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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리스는 억울하다 유로존이 위험하다 

 

문상덕 기자

▎유로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 박형준 옮김 / 열린책들 / 2만5000원
우리에게 그리스는 ‘포퓰리즘’의 대명사다. 부자들은 탈세로, 서민들은 과잉복지로 나라곳간을 허물다가 탈이 났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긴축이란 그리스인들이 응당 겪어야 할 고통이다. 채권단인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 역시 수백억 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저자는 묻는다. “경제위기에서 그리스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나?”

위기 때 정부가 가진 패는 크게 두 가지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통화량을 늘려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정부지출을 늘리는 방법이다. 저환율은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정부지출은 경제수요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실업률이 27%까지 치솟는 동안 통화정책도, 재정정책도 쓸 수 없었다. 저자는 ‘유로존’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로존은 유로화를 단일화폐로 쓴다. 통화정책도 유럽중앙은행에서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 경제사정에 비해 항상 환율이 고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에 직접 신용을 제공할 수는 없었을까. 실제로 수백억 유로를 구제금융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저자는 “제공된 자금의 90%가량이 독일과 프랑스 은행에 진 빚을 우선으로 변제하는 데 쓰여야 했다”고 지적한다.

샤일록의 윤리와 공동체의 윤리는 다르다. 샤일록에겐 당신의 살점을 한 덩이 떼서라도 빚을 갚는 게 윤리다. 그러나 공동체라면 빚은 수단일 뿐, 같이 잘사는 게 목표다. 극우정당이 발호하고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지는 등 유로존은 이미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는 유로화 개혁만이 유로존을, 나아가 유럽연합을 보존하는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 문상덕 기자

201801호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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