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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서울시장 | 판도 흔들 다크호스들 

누가 ‘꿩’ 잡는 ‘매’ 될까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jwhn20@naver.com
지난 20년간 서울시장 선거는 막판 대역전극의 파란…정당들, 단순 지지도보다 바람 일으킬 인물 선정에 골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누가 서울시청의 주인이 될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한 서울시청의 ‘그린월(Green Wall)'. / 사진:삼성물산
'해보나 마나 한 게임’. 월간중앙 2018년 2월호에 실린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떠올릴 만한 생각이다. “내일이 서울시장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정당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가 54.8%의 지지율로, 35.7%에 그친 야권 단일후보를 압도했다. 민주당 잠재후보군 중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군의 득표력을 과시했다. 박 시장은 50.2%의 지지율로 누가 나와도 상당한 표차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은 현직 박원순이 ‘떼어놓은 당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4개월가량 남은 투표일까지 너무 많은 변수가 남아 있는 탓이다. 개헌을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여파,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북핵 사태의 전개 방향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과거 서울시장 선거의 역사다. 역대 선거에서 초반 형성된 구도나 기류가 끝까지 관철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 5·16 군사정변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35년 만에 부활된 1995년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 초반 판세는 ‘무균질 정치’를 내세운 박찬종 변호사의 독주 체제였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회심의 ‘조순 카드’를 내면서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순 후보는 열성적 DJ 지지층의 표 결집에다 박찬종 후보의 과거 유신 찬양 신문칼럼 등 악재를 바탕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후 선거도 이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1998년 민선 2기 당선자인 고건 시장 역시 전임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탓에 그해 초만 해도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후보로 전격 낙점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종찬·한광옥 의원 등이 한참 앞서 나갔다. 민선 3기 이명박 시장도 초반 판세를 극적으로 뒤집은 경우다. 당내 경선에선 지명도와 정치경력 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였던 홍사덕 전국회부의장을, 본선에선 여권의 ‘젊은 피’ 김민석 후보를 제쳤다. 민선 4기 오세훈 시장 또한 역전 홈런을 쳤다. 당내 경선에서 초반 앞서 달리던 홍준표·맹형규 의원 등 정치 선배를 어렵게 제친 뒤 본선에선 ‘정치 신데렐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꺾었다.

재선 오세훈 시장의 중도 사퇴로 마련된 2011년 보궐선거 양상도 역전극의 되풀이였다. 당초 한나라당의 나경원, 민주당 박영선 의원 간 여성 후보 빅매치로 진행될 듯하던 선거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설로 크게 요동쳤다. 정작 주인공은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변호사였다. 5% 지지율에 불과하던 그는 안 원장의 전격 출마 포기선언과 그의 지지에 힘입어 야권 단일후보를 거쳐 본선에서 승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그간 서울시장 선거는 ‘다크호스의 판세 뒤집기’였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뒤늦게 나타난 후보가 강세를 넘어 최종 승리를 차지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주인공으론 누굴 꼽을 수 있을까?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를, 아직 실력이 확인되지 아니한 말’. 다크호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다. 현재까지 양상만으로 판단할 때 민주당 내 경선에서 다크호스가 나올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월간중앙 2월호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내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40%의 지지율로 2위 박영선 의원(13%)보다 3배가 넘는다. 나머지 후보군은 5% 미만의 고만고만한 지지율에 그쳤다.

여권의 복병(伏兵)은 우상호?


▎서울시청과 광장은 대한민국의 여론 형성과 전파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 박 시장에게 우호적인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서울시장 3선’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을 얘기하는 이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인구 1000만 명의 수도 서울을 책임지고 두 번이나 이끌었다면 이를 밑천 삼아 더 큰 도전에 나서는 게 박원순 이름에 걸맞은 행보”라고 말했다. 스스로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자신한 서울시장직이 아니라 여소야대, 야권 재편, 개헌 대치상황 등 ‘가장 어려운 일’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라는 지적이었다.

