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흔들리는 그대에게 

 

박성우

▎붉은 빛이 감도는 경북 경주시 감포 앞바다 위로 갈매기 떼가 무리 지어 날아가고 있다. / 사진·박종근
갈매기 떼가 아침을 데리고
잿빛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점점 붉게 번지는 아침 햇발,
힘껏 당겨 끌고 그대 향해 날아갔다
아직 어둑어둑한 먼바다를 향해
심드렁 앉아있던 갈매기 떼,
아침 해가 솟기를 기다렸다가
일제히 물결 일렁이며 날갯짓했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그대
빛나는 지점이 더욱 빛나려 한다는 것,
흔들리는 그대 향해 거침없이
갈매기 떼는 아침 바다를 흔들어 갔다
나는 가만히 손을 들어 그대와
갈매기 떼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았다


※ 박성우 -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선정돼 등단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이 있다.

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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