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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평창겨울올림픽 10大 관전포인트 

30년 전 ‘안방 올림픽’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 전문기자 cano@hani.co.kr
2월 9일부터 17일간 100여 개국, 5000여 명 선수 열전…한국, 88 서울올림픽 때 종합 4위 달성 위해 전력투구

‘눈과 얼음의 지구촌 축제’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다가왔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개막하는 평창겨울올림픽은 2월 25일까지 17일 동안 평창·강릉·정선 일대에서 세계 100여 개국 5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세부종목에 걸린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펼친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종합 4위(금 8, 은 4, 동 8). 30년 전 서울올림픽에서 종합 4위(금 12, 은 10, 동 10)에 올랐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평창올림픽을 100배 더 즐길 수 있는 10대 관전포인트를 정리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강원도 평창 일원에서 열린다. 평창에서는 개·폐회식과 대부분의 설상(雪上)경기가, 강릉에서는 빙상 전 종목이, 정선에서는 알파인 스키 활강경기가 개최된다. 먼 발치에서 바라본 강릉 빙상경기장의 전경. / 사진:오종택
01. 빙속 | 이상화 vs 고다이라 - 숙명의 한·일전


▎2018 평창올림픽 개막을 두 달가량 앞둔 2017년 12월 15일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오륜기옆에서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8일 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8000여 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와 일본의 단거리 간판스타 고다이라 나오(32)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놓고 평창겨울올림픽 최고의 라이벌 대결을 펼친다.


▎레이스 뒤 손을 맞잡고 서로 격려하는 이상화(오른쪽)와 고다이라 나오. / 사진:연합뉴스
이 한판 승부는 평창겨울올림픽에 나서는 한·일 두 나라의 최종 성적과도 직결된다. 한국은 금메달 8개 등 총 20개(금 8, 은 4, 동 8)의 메달로 종합 4위가 목표이고, 일본은 금메달 5개로 종합 7위에 올랐던 1998년 나가노올림픽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결국 두 나라 금메달 후보가 딱 겹치는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평창에서 또다시 여자 500m를 제패하면 사상 두 번째로 이 종목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쌓는다. 그동안 여자 500m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1992년·1994년)가 유일하다.

이상화는 휘경여고 2학년 때이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500m에서 5위에 오르며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500m에서 5위를 차지한 유선희와 함께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올림픽 최고 성적을 작성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라는 놀라운 역사를 썼다. 특히 2013년 11월 작성한 여자 500m 세계기록(36초36)은 4년 넘게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고다이라의 등장은 올림픽 3연패의 최대 걸림돌이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보다 3세 많은 ‘대기만성형’ 스프린터다. 그는 이상화가 무릎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2016~17 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월드컵 시리즈에서 치른 15개 레이스를 모조리 우승하며 평창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떠올랐다. 주종목인 500m뿐 아니라 1000m까지 2관왕에 도전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에서는 1분1초09의 세계기록까지 세우며 1000m 랭킹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일본 여자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개인 종목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것은 고다이라가 처음이다.

이상화의 최근 페이스도 좋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 500m 1차 레이스에서 36초71로 자신의 시즌 베스트 기록을 경신하며 고다이라 추격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초반 100m 기록을 10초1이나 10초2 초반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또 종전에는 두 차례 레이스 성적을 합산해 메달 색깔을 가렸지만, 평창에서는 한 차례 레이스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등 실력뿐 아니라 당일 컨디션과 자신감이 매우 중요해졌다.

02. 쇼트트랙 | 최민정·심석희 - ‘크리스티를 막아라’


