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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취재] 대한민국 비밀예산 ‘묻지마 특수활동비’ 1조원의 행방 

상납금이 특수공작금? 쉬쉬하고 나눠 쓴 정부·국회도 ‘공범’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 연간 60억원 국정원장 판공비, 퇴임 후 챙겨 가도 ‘모르쇠’
■ 특별사법경찰 운영해도 힘없는 기관은 특활비 없어 ‘볼멘소리’
■ 국회는 수년째 말로만 제도 개선 운운하면서 ‘흐지부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천변을 따라 타워팰리스·대림아크로빌 등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에 국정원 소유의 I빌딩이 있다. 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18층 규모로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2~18층을 사용한다. 나머지 1~11층은 일반 사무실과 일식집, 여행사 등 상가로 임대 중이다. 일반인들은 11층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12층 이상은 출입이 제한돼 있다.

그런데 2010년 7월, I빌딩에서는 ‘수상한 공사’가 진행됐다. 823㎡(248평) 규모의 맨 꼭대기층 중 4분의 3가량을 개조하고, 1층부터 18층까지 논스톱으로 운행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또 내부는 주거용으로 리모델링을 한 후 유명 크리스털 브랜드 장식품과 고급 집기 등을 들여놓았다. 공간 개조와 인테리어 공사 등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은 10억원이었다. 고급 펜트하우스로 탈바꿈한 이곳은 원세훈(66·구속 수감) 당시 국정원장과 부인 이모(65) 씨가 사용했다. 2011년 원 원장이 내곡동 관저를 두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도곡동 안가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당시 국정원 측은 “1995년 지어진 기존 국정원장 관저가 너무 낡았고, 빗물이 새 수리 공사를 하고 있다”며 “(도곡동 빌딩은) 임시 관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 국정원 관련 적폐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결과는 국정원 측의 당시 해명과 달랐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당시 국정원 예산 업무를 담당한 기조실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검찰은 “도곡동 펜트하우스는 원 전 원장 부인이 지인들과 모임을 갖는 사적 공간이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당시 공사업체를 원 전 원장이 직접 골랐고, 공사 과정은 부인 이씨가 주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건물 리모델링 공사에 사용된 비용 10억원을 국정원 예산으로 처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국정원 예산은 다름 아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뜻한다. 공사비 전액을 우선 현금으로 지급한 뒤 이를 ‘해외공작금’ 항목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회계 서류에 별도의 영수증은 첨부하지 않았다. 도곡동 펜트하우스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2014년에 철거됐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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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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