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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슈]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물밑경쟁 

친노 한뿌리 국가 의전서열 2위 놓고 진검승부 

성기노 정치평론가, 피처링 대표 desk@featuring.co.kr
‘친노계 좌장’ 이해찬 vs ‘범친노’ 문희상의 불꽃대결 예상…당내 세 대결에선 이해찬 유리, 문희상은 포용력·친화력 강점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취임하자마자 지방선거와 개헌정국을 관리해야 하고 각종 개혁정책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벌써부터 물밑에선 민주당을 대표하는 두 원로, 이해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 간 대결이 치열하다.


▎민주당 내 최다선(7선)인 이해찬 의원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힌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4개월이나 남아있지만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신임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개헌 국민투표까지 예정된 지방선거 정국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여당의 지지를 받는 국회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도 추동해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무게감이 크다.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하는 두 원로 간의 빅매치가 임박했다. 이해찬 의원(7선)과 문희상 의원(6선)의 대결이다. 노무현재단이사장인 이해찬(66)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명실공히 친노세력의 좌장격이다. 문희상(73) 의원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민주당 상임고문이자 범친노계다. 두 거물들 모두 연령으로 보나 선수(選數)로 보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19대 국회 하반기 의장은 적임자가 없어 인선에 난항을 겪었지만 이번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불꽃 튀는 세 대결이 될 것이다.

정권 따라 위상 달라지는 국회의장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특사로 지명됐던 문희상 의원. 여야 의원들과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화력이 장점이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치에서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그 위상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3권 분립이라는 명제에서 보면 대통령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현실에선 청와대를 ‘백업’하는 일종의 우군처럼 인식되곤 했다. 실제 역대 대통령은 국회의장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몫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사무총장(장관급), 의장비서실장(차관급)까지 임명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심지어 부의장실 비서까지 청와대가 명단을 내려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국회가 ‘통법부’라고 놀림받던 시대의 이야기다.

예외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17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원기(81) 전 의원은 자신을 두고 “대통령 권력 또는 제1당의 총재가 임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의장”이라고 종종 자랑처럼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 역할을 했던 거물급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의 사인 없이 국회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또한 3권 분립을 내세워 국회의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독자적인 지위 확보가 가능했다. 정치권 인사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여당 국회의원의 공천은 물론 총선 후 국회의장 선출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자칫 ‘비인기직종’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4년 전, 19대 국회 하반기 때가 특히 그랬다. 당시 전반기를 책임진 강창희 의장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질 때까지도 누구 하나 선뜻 국회의장으로 나서는 인사가 없었다. 당시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 이어 여야 전당대회가 8월 중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장 선출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5선의 황우여 대표와 정의화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경선을 통해 정의화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7선의 서청원·정몽준 의원은 각각 당권과 서울시장 도전으로, 6선의 이인제 의원도 당권 도전을 위해 국회의장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빠졌다.

당시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여당 의원들의 관심이 멀어진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18대 국회까지만 해도 국회의장에게는 ‘직권상정’이란 막강한 권한이 있었다. 의장 특권으로 특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 다수당 의원들의 투표만으로 통과시키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이 같은 권한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이 때문에 명예만 남은 국회의장직에 중진·다선 의원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의원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코스로나 인식됐다.

‘의장 재수생’ 문희상은 스킨십 행보


▎여야 원내대표들과 환담하는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두번째).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은 19대에 비해 여야의 실질적인 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은 19대에 비해 여야의 실질적인 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 국민의당 분당으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창당해 4당 체제로 바뀐 정치지형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는 19대에 비해 지원자의 면면도 화려하고 선수도 높다. 현재 여당에서는 이해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을 비롯해 박병석 의원(5선)과 이석현 의원(6선)이 뜻을 두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김무성(6선)·정갑윤(5선) 의원 등이 하반기 의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중 가장 유력한 대결구도는 이해찬 vs 문희상 카드다. 특히 지난 상반기 의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정세균 의장에게 패해 2위를 차지한 바 있는 문희상 의원이 공개적으로 출마를 표명한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희상 의원은 지난 2월 9일,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통해 피선거권이 회복된 정봉주 전 의원을 축하하기 위한 만찬회동에 참석했다.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이석현·박병석 의원도 나란히 참석해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의원은 이날 참석 의원들을 대표해 축하 인사말과 건배 제의를 하며 모임을 이끌었다. 최근 들어 공개모임에는 꼭 참석하며 ‘의장 얼굴 알리기’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회의장 출마를 앞두고는 의정활동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세미나·포럼 등을 주최하는 동료 의원들의 초청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꼭 참석하고 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간다. 원래 그런 곳에 참석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2016년 의장 경선 패배 뒤 많이 변했다. 재수생이니까 의원들 모임에는 무조건 가서 인사도 하고 스킨십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부지런히 표밭 갈이를 한 덕분에 현재 120여 명의 민주당 의원 가운데 20명 정도만 빼고 거의 대부분 만났고, 자신감도 상당히 갖게 됐다고 한다.