▎1. 한국과의 악연으로 주목받는 엘리스 크리스티. / 2. 2017년 11월 19일 서울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계주 결승 후 심석희(왼쪽)가 최민정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27)와 한국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그는 무리하게 추월하려다가 단독 선두를 달리던 한국의 박승희를 넘어뜨렸다. 금메달은 꼴찌를 달리던 중국 선수한테 어부지리로 돌아갔다. 그는 실격을 당했고, 박승희는 일어난 뒤 끝까지 질주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그는 한국 팬들의 ‘악플’에 시달렸고, “한국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 때문에 두려웠고,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여자 쇼트트랙 최민정(19·성남시청)과 심석희(20·한국체대)의 강력한 대항마 엘리스 크리스티. 아이러니컬하게도 깊은 수렁에 빠졌던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전지훈련 덕분이었다. 한국인과 가까워지며 ‘공한증’을 극복했고,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3월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는 심석희·최민정을 제치고 여자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종합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두 종목은 한국의 강세 종목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심석희와 최민정 쌍두마차를 앞세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 시즌 예전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여자 1000m는 4차 월드컵까지 최민정이 금메달 2개(1·4차 월드컵), 심석희가 금메달 1개(2차 월드컵)를 가져갔다. 여자 1500m는 최민정 3개(1·2·4차 월드컵), 심석희 1개(3차 금메달)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싹쓸이했다.

한국의 취약 종목인 500m는 사정이 다르다. 크리스티는 허벅지 부상 때문에 이번 시즌 부진했지만 월드컵 4차 대회 500m에서 43초259를 기록하며 최민정(43초378)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경기 뒤 “그동안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훈련을 거의 못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가운데 금메달을 따 매우 기분이 기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여자 500m는 최민정·심석희·크리스티의 3파전 양상이고, 1000m와 1500m는 최민정이 앞서가고 심석희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3000m 계주는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되지만 판커신(24)으로 대표되는 중국 선수들의 ‘나쁜 손’이 변수다. 이번 시즌 3000m 계주에서 한국은 금메달 두 개를 따냈지만, 두 번은 금메달을 놓쳤다. 특히 4차 대회에서 중국 선수의 반칙으로 넘어져 메달권으로 밀려났지만 중국이 실격되면서 간신히 동메달을 건졌다.

03. 쇼트트랙 | 안현수 -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 등극?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빅토르 안. / 사진:연합뉴스
4년 전 소치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빅토르 안’은 한국 국민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치 대회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고, 여자 쇼트트랙도 금메달 2개에 그쳤다.

안현수가 소치 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은 공교롭게도 ‘운석’이 박혀 있었다. 러시아에 운석이 떨어진 1년을 기념해 2월15일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운석 금메달’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안현수로서는 마치 한국에서 버림받고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 같은 자신의 처지와 묘하게 닮은 금빛 메달이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겨울올림픽 ‘영웅’이었다. 남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여자 쇼트트랙에서 3관왕을 차지한 진선유와 함께 한국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당시 겨울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인 종합 7위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파벌의 희생양이 되면서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고, 한국 선수들과 경쟁했다.

안현수는 이미 세계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올림픽에서 한국과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따낸 메달은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에 이른다. 그와 동갑내기로 이미 은퇴한 중국 여자 쇼트트랙의 ‘영웅’ 왕멍(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을 넘어섰다. 또 남녀 통틀어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 1500m, 5000m 계주 등 4종목을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다. 만약 그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러시아가 아닌 한국 국적으로 메달을 땄더라면 양궁 김수녕과 쇼트트랙 전이경이 가지고 있는 역대 한국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의 영광도 안았을 것이다.

1985년생으로 올해 만 33세가 된 안현수는 조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명예로운 은퇴를 꿈꾼다. 평창에서 동메달 1개라도 따낸다면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많은 9개의 메달을 따낸다. 총 메달 수는 아폴로 안톤 오노(36·미국) 역시 8개(금 2, 은 2, 동 4)로 그와 같다.

안현수는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향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5000m 계주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해결사 역할인 2번 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모교 한국체대에서 스승 전명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전지훈련을 했다. 그는 틈만 나면 “딸이 보는 앞에서 아빠가 태어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04. 매스스타트 | 이승훈·김보름 - 남녀 동반 金 도전


