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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각자도생 시대에서 찾는 공존의 길 

우리 삶에 정해진 교과서는 없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치열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道(도)·無爲(무위)·自然(자연) 등 노자 사상 관통하는 10가지 키워드 모색

노자(老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무위자연(無爲自然). 노자는 유가(儒家)에서 내세운 명분주의와 인위적인 조작에 반대하며 무위자연을 역설했다.

노자는 유가의 인위적인 도덕이 끼치는 폐단과 인간의 위선을 고발함으로써 좀 더 근원적인 진리로 나아가려 했다. [노자]에 나오는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란 말도 같은 맥락에서 새길 만하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작은 생선을 삶는 데 자꾸 젓가락을 갖다 대면 요리만 망칠 뿐이다.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2006년 교수신문이 대학 교수 195명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32.8%가 ‘약팽소선’을 꼽았다. 교수들은 “개혁의 명분은 정당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는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거나 “소모적인 갈등이 있겠지만 세부적인 차이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순리를 따르면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글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자는 주나라에서 왕실의 장서고(藏書庫)를 기록하는 수장실사(守藏室史)로 40여 년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무렵에 공자를 만났다. 공자는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자의 눈에 공자는 혈기방장한 청년에 불과했다.

“군자는 때를 만나면 나아가서 벼슬을 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뒤로 물러나 숨어야 하는 것이오. 내 일찍이 듣기를 ‘훌륭한 장사꾼은 귀중품을 감춰놓은 채 아무것도 없는 듯이 행동하고, 완전한 덕성을 갖춘 사람은 겉으로는 다만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했소. 그러니 그대는 몸에 지니고 있는 그 교만과 욕심과 위선 따위를 다 버리시오.”

치열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일은 ‘사치’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2500여 년 전 노자는 현실을 위세로 삼아서 교과서를 무시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진리로 둔갑시키는 신화를 걷어내려 했다. 노자는 세상의 모든 교과서를 없애자고 주장한 적도 없거니와, 교과서를 맹신하자고 주장한 적도 없었다.

노자는 대와 소, 강과 약, 강(剛)과 유(柔), 남과 여 등 세상의 다양한 이항(二項) 대립의 개념 짝들 중 하나를 기준으로 세워놓고, 사람들을 그쪽으로 몰아가며 다른 쪽에 비난을 퍼붓는 사회를 비판했다. 그 사회에서 사람은 세상의 전체가 아닌 한쪽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전체를 보지 못하므로 사람들도 자신의 진상이 아니라 가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강자는 어부의 그물에 낚여 물을 떠나면서도 소어(小魚)를 향해 자신의 우람한 몸체를 자랑하는 대어(大魚)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저자 신정근 교수는 노자 사상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새롭게 읽으며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는 눈을 제공한다. 道(도)·無爲(무위)·自然(자연) 등 노자 사상을 관통하는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고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삶의 길을 모색해본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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