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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1)]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2030세대의 분노 

남북대화, 지지층 균열 불렀다 

박성현·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청년층의 무기력, 좌절감이 남북한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돼 평창 단일팀 역풍은 서막… 북한 핵무장·주한미군 철수 놓고 지지층 이완 가속화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금의 586세대들이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는 ‘반미(反美) 시대’라고도 불렸다. 1980년대는 광주 민주화 운동 군사적 탄압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학원가의 민주화 시위의 근저에는 반미 감정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남한 내 핵무기 철수,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같은 구호가 독재정권 규탄 시위와 뒤엉켜 캠퍼스를 뒤흔든 시절이었다.

1980년 후반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기만과 모순으로 가득해 보이는 듯한 시대를 풍자하는 모의 시국토론회가 열렸다.이 행사의 키워드는 핵, 전쟁, 주한미군으로 압축됐다. 재야·학생운동권, 보수여당, 보수야당의 견해를 각각 대변하는 역할을 맡은 3인의 가상 패널이 등장해 열변을 토했다.

3인3색이랄까. 현안을 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한반도의 모든 모순이 ‘미국제국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재야·학생운동권 패널은 “반전(反戰), 반핵(反核), 양키(주한미군) 고 홈(철수)”이라고 외쳤다. 민족의 생존이 핵전쟁으로 위협받는다는 전제에서 미국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 참화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발끈한 강경 보수여당의 패널은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해야 하며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 패널이 외친 구호는 “찬전(贊戰), 찬핵(贊核), 학생 고 홈”이었다. 집으로 가야 할 이들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학생운동권이라는 주장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 운동권은 보수여당을 일러 늘 극우 냉전세력이라고 쏘아붙였다.

보수야당은 양 극단의 틈바구니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타협과 절충을 꾀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반전, 찬핵, 양키 돈 고(Don’t go)”. 전쟁은 반대하는데 핵무기는 가져야겠고, 누가 떠나야 하는지는 말 못 하겠지만 주한미군은 주둔해줘야 한다는 안보의식이 투영된 구호였다. 모의 시국토론회 주최 측은 이를 회색주의적 태도로 간주하며 보수야당을 일러 “기회주의”라는 낙인을 찍었다.

1980년대 중반은 전두환 정권이 철권통치를 일삼고 세계적으로는 동서 냉전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던 시절이다. 한국을 둘러싼 안보 지형에 대한 국내 정치·사회 세력 간 인식의 편차는 이들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3개 구호에 상징적으로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30대 국정지지율 한 달 새 14%포인트 빠져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판문각 계단을 내려오는 북한 대표단의 모습.
30년도 더 지난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평창겨울올림픽 뒤로 북·미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어른거리고, 북한은 아예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그 핵무기가 주한미군을 겨냥할 수도 있어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남한이 아닌 미국 내에서 언급되는 형국이다. 전쟁과 핵, 주한미군이라는 키워드는 1980년대보다 더 긴박한 의제로 한국인들을 짓누르고 있다고 하겠다.

압도적인 표차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국익을 위해 고뇌에 찬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에 보내는 등 평화 공세를 펼친 데 이어 김여정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내밀었다. 문 대통령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불씨를 살려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북한의 평화 공세는 “북핵 완성의 가장 큰 장애물인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한국이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던진 것”(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동맹국인 미국은 비핵화 약속 없이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고 쐐기를 박는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개로 앞서갈 수 없다”고 남북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협상에 관한 한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행적은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는 환상을 갖지 않고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기대하는 시그널을 발산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군사적 해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을 누누이 밝혀온 미국이다. 이런 강경한 태도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만큼이나 힘겹게 넘어야 할 큰 산처럼 와 닿는다.

