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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울산 40억대 불법포획 고래고기 사건’의 검·경 충돌 내막 

‘전관’의 성공한 로비? ‘현관’ 개입 드러나면 핵폭탄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검찰, DNA 검사결과 안 나왔는데 허위 진술·가짜 증명서 믿고 경찰 압수한 불법 고래고기 돌려줘 담당 검사는 경찰 수사 협조 없이 해외 연수… ‘전관’ 출신 변호사는 성공보수로 고급 외제차 구입 의혹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밍크고래 고기를 두고 검찰과 경찰 간에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전관 변호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불법 취득한 수십억 원 상당의 압수된 고래고기를 피의자들에게 돌려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검찰은 또 다른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내막을 추적했다.


▎1월 18일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회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한 검찰의 결정에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울산 검사 고래고기 무단 환부사건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고래 보호운동을 하는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올린 청원서였다. 청원서는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 유통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범죄 압수물인 고래고기를 범죄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청원 20여 일 뒤인 같은 달 31일에도 이 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앞으로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달해 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핫핑크돌핀스’는 지난해 9월 13일 해당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해당 고발 사건에 대해 4개월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범죄 압수물인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돌려준 것은 2년여 전인 2016년 5월이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이 사건이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두 차례에 걸친 내부 폭로가 터져 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가 검찰 조직 내에 만연한 성희롱 사건을, 의정부지검 안미현 검사는 춘천지검 재직 당시 강원랜드 취업청탁 사건을 수사하다 검찰 윗선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사실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각각 폭로했다.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그것도 언론에 나와 검찰 조직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폭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고래고기 환부 사건’ 역시 향후 그 결과에 따라 앞서 언급한 두 사건과 함께 검찰 조직을 큰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래고기를 두고 지난 2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검찰은 왜 경찰이 압수한 범죄 증거물을 사건 피의자들에게 돌려준 걸까?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16년 2월 울산 중부경찰서에 제보가 접수됐다. 울산시 북구 호계동의 한 마을 가정집에 있는 대형 냉동창고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사팀은 제보를 바탕으로 해당 가정집 주변과 관련자들에 대한 잠복 수사에 들어갔다. 감시에 들어간 지 두 달 후인 4월 6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마대자루 수십 개가 냉동창고로 옮겨지는 모습이 경찰에 포착됐다. 이날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각에 경찰 수사팀은 냉동창고를 급습했다. 창고 안에 마대자루가 널려 있고 ‘무언가’를 칼과 톱으로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그들이 창고 안에서 자르고 있었던 것은 한 마리에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하다는 밍크고래였다. 국내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고래 포획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만 유통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밍크고래가 업자들 사이에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이유다. 현장 수색을 계속하던 경찰의 눈앞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미로처럼 연결된 냉동창고 안에는 수사팀도 전에 보지 못한 엄청난 양의 고래고기가 상자에 담겨 있었다. 이날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고래고기는 모두 27t(상자 853개, 소쿠리 35개, 자루 94개)으로 밍크고래 40마리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경찰과 현지 업자들에 따르면 고래고기는 도매가 기준으로 kg당 1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따라서 이날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는 대략 40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수사팀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종종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를 경찰이 압수한 적 있지만 이 정도 많은 양이 한 곳에서 발견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밍크고래는 연간 80마리 안팎인 점으로 볼 때 이날 창고에서 발견된 고래고기의 양은 수사팀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경찰 수사 검찰로 넘어가자 대폭 축소돼


