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전문가 기고] 포항 지진으로 본 한반도 지진 위험성 진단 

“수도권 지층도 응력 떨어졌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지진학)
액상화, 땅밀림 현상 등 한반도에서 처음 관측되는 지진...지진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지하 활성단층 조사 필요해

▎11월 15일 발생한 진도 5.4의 포항 지진은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불러왔다. / 사진:경상일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 지진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은 포항시 흥해읍 지역의 지하 5㎞ 깊이에 위치한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주향 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단층면은 수직면을 기준으로 30 도가량 기운 상태로 확인되고 있다. 단층의 방향은 지난해 경주 지진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주로 관측되는 단층의 방향과 일치한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 지표에서는 최대 6㎝가량의 지표 변형이 관측됐다.

한반도 내에서 지진에 의한 눈에 띄는 지표 변화가 관측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지표 변형은 이번 지진이 매우 강력하고 얕은 깊이에서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1978년 시작된 국가 지진 관측 이후로 역대 둘째로 큰 지진으로 꼽힌다. 가장 큰 지진으로 기록된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점에서 한반도 내의 잦은 지진 재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은 지금껏 보지 못한 다양한 지진 관련 2차 재해 가능성을 보인 측면에서 주목된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액상화, 땅밀림 현상 등 지금껏 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일들이 관측되고 있다. 액상화 현상에 의해 내진 설계가 잘되어 있는 구조물이라도 기울어지거나 넘어질 수 있다. 또한 약화된 지반이 중력에 의해 미끄러지는 땅밀림 현상 역시 매우 위협적인 자연재해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진에 견디는 견고한 건축 설계 외에도 효과적인 지진 방재를 위한 다양한 숙제를 던져줬다.

이번 포항 지진은 규모가 더 작았음에도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집계 결과, 이번 지진으로 92명이 부상당하고, 이재민이 1300여 명 그리고 3만여 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피해액은 550억원가량으로 경주 지진 피해액 110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포항 지진 피해가 크게 나타난 이유로 얕은 진원 깊이를 들 수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은 지하 13㎞ 깊이의 단층에서 발생한 데 비해 포항 지진은 이보다 얕은 지하 5㎞ 깊이에서 발생했다. 더구나 포항 지역 지표를 두껍게 덮고 있는 신생대 3기 퇴적층은 지진동을 더욱 증폭시키는 구실을 했다.

이로 인해 진원지를 중심으로 강한 지진동이 관측됐으며, 지진에 의한 피해도 컸다. 하지만 진원지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경주 지진에서 관측된 지진동과 유사한 진동을 보였다. 피해가 커진 데는 포항 지진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발생한 데서 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더구나 포항 지진에서 발생한 지진파에는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0.5㎐ 내외의 주파수에서 경주 지진보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등의 중대형 지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1978년 이후로 지금까지 발생한 총 열 번의 규모 5 이상 지진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것만 6번에 이른다. 이러한 중대형 증가뿐 아니라 작은 지진 발생 빈도 역시 동일본 대지진 후 크게 증가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를 동일본 대지진 진원지 방향으로 동쪽 해안 지역에서는 약 5㎝ 이동시키고, 서쪽 해안 지역에서는 2㎝가량 이동시켰다. 동서 간의 차별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한반도는 결과적으로 동서 방향으로 3㎝가량 확장됐다. 이로 인해 지각을 구성하는 매질 입자 간의 응집력이 약화되고 지각의 견고함은 떨어졌다. 약화된 지각에서는 이전보다 낮은 응력에도 지진이 발생한다.

약화된 한반도 지각 강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지진과 함께 발생한 액상화 현상. 고운 모래가 쌓인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가 형성돼 있다.
그간 꾸준히 응력을 축적하고 있던 한반도 지각이 약화된 지각 강도로 인해 곳곳에서 지진이 빈발하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화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동일본 대지진 이전의 상태까지 회복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후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했으며,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러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내에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은 일찍이 예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의해 배출된 지진에너지는 주변 지역에 추가되며 지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경주 지진 진원지를 기준으로 북동-남서 방향의 응력이 증가했다. 또한 북서-남동 방향의 응력도 증가했다. 이에 반해 북-남, 동-서 방향으로는 응력이 이전보다 감소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응력이 증가한 지역에 또 다른 중대형 지진이 예상됐다. 이번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으로 응력이 증가한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한반도 남동부 지역의 응력 환경은 보다 복잡한 환경으로 변화했다. 포항 지진은 진원지를 중심으로 북동-남서, 북서-남동 방향으로 응력을 증가시켰다. 결과적으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연결하는 지역에는 응력이 배가됐다.

또한 포항 앞바다 지역에서의 응력 증가도 눈에 띈다. 이와는 별개로 과거에는 지진이 발생했으며,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도 향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해당한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큰 지진이 많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지진 관측 기록을 보면 수도권에는 이렇다 할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지역에 오랜 기간 응력이 누적되고 있음을 뜻하며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백 년 동안 누적되고 있는 이 응력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약화된 지각 환경의 영향으로 그 발생 시기가 보다 가까워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일대에 대한 보다 정교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는 지각판의 경계부로부터 떨어진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지진 발생 빈도는 일본과 같은 판 경계부에 비해 낮다. 하지만 이러한 낮은 지진 발생 빈도가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은 수천 년 동안 응력이 누적된 결과다. 2011년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은 약 1000년 만에, 2008년 규모 7.9의 중국 쓰촨성 지진의 경우 약 4000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오랜 기간 응력 누적의 결과로 발생하는 최대 지진은 짧은 기간의 지진 기록 역사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진은 단층운동의 결과로써 단층운동이 일어난 시점 파악을 통해 지진 발생 시기와 주기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지표에 드러난 단층들에서는 최근 수천 년 이내에 지진을 유발한 것으로 평가되는 단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하 3~20㎞ 사이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대부분의 지진은 5~10㎞ 사이의 구간에서 발생한다. 이는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의 단층은 지표까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의 원인이 되는 대부분의 단층은 지표 하부에 감춰진 단층임을 암시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주 지진과 올해 포항 지진 또한 규모 4.8의 2007년 1월 20일 오대산 지진 등 내륙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이 발생한 단층들은 지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지진을 유발한 단층에 대한 조사는 향후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와 앞으로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 평가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번 포항 지진은 지진 유발 단층 조사에 대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지하에 숨은 활성단층을 찾기 위해 그간의 지표 단층 위주의 조사방식을 지양하고, 지진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지하 활성단층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역사기록물에 남아 있는 과거 수도권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과거 수도권에서 지진을 일으킨 단층 역시 지하에 숨은 단층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열발전소 관련성 단정하긴 일러