게다가 들썩이는 국내 여론의 흐름은 갈 길이 먼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 선으로 내려앉았다. 어떤 때는 50%대로 출렁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문 대통령 지지율 60% 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고 수준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국정지지율 하락 이상으로 여권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건 핵심 지지기반으로 인식돼 온 2030세대의 심상찮은 동향이다. 여권에 대한 2030세대의 믿음이 흔들린다.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정책의 혼선,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졸속 추진 등 일련의 악재가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을 촉발한 데 이어 2030세대의 지지율 이완을 가져왔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한 달 사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 이상 빠졌다. 20대의 경우 1월 둘째 주 81%이던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2월 둘째 주에는 71%로 떨어졌다. 2월 첫째 주에 67%로까지 내려앉았다가 일주일 새 소폭 반등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30대의 국정지지율 하락 추세다. 1월 둘째 주 89%에 달하던 30대의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81%(1월 넷째 주)→78%(2월 첫째 주)→75%(2월 둘째 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물론 2030세대의 지지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올림픽 단일팀 구성의 불공정성에 ‘배신감’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유세에 청년층 지지자가 많이 몰려들었다.
관건은 이들 세대의 지지율 자체보다 지지의 강도가 약화되는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2030세대의 정치적 좌표와 관련해 “보수였던 사람이 갑자기 진보가 되지는 않는다”며 “모르겠다, 대답하기 싫다 등 중간지대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한다. 젊은 층이 여전히 현 정부에 강한 지지를 보내지만 예전과 비교해볼 때 조금 균열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20대가 3040세대보다 특정한 사건에 분명한 의견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국정지지율 하락 배경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이 공정과 투명이라는 원칙을 어겼다는 데 대한 반감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결정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 정의로운 결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충돌한다고 보는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는다면 북한 선수들을 일종의 ‘낙하산 인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의와 공정, 투명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현 정부에 대해 배신감이 든 것이다. 이것은 탈락한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이해당사자와 대화나 동의가 없는 일방통행식 단일팀 구성 과정을 남북한 정부의 갑질 합작품쯤으로 여기는 정서도 깔려있다는 전언도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여 과정에서 금강산 남북합동 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갑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을 최고 의전으로 극진히 대접하는 우리 정부의 저자세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모멸감을 안겼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평창이라는 팩트를 두고 누구는 평양이라는 액자를 끼워서 보고, 누구는 평화라는 액자를 끼워서 본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모든 세대가 남북 단일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어쩌면 이는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정·정의 대 평화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20대를 포함한 젊은 층은 공정과 정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586세대 등 기성세대가 북한을 바라보는 한 관점인 ‘낭만적 민족주의’가 더 이상 젊은 층에게는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층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일 처리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 ▷그것이 지지율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친 점 등으로 정리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수단이 잘못된 것 또한 분명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현 정부에 분노해 지지를 철회하고 적으로 삼는 것이라기보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청년들의 육성도 정부여당에 경각심을 불어넣기에 부족함이 없다. 월간중앙은 서강대 토론 동아리 ‘서방정토’ 회원들의 생각을 들었다. 회원들은 북한 이슈를 다루는 정부의 일 처리와 소통 방식에 실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 남북 현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는 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최다함(신방과 2017학번)_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불만이 많다.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는 큰 실망을 줬다. 하지만 (정부가) 실수를 한 것일 뿐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층이 분명 실망한 게 맞지만 현 정부는 전임 정부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2030세대의 분노를 말하는데, 분노해야 하는 것처럼 만드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강병찬(정외과 2015학번)_ “정부 당국자들의 단일화와 관련한 섬세하지 못한 발언들의 파장이 컸다. 단일화는 할 수 있지만 과정상의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남북이라는 큰 정치 구도 속에 개인을 희생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거센 반발을 불렀다.”

국면전환 나선 북한에는 진정성 못 느껴


▎세라 머리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왼쪽)과 박철호 북한 선수단 감독이 진천국가대표 선수촌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정성환(신방과 2017학번)_ “준비 과정이 미흡했고, 여론 수렴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겉만 번지르르하게 단일팀 구성을 자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도 그렇다. 마치 전쟁이라도 벌일 듯하더니 갑자기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한다. 이는 북한에 어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아닐까. 국면전환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결국 북한이 얻는 게 뭐겠나. 시간을 끌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끝나면 남한 ‘개돼지’들 하고 욕할 게 뻔하다.”