▎지난해 8월19일 오후 울산 동구 방어진 수협 위판장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된 밍크고래 1마리를 해경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이 밍크고래는 길이 7.2m, 둘레 4m 크기에 무게는 약 3t으로, 다음날 6800만원에 위판됐다. / 사진:울산 해양경찰서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고래고기 판매업자인 권모(39) 씨 등 관련자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들은 “일부 문제가 될만한 고래고기도 섞여 있지만 상당수는 정상적으로 유통이 가능하다”며 발뺌했다. 수사팀은 이날 압수한 고래고기의 불법성 여부를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 현장에서 고래고기 샘플 47점을 수거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있는 고래연구센터로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고래연구센터는 2004년 2월 만들어진 우리나라 유일의 고래 전문 연구기관이다. 센터는 2011년부터 그물에 우연히 걸린 고래의 DNA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해경은 고의로 포획한 흔적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불법 포획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면 해경은 고래고기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고래 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이 과정에서 고래연구센터는 증명서가 발급된 고래의 DNA 샘플을 보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경찰에 압수된 고래고기가 관련자들의 주장대로 합법적인 것이라면 연구센터에 등록된 DNA와 일치해야 하고 해당 고래의 유통증명서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센터에 DNA 분석을 의뢰한 뒤 경찰은 수사를 계속해 나갔다. 고래고기 판매 식당을 운영하는 권씨 등 일부 관련자는 구속됐다. 경찰은 냉동창고 현장에서 체포한 피의자들 외에도 고래고기의 운반·유통·판매에 가담한 또 다른 관련자들 그리고 고래 불법 포획에 가담한 선주와 선원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갔다. 고래연구센터에 의뢰한 DNA 검사 결과는 경찰이 의뢰한 샘플의 양이 워낙 많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DNA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다각도로 수사한 끝에 호계동 냉동창고 현장에서 압수한 고래고기 전부를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압수한 21t 중 200상자(6t 분량)만 불법 고래고기로 인정해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당초 경찰 수사 결과가 검찰로 넘어오면서 5분의 1로 축소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냉동창고에서 고래고기를 압수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3일 압수물이 보관돼 있는 울산 동구 방어진 수협 위판장 보관창고에 사건 관련자 두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압수품 환부 서류를 수협 관계자에게 내밀며 “고래고기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서류는 울산지검에서 발부된 것이었다.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인 H검사 등의 도장이 찍힌 서류를 확인한 수협 관계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산지검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수사기관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다시 돌려준 적이 없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통화한 검찰 관계자는 “서류에 나와 있는 대로 압수물을 돌려주면 된다”고 답했다. 이날 가져간 고래고기는 21t(상자 703개, 소쿠리 35개)이나 됐다. 수협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불법 포획 혐의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다시 돌려준 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고래고기 환부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또 있었다. 피의자들이 고래고기를 수협 창고에서 꺼내가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 측 관계자들의 입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불법 고래고기가 담겼다고 인정한 일부 상자도 함께 환부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압수물을 돌려주는 데 수사기관 관계자가 단 한 명도 입회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을 수사한 울산 중부서 수사팀 관계자들 역시 뒤늦게 환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핫핑크돌핀스 측의 고발로 지난해 9월부터 환부 사건을 수사 중인 변동기 울산청 광역수사대장은 기자에게 “고래고기가 환부된 때는 중부서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도 않은데다 고래연구센터에 의뢰한 DNA 감식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며 “검찰이 피의자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환부 결정을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검찰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울산지검 측은 “경찰이 압수한 27t의 고래고기 중 현장에서 해체를 하다가 적발된 6t을 제외한 나머지는 불법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부 결정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또 “고래연구센터가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라는 것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센터의 DNA 감식 결과가 곧바로 합법과 불법 여부를 입증하는 수단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센터의 감식 결과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 검찰 측의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전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들에서는 전부 센터의 DNA 감식 결과에 따라 압수물의 불법 여부가 가려져 공매에 부쳐지거나 폐기처분하는 조치가 취해졌다”며 “왜 이번 사건에서만 DNA 감식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피의자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환부를 결정한 것인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

피의자들이 압수된 고래를 돌려받은 시점도 의혹이 일고 있다. 울산에서 고래 축제(5월 26~29일)가 열리기 불과 20여 일 전에 환부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피의자들 입장에서는 DNA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큰돈을 벌 수 있는 대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돌려받아야 할 입장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환부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청 광수대에 따르면 핫핑크돌핀스의 고발에 따라 지난해 11월 초 해당 고래고기를 재압수한 결과 환부해 간 고래고기 중 상당량이 이미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DNA 결과 안 나왔는데 ‘고래 축제’ 앞두고 환부


