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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삼의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3)] 화(和): 다름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조화로우면 크게 되고, 즐거우면 오래간다”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교수
온갖 차이 품에 끌어안는 하늘과 땅의 이치 녹아 들어…끼리끼리 하는 것, 일방으로 가는 것은 망함의 지름길

▎2015년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의 한 사찰 스님들과 산하 유치원의 원아(院兒)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있다. 이 의식에는 세계평화·종교화합·국민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1. ‘올해의 한자’ 中은 智·享, 日은 北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한 해를 집약하는 한자를 선정한다. ‘올해의 한자’가 그것인데,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한자문화권의 다른 국가로도 퍼져갔다. 연말·연초에 선정하는 ‘올해의 한자’는 나라에 따라 지난 한 해를 가장 잘 요약하는 경우도 있고, 새해의 희망을 담는 경우도, 이 둘 모두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북(北)’이 2017년의 한자로 뽑혔다. 2017년 한 해 일본의 일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했던 ‘북(北)’ 관련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북한의 북핵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일까? 아니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일본의 미사일 대피훈련이었을까? 우리에게는 미사일 대피 훈련까지 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일본이 호들갑스럽게 보였을 수 있고, 일본에는 위기를 위기로 체감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위기와 공포에 대한 면역이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물론 북을 올해의 한자로 선정하게 된 배경에는 북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규슈(九州) 북(北)쪽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물 폭탄으로 인한 피해도 한몫했을 것이고, ‘북’해도 지역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것도 ‘북’이 올해의 한자가 된 이유 중 하나다. 첫째와 둘째가 부정적 의미의 ‘북’이라면 셋째는 단순히 ‘북’쪽 지역만을 나타낸다.


▎1. 일본 교토의 기요미즈사 주지가 2017년 선정 ‘올해의 한자’ ‘북(北)’을 붓글씨로 쓰고 있다. / 2. 중국의 공유(共享)경제. ‘공샹(共享 gòngxiǎng) 경제’는 중국에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뜻한다.
일본과 달리 중국에서는 올해의 한자로 선정된 ‘한 글자’보다 한 해를 풍미했던 10대 키워드가 더 인기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심 찬 ‘중국의 꿈’을 준비하는 중국답게 인공지능(人工知能, AI)을 뜻하는 ‘지(智, 슬기 지)’가 국제부문의 한자,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의 발전 등과 맞물려 새로운 경제혁신을 가져올 공유경제를 뜻하는 ‘향(享: 공유)’자가 올해의 한자로 선정됐다.

‘향(享)’은 어원적으로 자손들(子)이 종묘에 모여 함께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였는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 글자는 사는 자손(子)들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자전거나 자동차 등을 공유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징하는 문자로 거듭났다.

또한 智(슬기 지)는 어원적으로 지식(知)이 일정한 세월(日)을 지나야 ‘슬기’이자 ‘지혜’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智)가 인공지능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인공지능’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발전해 단순히 ‘기술’의 영역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슬기’와 ‘지혜’로 그 위상이 변모했음을 잘 나타내주는 글자다.

2. 中과 소원한 대만은 茫, 관계 개선 기대하는 末聯은 路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의 글씨이다.
말레이시아의 올해의 한자는 ‘길’을 뜻하는 ‘로(路)’가 선정됐다. 중국의 시진핑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온 말이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뜻하는 시진핑의 새로운 세계화 전략을 말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의 염원이 담겼다.

중국과 대립하는 대만에서는 ‘망(茫)’이 선정됐는데, 망(茫)은 ‘아득하다’는 뜻으로 현재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소원해 양안간의 관계개선이 아득하고 분명하지 않음을 반영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공(恐)’이 선정됐는데, 공(恐)은 ‘두렵다’는 뜻으로 2017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테러에 대한 공포를 반영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의 희망 한자로 화(和)를 선정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한자’는 작년에 시작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자 대신 ‘한자성어’를 뽑았는데,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가 대표적이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뽑혔다. ‘사악한 것을 깨뜨려 부수지 않으면, 정의가 드러날 수 없다’는 뜻으로 촛불집회의 정신을 담아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임무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성어다.

