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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보수진영에 부는 ‘봄바람’의 실체 

청년층, 안정 희구층이 돌아온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여권에 실망한 2030세대와도 대화, 연대 가능하다는 자신감 꿈틀…북한 ‘갑질’에 안보 내세우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몸값 상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월 7일 의원총회에서 평창올림픽 태극기 응원 행사를 열었다. / 사진:임현동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은 2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태극기를 오른손에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표정이 진지하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태극기가 더욱 멋져 보인다’ ‘이 나라의 균형을 잡아달라’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정 의원은 이에 앞서 관내 40여 곳에 ‘공정을 외치며 태극기를 들겠다는 2030세대가 자랑스럽습니다’는 거리 현수막도 내걸었다.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것과 관련해 일부 대학과 청년단체가 펴는 ‘태극기 달기 운동’ ‘태극기 응원 운동’에 호응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자랑스러운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본래 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이들 청년을 선배로서 격려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이런 청년층의 활동에 자극받은 듯 ‘태극기 달기 캠페인’에 나섰다. 태극기 배지 달기, 프로필 사진에 태극기 담기 홍보를 당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월 12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아직 밖에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거기는 사이비 우파이고 진정한 우파는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를 비롯한 여러분이 입당하면서 완성됐다”고 활짝 웃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본격 논의하던 지난해 9월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과 방송 장악 시도를 규탄하던 자유한국당 서울 강남 집회에는 태극기 물결이 거의 자취를 감췄었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세장을 뒤덮다시피 하던 태극기가 박 전 대통령 탈당 논의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게양 홍보에 나서는 등 태극기는 자유한국당의 심벌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양상이다.

여권에 날아가 박힌 ‘평창올림픽 유탄’은 야당엔 축 늘어졌던 분위기를 일신케 하는 비타민으로 작용한다. 정용기 의원은 “북한과 대화한다면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해선 말도 못 꺼내고 올림픽을 김정은의 선전·선동의 장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에 국민적 울분이 폭발 직전까지 와 있다”고 정부의 처사에 분개했다.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 물망에 오르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대전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임시국회 종료 직후인 3월 초 거취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대전시 대덕구에 청년들의 태극기 달기 운동을 지지하는 문구가 담긴 거리 현수막이 내걸렸다. / 사진:·정용기의원페이스북


“최저임금 인상은 좋은 것 아닌가”


▎1월 17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용태) 초청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비단 정 의원뿐 아니라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자유한국당 예비주자들은 ‘태극기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경북지사 경선에 참여하는 김광림 의원(안동)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차량이나 주택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태풍(太風) 운동’을 제안했다. 경북의 보수 정체성 공략에 나선 것이다. 경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소속 남유진 전 구미시장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가슴에서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뗀 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정부여당을 향한 전의를 다졌다.

확실히 정부여당은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대북(對北) 저자세 기조로 점수를 많이 잃은 듯하다.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은 물론이고 대선 이후 숨죽여온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니 말이다. 당초 일방적인 승부가 예상되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서서히 힘의 균형점을 찾아가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마저 자유한국당 주변에 나도는 것을 봐도 안다. 정용기 의원은 “지역 분위기가 몇 달 전에 비하면 확실히 호전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극도의 실망감을 표현하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변화는 외국 언론의 안테나에도 잡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냉담한 기류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평창발 보도에서 “국민은 비교적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잠시 동안의 올림픽 휴전’에 그칠 것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고 중계했다. 나아가 2월 11일 ‘삼지연관현악단’의 두 번째 공연이 열린 서울 국립극장 앞에서 공연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 장면도 이렇게 전했다. “이들에게 항의하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약 1년 반 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양측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달라진 환경은 중량감 있는 예비후보들의 의욕과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토양으로도 작용한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급부상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30세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청년층과의 광범위한 소통에 나설 작정이다. 그는 “최근 청년들의 똑부러지면서도 당찬 모습에 나 자신도 놀라고 배우게 된다”며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 말 영남대 경영학과 동창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제로 짤막한 강연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르바이트 학생과 자영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전망했다. 이에 앞줄에 있던 한 대학생에게서 예상치 않은 질문이 들어왔다.

학생1 _ “저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솔직히 시급을 많이 받으면 좋은 거고 모든 아르바이트생의 희망 사항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좋은 것 아닌가?”

김 전 실장 _ “저도 임금을 많이 올려주고 싶다. 전제는 그게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그 하중은 여러분을 고용하는 자영업자·중소 상공인에게 전가된다. 우리 사회의 ‘을’(자영업층)과 ‘을’(아르바이트생)이 지지고 볶는 구조로 가는 거다. 자영업자는 마지못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감원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러분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악순환이다.”