▎매스스타트 남녀 동반 금메달 도전에 도전하는 이승훈(왼쪽 사진)과 김보름. / 사진:연합뉴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 목표는 8개. 그중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를 기대하고 있다. 남녀 매스스타트 이승훈(30·대한항공)과 김보름(25·강원도청), 그리고 여자 500m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금메달 후보다. 세 선수는 평창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열린 월드컵(지난해 12월10일)에서 나란히 금(이승훈), 은(이상화), 동(김보름)메달을 따냈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매스스타트는 많게는 24명의 선수들이 레인에 구애받지 않고 400m 트랙을 16바퀴(6400m) 도는 경기다. 순위는 4-8-12바퀴째 1~3위에게 5-3-1점을 부여하고, 마지막 결승선을 1~3위로 통과한 선수에게 60-40-20점을 방식으로 가린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와 쇼트트랙을 모두 경험한 이승훈과 김보름에게 딱 맞는 종목이다.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은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면 파고 들고, 자리다툼 기술도 탁월하다. 매스스타트가 2015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당시 김보름은 “매스스타트는 저에게 구세주와 같다”며 좋아했다. 게다가 정식종목 채택 뒤 첫 번째 열리는 올림픽 장소가 우리나라 평창이다.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후보 0순위다. 최근 세 시즌 연속 월드컵컵에서 남자 매스스타트 종합 챔피언에 올랐다. 또 지난해 2월 열린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1차와 4차 월드컵을 제패하며 랭킹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매스스타트는 두뇌싸움이 치열하고 동료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생 기대주인 정재원(17·동북고)은 월드컵 랭킹 7위로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과 함께 이 종목에 출전한다. 이승훈은 자신보다 13세나 어린 그에게 “재원이가 많이 도와준다”고 고마워했다.

정월 대보름날 태어나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은 김보름은 지난해 2월 강릉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어진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선 일본 선수들의 작전에 말려 3위에 그쳤고, 이번 시즌 1차 월드컵 예선에서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 2차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 뒤 3차 월드컵에서 14위로 예열한 뒤 4차 월드컵 동메달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 역시 후배 박지우(20·한국체대)와 협력 플레이가 중요하다.

김보름의 최대 경쟁자는 사토 아야노(22), 다카기 나나(26) 등 일본 선수들이다. 일본과의 종합순위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는데다 삿포로아시안게임 설욕이라는 과제도 있다. 남녀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는 대회 폐막 전날인 2월24일 잇따라 열린다.

5. 남자 피겨 | 하뉴 vs 네이선 - ‘브라이언 전쟁’


▎남자 피겨 21세기판 ‘브라이언 전쟁’을 앞두고 있는 하뉴 유즈루(왼쪽)와 네이선 천 / 사진:연합뉴스
1988년 2월19일과 2월 21일 펼쳐진 캘거리겨울 올림픽 피겨 남자싱글은 ‘브라이언 전쟁’으로 불렸다.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브라이언 오서(캐나다)와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는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0.1점 차이로 보이타노가 금메달과 오서가 은메달이었다. 오서는 훗날 자신의 조국에서 열린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코치로 나서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브라이언 전쟁’ 이후 딱 30년 만인 2018년 2월 16일과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또다른 라이벌 대결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일본의 하뉴 유즈루(24)와 중국계 미국인 네이선 천(19)이다. 하뉴는 챔피언, 네이선은 도전자다.

하뉴는 남자 싱글 최강자다. 국제 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올랐고 소치올림픽에서 당시 남자 싱글 최정상이던 패트릭 챈(캐나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남자 싱글 챔피언에 오른 첫 아시아 선수였다. 피겨에서 새 채점방식 도입 이후 쇼트프로그램 100점, 프리스케이팅 200점, 총점 300점을 넘긴 최초의 선수다. 현재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112.72점), 프리스케이팅(223.20점), 총점(330.43점) 세계 기록도 모두 하뉴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가 부진한 사이 천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피겨 킹’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2016년 12월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하뉴가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했고 천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천이 쿼드러플 점프를 앞세워 하뉴를 꺾고 남자 싱글 챔피언에 올랐다. 이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도 천이 1위, 하뉴가 2위였다. 천은 그랑프리 파이널마저 제패하며 이번 시즌 4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반면 하뉴는 준우승 2번에 그쳤고, 설상가상으로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선 발목까지 다쳤다.