이처럼 나라마다 처한 사정에 따라, 한 해를 요약하고 새해의 염원을 담는 한자가 정해졌다.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파사현정’은 그 뜻은 좋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기엔 너무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2018년의 한자로 고전번역원에서 선정한 화(和), 이는 우리뿐 아니라 이 세계를 사는 모든 이의 공통된 여망일 것이다. 화(和)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3. 화(和)의 본질: 하늘과 땅의 속성


▎북송 때의 신 유학자 장재 (횡거, 1020~1077) 초상.
화(和)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진다. 화합(和合)도 있고, 화평(和平)과 평화(平和)도 있고, 화해(和解)와 화해(和諧)도 있고, 조화(調和)도 있고, 화락(和樂)도 있다. 이들 단어를 자세히 살피면 이들을 꿰뚫고 있는 핵심 의미는 ‘조화로움’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화(和)’는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핵심적 가치관의 하나지만 ‘조화’만큼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전유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조화로움’의 화(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튀지 않고 모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극단적인 것을 튀지 않게 제거하고 차이를 길들여 평균이 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和)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도, 전체를 위해 개인이 개별적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온갖 차이를 품속에 끌어안는 하늘과 땅의 이치가 녹아 있는 단어다.

북송 때의 저명한 철학자 장재(張載, 1020~1077)는 하늘과 땅의 이치에서 조화로움을 찾았다. “조화로우면 크게 될 수 있고, 즐거우면 오래갈 수 있다. 하늘과 땅의 속성은 바로 오래가고 크게 되는 것일 뿐이다.(和則可大 樂則可久 天地之性 久大而已)”

또한 노자의 가르침에 의거해서도 조화는 “유(有)와 무(無)가 서로를 낳게 하고, 어려움과 쉬움이 서로를 이루게 하고, 길고 짧음이 서로를 드러내게 하고, 높고 낮음이 서로를 대응하게 하고, 피리소리와 종소리가 서로 화답하게 하고, 앞과 뒤가 서로를 따라다니게 하는”(제2장) 것일 것이다. 서로 상대되는, 서로 이질적인, 서로 대립적인, 서로 차별적인 것들이 뒤섞여 각자의 소리를 내는 세계, 바로 이것이 조화요, 그래야만 “천지처럼 크고 오래갈 수 있다”.

4. 화(그림1참조)의 어원: 고저(高低) 모든 음을 담아내는 악기


▎(왼쪽) 화의 소전체(그림1). 이후 줄어 화(和)가 되었다. / (오른쪽) 생황
화(和)는 원래 (풍류 조화될 화)로 썼는데, 화(그림1참조)는 여러 개의 피리(龠·약)에서 나는 소리를 형상했다. 이후 여러 개의 피리를 그린 약(龠)을 피리의 입(reed)를 뜻하는 구(口)로 줄여서 지금의 자형이 됐다.

214부수의 마지막 부수 글자이기도 한 약(龠)은 ‘피리’를 말하는데, 관이 여럿 달린 생황(笙簧)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 개의 둥근 공명통에 13~36개의 대나무 관 여럿을 끼워 넣은 악기인데, 약(龠)자에서는 3개의 관으로 표현됐을 뿐이다. 중국에서 3은 3개도 뜻하지만, 다수를 상징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약(龠)은 이후에 관의 숫자에 따라 이름도 달라졌는데, 관이 13개면 화(和), 17개면 생(笙), 36개면 우(?)라고 했다. 길이가 다른 각각의 관이 다양한 음을 내어 음악을 연주하는 관악기다.