다시 옆에 있던 학생이 질문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학생2 _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방법을 김 전 실장은 가지고 있나?”

김 전 실장 _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선진국이 10% 안팎이라면 우리는 20~25% 정도다. 이런 구조에서 최저임금을 확 올리면 경제가 버텨낼 방도가 없다. 올리더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자영업층의 비중을 줄인 뒤 올려야 얘기가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임금은 올리되 자영업자들을 기업 분야로 흡수하는 산업구조 개편 작업과 병행하라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이날 김 전 실장은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해주는 학생들에게 답하면서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쳤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더 없이 진지했고 해법에 목말라했다”며 “합리적인 솔루션이 있다면 진정성 있는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이 끝난 뒤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학생들에게서 안타까움과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고 김 전 실장은 전한다. 스스로를 근엄하고 딱딱한 권위주의 의식 속에 가둔 보수 정치인들이 2030세대와 마음을 터놓는 게 정말 가능할까?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상대가 간절히 원하는 바를 경청하고 해답을 고민한다면 그들과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김병준 아르바이트 학생 질문에 울컥한 이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는 2월 12일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의 입당에 즈음해 “우파 진영의 통합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 사진:임현동
정부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여론이 전적으로 호응하는 건 아니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2월 6~8일, 전국 남녀 1005명,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9%)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견(41%)과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견(40%)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긍정적 영향은 2017년 7월 45%에서 2018년 1월 38%, 2월 41%로 바뀌었다. ‘부정적 영향’은 28%→39%→40%로 증가했다. 한국갤럽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현장의 혼돈과 어려움, 우려감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더 증폭되지도 않았다”고 해석했다.

현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경험한 이가 또 있다. 한국교통대 총장 선거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임동욱 교수(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가 그런 케이스. 그는 “총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아파하기도 전에 취업 전쟁에 내몰려야 하는 청춘들은 정신적으로 의지할 데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자유시장 경제에 앞서 ‘공감(Sympathy)’을 강조했다. 공감이 있어야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악마화하고 폄하하지만 문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감의 부재에 있다.” 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은 얻었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편 가르기에 경도된 상태다. 이는 “실패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어쨌든 촛불정국과 적폐청산 국면에 가위 눌리다시피 해온 보수진영에 반격의 실마리가 어렴풋이나마 보인다고 하겠다.

피부에 와 닿는 정치적 온기가 곧바로 수치로 연결되지 않는 게 자유한국당의 특징일까? 한국갤럽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지난해 9월부터 1월 말까지 줄곧 9~14%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다. 2월 첫째 주(1월 30일~2월 1일) 조사에서도 12%에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45%)에는 크게 못 미치고 바른정당(8%), 정의당(6%), 국민의당(5%)에는 바짝 추격을 당하는 처지다.

자유한국당은 성에 안 찬다는 표정이다. 아예 이런 통계를 무시하고자 한다. 홍준표 대표는 1월 21일 페이스북에 “나는 갤럽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썼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와 바닥 민심이 따로 논다는 이유에서다. 홍 대표는 나아가 “갤럽에서 우리 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나는 언제나 갤럽조사에 2.5배를 곱해서 판단한다”고도 했다. 한국갤럽의 발표가 자유한국당 조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홍 대표가 100% 신뢰하는 기관은 자유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 내 여론조사팀이다. 그렇다면 여의도연구원은 현재의 여론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는 걸까?

3무(無) 시대 청년들의 지향


▎2월 9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 환승 주차장에서 남북 공동입장 및 단일팀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이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줄고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먼저 여권 민심 이반 요인을 나열했다.

“요즘의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나?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걷어차였고 목적·책임감·감동이 없는 ‘3무(無)’ 시대를 살아간다. 보수·진보, 우파·좌파에 대한 감각이 예전보단 둔하다고 하겠다. 누가 내 삶에 보탬이 되느냐를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소상공인 자영업층의 지지율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을 오차 범위까지 따라붙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중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일방적으로 앞서는 건 왜일까?

김 원장은 입장 표명을 꺼려하는 이른바 ‘샤이(shy)’층을 주시한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에는 적극성을 가진 이들만 응한다”며 “샤이층에는 보수우파가 진보좌파의 두 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젊은 보수우파도 굉장히 많다는 게 김 원장의 시각이다.

“20대는 부모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들의 정치적 태도는 친구, 직장 동료와의 대화보다는 부모와의 대화나 가정생활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엔 비단 밥상머리 교육이 아니더라도 생활고에 찌든 부모의 넋두리나 표정에서 여권에 대한 거부감은 확산된다.”

반면 여권과 2030 세대 사이에 보수정당이 기대하는 만큼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우호적 정서 자체가 크게 흔들렸다기보다 사안별로 이견을 표출하는 정도로 본다면 더욱 그렇다.

