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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빈 고둥에 집을 차리다 소라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다른 집으로 옮기는 때가 일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적응력이 강해 강, 바다, 땅에서도 억세게 살아
물이 난 해변을 서성거리다 보면 사방에 자잘한 고둥들이 뒤뚱거리며 꼼작대고 있는 것을 본다. 어찌해서 굼뜬 고둥들이 저렇게 슬금슬금 기어 다닌담? 알고 보니 쪼매한 게가 빈 고둥(복족류, 腹足類) 속에 들었다. 이렇게 고둥껍데기를 집 삼아 살아가는 게를 ‘집게’ 또는 ‘소라게’라 일컫는다. 그런 소라게를 ‘hermit crab’라고 하는데 hermit은 세상을 피해 혼자 숨어서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고, crab는 갑각류(甲殼類)인 게란 뜻이다. 집게는 세계적으로 1100여 종이 있고, 이들은 떼 지어 살기를 좋아한다.

포식자의 공격을 막으려고 거북은 등딱지(귀갑, 龜甲)를, 가재나 바다가재는 게딱지(갑각, 甲殼)를, 조개고둥 무리는 단단한 껍데기(패각, 貝殼)를 지니고 있다. 이것들은 죄다 제 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집게는 죽어 속이 빈 고둥껍데기를 집(피신처)으로 쓴다. 소라게는 다른 게들처럼 등딱지나 외골격(겉 뼈대)이 발달하지 못 했기에 딱딱한 고둥 속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다.

소라게의 긴 눈 자루 끝에 둥근 눈이 붙었고, 두 쌍의 더듬이(촉각, 觸角)가 있으며, 털이 부숭부숭 난 더듬이는 냄새나 맛을 본다. 온몸에는 감각털이 그득 났고, 몸은 두흉부(머리가슴)와 복부(배)로 나뉜다. 가슴부에는 다섯 쌍의 다리가 났고, 그중 첫째가 제일 큰 집게발(엄지발)로 오른쪽 것이 더 크고, 둘째와 셋째 다리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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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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