중국에서 음악은 음악 이상의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음악은 가장 높은 음(하늘)에서 가장 낮은 음(땅)까지 모두 품고 있어야 한다. 천지만물이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품듯이, 길이가 다른 죽관에서 고음과 저음이 장음과 단음이 함께 할 때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기는 고대사회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기물이었고, 음악은 즐기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천지와 우주질서의 이치를 담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상징 때문에 유가 사상을 집대성한 공자(孔子)도 음악을 예(禮)만큼이나 중시했다. 예악(禮樂)이라는 말처럼 예(禮)와 악(樂)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가 고대중국의 가사집이라 할 [시경(詩經)]을 읽지 않으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조화로움’의 상징으로부터 출발한 음악이 사람의 성정을 조화롭게 만들고, 차별하고 억압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요한 장치라고 생각했던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예(禮)가 사회를 유지하는 경직된 질서로 변화했지만, 그 출발이 신에 대한 경배임을 고려한다면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한 존중이 예(禮)의 출발점이다. 천지가, 음양이, 남녀가, 노소가, 부부가, 부자가, 형제가, 사제가 서로를 존중하고, 나아가 우리와 남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경배하는 것이 바로 ‘예’의 진정한 정신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경배하려면 상대를 인정해야 하고, 인정하면 모든 것이 조화롭게 된다. 세상이 조화로우면 화평스럽고 즐거워지며, 즐겁게 되면 크고 멀리 간다. 그런 의미에서 예(禮)와 악(樂)이 분리될 수 없고, 화(和)에도 다름아니다.

5. 화(和)의 어원: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세심함


▎그림2
화(그림2 ①참조)나 화(和)의 독음을 나타내는 요소인 화(禾)도 사실은 독음뿐만 아니라 의미의 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화(禾)를 가져와 독음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화(禾)는 원래 익어 이삭을 길게 늘어뜨린 ‘조’를 그렸지만, 이후 ‘벼’가 들어오고 쌀을 주식으로 삼게 되면서 ‘벼’는 ‘곡식’ 전체를 지칭하게 된 글자이다. 사실 농본사회로 접어들면서 벼를 포함한 곡식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됐다. 그래서 곡식만큼 ‘조화로움’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도 없다. 중국 최초의 어원사전인 [설문해자]에서는 화(禾)를 이렇게 설명했다.

“곡식을 말한다. 2월에 처음 자라나 8월이면 익는다. 때의 정확함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화(禾)라고 부른다. 화(禾)는 목(木)에 속한다. 그래서 목(木)의 기운이 왕 노릇을 할 때 자라나고, 금(金)이 왕 노릇을 할 때 죽는다. 목(木)이 의미부이고, 또 수(垂)의 생략된 모습이 의미부인데, 수(垂)는 곡식 이삭의 모습을 본떴다.”

허신의 말처럼 ‘화(禾)’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면 잘 알겠지만, 때에 맞는 강우는 물론이고 온도와 습도, 햇빛과 바람 등 모든 사소하고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자랄 수도, 제대로 된 맛을 낼 수도 없는 것이 곡식이다.

해마다 농사를 반복한다 해도, 농사는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반복이다. 기온의 차이, 강수량의 차이, 습도의 차이, 바람의 차이, 햇빛의 차이를 고려하고 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설문해자]에서는 ‘때의 정확함’으로 표현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사라도, 매년 달라지는 차이를 무시하고서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고, 차이의 배려가 극심한 가뭄과 홍수의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한다. ‘조화로움’을 뜻하는 화(和)나 화(그림1참조)에 화(禾)가 든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리라.

화(和)는 음악의 조화로움에서 왔지만, 이는 음악이라는 청각적이고 심리적인 것으로부터 음식이라는 미각적이고 생리(生理)적인 것으로 점차 옮겨가게 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단순히 차이 나는 소리가 함께 모일 때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생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화로움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예컨대 [시경]에 나오는 ‘화갱(和羹)’이 대표적인데, ‘서로 다른 맛을 조화로이 섞어서 만든 국’을 말한다. “화갱(和羹)은 오미(五昧)가 조화를 이루고 비린내와 따뜻함이 조절돼 이를 먹으면 사람들의 성품이 안화(安和)해 진다.”(정현의 주석) 여기서 볼 수 있듯, 화(和)는 이미 서로 다른 맛이 함께하여 가장 알맞은 맛을 내는 개념으로 넓혀졌다.

