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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중국의 ‘일대일로’와 글로벌 스탠더드 

인류 평화 위해 세계 독재자들을 후원?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핵심 이익·자원 확보 노려 독재국가들과 밀월관계…민주화·인권 전혀 언급 안 하는 등 베이징 컨센서스 횡포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귀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자평화상(孔子平和賞)은 고대 중국 사상가 공자의 업적을 기념하고자 홍콩의 ‘중국국제평화연구센터’라는 단체가 제정한 상이다. 공자평화상은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권 변호사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공자평화상 제정에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제1회 공자평화상 주최 기관은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향토예술협회였다.

중국국제평화연구센터는 제2회부터 지금까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인물들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런데 역대 수상자 중에는 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아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최근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은 제5회와 6회 공자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었다. 이들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라는 비판을 들어온 국가 최고지도자였다.

게다가 제8회인 올해 수상자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로 선정됐다. 이 단체의 공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훈센 총리가 남중국해 평화에 공헌해 현대 인류 평화사에서 위대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훈센 총리는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에서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군사기지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 이익에 대한 공헌도를 공자평화상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훈센 총리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32년째 단독·공동 총리를 지내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최장기 독재자다. 올 65세인 훈센은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을 연장하려고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자신을 비판해온 신문사를 폐간시키는 등 철권통치를 강화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들어왔다. 훈센은 앞으로 10년을 더 집권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캄보디아 대법원은 지난 11월 16일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해산한다고 판결했다. 캄보디아 대법원은 또 CNRP 소속 정치인 118명의 정치 활동을 5년간 금지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이에 앞서 캄보디아 검찰은 지난 9월 켐소카 CNRP 대표를 반역죄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지난 10월 대법원에 CNRP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국가 전복의 음모를 꾸몄다면서 강제 해산을 청구했었다.

훈센 총리의 든든한 뒷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캄보디아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장이 집권 여당의 상임위원이자 훈센의 측근이라는 점으로 볼 때 예견됐었다. CNRP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44%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약진해 왔다. 당시 여당의 득표율은 51%였다. 훈센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도 재갈을 물리고 있다. 영자 신문인 [캄보디아데일리]는 630만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세금 철퇴를 맞은 후 지난 9월 문을 닫았다. 캄보디아 정부는 또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송출을 차단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국제인권단체 등은 훈센의 독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캄보디아 민주주의가 죽음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훈센은 미국에도 자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모든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켐 소카 대표 석방과 야당, 시민·사회단체, 언론의 적법한 활동 허용을 요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의 내년 총선 관리에 필요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캄보디아 경제 개발과 교육·보건 지원, 불발탄 제거 등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이에 대해 훈센은 “미국의 모든 형태 원조를 받지 않겠다”면서 “외국 원조를 받기 위해 몸을 굽히고 독립성과 주권을 잃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캄보디아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수출품목 중 70%를 차지하는 의류·신발류는 미국에 수출할 때 최빈국 일반특혜관세(GSP) 혜택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센이 미국에 정면대결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훈센은 지난 11월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미국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캄보디아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훈센의 독재 행보를 지켜보며 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선 그동안 훈센이 이끄는 캄보디아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확보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서 패소한 직후 캄보디아에 36억 위안(6243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동남아 각국에 대한 이른바 ‘수표책 외교(chequebook diplomacy)’에 적극 나서왔다. 수표책 외교는 중국이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자신의 국익을 관철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중국은 현재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50억 달러를 투입해왔는데 이는 캄보디아 전체 외국 투자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훈센의 야당 탄압 등 독재체제 강화를 외면해왔다. 최근 캄보디아를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항상 지지하는 훈센 총리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우리의 형제애는 강하고 어떤 외국세력도 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훈센을 비호해온 이유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에서 캄보디아가 전략적으로 자국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팔 이어 미국 옥시덴털대 교수는 “중국은 국익을 위해 민주화, 언론 자유, 인권 탄압 등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훈센이 중국의 비호 아래 앞으로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게 분명하다.