이관엽(화학과 2017학번)_ “젊은 층의 감수성은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깊게 반응한다. 평소 자신이 많이 당했다고 생각하니까. 단일팀도 정치적 도구로 쓰인다는 느낌을 준다. 또 한국 정부가 국제 정세의 종속 변수로 전락한 것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임성우(경제학 2012학번)_ “언론에서 분노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느낌이다. 사실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신세대는 진보 성향이니까 남북 화합에 찬성할 거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정부가 단일팀을 추진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20대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이고, 저 자신도 중도좌파인 건 맞다. 그래도 북한에 대해서는 반감이 더 크다. 북한을 반대한다. 단일팀에서 배제된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기업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됐다.”

2030세대는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N포 세대’로도 불린다. 지금 힘들어도 나중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지 못하는 세대로도 일컬어진다. 이들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마음의 심연(深淵)에 새겨진 형상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사회학자 엄기호씨는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라는 저서에서 절망에 빠진 청소년의 마음 한 단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싸그리 망해버려라’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여기에는 남녀도 노소도 지역의 차이도 없었다. 한 청년은 이렇게 ‘싹 다망하는 것’만이 이 사회에서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공평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만나 이야기하는 내내 ‘차라리 전쟁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쟁이 무섭지 않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무섭지만 나만 죽나요. 다 죽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 전쟁에 대한 공포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망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약간 들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 현실에 좌절하는 젊은 층이 사회 변혁을 꿈꾸는 좌파와 어떻게 다른가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결 같은 특징이 있다. 이들이 보기에 역사는 ‘진보’의 과정이 아니라 ‘타락’의 과정이다. 따라서 역사 ‘안’에서 뭔가를 추구하기보다는 이 역사를 끝내고 원점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리셋을 추구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과격함은 지금까지 변혁을 추구하던 좌파의 급진성과는 그 결이 다르다. 좌파가 자신들을 역사적 주체로 바라봤다면 이들은 역사를 끝내고 싶어 한다.”

청년층 세태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는 민주당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일인 2월 9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들이 기득권화된 사회 통념의 상당부분을 깨뜨리는 주체로서 등장할 가능성에 눈길을 준다. 그는 [사회학적 파상력]이라는 책에서 현대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이렇게 짚었다. “생존은 이들의 꿈이지만 그 실현 전망이 희박하고 가혹한 고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악몽으로 체험된다”고 통찰했다. 생존이 합리적 ‘노력’을 통해 달성될 수 없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문화적 표상과 담론을 통해 청년들의 좌절감과 무기력이 예리하게 표출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보는 요즘 청년들은 기존 가치와 열망 체계가 충격적으로 와해되는 체험을 한다. 그는 이것을 ‘파상력(破像力)’이라고 정의했다. 부재하는 대상을 허구적으로 현존시키는 능력이며 ‘상상력(想像力)’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김 교수는 각성의 순간에 파상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꿈에서 깨어날 때 우리는 몽상세계의 난잡한 이미지들이 깨지고 흩어져 폐허로 부서져 내리며 다른 세계(현실)가 열리는 충격을 경험한다. 이 충격은 새로운 인식 가능성의 확장을 가져다준다.”

청년들에게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북한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2030세대들은 자신의 반북(反北) 의사에 기초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과 인공기 불태우기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들은 2030세대의 극히 일부분이며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세대에 대한 정서적 동향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사례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030세대에게 북한은 한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진부한 군사적 도발, 빈번한 입장 변경, 무리한 요구 등 행태가 합리적이지 않고 갑질을 하는 존재”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렇게 부서지고 좌절하는 청년층의 정서에 얼마나 천착할까?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2030세대가 과거 보수정권과 언론이 만든 반북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재단했고,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단일팀이 평화에 기여하는 가치를 확인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층의 세태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충분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통일을 국가적 과제이자 민족의 공동선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일수록 젊은 층의 이런 추세가 불편하기만 하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지난 2월 2일 ‘젊은이에 대한 아부가 너무 심하다’는 제목의 시사 논평을 냈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과 관련해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이런 일은 있게 마련”이라며 다음과 같이 비평했다.