여권 핵심 기류가 박 시장 3선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복심(腹心) 김경수 의원이 박 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종용했다는 소문은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하는 사례로 곧잘 인용된다. 게다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영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3선 출마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래서 박 시장의 독주세가 조금이라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뉴페이스가 부상할 가능성이 만만찮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CGV 극장에 귀한 손님이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영화 관람 나들이에 나섰던 것. 상영 영화는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1987]. 당시 인권변호사로 주로 법정에서 활동하던 문 대통령이 직접 거리투쟁에 나서기도 했던 31년 전의 역사적 사실을 그린 탓에 세간의 관심은 대통령의 감상 소감에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여권의 시선은 다른 데로 쏠렸다. 함께 극장에 나타난 우상호 의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영화가 끝난 뒤 “우리 이한열 열사의 친구,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 우상호 의원도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우 의원은 이한열씨가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최루탄에 맞아 사투 끝에 숨진 뒤 열린 영결식에서 그의 영정 사진을 들었던 인물. 당시 가슴에 영정을 품은 우 의원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6월 항쟁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때문에 청와대 측은 “우 의원이 영화 [1987]의 모티브가 된 1987년 항쟁의 주역 중 한 명이어서 함께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해석은 달랐다. “문심(文心)이 우상호를 찍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실제 이날 행사로 우 의원은 촛불혁명의 원조 격인 6·10 항쟁의 ‘젊은 리더’로서 새롭게 각인된 게 사실. 특히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대통령의 지지자 ‘문팬’이 우 의원을 충분히 주목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물론 청와대는 이런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최근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중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문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당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식의 경선 개입을 통한 정치공학적 접근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스스로 국정운영을 잘해서 지지율을 높게 유지하는 식으로 당 후보들 뒤를 두텁게 해주면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생각을 갖고 계신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문심 활용에 적극적이다. 1월 21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힘줘 말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론을 펼쳤다. “아무리 대통령이 노력해도, 서울시장이 그 정책을 뒷받침하지 않거나 엇박자를 낸다면 서울시민들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는 또 “저는 이번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 중에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았던 후보”라며 대통령 지지층에 구애의 몸짓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료 출신의 한 소식통은 “문팬은 그 열정만큼이나 화끈한 정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우 의원은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굳이 친문이라는 잣대에서 보자면 정봉주 전 의원이 나서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학생운동권인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대표로 인식되는 우 의원의 이력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여권의 정체성엔 부합할 수 있지만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의원도 그래서 “민주화 운동 전력을 자산으로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여러 차례 선을 긋고 있다.

꺼지지 않은 불, 임종석


▎1월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영화 [1987] 관람에 동행한 우상호 의원(가운데).
“임종석 비서실장 차출설은 여전히 살아 있다.” 서울 지역 구청장 민주당 후보 공천을 위해 뛰고 있는 한 후보가 최근 전한 말이다. 임 실장은 지난해 가을 “내년에 지방선거에 안 나간다”고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말한 바 있다. 전남지사에 이어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나돌자 단호히 쐐기를 박았던 것. 그래서 이달 초 박수현 대변인을 비롯한 참모들이 줄줄이 사퇴할 때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물 건너간 시나리오로 치부됐던 임 실장의 서울시장 도전은 지방선거 판세의 유동성 때문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박 시장이 멀찌감치 1위를 앞서 달리고 있지만, 바른미래당 출범 등 야권재편으로 아직 안도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민족 대이동으로 민심이 크게 요동치는 설날 직후에 나올 여론조사. 양자대결 조사 결과 박 시장 지지율이 10% 내 외로 추격받게 되면 ‘플랜 B’ 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선주자를 지낸 바른미래당 안철수 또는 유승민 대표가 야권 후보 1위를 차지할 경우 여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꼴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 막판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 경우 과연 박 시장 카드는 승리 보증수표가 아닌 불안한 약속 어음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존 후보군에서 대타를 찾는 빤한 수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임 실장의 출사표라는 것이다.