▎정부합동조사단은 포항 지진 액상화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자 시추작업을 진행했다.
최근 발생한 중대형 지진 발생지역 중심으로 지진 유발 단층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요구된다. 지하 5㎞ 아래에 있는 깊은 단층을 연구하기 위해 탄성파 탐사, 지구물리 탐사 등이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경주 지진을 유발한 심부 단층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는 매우 정밀한 관측과 탐사가 필요한 작업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단시간 내 국토 전체에 대한 조사는 무리일 수 있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포항 지진은 지진 유발 원인에 대한 논란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항 지진의 진원지와 포항 지열발전소가 인접해 있고, 지열발전소 물 주입 이후에 지진이 발생한 까닭이다. 지열발전소 시행사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 이후 4~5회에 걸쳐 총 1만2800㎥ 정도의 물 주입이 있었고, 물 주입 후 발생하는 지속적인 배수 효과로 인해 지중 내에 남아 있는 물의 양은 5800㎥ 였다. 마지막 물 주입 이후 약 2개월 만에 규모 5.4 포항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지열발전소 건설 이전에는 지진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던 곳이다. 지열발전소 건설과 함께 물 주입이 이뤄지면서 미소 지진들이 관측됐다. 이러한 미소 지진 발생은 전 세계 지열발전소에서 흔히 관측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미소 지진 발생만으로 규모 5.4에 이르는 중대형 지진 발생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 주입으로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상황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 주입관이 우연히도 활성단층면에 이르렀고, 주입된 물이 활성단층면에 주입되며 공극압을 증가시킨다. 공극압의 증가는 단층 운동을 유발하기 위한 요구 응력값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기존 응력이 크게 쌓인 활성단층에서 단층면이 부서지며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상황은 물 주입량의 증가로 인해 물 주입부 하부에 있는 활성단층에 수직 응력을 증가시키고, 이러한 응력 증가가 지진 유발에 필요한 응력을 더해 단층이 부서지며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높은 고압의 물 주입으로 일시에 단층면을 부수며 지진을 발생시키는 경우다.

먼저 첫 번째의 경우, 공극압의 증가로 인해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활성단층면을 따라 물 주입이 필요하다. 이번 포항 지진이 16㎢에 이르는 단층면을 부수며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단층면상의 공극압 증가로 넓은 면적에서 수천 회에 이르는 급격한 미소 지진 증가가 예상된다.

지역별 지진 위험도 산출해야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보고된 미소 지진 수는 매우 적다. 두 번째 물 주입에 의해 하부 단층이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수직 응력의 급격한 증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 주입량이 매우 많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물 주입량과 지중 내 남아 있는 물 주입량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기에 부족한 양으로 보인다. 마지막 경우는 큰 동적응력 변화로 인한 지진 발생 현상이다. 높은 고압의 물 주입이 필요하며, 물 주입과 함께 지진이 유발돼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물 주입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지진이 발생한 점에서 볼 때 이것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이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나, 드러난 현상들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과의 관련성을 단정 짓기엔 논리적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사단 운영 발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겪으며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지진 방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내진 성능 향상은 우리나라와 같이 지진이 빈발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빈발하지 않으나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이므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내진 성능 구현보다는 지역별 지진 위험도를 고려한 내진 성능 구현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 지진 위험도 계산이 필요하고, 각 지역에 산재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단층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각 지역의 지질 구조, 지표 구성 성분, 고층건물과 인구밀도 등을 고려한 체계적인 내진 성능 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내진 성능 개선과 함께 신속한 지진 정보 전달은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지진운, 지진광, 라돈 가스 증가, 동물의 이상행동 등 다양한 지진 예지 현상들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도 지진 예지에 활용될 만한 신뢰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진 예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으로 지진 선진국에서는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진원지 인근에서 관측된 P파의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 지진 피해를 주로 일으키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지진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방식이다. 빠르게 전파하면 할수록 보다 넓은 지역이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경주 지진을 겪으며 우리나라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 기상청과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로 이원화돼 있던 지진조기경보 정보 전달 시스템이 기상청으로 일원화되면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지진은 자연재해 가운데 짧은 시간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재해로 알려져 있다. 2004년 규모 9.1의 인도양 수마트라섬 인근 지진에 의해 28만 명, 2008년 규모 7.9 쓰촨성 지진으로 8만7000여 명, 2010년 규모 7의 아이티 지진에 의해 31만 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이렇듯 21세기 들어서도 지진에 의한 피해는 줄지 않고 있으며, 인구 증가와 도시 성장으로 그 피해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진은 한번 발생으로 큰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다. 이러한 치명적인 자연재해는 다행히도 여러 준비로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충분한 사전 준비만이 닥쳐올 재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지진학)

/images/sph164x220.jpg
201801호 (2017.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