이 때문에 [설문해자]에서는 화(和)를 “상응(相應)하다는 뜻이다”라고 해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호응과 조화로 설명했다. 이질적 요소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서로가 호응하며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융합’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화갱(和羹)은 그 자체가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 국이지만, 조화롭게 섞이는 과정에서 사악한 기운이 없어져서 최상의 음식이 되고, 이러한 음식을 먹으면 인체도 상응해 편안해 진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상응의 원칙은 중국에서 내내 이어지는 전통이었다. 음식의 왕국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계절과 맛, 재료와 재료, 양과 온도 등도 모두 다른 것들이 상응하면서 차이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만 진정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여겼다.

예컨대 입에 쓰다고 버리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맛·쓴맛·매운맛·짠맛·단맛은 각 요리의 ‘선식(膳食)도 가장 적절한 조화를 이루려면 소고기에는 찰벼(稌)가 알맞고, 양고기에는 기장(黍)이 알맞고, 돼지고기는 서직(稷)이 알맞고, 개고기에는 수수(粱)가 알맞고, 기러기고기는 보리(麥)가 알맞고, 생선에는 교미(苽)가 알맞다’고 인식한 것이 그렇다.

음식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조화의 절박함을 ‘음악’에서 가장 현실적 문제인 ‘음식으로 전이시킨 허신의 지혜가 다시 한 번 돋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허신은 모든 미학적 개념을 ‘먹을 것’과 연관시키려 노력했다. 미(美)자도 출발은 양가죽을 덮어 쓴 사람의 모습이거나, 큰 양을 뜻한 데서 아름답다는 뜻이 나왔지만,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감(甘)’, 즉 달다, 감미롭다는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다.

6. 새 희망: 정확함(中)과 다름(不同)이 공존하는 한 해로


▎화(그림2의 ②참조, hé). [설문해자]에서 맛을 조화롭게 하는 상징적 도구로 등장했다. 상나라(기원전 12세기~기원전 11세기). 높이 31.7㎝.
동양사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和), 이 조화로움에는 이질적이고 차이 나는 요소들이 자신의 각 역할을 하면서 동등하게 참여함을 본질로 한다. 한자로 요약하면, 조화로움(和)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차이의 배려(中), 그리고 강자가 약자를,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호응하게 하는 같지 않음(不同)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조화로움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발산하되 모두가 적절하게 조절되는 것, 이를 두고 조화라고 한다(發而皆中節 謂之和).” [예기(禮記)] [중용(中庸)]의 말이다. 조화로움이 있어야 화평이 가능하다. 적절하다는 것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서도 아니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적당히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 치의 치우침도 없고, 같은 것끼리만 모여서도 안 되며, 차이를 배려하라는 엄격한 윤리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한 해의 성어로 뽑힐 정도로 과거의 폐단은 없애야 한다. 그러나 다른 의견, 다른 집단, 다른 방식도 존중해야 함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제19대 국회 동서화합포럼 영·호남 의원들이 2014년 3월 3일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리가 꼭 같으면 듣는 사람이 없고, 사물이 한결 같으면 무늬가 없고, 맛이 한결 같으면 결과가 없으며, 사물이 하나 같으면 얘기할 것이 없는 법입니다”라고 한 정(鄭) 환공(桓公)에 대한 사백(史伯)의 대답은 지금도 꽤 유효해 보인다.

끼리끼리 하는 것, 일방으로 가는 것은 망함의 지름길이다. 그래서 패거리라고 부르고 일방통행이라 폄하하는 것이다. 사람살이 모든 곳에서 경계해야 할 말이지만, 특히 정치에서는 더 그렇다. 큰 정치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할 말이다. 클수록 잘못하면 망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화(和)가 담은 어원과 정신처럼, 올해에는 온 세계가 화해하고, 남과 북이 평화(平和)롭고, 정의가 실현돼 모든 구성원이 서로 화해(和解)하고 화합(和合)해 조화(調和)로운 삶이 실현되기를 희망해본다.

-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교수

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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