하뉴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둘의 대결은 결국 점프에서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하뉴는 사상 최초로 쿼드러플(4회전) 루프 점프와 후반부에 3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한 선수다. 천 역시 피겨 선수 중 처음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다섯 차례나 성공했다.

부상을 딛고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하뉴와 새로운 피겨 킹 등극을 노리는 천의 불꽃 튀는 대결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06. 여자 피겨 | 메드베데바 vs 자기토바 - ‘피겨 퀸’은 누구?


▎피겨 퀸에 도전장을 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위쪽 사진)와 차세대 유망주인 최다빈. / 사진:연합뉴스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피겨 여자 싱글 구도는 피겨 남자 싱글과 ‘닮은꼴’이다. 독주하던 세계랭킹 1위가 주춤하는 사이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챔피언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도 똑같다.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와 알리나 자기토바(16) 얘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피겨 여자 싱글은 온통 메드베데바 세상이었다.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2년 연속 제패하며 ‘피겨 퀸’의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그는 2013년 처음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2014~1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했고, 그 다음 시즌 곧바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도 평정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직후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한 것은 김연아(28·은퇴)와 아사다 마오(28·은퇴)에 이어 메드베데바가 사상 세 번째다.

그는 지난해 4월 ISU 월드팀 트로피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80.85점), 프리스케이팅(160.46점), 총점(241.31점)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후배 자기토바의 상승세가 무섭다. 이번 시즌 메드베데바는 그랑프리 1차와 4차 대회에서 우승했고, 자기토바는 3차와 5차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더욱이 메드베데바는 오른쪽 발등 미세 골절로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을 포기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기토바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피견 퀸’에 등극했다. 자기토바의 상승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24일 막을 내린 러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은 평창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만난다. 둘은 이번 시즌 아직까지 같은 대회에 나란히 출전한 적이 없다. 유럽선수권은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첫 대회이자 평창 금메달의 향방을 예측해 보는 무대이다.

두 선수와 함께 국내 팬들의 관심은 ‘포스트 김연아’ 최다빈(18·군포 수리고)의 선전 여부다. 그는 지난해 2월 삿포로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엔 ‘대타 출전’으로 영광을 안았지만 지난해 4월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에 오르며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 2장을 따냈다. 그러나 두 달 뒤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 보내는 큰 아픔을 겪었다. 새 스케이트 부츠 때문에 발목 통증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는 2년 전 신었던 왼쪽 부츠와 지난해 신었던 오른쪽 부츠를 신고 국내 선발전에서 당당히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멋진 연기 뒤에 ‘키스&크라이존’에서 환호하는 최다빈을 기대해본다.

07. 스켈레톤 | 윤성빈 - ‘새로운 황제’ 도전


▎1. 스켈레톤 황제를 노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 / 2. 한국 겨울올림픽 사상 빙상 종목 이외의 첫 메달을 노리는 윤성빈. / 사진:연합뉴스
마르틴스 두쿠르스(34)는 ‘스켈레톤 황제’이자 친형 토마스 두쿠르스(37)와 함께 조국 라트비아의 영웅이다. 그는 최근 8년 연속 봅슬레이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이 기간 동안 71차례 열린 월드컵에서 금메달 50개를 가져갔다. 그런데 그의 9년 연속 세계랭킹 1위 도전에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고작 6년에 불과한 한국의 윤성빈(24·강원도청)이 그 주인공이다. 윤성빈은 두쿠르스가 최전성기였던 2012년 스켈레톤을 처음 배워 2013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한 ‘애송이’였다.

그러나 엄청난 훈련량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두쿠르스와의 간격을 급속히 좁혔다. 2015~16 시즌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쿠르스의 7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저지하더니 2016~17 시즌에는 3승5패로 격차를 좁혔고, 이번 시즌에는 되레 4승2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윤성빈에겐 홈 트랙의 이점까지 있다. 썰매종목은 개최국 선수들이 올림픽 코스를 40회 정도 더 경험한다. 평창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일정 기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개최국 선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윤성빈은 하루 6차례, 총 100회가량 썰매를 타면서 트랙을 몸으로 익힐 계획이다.