문희상 의원의 활발한 행보와 달리 이해찬 의원은 아직까지 공개적인 의사는 표명하지 않고 있다. 최다선 의원으로서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섣불리 몸을 움직이는 게 가벼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의원도 자신의 복심(腹心)을 드러냈다. 1월 25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두 번 정도로는 정책이 뿌리를 못 박았다.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계속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내려서 정착이 된다”며 “이 일을 위해 마지막으로 정치적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을 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의원이 하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반기 국회의장과 관련해 여의도 정치권 관계자들은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지난 정부에서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을 지낸 A씨는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국회의장 면면을 보면 첫째는 선수가 가장 중요하다. 다선 의원이 권위도 있고 의원들을 잘 통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과 인품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선수와 자질, 이 두 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해찬·문희상 의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해찬 의원은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의원들과 두루두루 친한 스타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좋아하고, 싫어하면 극단적으로 멀리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국회의장으로 뽑히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잘 협의하고 야당을 이끌고 갈 만한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해찬 의원은 강골 기질이 약점이다. 여당 의원들은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 누가 적임자인지를 판단할 것이다. 내가 보기엔 문희상 의원이 작금의 정치상황에선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의 적합도 면에서는 일단 포용력이 돋보이는 문 의원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 B씨도 문희상 의원에 점수를 더 줬다. “경력 면에서는 두 사람 모두 국회의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이해찬 의원은 친노계의 정파색깔이 좀 강하다.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소야대에서의 국회의장 역할이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는 정파색이 강한 인물보다는 온건하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나을 것이다. 이해찬 의원이 총리를 할 때 당시 야당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민주평화당도 이해찬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바른미래당도 문희상 의원에게 우호적이다. 대야 관계만을 본다면 문 의원의 포용력에 더 신뢰가 간다”라고 말했다.

담판이나 조율 통해 단독후보 낼 수도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이해찬 의원(왼쪽)은 친노세력의 좌장이고, 문희상 의원(오른쪽)도 범친노다. 연령으로 보나 선수(選數)로 보나 두 사람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종합해 보면, 문희상 의원이 포용력과 친화력 등 대야 관계 면에서 좀 우세하리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해찬 의원은 친노세력의 좌장으로서 당내 세 대결로 갈 경우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사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세력 분포만 보면 문희상 의원이 불리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상반기 국회의장 표 대결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16년 6월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의원총회 현장에서는 10여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세균 의원의 압승으로 끝났다. 전체 121표 중 정세균 후보가 71표를 얻어 문희상 후보(35표)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긴 것이다. 친노·친문계가 정 의원 쪽으로 표를 확실히 몰아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권 도전을 앞두고 친노세력이 정세균 의원을 국회의장직으로 밀어 잠재적 대권주자 한 명을 자연스럽게 ‘은퇴’시켰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정세균 의원의 선거 노하우가 잘 발휘된 개인적인 능력의 승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정세균 의원은 당대표 선거를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때마다 지역 대의원 대회에 찾아가 지역 위원장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스킨십을 다졌다. 선거 때마다 각 지역의 정치 지망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20대 총선에서 초·재선 의원이 돼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문희상 의원은 범친노계로 소문이 났는데도 정 의원에 큰 스코어 차이로 패해 충격이 컸다. 문희상 의원실 관계자는 2년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당시 문희상 의원이 좀 ‘루스’하게 경선에 임했고 방심도 많이 했다”며 “이제는 재수생이니까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상반기 경선 때의 표 대결로만 본다면 이번 국회의장 경선은 이해찬 의원이 앞서리란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선거는 상대적이다. 상반기 때 정세균 후보를 지지했던 71표가 친노 주류세력이기는 했지만, 그 표가 하반기 때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에게로 모두 갈지는 회의적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대야 관계, 그리고 후보 개인에 대한 의원들의 호·불호가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국회의장을 거머쥐겠다는 문희상 의원의 각오와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과 친분이 깊은 인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떻게 협치를 이끌어낼지, 정상적 국회 운영 등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친노세력이 표 결집을 한다면 이해찬 의원이 유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원조 친노다(웃음). 이해찬 의원은 큰 그림(대선을 지칭하는 듯)을 주로 그리는 사람이다. 빅게임에 강한 사람이라서 스몰게임(국회의장 경선)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워낙 친해서 조율이나 담판을 통해 단독후보를 추대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이해찬, 내심 친노계 추대 기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이해찬·문희상 의원과 친분이 깊지만 당내 상황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에 반해 이해찬 의원 측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해찬 의원이 공식적으로 출마 의견 표명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이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일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어차피 당 의원들이 선출하는 것이니까 의원들한테 맡기겠다’고만 얘기했다. 그렇게만 알아 달라”고 밝혔다.