▎지난해 4월 울산 중부경찰서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체포했다. 이들은 북구 호계동 한 가정집 냉동창고에 27톤 분량의 고래고기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 사진:울산 중부경찰서
검찰의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높고 각종 의혹과 함께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2016년 12월 말 고래연구센터의 DNA 감식 결과가 경찰에 통보됐다. 취재진이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경찰이 의뢰한 샘플 47개 중 13개는 지방 조직인 탓에 DNA 추출을 할 수 없어 감식 불능 판정이 내려졌다. 나머지 34개는 센터가 보유한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이 없어 ‘불법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담겨 있다. 또 추출된 DNA는 모두 밍크고래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센터가 경찰에 통보한 분석 결과에는 또 다른 중요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피의자들이 합법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 제출한 ‘고래 유통증명서’에 적시된 고래 개체와 경찰이 의뢰한 샘플의 DNA 분석 결과는 단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권씨 등 피의자들은 유통증명서 59장을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압수한 것 중 150상자만 불법이라고 인정하고 나머지 상자 700여 개는 모두 합법적으로 유통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주장해 왔다. DNA 감식 결과와 이런 주장이 모두 허위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한마디로 가짜 증명서를 근거로 고래고기를 환부받은 셈이다. 이 가짜 유통증명서를 경찰이 수사한 결과 다른 고래고기 식당 업주의 것이거나 다른 업주 소유인 것들이었다. 유통증명서 중 17장은 압수된 밍크고래와는 다른 돌고래에 대한 증명서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유통증명서를 근거로 환부를 결정한 검찰은 최근까지도 “DNA 감식 결과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은 고래고기가 환부된 데는 사건 초기 피의자들이 선임한 한모(39) 변호사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환부 사건을 수사 중인 김봉기 울산청 광수대 팀장은 “한 변호사는 현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 변호사가 일명 ‘전관 변호사’로서 피의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가 검찰 수사 과정, 특히 환부 과정에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기 불과 3개월 전까지 현직 검사로 재직했다. 특히 한 변호사는 울산지검 재직 시절인 2011년부터 2년 동안 고래고기 불법 유통 사건 등을 담당하는 환경·해양 분야 검사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누구보다 고래고기 유통 과정 등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일하던 검찰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전관 변호사 압수영장 연달아 기각


▎지난 1월 28일 울산 앞바다에서 통발 줄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혹등고래가 크레인으로 인양되고 있다. 혹등고래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돼 있다. 울산 해경은 불법포획 흔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고래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로 인계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검사로 재직하던 한 변호사가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것은 불미스러운 비위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울산의 한 폐기물 업체 사장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5년 대검찰청의 감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한 검사는 사표를 냈다. 검찰은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지었다. 한 변호사는 2016년 초 울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고 몇 달 뒤 바로 고래고기 사건 변호를 수임했다.

