통하는 펜실베이니아·뉴햄프셔·오하이오 블루칼라를 고려한 정책이 트럼프의 핵심 어젠다다. 간단히 말해 이들 세 개 주에서 트럼프가 이길 경우 2020년 대통령선거의 재선은 거의 확실하다.

뉴욕, 캘리포니아처럼 소수민족 이민자로 구성된 도심부가 아니라, 블루칼라 중심인 백인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다. 도심부는 뭐라고 해도 민주당 지지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에서, 클린턴 힐러리는 뉴햄프셔에서 승리했다. 당시 힐러리에 대한 미국 전체 일반유권자의 지지율은 48%다. 트럼프는 47%다. 그러나 선거인단에 의한 지지율은 트럼프가 클린턴을 압도했다. 당선 유무는 일반 유권자의 수가 아니라, 선거인단의 수로 결정된다. 스윙 스테이트 내 블루칼라 지역을 확실히 다질 경우, 비록 근소한 차이지만 이길 수 있다.

12월초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com)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평균 지지율이 39%라고 한다. 가장 높았던 것이 49%, 가장 낮았던 것이 35%다. 평균 50% 이상의 지지율을 누린 오바마가 본다면 새 발의 피 수준이지만, 필자는 달리 본다. 오바마는 한때 67% 지지율도 누렸지만, 40%로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트럼프는 지지율은 적지만, 오바마에 비교할 경우 부동의 열성 지지자를 가진 대통령이다. 물론 이들은 백인 블루칼라다. 트럼프는 이들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에 재선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 그렇다.

한국산 전자제품, 중국에 대한 경제 보복, 다국간 경제체제 반대, 히스패닉 노동자 추방, 이스라엘 지지를 통한 이슬람 배격 등 모든 것은 2020년 재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에 해당된다. 리버럴 미디어에서 난리를 치든 말든, 도심부에서 벗어난 블루칼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들이다. 이미 곳곳에서 들리지만,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힐러리 이후 민주당에서 보여주는 리더십 부재현상을 볼 때 트럼프의 단독 질주는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탄핵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지만, 미국 미디어에서 탄핵이란 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트럼프 재선과 북핵 문제


▎지난 8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핵·미사일 개발 관련 군중집회. / 사진캡처·조선중앙TV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북핵 문제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시간을 보내면서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재선될 경우의 4년을 포함해 앞으로 6년간에 걸쳐 북핵이 외교 이슈의 최첨단에 선다는 의미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한 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와 중국을 통한 북핵 정책에 주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외교정책조차도 조변석개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차기 한국 대통령으로 어느 당의 지도자가 될지에 따라 그 같은 정책지속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한국은 한 차례 변화를 가질 수 있지만, 미국은 일관된 정책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세상사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장기적 관점의 시각이 안정적이고 오래간다. 대박, 일확천금의 예에서 보듯 잠시 성공하는 듯해도 길게 보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인생과 역사의 철칙이다. 좌우충돌이 극단으로 흘러가고 있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운명이다.

부분거울로 트럼프를 보는 사람들은 북핵 문제에 대한 강경책도 ‘쇼’ 정도로 처리한다. 필자의 생각은 정반대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당선 뒤 선거공약을 그대로 착실히 지켜가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 트럼프는 다르다. 선거공약을 대부분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쿠바·이란·이스라엘에 대한 정책 변화는 대표적인 예다. 법인세 20%로의 인하는 가히 혁명적 발상이다. 21세기 전 세계 어디에서 법인세를 한순간 15%나 떨어뜨리는 나라는 없다.

트럼프에 비해 오바마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행능력과 의지라는 점에서 볼 때 두 사람을 대하는 국민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간단히 말해, 비록 지지자라 해도 오바마의 정책이 그대로 집행되고 성공하리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징적 의미는 갖지만, 실제 현실에 통용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트럼프는 어떨까? 결사반대자도 많지만, 던진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트럼프라고 믿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40%가 채 안 되는 지지율이지만, 원래 약속대로 실천할 것이라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결과가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일을 벌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전망이자 기대다.

북핵 문제도 그러하다. 북핵 절대 불인정,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는 트럼프의 북핵 정책의 기본이다. 통하지 않을 경우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의지다. 상황에 맞춰 표현만 달리할 뿐, 그 같은 기본전제는 트럼프 집권 2기에도 그대로 통용될 것이다. 트럼프의 그 같은 정책은 유엔·유럽·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에까지 통한다. 전 세계에서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거나 애매하게 답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전쟁은 호황기에 터지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 11월 홋카이도에서 발견된 북한 목선에 탄 선원들을 절도죄 혐의로 체포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 문제는 트럼프의 북핵 무력대응과 관련된 중요한 변수다. 간단히 말해 경제가 잘 풀리는 한 무력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리버럴 미디어가 게을리하는 부분이지만, 트럼프가 들어서면서 미국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경제순환의 결과라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트럼프가 들어서면서 주식이 급상승하고 실업률을 포함한 각종 경제지표가 상승세로 들어섰다. 역사의 교훈이자 증거지만, 결코 전쟁은 호황기에 벌어지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살아있는 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북핵 무력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긴장은 점점 더 도를 더해갈 것이다. 당장 눈앞의 평창 겨울올림픽이 문제다. 북한 참가 여부에 올인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지만, 미국 등 서방의 불참으로 한반도 긴장이 전 세계에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주식·부동산·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긴장은 북한만이 아닌 한국으로도 확장될 것이다.

글을 쓰는 순간, 표류 중 홋카이도(北海道)에 흘러온 북한 선원 전원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는 뉴스가 들린다. 표류 중 일본 내 무인도에 들어가 음식과 전자제품을 훔친 절도죄 혐의다. 일본 경찰은 체포에 나서기까지 무려 1주일을 소비했다. 필자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목선 표류 북한 선원은 앞으로 바다를 건너 밀려들지도 모를 대규모 탈북의 전조다. 정치적, 경제적 난민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절도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경찰 차원이 아니라, 외무성·총리관저·공안국·방위성 모두가 모여 내린 결론이다. 국제법상 형사범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될 수 없다. 한반도 유사시 바다를 통해 밀려들 수도 있을 북한 주민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일본은 결코 북한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다.

설마 하면서 버텨온 것이 한국전쟁 후 65년간의 궤적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신념과 이란 견제 등을 위해 한순간 팔레스타인을 버린 정치가다. 그런 트럼프가 앞으로 6년간 더 세계 지도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슬로건 같지만,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아닌 중국에 의지한다고 할 때 적어도 30년 뒤 어떤 모습의 나라가 돼 있을지에 대한 그림이 필요하다. 동맹국인 미국에 맞출 경우, 거기에 맞는 한 세대 뒤 청사진이 절실하다.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중국도 이미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내일 당장의 그림이 안 보인다. 전신거울은커녕 얼굴거울도 없는 것이 2018년 한국의 현실이다.

-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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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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