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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이슈] 영어강사들이 말하는 ‘중앙일보 토셀’ 

“진짜 영어 실력자 가리는 종합 평가시험” 

윤혜연 중앙일보플러스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탐색전’ 벌이는 강사들로 수험장 분위기 ‘후끈’… 일상 소재부터 추론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 호평받아

2017년 1월 18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중앙일보 토셀’ 1회 시험이 치러졌다. 이날 고사장에서는 독특한 광경이 포착됐다. 국내 대형 영어학원 강사들이 고사장을 찾은 것. 직접 시험을 치른 강사들에게 토셀을 접한 첫 인상과 다른 영어 평가시험과의 다른 점, 고득점 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성인용 실용 영어시험 토셀은 어휘·문법 지식뿐만 아니라 분석·추론능력까지 응시자의 영어실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영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그러나 국내 외국어 환경에서는 국제 감각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수능영어에서 벗어나면 곧이어 취업용 영어시험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 탓이다. 시험 점수는 높아도 영어로 말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듣고 말하는 영어 실력은 ‘나중에’ ‘따로’ 키워야 했다.

‘중앙일보 토셀’은 응시자의 영어실력을 정확히 평가해내겠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국내 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이었던 교수진이 주축이 돼 지난 10여 년 동안 연구·개발한 결과물이다. 이미 14년 간 초·중·고 학생용 영어시험으로 입지를 다진 ‘EBS토셀’ 노하우를 전수받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2017년 8월 치러진 중앙일보 토셀 모의고사에서 학생들은 “실용적인 문항으로 구성돼 집중이 잘됐다” “문제가 재미있다”는 등의 평을 남기기도 했다. 2017년 11월 18일 있었던 토셀 1회 시험을 직접 치른 강사들에게 ‘토셀의 첫인상’을 물었다.

박지현 YBM종로 토익스피킹 강사 | “토익과 비슷해 보이지만 더 실용적인 시험”


▎사진:지미연
중앙일보 토셀 1회 시험을 치렀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처음엔 토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점(990점) 점수도 같고 듣기평가로 시작하는 형식이 유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문의 유형이나 문제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평가 요소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토익 시험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영어’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직장인의 업무 상황에 대한 질문이 많다. 지문을 보면 영수증이나 이메일, 팩스가 많이 등장한다. 이런 문서를 해석하거나 다른 사람과 이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이다. 반면 토셀은 주제의 폭이 더 넓었다. 화장품 설명서 해석하기, 온라인으로 검색한 일기예보 이해하기 등 일상적인 상황이 빈번하게 나왔다.”

일상 지문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토익이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에서 겪는 상황에 집중해서 물어본다. 반면 토셀은 평소 일터는 물론 집이나 여행지 등 여러 곳에서 겪는 다양한 일에 대해 물었다. 직장 동료라고 해도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마련이다. 혼자 해외 출장을 가서 해결해야 할 생활 문제도 있을 것이다. 모든 주제를 다룬다는 건 시험 응시자의 전반적인 영어 실력을 보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일상 영어가 실제 업무현장에서 도움을 줄까?

“물론이다. 외국인과 만나자마자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없다. 보통 ‘스몰토크(small talk)’, 즉 잡담을 하면서 말을 트게 된다.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고 유대를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영어 능력 역시 업무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량이다.”

채용 담당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3년부터 청년해외진출을 지원하는 ‘K-Move’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최희숙 글로벌일자리지원국 국장은 “외국인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영어시험 점수보다 실제 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국장은 “외국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라며 “업무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라도 배울 수 있지만 전반적인 생활 언어 능력이 갖춰져야 업무에 빨리 적응하고 외국인과 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입장에서 토셀 난이도를 어떻게 느낄 것이라고 보나?

“강사이다 보니 이 시험에 대해 강의를 한다면 학생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험을 치렀다. 토익은 문제마다 난이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어 그 안에서만 외우면 된다. 토셀은 쉬운 문제는 굉장히 쉽지만 어려운 문제는 어려웠다. 토익에 비해 실력에 따른 점수 차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변별력 있는 시험이란 설명인가?

“토익 문제들은 전형적이다. 문제은행에서 랜덤으로 뽑아 나오는 시험이라 그렇다. 반복해서 치르다 보면 만점자도 많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고득점자들 간의 실력 차이를 가려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토셀에서는 일상적인 지문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깊이가 필요한 지문도 있었다. 고득점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 실력 차이가 점수에 정확히 반영되는 셈이다. 가령 읽기 영역에서 토플 독해 지문과 비슷한 문항이 있었다. 이해 능력은 물론 추론 능력도 필요하고 데이터도 해석할 줄도 알아야 했다.”

추론 문제에 너무 매달리지 않는 것도 시험을 준비하는 전략이 되겠다.

“그렇다. 100분에 140문제로, 문제당 주어진 시간은 토익보다 넉넉하다. 그러나 이른바 ‘찍기 신공’이 통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잘 읽고 풀어야 하는 탓에 생각보다 시간을 빡빡하게 사용해야 했다.”