예컨대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젊은 층이 그렇게 심각하게 반발했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을 보자.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스하키팀 문제를 “세대 문제로 귀속시키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현 정부와 청년층(2030세대)의 우호적인 관계를 비틀고 싶은 세력이 양자 간 틈새를 키워 밀월 관계를 깨뜨리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전 교수는 일종의 음모론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현재의 정부 지지율은 ‘비상식적’으로 높다. 그것은 현 정부의 ‘덕(德)’이 아니라 이전 정부들의 ‘공(功)’이다. 아직 전모가 오롯이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범법·불법·탈법 행위들이 현 정부에 대한 지지의 근원이다. 세대 (대결) 프레임은 그러한 높은 지지율의 부실한 기반을 공략하는 데 제격이다. 다른 곳에 주목하도록 함으로써 예전 정부의 과오, 적폐에 관심을 덜 갖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현 여권과 청년층이 평창올림픽 건으로 마찰을 빚기는 했지만 정치세력간 역학구도에 변동을 가져올 만큼 치명적이거나 근원적이지 않다는 관점이다.

정치 외적인 변수가 정당 지지율에 직접적인 동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른바 평창올림픽 후폭풍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계속된다면 화해협력 무드는 설 땅을 잃고 남북대화에 공을 들여온 현 정부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계속될 북한의 갑질에 강한 안보를 내세우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몸값은 올라가게 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 경우 자유한국당은 이탈한 보수층을 흡수해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샤이 보수들은 자유한국당 지지를 선뜻 얘기하지 못하는 부류다. 이들이 아무런 소재 없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말 못 한다.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 이를 기화로 보수당 지지의사를 보다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안보 이슈를 기준으로 보면 보수가 기본 30%에 달한다.”

이 경우에도 여야에 ‘평평한 운동장’이 펼쳐질지는 의문이다. 안보 이슈를 발판으로 흩어진 보수들이 결집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타 경제·정치 이슈에다 보수의 신뢰 상실 등을 감안하면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 전에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윤 센터장은 덧붙인다.

여권에서 분리된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표방한다. 안보 국면에 즈음해 자신의 정체성에 기초해 여권을 궁지로 모는 테크닉을 발휘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2박3일 방한 일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2월 12일 바른정당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의 면담에 배석한 서훈 국정원장을 직격했다. 유 대표는 “안보 책임자가 북한과 교섭창구 역할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당장 그만두고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다”고 공세를 폈다.

안보 위기의 수혜자는 유승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정당득표율 2위를 목표로 한다.
또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김여정을 네 차례나 만나면서 북핵 얘기는 한마디도 못 꺼냈다”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할 바에는 안 하는 것이 안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정부에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6월 지방선거의 성패가 정당 지지율을 묻는 지방의회 비례대표 투표에 달렸다고 본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해 야권발 정계 개편을 주도한다는 심산이다. 자유한국당에 마음을 못 여는 보수층에 바른미래당이 하나의 대안세력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정 농단을 거치면서 자유한국당과 강경 보수에 대한 반감이 지금도 매우 강하게 형성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만약 어떤 반사이익을 누린다면 강경 보수보다는 완화된 바른미래당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동욱 교수도 여권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향유할 주체가 마땅치 않은 게 한국의 보수진영의 딜레마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보수의 적자 격인 자유한국당은 정체성을 상실한 정당이라는 게 임 교수의 관전평이다. “현재의 보수는 반사이익을 챙기기는커녕 고정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치권은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켜왔으면서도 그들이 쌓은 성과와 업적을 제대로 알리는 것조차 서툴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건 자기 혁신과 비전이다.”

이는 정치 현장을 뛰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피부로 느끼는 바다. 정용기 의원은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사실이지만 이탈세력을 우리가 다 흡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수긍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여론에 어떻게 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중앙당은 선거일에 다가설수록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가 정착되면서 제3당의 입지는 좁혀지리라 기대한다. 홍 대표가 사퇴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광역단체장 6석은 무난히 확보한다는 게 홍 대표 주변이 판세 분석이다. 그러면 승리를 선언하고 홍 대표 친정체제 강화에 돌입할 것으로 당 안팎에서는 전망한다.

홍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선거에서는 중도라는 것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유권자들이 보수 아니면 진보 양자택일을 하는 게 선거의 속성이라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도·중간층은 힘의 원리에 따라 보수든 진보든 강한 곳으로 따라가게 된다. 중도는 잠시 판단을 멈췄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고유하게 존재하기는 어렵다. 설령 일부가 바른미래당으로 넘어가더라도 선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안보 국면이 가져다줄 호기를 온전히 누리자면 당내 견해차 해소와 내부 혁신이 선결과제라는 얘기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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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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