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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개미,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육상동물 총 중량의 25% 차지, 지구촌 인구 무게와 맞먹어...개미에 쏘여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는 극소수

▎미국에서는 매년 한 명 정도가 붉은흰개미에 쏘여 희생된다.
세상에서 개미만큼 성공한 동물도 드물다. 지구에 사는 개미는 1만2500종이나 되고, 총 몸무게(생체량)는 육상동물 생체량의 15~25%이고, 전 세계 인구의 무게와 맞먹을 것으로 추산할 정도라니 말이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골칫덩이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 이야기다. 이것은 절지동물, 개밋과(科)에 속하며 ‘붉은독개미’, ‘살인개미’로 불리기도 한다. 또 영어로 ‘red imported fire ant’라 부른다. 몸 빛깔이 붉고(red),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으며(imported), 쏘이면 불타듯 따갑고 아프다(fire)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사실 벌과 개미는 같은 조상으로 둘 다 ‘벌목(目)’에 들고, 벌은 날개를 달아 하늘을 개척했으며, 개미는 땅에 주저앉았다. 붉은불개미처럼 우리나라에도 날카로운 독침(毒針)을 가진 일본침개미(Pachycondyla javana)가 있는데 이들 침은 일개미의 산란관(産卵管)이 변한 것으로 침으로 먹이를 잡고, 스스로를 보호한다.

붉은불개미는 페루·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남아메리카가 원산지고, 미국·호주·뉴질랜드·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홍콩·마카오·중국·싱가포르·타이완 등지로 퍼져 나갔으며, 드디어 한국에도 들어와 2017년 9월 부산항에서 처음으로 일개미 10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일개미 있는 곳에 여왕개미(암개미)가 있게 마련인데 아직 여왕개미를 찾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단다.

그러나 활엽수를 다 망가뜨렸던 미국흰불나방, 소나무를 다 죽였던 솔잎혹파리, 먹이사슬이 뒤집어져 뱀도 먹는다는 외래종(침입종) 황소개구리가 처음 나타났을 적에도 세상이 끝장날 줄 알았지만 시나브로 천적(포식자)이 나타나면서 자연계(생태계)의 안정(평형)이 이뤄졌다.

암튼 신출귀몰하는, 마뜩찮은 놈들이 돌고 돌아 어느 새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모양이다. 개미 중에서 최고 악돌이로치는 붉은불개미는 다른 개미들처럼 알→ 애벌레(유충)→ 번데기→ 어른벌레(성충)로 완전탈바꿈(완전변태)을 한다. 그리고 개미는 여왕개미(queen), 수개미(drone), 일개미(worker)로 구성되는 대표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이다. 그런데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로 조종하는 무인항공기를 드론(drone)이라 하니 수벌이나 수개미 이름에서 딴 것이다.

붉은불개미의 일개미 수명은 평균 62일이고, 1.5~4㎜로 크기 차이가 아주 많이 나며, 여왕개미와 수개미는 큰 일개미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일개미는 몸 색이 붉지만 배는 누르스름하거나 흑갈색이고, 수컷은 아주 새까맣다. 보통 개미보다 호전적이라 물밀듯 떼거리로 공격하고, 매우 아픈 침(sting)을 가지고 있다. 바글바글 떼거리로 잇대 몰려들어 강한 턱으로 옹골지게 물어뜯고, 꽁무니독침으로 찔러대니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녀석들로 세상에 당할 자가 없다.

척추동물도 개미의 희생양

매년 5~6월쯤, 비가 온 뒤 이틀쯤 지나 습도가 80도 이상이고, 기온이 24~32°C일 때 짝짓기 결혼비행을 한다. 날개를 가진 수개미와 여왕개미는 100~300m까지 날아올라 20~30분간 짝짓기를 하고 땅 위로 내려온다. 짝짓기 후 수개미는 시나브로 죽지만 수명이 7년이나 되는 여왕개미는 신접살림을 시작해 20~40만 마리의 개미왕국을 이룬다. 알은 산란 1주일 뒤에 부화하는데 갓 부화한 유생 크기는 약 3㎜이고, 6~12일 동안에 3번 허물을 벗은 다음 성큼 번데기가 되며, 번데기 시기 9~16일을 지나면 곧바로 곧 성충개미가 된다.

붉은불개미는 후미진 곳이 아닌 뒤뜰·골프장·공원·운동장·길가 등 도시에서도 잘 산다. 개미가 땅속에 집을 짓느라 파낸 흙가루가 땅 위에 초가지붕처럼 불룩불룩한 개밋둑(ant hill)을 만드니 이렇게 들판에 생긴 흙더미는 농사에 큰 피해를 준다.

이들 군집(群集)에는 여왕개미가 한 마리인 것과 여러 마리인 것이 있고, 암컷이 여럿인 것은 엄청나게 놀랄 만한 속도로 영지(領地)를 넓혀 거대군집을 구축한다. 그리고 적응력이 뛰어나 일망타진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개미집에 물이 들어차면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켜켜이 공 모양으로 둘러싸 뗏목처럼 물위에 둥둥 뜬다고 하고, 가뭄에는 지하수가 있는 곳까지 깊게 땅을 파고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개미 퇴치법은 개밋둑에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고작이라 한다. 꿀벌과 맞먹을 정도로 이를 데 없이 연구를 했건만 별무소용이라 한다.

이들은 잡식성으로 꽃물, 알곡 낟알도 먹지만 주로 죽은 동물시체를 먹는다. 그러나 어쩌다 먹을 것이 모자라면 살아 있는 곤충·개미·지렁이·도마뱀뿐만 아니라 갓난 악어 같은 척추동물도 이들의 떼공격을 받고 죽는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어느 생물이나 천적은 있는 법이라 이들의 포식자는 다른 개미나 잠자리·딱정벌레·집게벌레·새라 한다.

“시기는 산 개미 똥구멍이다”란 말은 음식이 몹시 시거나 하는 행동이 매우 눈에 거슬림을 빗대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 신맛은 개미 독인 개미산(의산, 蟻酸) 때문이다. 이들 개미에 물리면 아주 따갑고, 피부가 불타는 듯 따끔거리며, 매우 후벼 파듯 가렵고, 빨갛게 부어올라 며칠 동안 물집(농포)이 생긴다.

오래전 1932년에 붉은불개미가 미국에 들어와 해마다 1400여 만 명이 이 개미에 쏘이지만 현기증·흉통·구역질·혈압저하에 호흡이 가빠지고, 말이 어눌해진다는 급격한 전신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은 0.01% 정도에 불과하다. 또 해마다 겨우 1명꼴로, 여태까지 총 8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살인개미’란 악명(오명)을 붙여놓고 너무 호들갑 떨 일이 아니지 않나 싶다. 독뱀에 물려 희생되는 수보다 훨씬 적으니 말이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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