사실 임 실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특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정치적으론 망외(望外) 소득을 올렸다. 당초 의혹과는 달리 전임 정권의 무리한 약속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구원투수’로 비춰지면서 인지도 제고는 물론 위기관리 능력까지 덤으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상징성도 대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역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차출론은 오히려 문심 개입 시비로 여권의 분란만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치공학만 염두에 둔 ‘말 뒤집기’ 등 구태정치의 재현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설사 1위 독주세가 멈칫거려도 박 시장을 비롯한 기존 후보들끼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길 후보를 가려내는 게 승리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뉴스 앵커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 대표적 정책통 민병두, 보수 강세 강남에 지역구를 둔 전현희 의원도 이 과정에서 다크호스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분위기 반전카드, 김병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보수 진영의 주목을 받는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진작부터 거론돼온 이는 황교안 전 총리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보여준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지난해 조기대선 때 보수후보 물망에도 꽤 많이 회자됐다. 하지만 대통령직 수행의 엄중함을 이유로 후보직을 고사했고, 오히려 정치적 주가가 치솟았다. 사실상 이번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예약해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당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가을, 황 전 총리의 서울시장 후보설이 나오자마자 단칼에 일축해버렸다. “다시 탄핵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가 내세운 ‘비토’ 이유였다.

대타로 거론됐던 인물이 홍정욱 전 의원. 40대의 상대적 젊은 나이, 언론과 교육사업을 펼쳐온 이력, 하버드대 학벌과 수려한 외모 등 대중에 어필할 정치적 요소를 골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엔 본인 스스로 출마의사를 접어버렸다. 지난해 말 “당장의 부름에 꾸밈으로 응하기보다는 지금의 제 자리에서 세상을 밝히고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입장에선 졸지에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셈’이다.

그래도 홍준표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홍 전 의원 외에도 후보는 많이 있다.” 특히 “새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당 안팎에선 “도대체 누가 있다는 말이냐”라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새해가 되자 유력한 주자 한 명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였다.

2016년 5월, 20대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이 제1당 지위를 잃은 직후 열린 당선자 총회. 강연자로 나선 이는 참여정부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교수였다. 그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이기고 지고’ 식의 권력정치에 함몰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 뒤 “제대로 준비 못하고, 정책 구상·비전 없이 이기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당선자들은 그의 독설보다는 이력에 더 발끈했다. 전희경 의원(비례)은 “어떻게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데려오나.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의 강연”이라며 비난했다.

그로부터 2년여 시간이 흐른 지난 1월 17일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 제2기 혁신위원회가 연 심포지엄에 또다시 김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보수는 박정희 성공 신화에 취해서 마치 국가가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처럼 사회와 시장 곳곳에 칼을 들이댔다”며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 진보도 진정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라며 보수의 선(先) 반성과 자각을 촉구했다. 이번엔 그 어느 누구도 그의 이력을 문제 삼아 시비를 걸지 않았다.

‘노무현의 브레인’ 김 교수가 한국당의 ‘정책 멘토’로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배경에는 2016년 가을 촛불시위 와중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지명을 수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당시 야3당의 거부로 총리 인준 청문회조차 해보지 못한 채 총리 꿈을 접고 ‘배신자’로 낙인 찍혔지만, 반대로 한국당은 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수의 최근 한 언론 인터뷰가 시선을 끌어 모았다. “정말 제대로 된 위치에서, 세상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이 한 몸 던져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정치무대 위에서) 그 울림은 클수록 좋기 때문에 마이크 또한 가급적 컸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도, 함께할 정치세력도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 직격탄을 날려 방향을 암시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정부는 한 게 없다. 권력을 잡는 데 급급하다 보니 그 권력으로 무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이 없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다가 혁신성장을 꺼냈고 공정성장까지 나왔다. 그걸 다 합쳐 놓으면 서로 모순이 생기고 부딪친다.”