中, 소수 민족 학살하는 미얀마 군부도 옹호


▎최근 실각한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는 주민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국익을 최고의 가치로 앞세우면서 국제 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온 독재자들과 독재 정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독재자들과 독재정권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독재자들이 정권을 유지하거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까운 사례로는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한 미얀마 군부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을 만나 양국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를 ‘형제’라면서 양국간 우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일관되게 미얀마의 주권과 영토 수호를 존중하고, 미얀마 내부의 평화를 고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무슬림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인종 청소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국내 안정을 지지한다”면서 미얀마 군부를 편들었다.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지난 8월 경찰 초소를 습격하는 등 무력 투쟁을 벌이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소탕작전을 벌였다. 미얀마 군은 이 과정에서 무고한 로힝야 주민들을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3000여 명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우는가 하면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로힝야족 주민 62만여 명이 국경을 넘어 이웃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반군 소탕작전을 ‘인종 청소’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민들이 대부분 불교신자인 미얀마에선 영국 식민통치 시절 집중적으로 유입된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로 여겨 ‘벵갈리’(벵골 사람)라고 부른다.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도 금지해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 6일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제재 결의안 채택을 막았다.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편을 들고 있는 이유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얀마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특히 미얀마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로힝야족이 주로 거주하는 라카인주의 차우크퓨 산업단지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과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민주화 이후 현재의 미얀마 정부와는 친밀한 관계를 맺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국회의원의 4분의 1과 주요 장관 3명을 지명할 수 있고 경찰과 국경수비대를 관할하며 대기업 2곳도 지배한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군 통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수반이나 다름없다. 대외적으로 미얀마의 최고지도자는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임에도 불구하고 수치 자문역은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 시절 독재자였던 탄 슈웨 대통령의 후계그룹에 속했던 흘라잉은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으려 했으나 2015년 수치가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계획이 무산됐었다. 흘라잉은 202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보여 왔다. 시 주석이 미얀마의 대통령도 아닌 일개 군 총사령관을 직접 만난 것도 일종의 ‘심모원려(深謀遠慮)’라고 볼 수 있다.

25개 침실과 호수, 놀이공원이 딸린 거대한 저택 제공


▎2015년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왼쪽)과 만난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 사진캡처·노동신문
짐바브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00세까지 대통령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세계 최고령 독재자였던 무가베 전 대통령(93)이 지난 11월 21일 부인 그레이스의 대권 야심에 불만을 품은 군부 쿠데타로 자진 사임 형식으로 물러났다. 그레이스는 11월 6일 무가베가 제2인자인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75)을 해임시키자 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가 37년간 통치하는 동안 오른팔 역할을 해온 유력한 후계자였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와 함께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짐바브웨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숨지거나 사퇴하게 되면 부통령이 3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그레이스는 그동안 호시탐탐 부통령 자리를 노려왔다. 그레이스는 부통령이 될 경우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군부에는 콘스탄틴 치웬가 군 최고사령관 등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의 측근 세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치웬가 사령관 등은 그레이스가 자신들을 숙청하려는 의도를 보이자 11월 15일 쿠데타를 일으키고 무가베 부부를 가택 연금했다. 무가베는 1980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짐바브웨의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후 개헌을 통해 권력 체제를 대통령제로 바꾸고 임기를 연장하는 등 무려 37년간 장기 집권을 해왔다.

무가베가 그동안 야당을 탄압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독재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지원 덕분이었다. 중국은 독립전쟁부터 은밀하게 무가베가 이끌던 게릴라부대에 무기와 장비 및 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관계를 맺어왔다. 짐바브웨가 독립한 이후 중국은 무가베의 권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무가베에 대해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제재를 조치를 가했지만 중국은 아무런 제재도 취한 적이 없다. IMF가 1999년 디폴트를 선언한 짐바브웨에 대해 재정지원을 동결했을 때도 중국은 오히려 대규모 차관을 지원했다. 중국은 생일선물로 무가베에 25개 침실과 호수, 놀이공원 등이 딸린 거대한 저택을 지어주기도 했다.

중국이 무가베를 비호해온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짐바브웨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광물 자원 때문이었다. 국기에 광물 자원을 뜻하는 노란색을 쓸 정도인 짐바브웨에는 특히 ‘희소 금속’이라고 불리는 30여 종의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2위 생산량을 자랑하는 백금을 비롯해 크롬·석면·리튬 등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중국은 짐바브웨의 최대 투자국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짐바브웨의 128개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짐바브웨에서 일하는 중국인만 1만여 명이나 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무가베는 짐바브웨 민족 독립 및 해방운동을 위해 역사적인 공헌을 했고 오랜 기간 양국 우호에 힘을 기울인 인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음난가그와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특사를 보내는 등 짐바브웨 신·구 최고지도자 모두의 ‘뒷배’로 나서고 있다.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11월 29일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짐바브웨를 방문해 음난가그와를 만나 시 주석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발 빠른 행보를 볼 때 중국 정부가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사전에 짐바브웨 군부의 쿠데타 준비를 알고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쿠데타 1주일 전에 치웬가 사령관이 베이징을 방문해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음난가그와는 1960년대 중국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바 있고 2015년 중국의 위안화를 짐바브웨 법정화폐로 삼겠다고 제안하는 등 친(親)중국 성향의 인사라는 말을 들어왔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연구재단의 피나크 차크라바르티 연구원은 “중국은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보다 음난가그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선호해 쿠데타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음난가그와는 보안·재무·국방·법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고 하원 의장을 맡기도 했다. 무자비하고 과격하면서도 빈틈없는 성격과 태도로 짐바브웨 국민 사이에서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무가베에 이어 두 번째로 두려워하는 인물로 손꼽혀왔다. 1983년 무가베에 반대하는 짐바브웨의 2대 부족인 은데벨레족 2만 명을 학살한 사건에 관여하는 등 악명을 떨쳐왔다. 2008년에 발생한 야권 지지자 200여 명의 사망·실종 사건에도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포퓰리즘을 부추기다


