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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장삿속 고교 논문대회 주의보 

맞춤형 논문 컨설팅비 교내대회 500만원, 해외대회 3000만원?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대입 학생부종합 전형 빈틈 노리는 사교육 기승…자율동아리 활동이 빌미돼 짝둥 대회들까지 생겨나

고교생 논문대회가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비교과 활동 실적으로 기재해 대학입시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학생은 자율동아리 활동을 내세우며 한 편에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논문 컨설팅을 받는다. 자녀의 논문 작성을 위해 함께 연구하는 교수 학부모도 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입시의 ‘블루칩’은 논술이었다. 지금은 자율연구 활동 등이 포함된 ‘창의적체험활동’이 화두다. 수시논술고사가 치러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논술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심사위원도 없는 논문대회가 있습니까?”

2017년 11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 웹사이트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한림원은 국내 기초과학 분야 석학들로 구성된 학술단체다. 작성자는 자신을 “한림원이 후원한 ‘시스템 사이언스 페어(SSF)’라는 논문대회에 참여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논문 심사를 맡은 교수들이 아무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최측이 추후에 심사하겠다며 논문 발표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해 갔다”고 덧붙였다.

SSF는 성인이 아닌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대회다. 고교생 120명이 각각 14만~16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8월 14~15일 이틀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들은 완성한 논문을 심사받거나 현장에서 논문 계획서를 작성해 심사를 받았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청소년이공계학술연합은 참가비 조로 1800여 만원을 거둬들였다. 한 참가 학생은 “우수 논문은 17개 성인학회와 국회의원 명의로 된 상을 준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최측이 홍보한 학회와 국회의원 이름은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주최측 홍보물에 기재돼 있는 대한화학회·한국물리학회 등 9개 성인학회는 “우리는 후원 요청에 응한 바 없다”고 말했다. 대한산업공학회는 “학회장상을 수여하겠다는 요청이 두 번 넘게 왔지만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별상 수상에 이름이 언급된 나경원 의원실(자유한국당)과 박경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도 “대한청소년이공계학술연합이라는 단체에는 명의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대회를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21)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포스터가 나온 상황이라 대회를 망칠 수 없어 어물쩍 넘겼다”고 털어놓았다. 허위·과장 광고로 논문대회를 연 것이다.

이 같은 짝퉁 논문대회가 알려진 것은 대회가 열린 지 3개월 뒤였다. 한 온라인 수학동호회 회원들이 나서서 이 대회가 문제투성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러나 고교생 대상의 부실한 논문대회는 이뿐이 아닐 것이다. 당초 특목고·자사고에서 시작된 교내 논문대회가 일반고까지 확산되면서 ‘부실’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대입 전형에서 교과 성적보다 전공 적합성을 평가하겠다는 수시 학생부종합 전형(이하 학종)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논문대회의 증가로 사교육업계도 들썩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교육업체도 들썩… 교육당국은 모르쇠


▎‘입시교육 1번지’ 대치동은 논술에서 자기소개서로, 다시 소논문으로 타깃을 바꿔가며 ‘조변석개’하는 대입정책에 적응해간다. 학생들이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가고 있다.
학종은 말 그대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중심 종합 전형을 말한다.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면 아무리 잘 쓴 자기소개서라도 인정받지 못한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부터 아예 경시대회 같은 교외 행사의 실적을 학생부에 싣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이 심화학습을 하더라도 학교 수업 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학종의 뿌리인 입학사정관제는 교외 실적을 전혀 규제하지 않아 입시 컨설팅 관련 사교육업체가 난립하는 토대를 만들어줬다.

전체 대입 전형에서 학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6학년도 대입에서 18.5%이던 것이 매년 2~3%포인트씩 높아졌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는 23.6%를 기록해 처음으로 정시 수능 위주 선발 비중을 넘어섰다. 서울대의 경우는 수시모집 인원 전체인 2496명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 부분과장인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미래 교육을 생각하면 입시는 결국 학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종에도 교외 실적을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유는 동아리 활동 때문이다. 현재 고교 동아리 활동은 정규 수업 시간에 활동하는 동아리와 그 외 시간에 활동하는 ‘자율동아리’로 나뉜다. 자율동아리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로봇의 실생활 활용 방안 연구’ 같은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 내용도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난에 동아리활동 특기사항을 기재할 수 있다. 자율동아리가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창구가 되는 셈이다.

부천의 한 학부모단체 대표는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난에도 자율동아리 활동 내역을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과정이 국민 공통 교양과정이잖아요. 그러면 논문 주제를 어떤 걸로 잡아도 교과 과정하고 연결돼요. 예를 들어 복지를 주제로 하고 싶으면 일반사회, 환경을 하고 싶으면 생물과 연관 있어요.” 그는 학교의 현실을 부연 설명했다. “선생님들은 안 그래도 교과학습발달상황 난에 쓸 게 없어서 머리를 쥐어짜요. 그런데 알아서 심화학습했다고 가져오면 선생님 입장에서 얼마나 쉬워요. 웬만하면 학생부에 기록해주죠.”

자율동아리가 대안으로 떠오르자 참여 학생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공시된 2015~2017년 고교 자율동아리 활동 참여 학생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15년 39.4%에서 2017년 62.3%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새 참여 학생이 22.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세종시는 2017년 103.5%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학생이 적어도 한 개 이상 자율동아리에 가입했다는 뜻이다.