경찰은 한 변호사를 상대로 집중 수사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한 변호사가 변호사 수임료로 2억원 상당의 돈을 피의자들로부터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피의자 권모 씨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고래고기 유통·판매업자이자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인) 이모 씨를 통해 고래고기 환부를 조건으로 한 변호사에게 성공사례금으로 2억원을 건넸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2016년 4월 25일 검찰에 ‘압수물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피의자들이 일부 불법으로 인정한 고래고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의견서가 제출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5월 3일 검찰은 고래고기를 환부 조치했다. 피의자들의 진술과 관련자 계좌 추적을 근거로 30억원 상당의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데 따른 성공사례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반면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임료로 받은 돈은 4770만원이 전부”라고 주장하며 거액의 성공보수 수수를 부인했다. 그는 다른 피의자들과의 대질심문도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진술과 증거들로 볼 때 한 변호사의 이런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또 사건 초기 경찰에서 불법 사실을 상당부분 털어 놓았던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말을 바꾼 이유도 드러났다. 사건 피의자인 또 다른 권모 씨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압수물 중) 검은색 끈으로 표시한 상자 150개와 (경찰이 창고를 급습한 4월 6일 해체 작업을 하던) 자루 94개만 불법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진술한 것은 한 변호사가 접견 시 그렇게 하도록 시켰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자백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 변호사는 피의자들로부터 억대의 수임료를 약속받은 뒤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진술하도록 했고, 검찰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여 경찰의 수사 내용을 상당부분 뒤집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 11월 말 한 변호사가 사용 중인 휴대전화, 주거지, 사무실,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가 상당해 신중해야 한다”거나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데 정작 세부서장 등의 고발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영장 기각 사유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지난 1월 3일 다시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재차 기각하며 또다시 보완 수사 지휘를 내렸다. 경찰은 한 변호사의 통화 내역에 대한 압수 영장도 두 차례 신청했다. 한번은 법원이 권씨 등 피의자 두 명과의 통화 내역에 한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재차 신청한 영장은 아예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권씨 등과의 통화 내역만으로 영장의 범위가 한정되면서 수사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이미 권씨 등에 대한 통신 영장을 통해 한 변호사와의 통화 내역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고래고기를 환부받는 과정에서 한 변호사가 이들 외에 또 다른 인사들(울산지검 관계자 등)과도 통화가 이뤄졌는지 다각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전관 변호사’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사건 해결 과정에서 누구와 언제, 얼마나 자주 통화했는지 등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장이 제한적으로 발부됨에 따라 현재까지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한 변호사 개인과 변호사 사무소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거래 기간이 경찰의 발목을 잡았다. 경찰이 신청한 기간은 사건이 발생한 2016년 4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였다. 반면 법원은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2개 월로 기간을 제한해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발부된 영장에 기재된 기간에 한정해 한 변호사의 금융계좌를 들여다본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수상한 자금 흐름 정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권씨 등은 지난해 11월 환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변호사에게 준 돈이 2억원에 달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들의 진술대로 경찰은 유통·판매업자 등 피의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 과정에서 억대의 뭉칫돈이 고래고기 환부 시기를 전후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4770만원의 수임료만 받은 것으로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세무서에 신고했다. 경찰의 추가 조사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피의자들로부터 사건 수임료를 받은 후인 2016년 5~6월쯤 국산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9월에는 외제차 한 대를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경찰은 해당 기간 동안 계좌 추적을 통해 한 변호사가 자동차 구입에 쓴 자금의 출처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

검사가 변호사에게 전화해 DNA 결과 걱정도


▎지난해 9월 13일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이 단체는 불법포경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울산지검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광수대 김봉기 팀장은 “한 변호사가 세무서에 수임료를 허위 신고한 정황이 드러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짙고, 비슷한 시기 그가 구입한 고급 승용차를 무슨 돈으로 샀는지 확인하면 돈의 흐름에 대한 의혹이 상당부분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법원이 기한을 발부한 영장만으로는 이런 부분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한 변호사가 부적절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구치소 면회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 사이에 오간 수상한 대화 내용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변호사가 선임된 직후 피의자 권씨 형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접했다. 고래고기 환부와 관련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검찰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사가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담당 검사가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DNA 때문에 (고래고기를) 돌려줄 수 있는가? 만약 나중에 DNA (결과)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권씨 형제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대로라면 사건을 담당한 검사 역시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하기 전 DNA 감식 결과에 따라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날 구치소 면회소에서 오간 대화 속에는 “(한) 변호사가 지금 돈독이 올랐다”거나 “(변호사가) 보통이 아니다. 잘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계속 돈을 더 달라고 한다”는 내용도 있다. 고래고기 환부 결정이 내려지기 사흘 전 피의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에서는 전관으로서의 한 변호사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있다.

