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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2)] 인터뷰│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제시하는 고령사회 解法 

“노인청 신설해 일자리·복지 업무 맡겨야”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노인들은 헌신·희생했던 세대인데, 관련 정책은 걸음마 뗀 수준…대한노인회와 공조는 당연, 청와대에서 초대한 것도 ‘상징적’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대표적인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양 위원장은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 사진:양승조 의원실
양승조(59)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과 보건·복지 분야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는 초선(初選) 의원 시절이던 2007년부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양 위원장은 재선이던 18대 국회, 그리고 3선이던 19대 때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했다.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식견도 넓어지고 고민의 깊이도 깊어졌다. 보건·복지 관련 인터뷰 때 양 위원장이 대부분의 통계 등을 자료 한 번 보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어 네 번째 국회 입성인 2016년, 여야가 20대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분할 때 양 위원장은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다. 앞선 12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길렀던 분야였기에 이의를 다는 이가 거의 없었다.

월간중앙이 국회 내 대표적인 보건·복지 전문가로 통하는 양 위원장에게 고령사회 해법과 대안 등을 물었다. 양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2026년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라며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충남지사 선거 출마 선언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근황이 궁금하다.

“1월 4일 출마 선언 이후 충남 전역을 돌고 있다 그동안 미뤄왔던 지역구 일정을 챙기는 것과 함께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국민이 느끼고 있는 삶의 문제나 실질적으로 원하는 정책들을 경청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직(職)을 수행하는 동안 가장 큰 성과와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인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성과가 있겠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들고 싶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부과체계 관련 민원만 총 2억5884만 건에 달하는 등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사안이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기획단까지 출범시켰지만 개편안 발표 연기, 기획단 위원장 사퇴 등 난항을 겪으며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제가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저출산 현상을 반등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위헌적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고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기반을 마련한 합의를 이뤄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부터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 세대 중에서 593만 세대의 건보료가 월평균 2만2000원 줄어들고, 보수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 강화와 고소득 직장인의 보험료 인상 등이 이뤄질 것이다.”

2007년 최초로 아동수당 입법 발의안 제출


▎2016년 8월 4일 ‘국회 저출산극복 연구포럼’(공동대표 국회의원 양승조·윤소하)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파비앙 페논 프랑스 대사, 양승조 (민주당)·윤소하(정의당)· 윤종필(새누리당)·최도자 (국민의당)·정춘숙(민주 당)·김정우(민주당) 의원, 최승주 통역사. / 사진:조문규
20대 국회에서 저출산극복 연구포럼의 대표를 맡았다. 어떤 포럼이며 무슨 일을 했나?

“저출산극복 연구포럼은 저출산을 극복한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모아 우리나라 제도에 도입할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해외와 국내, 두 가지 분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먼저 해외의 경우 프랑스·핀란드·스웨덴·독일 대사 등을 초대하는 등 각국의 저출산 극복 사례들을 수집하고 있다. 국내 분야는 국회입법조사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내 최고 정책기관들을 모아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아동수당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아동수당 도입에 있어 많은 조언과 경험들을 들었고, 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러한 조언들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권미혁·정춘숙 위원 등이 포럼의 준회원). 아동수당의 경우 아동수당이란 단어조차 낯설었던 2007년 제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입법 발의안을 제출했던 만큼 참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0~5세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아동수당 법안을 논의할 때 0~5세 모든 아동에게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은 지난해 12월 말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올해 예산안을 협상하면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합의하면서 15만 명분의 예산(3912억원)을 깎고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부 입장이 관철되면 한국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무상보육·무상양육을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 노인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낸 주역이다. 한국전쟁, 월남 파병, 파독(派獨) 광부·간호사 등 국가를 위해 희생했고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면서 자식들 공부시킨 세대다. 자신들의 노후보다는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노인들에 대한 공경과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이번 기초연금 인상 논의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펼쳐졌는데, 기초연금 5만원 인상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제안이 있었다. 기초연금이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야당 입장이었는데, 이분들이 과연 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현실을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 의심스러웠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양 위원장은 평소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내수에 도미노 타격이 온다’고 주장한다.