SSF 논문대회를 기획한 이씨가 만든 대한청소년이공계학술연합도 시작은 교내 자율동아리였다. 이씨는 한 고교 수학동아리의 장으로 있으면서 몇몇 자사고 소속 수학동아리를 모아 대한청소년수학회를 창립했다. 한림원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2017년 초에는 청소년학회 17개를 모아 대한청소년이공계학술연합을 만들었다. 이씨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연구하고 마지막으로 교수들 앞에서 검증을 받았다고 하면 스토리가 되지 않느냐”며 “학생들의 논문대회 수요를 알고 사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들이 직접 주최하는 논문대회도 적지 않다. 교외 실적이 아니라 곧바로 교내 수상 실적으로 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 분야를 제외한 서울 소재 특목고 14곳의 교육계획서를 열람한 결과 10곳이 논문대회, 학술발표대회, R&E(Research & Education) 과제연구대회 등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논문 작성법을 지도하는 김성하 논준모연구소 소장은 “교내 논문대회가 2000년대 중·후반 특목고에서 시작돼 강남권 고등학교로 확산돼 왔다”며 “학부모들이 논문 작성을 의뢰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매달 서너 건은 된다”고 밝혔다.

논문 컨설팅 유혹하는 미등록 브로커 활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17년 8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8월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안을 포함한 종합적인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논문 작성을 학생이 자율적으로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도교사가 있어도 전문적인 논문 지도를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사교육업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한 논문 컨설팅업체는 기자가 청소년 논문 컨설팅을 문의하자 이런 답을 했다. “교내 논문대회에서 우수작으로 인정받으려면 300만~500만원을 받는다. 미국에서 열리는 ‘인텔 과학경시대회’ 같은 국제대회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2000만~3000만원 든다. 프로젝트에 따라 3개월에서 1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나마 법인 등록을 하고 영업하는 업체는 가격이 투명한 편이다. 수능 교재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임모 씨는 지방 강연을 다닐 때마다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컨설팅 연구실을 많이 보았다”고 말했다. “강연장을 돌아다니면서 흥정을 하기도 해요. 조건이 맞으면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거죠. 한 번에 20만~30만원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고3 아이가 있는데 한 번은 ‘4억원을 주면 내가 어떻게든 서울 소재 명문대에 입학시켜 주겠다, 떨어지면 절반은 돌려주겠다’며 제안한 사람도 있었어요.”

인적 네트워크도 동원된다. 지난해 말 [국민일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최소 10명 이상의 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논문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작성된 논문이 모두 24편에 이른다. 자녀들의 평균 연령은 만 16.4세로, 고1에 해당하는 나이다. 기여도에 따라 부여되는 논문 저자 순위는 평균 3.5번째였다.

소논문 작성 강조한 고교, 대학 진학률은 떨어져


▎일부 특수고는 R&E 프로그램을 토대로 ‘졸업논문’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대학 연구팀에서 공동 실험·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특목고 졸업생은 학생들이 부모 인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중 하나는 부모가 교수였다. 그럴 경우 어느 대학에 어떤 교수가 부모의 83학번 동기다 그러면 그 교수 연구실에 가서 학생들이 방학 동안 연구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섯 번째 공저자 정도로 해서 ‘버스’를 타고 가거나, ‘새끼 연구’라도 받아서 소논문을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수능 교재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임씨는 아예 아버지 회사에서 개발한 특허에 자녀 이름을 올린 경우도 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 아버지가 어느 화장품회사 연구소 임직원인데 신제품을 개발했다. 학생이 그 특허로 논문을 작성해 화학 교과목과 연결하더라”고 말했다.

교육계 일선에서는 ‘논문에 등수를 매길 수 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인학회지의 경우 등재 또는 미등재 두 가지밖에 없다. 다만 얼마나 권위 있는 학회지에 등재되느냐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논문대회는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연구 결과에 순위를 매긴다. 경시대회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고교생의 창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성하 소장은 “모기 뒷다리만 가지고 평생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며 “연구 가치에 순위를 매기는 것부터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논문 스펙’이 진학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과학고는 3년 새 서울대 진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지나친 R&E 프로그램이 독이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부모 김모 씨의 증언. “이 학교는 2학년 때부터 이미 대학원 과정을 배웁니다. 선생님들이 학생을 지도할 수가 없죠. 결국 대치동 사교육에 의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우스운 건 대치동 학원을 가면 또 모교 출신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접입니다. 학교 수업에서 더 이상 배우는 게 없다는 걸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알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2016년 1월 고교 교사들과 함께한 포럼에서 “소논문 얘기가 왜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나는 소논문 얘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왜 대학 가는데 소논문을 써야 하는가? 대학 가기 위해 소논문을 써야 하고, 마치 대학이 소논문이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평가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건 학종에 대한 모독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소논문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 연구교육(R&E) 목적으로 작성되는 글을 뜻한다.

주석훈 교장은 논문대회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해서 ‘학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교에서는 교과 수업의 연장에서 교사 지도로 이뤄진 결과물만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교사와 학교의 교육권에서 이탈해버린 자율동아리를 대폭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 교장은 당장 적용 가능한 대안도 제시했다. “저희 학교는 실험 문제를 그날 그 자리에서 줍니다. 예를 들어 화학경시대회면 화학실을 개방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합니다. 일종의 ‘오픈랩’ 방식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면 학생들의 논리 전개 능력을 평가하면서 사교육을 막을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알아서 연구해 논문을 쓰라는 것은 교육자로서 직무유기입니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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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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