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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인터뷰] 북한전문가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김정은 읽기’ 

남북대화로 한·미 틈새 벌린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북, 군사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핵 능력 공유 제안 가능성...미국인의 압도적 다수가 북한 비핵화 원해 트럼프 호전적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핵 무장 등 안보 주권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향한 북한의 대화 공세가 뜨겁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부터 일련의 남북 당국자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한발(發) 의제가 연일 쏟아진다.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포함해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는 뭘까? 단순히 민족적 대경사에 동참한다는 북측 레토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남북한 나아가 한반도 주변 이익 당사자들의 계산법이 복잡다단한 상황이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1990년대 이래 50여 차례 방북한 북한 문제 전문가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북한 핵과 미사일 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고자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 중이다.

월간중앙은 그를 통해 북한과 미국의 관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에 담긴 함의를 해석하고 미국 정부의 향후 대응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대화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1월 15일 미국에 있는 박한식 교수와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인터뷰를 했다.

김정은 신년사는 ‘핵단추’ 발언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대화 제의로 남한을 흔드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았다. 신년사에는 어떤 포석이 담겼다고 보나?

“김정은에게 가장 거슬리는 사람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 또한 대단하다. 한국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이기에 반감이 덜하다.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한·미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게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롭다. 김정은은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도 트럼프는 따라오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 같다.”

한·미 틈새를 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인가?

“김정은의 대화 제의에 문재인 정부는 반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평화적 대화를 할 의향도, 준비도 안 돼 있다. 군사적 압박이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자기네의 이런 판단이 옳다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1월 10일 ‘적절한 시기’와 ‘올바른 상황’이 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지 않았나?

“말로는 트럼프도 대화를 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속내는 남북대화를 반기지 않는다. 트럼프에게 북한은 야만적이고, 김정은은 사악한 악마와 같은 존재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와 평화를 얘기하려 들까? 트럼프는 대화와 관련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는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사람은 아니다.”

김정은, 정체성·안보 다진 만큼 경제에 눈 돌릴 것


▎지난해 12월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연설 중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너무 군산복합체 산업에 경도된 국가로 재단하는 것 아닌가?

“트럼프 주변에 누가 있는가? 주로 4성 장군 출신의 예비역들이 진을 치고 있다. 군산복합체 산업에 깊숙하게 연계돼 있으며 무기를 파는 데 혈안인 사람도 있다.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팔자면 북한은 악마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트럼프는 앞으로도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집권 7년차에 접어든 김정은의 북한 내 위상이 달라졌다고 보나?

“김정은은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다. 김일성·김정일은 신정국가를 만든 장본인이며 김정은은 그 계승자다. 주민들의 지지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은 나라의 집권자인 셈이다. 집권 후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 권력을 위협하거나 흔들 수 있는 세력은 다 제거했다. 김정남마저 죽은 마당에 내부의 쿠데타 같은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 병진정책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엄밀히 말하자면 핵무기 제조는 김정은 정권의 몫이라기보다 아버지 김정일의 숙원 사업이다. 정통성 확립은 국가를 창건한 이들의 몫이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통해 핵 무장에 성공했다. 김정은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아버지대에서 시작한 유업을 계승하고 받드는 차원에서 진행된 현안일 뿐이다. 정체성과 안보를 다진 만큼 이제는 경제에 눈을 돌릴 차례다. 김정은도 경제적으로 부강해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 대규모 난민수용소 설치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의 체제 붕괴에 대비한 조치일까?

“중국으로 유입되는 북한 난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나. 탈북자 처리는 중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면서도 골치 아픈 현안이다. 북한 난민 관리 차원에서 시설을 마련하는 것과 북한 체제 붕괴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을 일러 ‘판단이 빠른, 원숙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체제가 김정은을 어떻게든 현명한 지도자로 만든다. 모든 결정을 북한 노동당에서 만들면 김정은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것이다.”

남북은 1월 9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도 합의했다. 군사회담에서 비핵화 등 서방의 관심사가 다뤄질까?

“앞서 말했듯이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 사이를 떨어뜨리는데 관심이 가 있다. 아마도 군사회담이 열리면 주한미군 철수 얘기를 꺼낼 것이다. 전반적으로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리라 본다.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다. 군사회담에서 한국이 이런저런 의제를 내놓아도 북한은 한국에 발언권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 주한미군으로 중국 견제할 필요 있나”


▎지난해 11월 ‘화성- 15’형 시험발사에 환호하며 춤을 추는 평양 주민들. /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아주 오래된 현안이기도 한데.

“남북 군사회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가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미국은 한국에 물어보고 철수 결정을 내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안보적·경제적 이익이 있으면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이다. 지금의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고, 미국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이익이다. 그런데 한국이 이런 미국의 입장을 어디까지 받아줘야 할까. 한국은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없지 않나.”

주한미군이 비단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이익도 함께 실현한다고 보는 이가 더 많은 게 한국 여론의 현주소다.