두 선수에겐 금메달을 따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두쿠르스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2006 토리노 대회에서 7위에 그친 뒤 절정의 기량을 보이던 2010 밴쿠버와 2014 소치 대회 때는 개최국 선수인 존 몽고메리(캐나다)와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러시아)에게 잇따라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트레티야코프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금메달이 박탈돼 두쿠르스가 금메달을 승계받을 예정이지만 올림픽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라트비아 국가를 듣는 영광은 아직 누리지 못했다. 더욱이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평창은 사실상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윤성빈은 메달만 따도 한국 겨울올림픽 사상 빙상 종목 이외의 첫 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그 메달이 기왕이면 금메달이길 고대한다. 한국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딴 메달이 53개(금메달 26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0개)에 이르지만 모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둘의 대결은 2월 15일과 16일 두 차례씩 네 차례 펼쳐진다.

08. 스노보드 | 이상호 -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


▎스노보드 이상호는 한국 설상종목 사상 첫 메달을 노리고 있다. / 사진:오종택
겨울올림픽 종목은 크게 빙상 종목과 설상 종목, 썰매 종목으로 나뉜다. 한국의 가장 취약한 종목은 눈 위에서 펼치는 설상 종목이다. 스노보드 알파인의 이상호(22·한국체대)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설상(雪上)종목 사상 최초로 메달을 노린다.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10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PGS)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예선 1위로 16강에 오른 뒤 16강전에서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이시제이 앤더슨(캐나다)을, 8강에서는 2014 소치올림픽 2관왕 빅 와일드(러시아)를 물리쳤고, 결승에서 실뱅 뒤푸르(프랑스)를 마치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호는 지난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에서 2관왕에 올랐고, 3월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평창에선 평행대회전만 열린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그는 고랭지 배추밭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익혀 ‘배추밭 소년’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노보드는 정해진 코스에서 선수 2명이 동시에 출발해 18~25개의 기문을 통과하며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이긴다. 예선에서는 기록 순으로 상위 16명을 추린 뒤 16강부터 토너먼트로 순위를 정한다.

이상호는 최근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세 차례 레이스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예선을 3위로 통과했지만 16강전에서 유로파컵 결승에서 이겼던 뒤푸르에게 졌다. 사실 유로파컵은 월드컵보다는 한 단계 낮은 등급의 대회다.

스노보드는 속도가 승패의 가장 큰 요인이지만 대진 상대에 따라 변수가 생긴다. 이상호는 지난 시즌 모두 5차례 ‘톱5’에 들어 언제든지 메달권 진입이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상호와 함께 최보군(27·강원도스키협회)도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그는 지난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평행 대회전에서 이상호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3월 터키 월드컵에서도 이상호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이상호와 최보군은 2017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다시 유럽으로 출국해 새해 1월 한 달간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메달권 진입에 도전한다. 이상호는 “월드컵은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모든 것이 올림픽에 맞춰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평창올림픽 폐막 전날인 2월 24일 열린다.

09. 아이스하키 |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 - 기적은 계속될까


▎남자 하키 대표팀도 평창의 기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녀 아이스하키는 지난해 이미 기적을 일궜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카자흐스타에는 0대 4로 졌지만 숙적 일본을 적지에서 4대 1로 격파했고, 중국을 10대 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만 4개 따냈다.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졌던 일본과의 세계랭킹도 역전돼 2018년 1월 현재 한국이 21위, 일본이 23위다.

불과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세계 16개국 최강 그룹인 월드챔피언십 승격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 A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우크라이나를 연장 끝에 2대 1로 물리치고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로 카자흐스탄과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으로 2위를 차지해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꿈의 월드챔피언십 무대를 밟게 됐다. 카자흐스탄에겐 12전 전패 사슬을 끊고 5대 2로 이겼다.

