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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취재] 文정부 사정(司正)정국 주도하는 ‘검찰의 역설’ 

적폐 ‘끝장 수사’가 檢 개혁의 최대 적?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특수·공안·형사·첨단 등 검사 80여 명 동원, 검찰총장은 ‘민생 수사’ 전환 통해 자체 개혁 꾀하는 중…6월 지방선거 앞두고 수사 마무리 시점 고민
12월 13일 새벽 1시가 가까운 늦은 시각인데도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형사부가 있는 4층에서부터 방위사업수사부가 있는 15층까지 건물 전체가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사의 전경은 언제부터인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층별로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적폐 사건 수사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장 연휴가 이어진 지난 10월 초 추석 기간에도 공안부와 특수부를 중심으로 검사 상당수가 휴일을 반납하고 수사 자료 분석과 기소 관련 서류를 챙기느라 늦은 밤까지 청사에서 보냈다고 한다.

4층에 위치한 형사1부는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 의혹을, 6층 특수3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장들이 청와대 등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안부와 공공형사수사부가 있는 9층에서는 국정원 댓글 공작, 민간인에 대한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심리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불법 사찰, 박원순 서울시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사찰과 뒷조사 등에 대한 수사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10층에 있는 특수1부는 세월호 사건 당시 청와대 내부 보고서 조작사건을, 11층의 특수2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 해외 반출과 도곡동 펜트하우스 공사비 유용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14~15층에 있는 외사부·첨단수사부·방위사업수사부는 공영방송 장악과 문화 예술인을 상대로 한 블랙리스트 사건, BBK와 다스 관련 의혹사건, KAI 분식 회계 등 경영비리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 80여 명(공판 참여 검사까지 포함)이 동원돼 과거 정부에서 일어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보니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출입기자와 검찰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어느 부서에서 무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검찰 최정예 부대가 과거사와의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새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났지만 각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 정책은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수사에 온통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제1 개혁 대상인 검찰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현 상황을 두고 주변에서는 ‘역설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며 “공수처 관련 논의가 간혹 나오지만 최근 검찰 개혁 얘기는 화젯거리에서 많이 멀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두고서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말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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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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