“생산인구는 15~64세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를 말한다.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산성을 높이는 인구다. 생산인구는 올해 본격적으로 감소가 시작되는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감소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2016년 생산인구는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년 뒤 한국의 생산인구는 19%나 줄어드는 반면 같은 시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감소율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그마치 190배 차이가 난다. 이는 곧 내수의 붕괴를 의미한다. 일례로 피아노 판매량이 2000년 6900대에서 지난해 2900대로 낮아졌고, 문방구는 지금 3만 개에서 1만 개로 줄었다. 어린이집은 매년 1000여 곳이 문을 닫고 있으며,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전 산업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사랑의온도탑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출범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봉 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윤영석 서울공동모금회장, 채시라 홍보대사,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허동수 공동모금회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정보석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박수홍 홍보대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35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77만 명이니까 그중 14%가 노인 인구인 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문제는 속도인데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들어선 2000년 이후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일본 24년에 비해 최대 100년 가까이 빠른 속도다. 8년 뒤인 2026년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노인 빈곤과 관련해 어떤 대안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는가? 또 문재인 정부의 노인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OEC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빈곤율이 4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이며 회원국 평균의 4배에 달한다. 2014년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55.5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3배를 웃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으로 외로움, 가족·친구와의 갈등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인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득 보장과 건강 관리인데, 소득 보장은 기초연금 인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9월부터 기존 20만원에서 5만원 인상된 25만원으로 지급되며,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시킬 것이다.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 완화에 많이 기여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기초연금 도입 전후 노인 빈곤 감소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초연금이 절대적 빈곤율을 10% 가량 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상대적 빈곤율은 4.4% 감소시키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건강 관리는 1차 의료 강화를 통한 만성질환 관리로 이뤄 낼(해결할) 수 있다. 2016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5조 2692억원으로 전년 22조2673억원보다 13.5%나 증가했으며, 전체 진료비(64조5768억원)의 40%를 차지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관리하지 않으면 노인 건강 악화는 물론 국가재정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인들이 동네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통해 통합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1차 의료발전 특별법’이 저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사안인 만큼 속도감 있게 다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양 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대표적인 증세론자로 꼽힌다. 증세와 관련된 입장은?

“증세가 필요하지만 충분한 국민적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 먼저 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 미국은 존슨 대통령 시절 최고세율이 70%였고,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는 94%까지 올라갔다. 우리도 그 정도를 각오해야 현재 국가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세금을 더 내면 현재의 삶보다는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믿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정부는 더 많이 걷은 세금으로 어떠한 정책과 사업을 펼칠 것이고, 또 그러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노인정책과(課) 수준으론 인력도 예산도 역부족

노인청 등 노인문제 관련 전담 기구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너무나도 간절히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5%를 넘어서면서부터 노인 전담 부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내에 노인정책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의 일개 과가 이를 담당하기엔 인력도 예산도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노인청 신설을 통해 노인 빈곤, 노인 일자리, 노인복지 등 노인과 관련된 업무들을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문제 전문 단체인 대한노인회와의 공조계획은?

“늘 공조하고 있으며 전문 단체로서 입장과 의견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월 5일 청와대에서 직능·사회단체 중 가장 먼저 대한노인회 임원진을 초대해 신년 인사회를 가진 것은 상징적이다. 저를 비롯해 월간중앙 1월호 인터뷰 주인공이었던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노인정책 수립에 있어서 언제나 대한노인회와 함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 선언한 이유 그리고 당선되면 어떤 도정을 펼치고 싶은지 말해달라.

“제가 출마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4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신 도민들의 은혜에 어떻게 하면 보답할 수 있을까 줄곧 고민해왔는데 충남지사라는 답을 찾게 됐다. 의정활동 동안 아이·노인·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대변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보건의료산업을 우리나라의 주요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입법들과 예산 등도 만들어냈다.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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