또 지난 연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 투어 채널원컵’ 대회에서는 세계랭킹 1위 캐나다에 2대 4, 3위 스웨덴에 1대 5, 4위 핀란드에 1대 4로 지는 엄청난 선전을 펼쳤다. 물론 골리(골키퍼) 맷 달튼(32)과 포워드 마이클 스위프트(31) 등 귀화선수의 힘이 컸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결과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체코(6위), 캐나다(1위), 스위스(7위)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기적에 도전한다.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 그룹 A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국 선수들이 새러 머리(29·캐나다)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자대표팀 역시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7전 전패 끝에 사상 처음 중국을 3대 2로 꺾는 등 3승2패를 기록하며 승점 8로 대회 4위에 올랐다. 메달 획득에는 지난 4차례 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를 기록했던 여자 아이스하키가 사상 첫 승을 포함해 무려 3승을 거뒀다. 세계랭킹도 22위로 끌어올렸다.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에선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9위)과 B조에 속했다. 목표는 2월14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리는 한·일전 사상 첫 승리다. 2007 창춘 겨울아시안게임에선 일본에 0-29로 졌지만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선 0-3으로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이 밖에 아이스하키는 축구 한·일전과 다름없는 남자부 스웨덴과 핀란드의 ‘스칸디나비아 라이벌전’(2월 18일)과 2013년 2월 평가전 때 여자 경기에선 보기 드문 집단 난투극까지 펼쳤던 미국과 캐나다의 앙숙 대결(2월 15일)도 관심이다.

10. 컬링 | 가족의 힘’으로 사상 첫 메달 도전


▎2017년 10월 경북 의성군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한국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 사진:공정식
한국에 컬링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6년이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은 건 2014 소치올림픽 때다. 당시 여자대표팀이 선전을 펼치며 덴마크와의 예선 7차전은 시청률이 무려 13.6%(닐슨코리아 기준)에 이르렀다.

학생들 사이에 ‘헐’(hurry, 얼음판 빨리 문지르기), ‘업’(up, 빗자루를 들어 바닥닦기 중단)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컬링놀이’가 유행했고, 일부 가전업체는 컬링의 ‘스톤’이 로봇청소기와 닮았다며 아예 ‘컬링’이란 이름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컬링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 연말에 공개한 입장권 판매율이 68%에 이르러 개막식(67%)·폐막식(35%) 뿐 아니라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55%), 피겨스케이팅(54%)을 앞서고 있다.


컬링은 팀워크가 핵심이다. 우리나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선 컬링 국가대표를 팀 단위로 선발하고 팀원 중에 가족이 많은 이유다. 한국 컬링 대표팀은 15명(선수 12명, 지도자 3명) 중 7명이나 혈연으로 맺어졌다. 남자팀 이기복(23)과 믹스더블팀 이기정(23)은 쌍둥이 형제이고, 여자팀 김영미(27)와 김경애(24)는 친자매 사이다. 여자팀 김민정(37) 감독과 남자팀·믹스더블(혼성)팀의 장반석(36) 감독은 부부이고, 남자팀 김민찬(31)은 김민정 감독의 남동생으로 남매 사이다.

다른 나라도 컬링 가족이 많다. 2010 밴쿠버올림픽 때 캐나다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컬러 케빈 마틴과 아들 캐릭 마틴은 대를 이은 부자(父子) 컬러다.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PACC)에서 한국을 꺾은 일본 남자 대표팀의 모로즈미 유스케와 모로즈미 고스케는 친형제이고, 올림픽에서 두 차례나 금메달을 일궈낸 스웨덴 대표팀 감독 스테판 룬드와 대표팀 선수 에바 룬드는 부부 사이다.

컬링은 남자부와 여자부에 이어 이번 대회부터 믹스더블(남녀 2인조 혼성경기)이 정식종목으로 추가됐다. 4년 전 소치 대회 때 3승6패로 10개 팀 중 8위에 오른 여자대표팀(세계 랭킹 8위)과 믹스더블(세계랭킹 12위)이 메달 기대 종목이다. 특히 여자 컬링은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선수권에서 12전 전승으로 대회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또 2016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자력으로 평창행 출전권을 따냈다. 3년째 호흡을 맞춰 눈빛만 봐도 통하는 믹스더블팀은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믹스더블은 2월13일, 여자부는 폐막일인 2월 25일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 전문기자 cano@hani.co.kr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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