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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가수가 아닌 ‘철학적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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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No More Dream’ 가사 중에서)세상의 사건에 따라 휘둘리며 자아로부터 도피한 채 겨우 살아가는 것은 제대로 된 청춘의 모습이 아니다. BTS는 세상 속에 던져진 나를 바라보고 사유할 것을, 내가 주인인 삶을 강조한다.“니 꿈을 따라가 Like Breaker
부서진대도 Oh Better
니 꿈을 따라가 Like Breaker
무너진대도 OH 뒤로 달아나지마
NEVER”
(‘TOMORROW’ 중에서)끊임없이 나를 사유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정한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거쳐서라도 다시 일어나 이뤄내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청춘들에게는 지금의 시스템에서 학과보다는 대학이 중요하고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보다는 ‘그 일에 전망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지만 그 전망이란 것도 영원하지 않다. 세상에서 무한히 각광받을 직업이란 없다. 그래서 BTS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실행하는 것을 강조한다. 꿈을 세웠다면 다음은 실행과 노력이다.“밤새 일했지 everyday
네가 클럽에서 놀 때”(‘쩔어’ 중에서)
“Oh! 나만치 해 봤다면 돌을 던져”
(‘We Are Bulletproof PT.2’ 중에서)어떤 사람이 나만큼 해 봤다면 돌을 던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BTS는 스스로 타 그룹과 차별되는 점을 ‘열심히 하기’라고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하기에 열심히 하기가 차별점이 될 수 있을까. BTS는 설정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줌으로써 청춘들에게 각성을 불러일으켰다.“자신에게 물어봐 네 꿈의 profile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봐”
(‘No More Dream’ 중에서)하이데거는 내 의지가 만든 홀로그램으로 존재하는 것이 ‘존재(existence)’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양심의 부름(내 양심에 물었을 때 내가 살기 바라는 모습)’을 위해 ‘책임을 질 각오하고’ 미래를 향해 자신을 던지라고 말했다.한나 아렌트도 “세상의 틀에 기대지 말고 전통의 후광에서 벗어나 스스로 전권을 가지고 세상에 출석해 현재를 실현하라”고 말했다. 이런 철학자들의 사유는 BTS가 전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한다. 세상에 둥둥 떠서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이름표를 달고 내 의지가 원하는 무대에 출석해서 내가 정의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현재를 실현하는 방법이다.“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내다가 언젠간 사라지는 것
멍 때리다간 너, 쓸려가”(‘TOMORROW’ 중에서)시스템 안에 그냥 있지 말고 내가 정교히 정의하고 디자인한 시간에서 ‘존재’하라. 이것이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 BTS의 공통된 메시지다. Not ‘Just be’, Be exist!
위로의 매직 키워드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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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오면 좀먹는 현실
정신을 차리면 또 겁먹은 병신
같은 내 모습에 자꾸만 또 겁이 나
덮쳐 오는 현실감
남들은 앞서 달려가는데 왜 난 아직 여기 있나”
(‘Intro. 화양연화’ 중에서)“그렇게 살면 안 돼”는 위로가 될 수 없다. “힘들겠다”도 상투적인 공감일 뿐, 가장 큰 위로의 매직 키워드는 “나도 그래”다.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퍼스타도 나와 같이 처절하게 밑바닥을 느낀 적이 있었다는 것이 바로 청춘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다. 청춘들에게 다가가는 위로와 공감과 격려야말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다.“내가 너무 미울 때 난 뚝섬에 와
그냥 서 있어, 익숙한 어둠과…
I wish I could love myself”(‘Reflection’ 중에서)세계적인 수퍼스타도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한다니…. 청춘들은 멀리 있는 별처럼 느끼지 않고 적어도 마음속에선 가 닿을 수 있는 친근한 친구처럼 그들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길을 잃는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Lost’ 중에서)내비게이션도 아닌데 한번에 길을 찾아갈 수는 없다. 길 잃은 청춘이 받아야 할 것은 비난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격려와 용기이고, BTS는 그것을 신세대의 언어로 아름답게 전하고 있다.헤겔은 이념들을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전에는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했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지루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고도 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인공 짜라투스트라는 산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대중을 깨우치려 내려왔는데 장터에서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익살스러운 말을 하며 외줄 타는 광대에게 더 주목하고 집중했다. 그런데 만일 그 광대가 줄을 타며 익살스러운 말로 철학을 전파했다면 어떠했을까?어려운 말로 이야기해야만 철학이 아니다. 진짜 철학은 본인이 사유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아름다운 주목으로 청춘들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이토록 큰 반향을 가져온 것이다.
사회 비판과 각성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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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짜리 시계에 또 으스대지 괜히…
떼를 쓰고 애를 써서 얻어냈지, 찔리지?…
니가 바로 등골 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
(‘등골 브레이커’ 중에서)100만원에 가까운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했을 때 청소년들이 부모님을 졸라 무리해서 그 패딩을 사는 바람에 노스페이스 패딩은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다. BTS는 그들도 청소년일 때 부모님께 부담 지우며 철없이 물신주의를 쫓는 청소년 문화를 꼬집었다. 청소년들의 소비 문화에 대한 일침뿐 아니라 201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키워드였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언급하며 소비에 열광하는 문화도 재조명한다.“돈은 없지만 떠나고 싶어 멀리로
난 돈은 없지만서도 풀고 싶어 피로
돈 없지만 먹고 싶어 오노 지로
열일 해서 번 나의 pay
전부 다 내 배에
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
내버려둬 과소비 해버려도
내일 아침 내가 미친놈처럼 내 적금을 깨버려도”
(‘고민보다 GO’ 중에서)
계급으로 분류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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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불타오르네’ 중에서)현대사회에는 계급제도가 없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존재한다. 흙수저와 금수저로 분류되는 신 카스트제도의 수저론에서 흙수저는 잘못된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타고난 재산의 유무로 차별받는다는 뜻도 포함한다. 인종과 종교, 성(性)과 언어 같은 것으로 차별받는 것과 똑같은 것인데, BTS는 끊임없이 이 수저론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계급으로 분류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강조해왔다.“Yeah 누가 내 수저 더럽대
I don’t care 마이크 잡음 금수저 여럿 패”
(‘MIC Drop’ 중에서)위 가사처럼 출신과 관계없이 실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BTS의 메시지는 더 큰 힘을 가진다.BTS는 이처럼 스스로 신화가 되는 일 외에도 사회를 위한 가치도 계속 나눠왔다. 2017년 말,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5억원을 기부하고 향후 2년간 앨범 수익금의 3%를 기부하는 협약을 맺었으며,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을 위한 ‘엔드 바이올런스(#ENDviolence)’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BTS가 그냥 반짝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토록 오래, 점점 더 커지는 지지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는 감탄을 넘어 숭고를 자아내는 춤과 노래뿐 아니라 스스로 부딪쳐 깨우친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 그리고 세상에 빛을 보태고자 하는 선한 의도들이 최신 미디어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까지 잘 전해졌기 때문이다.- 차민주 미술학 박사, 'BTS를 철학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