A: “(변호사가) 잘하나?”

B: “검사하다가 옷 벗고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단다. 전관 변호사들은 전관예우 같은 거 해주지 않나. (전관) 변호사가 좀 비싸긴 비싼데….”

피의자들이 고래고기를 환부받은 한 달 후쯤인 6월 초 이 고기를 판 수익금 중 일부를 변호사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화도 오갔다. 이들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당시까지만) 변호사에게 간 돈이 8000만원 이상이고 이런 내용을 따로 적어놓았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바로 최근까지 보여준 울산지검과 담당 주임 검사의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피의자들은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경찰 수사에서 불법으로 인정했던 부분들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자 대부분 뒤집었다. 출처가 의심되는 고래 유통증명서도 제출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진술이 바뀌게 된 전후 사정, 유통증명서의 진위 여부 등을 거의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피의자들과 이들의 대리인인 한 변호사의 진술과 의견서를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검찰은 왜 수사 과정에서 이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전관인 한 변호사의 역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경찰뿐 아니라 이 사건을 취재한 현지 지역언론사 기자들의 생각이다. 이번 사안을 오래 취재해온 한 지역언론사 기자는 “사건 초기 검찰은 압수한 고래고기 처분에 대한 질문에 ‘폐기할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며 “나중에 피의자들이 이를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사건 담당 주임검사인 H검사가 취한 태도를 놓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 수사팀은 H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울산지검을 방문해 서류 전달, 사건 처리 시스템을 통한 전자문서 발송, 이메일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나 협조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측은 “답변 여부는 해당 검사 개인이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지 지검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H검사는 지난해 12월 캐나다로 해외 연수를 떠나 현재 국내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H검사는 캐나다 현지를 방문한 한 언론사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따로 할 얘기가 없다. 청(울산지검)에 물어보라”며 회피했다.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울산지검 측과 H검사가 서로 해명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지검 측은 최근 언론에 해명자료를 냈다. “그동안 경찰이 수사 중인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해 검찰은 충분히 협조해왔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특히 경찰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영장 관련 사안에 대해 울산지검 측은 “사건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각종 영장도 대부분 법원에 청구했고, 일부는 법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기각하거나 제한적으로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마치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환부 사건의 진실을 풀 키는 한 변호사가 쥐고 있는데도 그와 관련한 영장을 검찰이 대부분 기각해왔다”며 반박했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보니 경찰로서는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지만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여전히 검찰이 갖도록 하라는 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번처럼 전관이 검찰 수사에 모종의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강한 의심을 사고 있는 경우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 청구권은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비받은 현관은 흐지부지 넘어가더라”


▎고래고기 환부 과정에서 전관 변호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변호사 한모 씨가 지난해 12월 28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가 취재진을 보고 황급히 돌아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이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밥그릇 싸움 혹은 양 기관 간의 힘겨루기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환부 사건은 환경단체가 담당 검사 등을 고발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 처리를 적절히 했는지 따져보는 것이지 양 기관 간의 갈등으로 몰고 갈 일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가 답보 상태에 있지만 경찰은 끝까지 추적해 잘잘못을 가린다는 입장이다. 변동기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만약 환부 사건을 검찰이 수사했더라면 2~3주 내에 충분히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검찰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 있는 담당 검사의 입장을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여러 의문점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여의치 않으면 연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라도 끝까지 수사해 이번 사건의 진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전관의 로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많다”며 “로비를 받은 현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흐지부지 넘어갈 때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압수물을 일개 평검사가 단독으로 결정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법조인은 “윗선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 등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취재 말미 현지에서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한 식당 업주를 만났다.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지만 압수한 고래고기를 다시 돌려줬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몇 년 전 내가 아는 사람도 고래고기 불법 유통 혐의로 다 압수당하고 엄한 처벌을 받았다. 누구는 법대로 처벌받고 또 누구는 돈 좀 들여 전관만 잘 쓰면 빠져나오는 식이라면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

-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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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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