“아이스하키팀의 경우 민족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고자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므로 불가피하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선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이 장관이 잘못하고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일인가? 그러면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하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국민 개개인이 그런 자세라면 민족통일을 어떻게 이루고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이루겠는가? 민족통일과 평화가 장관과 대통령을 위한 일인가? 아이스하키 선수를 포함한 전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닌가?”

20대에게 북한은 세습 독재국가


▎ 경찰의 보수단체 인공기 화형식 수사에 반발한 일부 청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 훼손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 사진:네이버
보다 큰 틀의 대승적 차원에서 아이스하키팀 단일화를 받아들이면 안 되겠느냐는 다그침으로 들린다. 586세대 등 여권의 권력주도 세력이나 당위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여기는 기성세대의 관점과도 일정 부분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장 대표는 심지어 단일팀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을 실체가 없는 허구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라 하더라도 북한 선수의 남북한 단일팀 참가로 공정성이 파괴되거나 정의가 실종됐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더해 “공연히 젊은이들에게 아부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이 호들갑을 떤 것”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국익과 통일, 한반도 평화 정착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나아가 젊은이들은 큰 문제가 없는데 어른들이 정략적 이해관계로 분란을 부추긴다는 공박인 셈이다.

과연 그럴까? 이와 관련해 회사의 방침이라며 실명 인터뷰를 거절한 한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시각으로만 재단하면 안 된다”고 손을 내젓는다. 기성세대가 보는 북한의 모습과 2030세대 눈에 비친 북한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두드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반공교육을 받았거나 통일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갖고 통일의 당위성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에게 북한은 김정은이 지배하는 독재국가일 뿐”이라고 말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등장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했다. 젊은이들에게 3대가 세습한 북한은 ‘뭐 저런 나라가 다 있나’라는 의문이 뇌리를 스치게 하는 나라다.”

게다가 (김정은 등장 전인) 2010년 당시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한국인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안긴 사건으로 각인돼 있다. 북한 주민에게는 동정심을 가질지언정 북한 정권에 그런 마음을 가진 20대는 드물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진단이다.

아이스하키팀 단일화 역풍도 현 정부 정책당국자들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와 같은 감성으로 접근하려다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현 정부는 소통을 장점으로 하지만 정책에 관한 소통은 의문부호를 남긴다”며 “(대북정책 등에) 미숙하게 대처하다간 세대 간 분열을 가져오고 정권의 중요한 지지기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반도 안보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를수록 정부·여당이 2030 세대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화해·협력 기조가 강화된다면 2030세대 여론도 여권에 다소 유리한 쪽으로 일시 조정될 가능성(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 봤듯이 2030세대의 기본 인식은 북한에 부정적이다. 핵무장,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에 직결되는 본질적인 현안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다시 고빗길에 설 수 있다.

북한, 미국, 2030 설득해야 하는 ‘3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평택 주한미군 기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미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를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무기 평등’의 관점에 따라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월 1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적인 군사적 대책”이라며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카드라는 관점에 선 주장이다.

이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조성되는 한반도 평화 무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대표는 “미국도 더 이상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좁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봐야 우리만 재앙을 안고 사는 것”이라고 핵무장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북대화가 진전될수록 존재감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큰 이슈의 하나로 주한미군 문제를 들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고 믿는 만큼 남한에 반대급부를 요구하리라는 전망이다. 한·미 군사훈련 축소·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북한 사정에 밝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월간중앙 2018년 2월호 인터뷰에서 “(후속 조치로 열릴) 남북 군사당국회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가 주한미군 철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나아가 박 교수는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이후 가진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대화가 제대로 되려면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이 언제까지 남의 나라에 있을 수는 없다는 정도의 원칙적인 소신 정도는 밝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쪽에 확실히 서라는 통첩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겠다’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왔다. 박 교수의 말대로 남북대화가 본궤도에 오를수록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뚜렷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압력이 안팎에서 드세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훈련, 주한미군, 남한의 핵무장 등에 대해 현 정부는 어떤 해법을 준비하는 걸까? 주변국들을 설득하고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도 다독이는 묘안을 짜내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 박성현·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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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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