“그럴 수 있다. 주한미군이 나간다면 남한의 안보가 흔들릴 테니까. 안보를 양보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과 불가침조약을 맺고 비핵화로 간다면 남한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이유는 사라진다고 북한은 볼 것이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에 투자한 글로벌 자본가들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갖는 의미를 과학적으로 잘 분석할 필요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한국이 ‘비핵화’를 언급하자 북한은 ‘그만하자’며 말을 잘라버렸다. 핵 문제는 남한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그 차원을 넘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건 이미 물 건너간 사안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을 보유한 국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무장한 나라다. 북한을 비핵화하려고 애쓰는 건 헛된 노력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늘 비핵화를 앞에 내세운다.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북·미 대화는 요원하다고 봐야 하나?

“다시 말하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화는 절대 성립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 최강 미국과 맞선다는 명분으로 체제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나라가 핵을 포기할까?”

그렇다면 미국에 남은 카드는 뭔가?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진퇴양난이다. 군사력을 동원해 공격하고는 싶은데 공격하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트럼프 주변에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은 물론이고 유럽연합의 주요 국가 지도자들도 반대한다. 엄청난 반론에 트럼프도 움츠린 국면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7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에 평화체제가 만들어지고 북·미 간에 군사적 협력관계가 맺어지면 북한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경계하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해체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북한은 수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개발 관련 기술과 인력, 물자(플루토늄·우라늄)를 확보한 상태”라며 “핵과 미사일을 완성체로 갖는 것이나 해체한 뒤 옵션을 쥐는 것이나 북한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북핵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버리고 미국과 경협, 군사협력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졌다. 당시 판단이 빗나간 건가?

“사정이 달라졌다. 북한이 과거엔 핵무기를 국방과 안보의 한 도구로 여겼지만 지금은 체제 정통성의 기반으로 간주한다. 핵이 없으면 국가의 정통성이 위태로워진다. 북한 체제에서 차지하는 핵무기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핵을 포기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북, ‘남한 안보도 우리가 지킨다’고 주장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핵 옵션만으로 정통성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걸까?

“미·중·러·일과 남북 등 6자가 모두 참여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불가침조약이 맺어진다면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할 수 있다고 본다. 절대 공격받지 않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면 핵 보유를 그렇게까지 우길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언제든지 3개월이면 핵을 만들 능력을 가진 북한이다. 핵을 포기해도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버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입장’이라는 점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는데.

“남한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얘기를 하면 북한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북은 자신들의 핵 능력이 한반도를 지킨다고 자부한다. 아마도 앞으로 ‘남한의 안보도 우리가 지킨다’는 식으로 나올 게 틀림없다. 예컨대 ‘우리 핵무기는 같은 민족인 남한을 향해 만든 게 아니다. 우리 핵으로 조선반도 전체를 보호한다’고 말이다. 북한은 그 주장에 남한의 진보적 인사들이 찬동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현실 부합 여부를 떠나 북한은 그렇게 믿고자 하는 나라다.”

북한 핵의 혜택을 한국과 공유하자는 발상인가?

“그렇다. 언젠가 남북이 통합되면 한반도에 핵 무장 통일국가가 탄생하는 것이고 중국과 일본에 대한 한반도의 위상도 높아지게 된다. 남한에도 이런 북한의 생각에 동조하는 민족주의자들이 적지 않다고 북한은 기대한다. 남북 군사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군사능력을 남한과 공유하자는 주장을 하리라 예상한다. 그러면 남한에서도 상당한 논쟁과 파장을 유발할 것이다.”

너무 앞서가는 얘기 아닌가?

“북한은 2000년 6·15 공동선언에 주목하는 듯하다. 당시 남북의 통일방안(남측 연합제, 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점을 통한 통일 지향 등에 합의했다. 북한은 연방제 통일이 되면 연방 국가에 핵 관할권을 주고 남과 북이 합의해서 핵 정책을 펴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북한은 핵을 가졌지만 남한은 핵이 없다. 북한은 남쪽의 진보세력이나 미래지향적 민족주의자들이 환영하리라 믿는다.”

설령 연방제가 된다고 해도 핵을 가진 북한이 핵이 없는 남한과 핵 정책과 관련해 대등한 대화를 하려 들까?

“북한의 구상은 이론에 불과한 환상일 따름이다. 남과 북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핵무기 정책을 협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핵무기는 민족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남한은 물론 미국 내 한인 사회에도 적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만약 미국마저 한반도에서 손을 뗀다면 핵을 가진 북한이 남한을 쥐고 흔들려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한데.

“북한에 한국의 안보를 맡긴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남한 정부도 핵무장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용인하면 짧은 기간 내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트럼프도 핵무장을 한국이 바라고, 그게 미국에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면 종국적으로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독트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한·미·일 군사협력체제 탈퇴?