▎중국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캄보디아 장기 집권 권력자 훈센 총리.
이런 점들을 볼 때 음난가그와도 무가베 못지않은 독재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음난가 그와의 취임에 미소를 짓고 있다. 음난가그와가 무가베보다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가베는 친중파이기는 했지만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 무가베가 짐바브웨에서 운영하는 외국기업 지분의 과반 이상을 짐바브웨 국민이 소유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한 것도 독점을 막으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반면 음난가그와는 민족주의적인 법을 없애고 광산 개발 등 경제성장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 정부는 음난가그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다고 말할 수 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며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중국이다. 베네수엘라의 외채 규모는 1500억 달러인 반면, 외환 보유고는 100억 달러를 밑돌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베네수엘라의 신용 등급을 ‘선택적 디폴트’ 상태로 강등했다. 재정 수입의 80~90%를 원유 수출 대금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2013년부터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식량 파동 등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다.

하지만 마두로는 의회를 해산시키고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100여 명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마두로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헌법적인 제헌의회를 구성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마두로는 현재 군부는 물론 사법권, 언론, 선거관리 기구까지 모두 통제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마두로와 베네수엘라 정부에 금융거래 금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유럽연합(EU)도 마두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는 내년 12월 실시될 대선을 3월로 앞당기는 등 재선에 도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2013년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 마두로는 그동안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마두로가 권력 강화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자신을 지원해 줄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80억 달러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의 빚에 대해 채무 조정을 해줄 방침이다.

중국은 차베스 재임시절부터 베네수엘라와 밀월 관계를 맺어왔다. 차베스는 남미의 급진좌파 대표이자 철저한 반미주의자였다. 14년간 장기 집권한 차베스는 오랜 암 투병 끝에 2013년 사망했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세계 1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독재자였던 차베스를 지지해왔다. 차베스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민들에게 주택·식량·교육을 공짜로 제공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고 이 때문에 국가 경제는 파탄이 났다.

마두로도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 경제는 더욱 더 수렁에 빠져들었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IMF는 올해의 인플레율이 2069%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34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생필품·의약품은 동이 났고 서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유아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고, 범죄가 기승을 부려 치안상태마저 최악이다. 국민들 중 상당수는 식량과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이웃 국가로 떠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짐바브웨처럼 베네수엘라의 신·구 대통령을 모두 후원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베네수엘라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로부터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김정은의 독재체제 한 번도 비판한 적 없어

중국은 그동안 자원 확보를 비롯해 영토 등 핵심이익의 보호, 지정학적 이득, 미국과의 패권 경쟁 등을 고려해 철저하게 독재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왔다. 실제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아프리카에서 수단·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 등과 중앙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및 아시아에서 이란·라오스, 중남미와 카리브해에서 볼리비아·쿠바 등이다. 물론 중국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자행해온 북한 김씨 왕조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해왔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하게 제재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김정은의 독재체제를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적도 없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과는 달리 공산당이 일당 독재 체제로 통치하는 국가다. 특히 중국에는 사상과 언론 및 표현, 결사의 자유가 없는 것은 물론 인권 존중도 없다. 3권 분립도 없으며 오로지 소수의 공산당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공산주의 체제의 본질은 전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제19차 당 대회에서 1인 독재 권력을 거머쥔 시 주석은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해 중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北京共識)’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권위주의 체제와 정부가 정치와 사회 및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모델을 뜻한다. 중국은 베이징 컨센서스가 다른 국가들의 발전모델이 되고 있는 것에 중국이 상당한 자부심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비(非)민주국가’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국제사회에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발전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선도국’이 되겠다는 야심까지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이 주창하는 ‘인류 공동 운명체’라는 슬로건은 중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중국식 모델을 따르라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 컨센서스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독재국가다. 서방 국가들은 베이징 컨센서스를 추종하는 국가가 대부분 국내 정치의 불안정, 내전, 인권 탄압, 경제적 실패, 극심한 빈곤 등의 ‘문제’가 있는 국가들이라고 비판한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독재국가들이나 거버넌스에 실패한 국가들을 계속 지원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 한때 전 세계에는 25개의 공산주의 국가가 존재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공산국가는 중국·베트남·라오스·북한·쿠바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이 비록 경제대국으로서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랐지만 공산주의 체제를 아무리 미화해도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체제를 따르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의 일등 국가가 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시 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려면, 중국은 다당제·직접선거·삼권분립 등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국의 정치체제부터 개혁하고 독재국가들의 후원자임을 더 이상 자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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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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