‘의원들한테 맡기겠다’는 의미는 친노세력이 추대해줄 경우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기에는 경선 없이 ‘불감청 고소원’의 심정으로 무혈입성을 하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최다선 의원이 경선까지 나서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인 타격도 적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도전에 적극적인 문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현 정국에 더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몇 안 되는 친노 핵심 인사로 꼽힌다. 참여정부의 실세총리로서 국정경험도 풍부하다. ‘노무현 정부 2기’라는 점에서 볼 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다. 대중성이 부족하고 인간미가 없어 보이는 성격 때문에 ‘모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책기획통이자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대야 관계를 오히려 더 잘 컨트롤 할 수도 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밀도 면에서는 더 유리할 것이다. 친노세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과제 완수를 위해 국회가 전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의견규합이 이뤄지면 이해찬 의원으로 행동통일을 할 수도 있다. 문희상 의원은 허허실실 스타일이라 개혁과제 완수보다 중도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 의원은 확실하게 결실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어떤 인물이 유리할까? 역대 정권에서는 여당 대표까지 겸하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지명’하는 게 관례였다. 국회가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거수기’ 역할을 바랐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장직에 대한 의중도 궁금해진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해찬 의원을 중국특사로, 문희상 의원을 일본특사로 보낼 정도로 신뢰하고 예우한 바 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청와대는 이번 국회의장직 인선에 개입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번 국회의장직 인선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인 통치 스타일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나 KT· 한전 사장을 교체할 시기가 됐지만 청와대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 오히려 적임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해서도 되도록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데 하물며 국회의장 자리에 대해 가타부타 신호를 주겠느냐?”는 얘기였다. 때문에 이 인사는 “문 대통령은 당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고 내다보았다.

청와대 “문심(文心)은 불개입 원칙”

청와대의 이런 ‘불개입 기조’는 다른 정치권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 사퇴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사석에서 만났던 한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내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개입할 의도가 없음을 박 전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역대 정권의 ‘상식’으로 볼 때 이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확고하다고 한다. 청와대는 향후 당권 구도나 지방선거 차출론과 관련해서도 개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문재인 청와대는 당내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에 대해 극히 조심스럽다”며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당의 권한 내에서 결정되는 것을 존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의장 선출은 5월 말경에 실시될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어떤 경우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예상대로 국회의장 경쟁이 친노세력 간 치열한 권력투쟁 양상을 보인다면, 그래서 민주당의 원로들이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쪽으로 가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 점 때문이라도 “결국은 문심의 향배가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는 ‘문심’이 작동하고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여당의원들은 투표장에서는 ‘문심’과 가장 연결돼 있다고 평가받는 인물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 구조에서 보여준 과거의 사례들이 그렇다.

결국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의 역할에 대해 ‘청와대와 호흡이 잘 맞는 인사’를 기준으로 삼을지, 아니면 야당과의 협치와 행정부 견제라는 ‘의회 본래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국회의장 자리도 갈릴 것이다.

- 성기노 정치평론가, 피처링 대표 desk@featuring.co.kr

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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