▎인터넷 전화기 스카이프를 통해 월간중앙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한식 교수.
그 독트린에 담기를 바라는 의제가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게 안보 주권이다. 미국에 안보를 맡겨서는 안된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다가 낭패 본 나라가 어디 한둘인가? 그런 의미에서 핵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미국은 반대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남북 간에는 아무런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둔다는 원칙도 독트린에 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단언하지 않았나. 군사적 충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한국의 국민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낼 수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게 대통령이다. 미국의 대(對)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은 다분하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를 탈퇴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 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대통령 입장에서 너무 위험한 선택이자 정치적 부담도 엄청나다.

“다시 말하지만 자국의 안보는 스스로 지킨다는 확신을 얘기하는 것이다. 문재인 독트린의 요체는 바로 안보 주권에 있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다. 이 문제에 대한 이념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한·미 공조에 충실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기대에 못 미친 건가?

“그냥 미국을 따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통일이라는 큰 변수가 있는데 미국인에게는 그런 게 없다. 한반도에 정서적으로 중요한 문제임에도 미국의 국익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새길지도 모른다. 한국 주변 여건과 국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과의 불일치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 등 트럼프의 성향으로 볼 때 독재자인 김정은은 공격해도 괜찮은 존재로 와 닿을 수 있다. 그렇게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북한이 모르는 게 아니다. 공격 당한다고 생각하면 선제공격을 할 나라가 북한이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김정은은 자기 능력에 대해 과대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미국이 전폭기로 제한적 폭격을 한다고 치자. 평양이 쑥대밭이 된다면? 북한은 미국 본토는 아니라도 가까운 한국·일본·괌의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다 부수려 들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이 하는 대로 따라 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군사적 충돌이 핵무기 사용으로도 이어질까?

“미국이나 북한이나 핵무기 사용은 자제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도 있고 해서 핵무기 사용은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다. 물론 핵 공격을 받으면 이판사판으로 막 때릴 수는 있을 것이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주도층의 동향을 소개한다면?

“미국인들의 압도적 다수가 북한이 비핵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ICBM도 포기해야 한다. 북한은 기독교 가치관이 아닌 사회주의 유물사관에 입각한 나라여서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이처럼 국민의 지지가 있기에 비핵화에 매달리는 게 바로 트럼프다.”

현지 시간으로 1월 13일 하와이에 발령된 미사일 공습경보가 오보임이 밝혀졌다. 미국인들은 일순간이나마 가슴을 쓸어내렸을 법하다.

“오보였지만 미국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공습 능력을 갖췄다고 온 세계가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 같다. 사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언젠가 북한 김정은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지, 트럼프가 먼저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편이다. 미국 내에서도 진보적 인사들은 트럼프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둔다. 저 같은 경우 그 가능성이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정은 권력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없어 평생 그 자리를 누릴 수 있다. 트럼프는 탄핵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고,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면 외부의 긴장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하겠다. 이를테면 내우를 외환으로 다스리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성사된다면 어떤 조건으로 이뤄질까?

“그 전제조건을 생각하면 회담이 이뤄질 수 없다.”

카터 방북 시 비핵화 진전 있을 것


▎박한식 교수(왼쪽)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핵 위기 해법 모색을 위한 방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박 교수는 미 조지아주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방북을 결행, 북핵 갈등을 무마시켰듯이 이번 북한 핵·미사일 위기 국면에서도 다시 방북 의향을 밝혔다. 군사적 긴장 완화 차원에서 북한 지도부와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 당국의 억류에서 풀려난 오토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로 인계된 지 6일 만에 사망하자 그해 9월부터 미국인의 북한 방문을 금지했다. 미국 여권 소지자가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하면 여권을 무효처리하고 형사 처분을 내린다. 미국 국적의 박 교수는 “그럼에도 여건이 허락하면 북한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카터 전 대통령의 의향을 전달했는데 반응이 있었나?

“긍정적인 답변이 아직 없다. 더 기다리라고만 한다. 오지 말라거나 그렇다고 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때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의 얘기가 아니다. 노동당의 핵심부에서 결정하는 일이다. 결국 당의 위원장인 김정은이 결정해야 한다. 물론 당의 지지도 필요하다. 그래서 카터가 가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제가 카터와 얘기한 건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대신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그 성과물을 만들어 돌아오겠다.”

북한에서 카터의 방북과 관련해 긍정적 반응이 올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 대화 재개를 언급하리라고는 대부분 예상치 못했다. 마찬가지로 내일 밤에도 전화로 카터의 방북을 요청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카터는 건강은 물론이고 교통편까지 따로 마련한 상태다.”

93세의 카터 전 대통령이 장거리 일정을 소화할 수 있나?

“그는 지금도 몇 시간씩 승용차로 먼 길을 오갈 정도로 건강하다. 또 지인의 도움으로 언제든지 탑승 가능한 비행기가 대기 중이다. 주치의를 비롯해 필요 인원이 바로 평양으로 날아갈 준비를 끝냈다. 저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할 예정이다.”

초고령의 전직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천착하는 이유는 뭔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미국 전직 대통령이 자국 정부가 정한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북한에 가려는 것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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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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