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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고령사회 진단 

“젊은 노년층 경제활동 주체로 활용해야” 

글 최경호·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정년 연장 문제 선결 후 노인 기준 높이는 방안 검토해야…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 의견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터

▎김상희 부위원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인정책,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비전과 로드맵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소사댁’ 김상희(63)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는 ‘한 지붕 두 어머니’ 시절이 있었다. 5년 전 시어머니를 모셔오면서 어머니가 두 분이 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이 젊은 시절부터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친정어머니가 살림과 육아를 맡아준 덕분이었다.

지난 10월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는 시어머니 한 분만 모시고 있지만 김 부위원장은 ‘한 지붕 두 어머니’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시어머니가 1928년생, 친정어머니가 1929년생으로 한 살 차이였어요. 친구처럼 잘 지내셨죠. 두 분이 손잡고 다니는 걸 보면서 주위에서 신기해 하더라고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시민사회 대표로 대통령 자문 지속 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 부위원장은 지난 9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만큼 실질적인 업무는 김 부위원장이 총괄한다. 월간중앙이 1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나 노령사회 대책과 문재인 정부의 4대 복합·혁신과제(일자리·저출산고령화사회·4차 산업혁명·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중 하나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비전 등을 들어봤다.

한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급속한 근대화·산업화로 평균수명이 45년 새 20세나 증가하는 등 장수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것이 한 원인이다. 1970년 61.9세이던 평균수명이 2014년에는 81.5세가 됐다. 그렇다고 고령사회가 장수 때문만은 아니다. 합계출산율이 1960년 6명에서 1983년 2.1명 이하로 감소했고, 현재는 1.17명까지 떨어졌다. 아이는 적게 낳고 의학의 발달 등으로 수명은 늘어나니까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도래해서 그렇지 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잘 적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견줘 어떤 수준인가?

“OECD 통계를 보자. 우리나라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노인 복지 지출이 1.8%(2012), 일본은 10.4%, 미국은 6.1%, 스웨덴은 9.4%다. 노인의 수명은 길어지는데 복지 혜택이 없으니 우리나라가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인 것이다. 기초연금이 2018년에 25만원으로 오르는데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은 후생연금과 1961년 도입한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있으며,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일자리다. 일본의 경우는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늘렸다. 독일은 공적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있는데 1970년대 초반부터 노년기 사회보장을 논의했고, 1972년 공적연금 가입대상을 확대했다. 건강 부문에서는 1955년 장기요양제도를 도입했고, 고용·일자리 영역에서는 ‘어젠다 2010’을 통해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도모했다. 이로써 정년제와 조기은퇴 정책을 폐지하는 등 고령자가 더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저출산고령화사회 문제다. 어떤 의미인가?

“저출산과 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생산인구가 줄고, 생산인구가 줄면서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늘었다. 예전처럼 노인을 보호·부양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활동함으로써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돌보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변할 때 어르신들도 어르신으로서의 삶을 살 수가 있다. 고령사회 문제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생산 가능 연령대 늦추면 경제문제 해결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어떤 기구이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결혼하고 출산하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그렇지 못 하는 데는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 낳고 기르기 편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비전이다. 노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정책이 한 부처에서만 나올 수는 없다. 여러 부처가 다 관여하게 되는데 우리 위원회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처가 잘 시행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공짜 지하철 논란이 일면서 현행 만 65세인 노인의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인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늘림으로써 혜택을 줄인다면 타격이 크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단지 건강하다는 이유로 노인 복지를 줄여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해 정년을 연장해서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뒤 노인의 기준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율이 높은 나라에서 무조건 복지 혜택을 줄인다면 문제가 커진다.”

국내에서는 노인문제 전문단체로 대한노인회 등이 있다. 이런 단체들과 공조(협조) 계획은 있는가?

“당연하다.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출산해서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부들과 여성단체들, 노동조합 등과 계속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또 노인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한노인회 등의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일하려 한다. 이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정책에도 반영하겠다.”

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무리 출산율을 높여도 기본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에 노인문제는 생기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생산 가능한 연령대를 늦출 수 있을까 지혜를 모아야 한다.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는 지식·경험·리더십 등 우수한 콘텐트가 가득한 연령대다. 이 연령층을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활용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연령층을 그저 복지 수혜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이분들이 생산과 소비를 활발하게 하는 경제의 주체,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젊은 노년층’이 단순히 복지 수혜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정착될 때 존경심도 생기는 것이다.”

노인의 경제력 확보가 노인문제 해결의 열쇠란 뜻인가?

“지역구(부천시 소사구)에 가보면 가장 강렬한 요구가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한 달에 70만~80만원만 받더라도 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주당 35시간 근무를 천명했다. 박수칠 일이다. 노동시간을 줄여 과로사회에서 벗어난다면 젊은층은 마음 편히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고, 노년층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새 정부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을 사회적 담론으로 키워서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우리 위원회가 역할을 하려 한다.”

- 글 최경호·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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