야권 단일후보선거 판세 주도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그러자 한국당은 김 교수를 확실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친노 적자(嫡子)인 김 교수를 과연 우리 후보로 내세울 수 있을지 솔직히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어쩌면 그런 역발상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도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병준 서울시장 후보’ 카드는 지난해 말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용태 의원이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 진보 이력을 가진 김 교수가 지방선거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혁신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수도권 선거 특성상 막판 예상 가능한 야권 단일화를 위해서도 김 교수를 내세울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보수편향 인사보다는 중도적이고 합리적 정책통인 김 교수가 바른미래당과의 경합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김 교수가 서울시정과 국가혁신 부분에선 분명히 강점을 갖고 있어 단일후보를 넘어 선거 판세까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아직까진 신중한 입장이다. 이 측근은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최근 학교 측 만류에도 교수직을 그만뒀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당 간판을 달고 서울시장에 나설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 혁신동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행을 반대하는 주변 기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다 홍준표 대표로부터 직접 출마와 관련한 제의를 받지 않은 상황도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당의 모 국장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진영을 갈아타며 주요 선거에 나서는 유력 후보에 대한 유권자 인식 자체가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로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음에도 안정적 2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황 전 총리도 부담이다. 그가 전격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야권 판세가 출렁일 수밖에 없고, 아직 유의미한 지지율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김 교수로선 아예 기회 자체를 잡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연말과 연초 언론사들은 저마다 여론조사를 했다. 서울에선 박원순 시장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여겨볼 대목이 발견된다.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인물이 발군의 지지세를 보였던 것. 다름 아닌 국민의당과 통합작업에 열을 올렸던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였다. 그는 지난해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줄곧 서울시장 출마에 거부 입장을 보여 왔다. 그래서 다수 언론사는 그를 제외한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를 포함시킨 조사는 향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승민 바람’을 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유승민, 끝까지 ‘노(No)’ 할까, 안철수의 선택은?


▎1. 박원순 서울시장이 1월 14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2. 자유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자주 거론돼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 / 3.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 1순위에 오른 안철수 대표.
실제 [중앙일보] 조사에서 14.7%로 박 시장(32.9%)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신문] 조사에서도 유 대표는 비슷한 비율로 차석을 지켰다. 한국당의 잠재후보 황교안 전 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제친 결과였다. 유 대표의 선전은 개혁적 보수에 대한 일관된 신념이 신뢰감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중도외연 확장 기대감으로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게다가 아직 소속 정당을 갖지 못한 황 전 총리의 진로 불투명, 통합과정에서 혼란을 자초한 안 대표에 대한 실망감 등 반사이익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기회 된다면 대선에 다시 도전”할지 몰라도 “서울시장은 생각 없다”는 것이다. “4선으로 키워준 대구 지역구를 중도 포기할 수 없고, 서울시장을 대권 발판 삼아 몇 년 하다 중간에 관두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국민의당과 통합으로 출범하는 바른미래당의 대표로서 당을 책임지고 지방선거 전체 전략을 이끌어야 한다는 당면한 현실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끝까지 이런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까? 당장 지방선거는 발등의 불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반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열매는 달콤하다. 선거 이후 정계재편 과정에서 야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원하는 ‘한국당 헤쳐모여’를 이끌어내 명실상부 제1야당이 될 수도 있다. 차기 대선구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안철수 대표가 당내 강한 반발에도 통합을 서둘러 강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지방선거 때문이었다. “과거 전국단위 선거에서 3당과 4당은 거대 양당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며 통합 당위론을 역설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승리를 주도하진 못해도, 최소한 3당 정립(鼎立)체제의 한 축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여건상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다수 견해다. 조직,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양당에 열세다. 그래서 거물급의 자기희생적 출마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유 대표는 출마 거부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안 대표에게 출마해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나 역시 출마를 강력 종용 중이고, 결국 안 대표가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안 대표 스스로도 “신당의 성공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긴 바 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진작부터 통합 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유가 지방선거, 그중에서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통합 반대에 섰던 옛 측근은 “서울 시장 선거에서 안풍(安風)을 재점화, 당선한 뒤 차별화된 시정을 펼쳐 문재인 대통령에 비교우위를 점하면 차기 대권고지로 무난히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통합을 강행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진흙탕 통합’으로 ‘안철수 새 정치’의 변별력은 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많이 시들해졌다. 또 호남 의원들과 충돌로 호남 출향 유권자들의 표심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특히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득표에 그칠 경우 아예 정치를 접어야 할지 모른다. 서울시장 출마가 그로선 ‘도 아니면 모’ 식의 정치적 도박인 셈이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jwhn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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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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