말하기 영역은 간접평가로 이뤄졌는데 어떻게 보았나?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토익스피킹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녹음한 뒤 평가자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게다가 토익스피킹 응시자들은 20분 동안 열한 문제를 푼다. 주어진 시간이 촉박해 고득점을 받는 전략이 따로 있다. 나 역시 ‘2주 완성코스’를 운영할 정도로 공략법이 분명하다. 말하기 실력을 온전히 평가하려면 대면 면접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토셀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험을 수준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최종 단계를 통과했을 때 ‘인증서(Certificate)’를 발급하면 성취동기가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기업 지원자격 등에서도 토셀이 폭넓게 쓰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원 강사로서는 토익처럼 출제 의도와 방향이 담긴 매뉴얼을 열람할 수 있게 하면 강의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윤희 강남 글로벌어학원 교수부장 | “기본기 탄탄한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는 시험”


▎사진:박윤희
토셀 시험을 처음 치러본 소감은?

“기존의 성인용 영어 시험을 모두 섞어 놓은 ‘종합 영어 평가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익은 물론 토플(TOEFL)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갖는 특징을 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토익처럼 업무와 관련된 내용만이 아니라 일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는 것이다. 어휘의 폭이 넓고 지문 역시 메뉴판 읽는 법처럼 실제 생활에서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동시에 영어 교육에서 꼭 필요한 기본 요소들을 제대로 평가한다고 느꼈다.”


▎토셀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들. 이들은 첫 시험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총 100분 동안 140문항을 풀었다. / 사진:국제토셀위원회
영어 교육에서 필요한 요소라면 어떤 것인가?

“현재 성인 영어회화반에서 문법을 가르치고 있다.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과 문법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문법을 알아야 수준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토셀은 문법을 굉장히 정확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문의 길이도 적당하고, A·B·C·D 형식으로 제시된 답변 하나하나에도 좋은 문장이 많이 보였다. 이걸 학생들에게 따로 가르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다진 기본기도 중요하겠다.

“맞다. 광고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글자 해석’을 넘어선 종합 독해력을 측정하는 문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자료와 그래프, 사진을 해석하는 것은 수능 유형과도 비슷하다. 기본기가 없다면 성인이라도 두세 달 안에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초·중·고등학교에서 기초 실력을 잘 쌓아온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가 많다.”


▎지난 11월 18일 서울의 한 토셀 고사장. 이날은 많은 성인 영어학원 강사들이 시험을 체험해 보기 위해 고사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학생도 볼 수 있는 시험이란 이야기인가?

“기억에 남는 문법·어휘 문제 중에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전치사와 함께 오는 어구(phrase)를 묻는 질문이 있다. 이런 문제는 고등학교에 재학생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익숙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제로 한 문제도 눈이 띄었다. 지문이 젊기 때문에 오히려 토익보다 젊은 학생들에게 적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성인이 되기 전 ‘실용 영어’의 맛을 볼 수 있는 시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신입생들이 실용 영어를 공부할 때도 활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 토셀은 성인이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묻는다. 일상적인 상황이 많이 나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토익은 비즈니스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대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린 학생들은 생전 접해보지 못한 단어, 이를테면 ‘송장(Invoice)’ 같은 비즈니스 용어와 업무 상황을 수업에서 익혀야 한다.”

단기간에 토셀에서 고득점을 받을 방법은 있을까?

“토익의 경우 듣기 평가 영역 중 일반적으로 처음 10문제는 무조건 맞히고 가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림만 봐도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토익도 지난해부터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을 추가했다. 수능 문제처럼 지문에 빈칸을 비워 놓고 추론하는 방식이다. 변별력은 생겼겠지만 영어 실력과 진짜 관계가 있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토셀은 요령 피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실력은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문 종류가 다양해 수험생들이 당황해하지는 않을까?

“토셀 시험을 치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지문 내용과 문제 유형이 다양해 그때그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막히기 시작하면 스텝이 꼬여서 실수하기 쉽다. 토셀 측에서도 성적표에 지문 내용이나 유형 별로 성적을 표기해준다면 응시자들이 추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제안이다. 그 밖에 조언하고픈 점이 있다면?

“영어 실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보니 강사 입장에서 ‘전략 짜주기’가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은 3개월 만에 영어 시험 점수를 몇백점씩 올리기 위해 학원에서 요령을 배운다.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서너 번 응시하는 건 기본이다. 토셀은 그런 방식으로 점수를 올리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응시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정 수준의 유형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다.”

중앙일보 토셀 시험을 주관한 국제토셀위원회는 1회 시험이 끝난 뒤 ‘기본에 충실한 영어 학습’이 출제 방향이라고 밝혔다. 요령을 익히지 않아도 평소 영어권 매체를 즐기며 실용적인 표현을 익혀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출제했다는 말이다. 다른 영어 인증시험보다 변별력을 키우려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제토셀위원회 오승연 연구위원은 “토익은 900~990(만점) 점수대에 있는 고득점자 간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며 “토셀은 점수에 따른 변별력을 갖추고자 난이도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 윤혜연 중앙일보플러스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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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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