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특별 인터뷰] 창립 60돌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 

‘나눔과 섬김’으로 소외된 이웃 찾는다 

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포토에디터 park.jongkeun@joongang.co.kr
□ 이순(耳順) 맞은 세계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고난과 영광의 60년’
□ 남북교류 통해 북한 지원 운동… 베풀고 나누면 나중에 다 돌아와
□ 나눔과 섬김, 생명존중 실천, 통일시대 준비가 순복음교회 비전
□ 부자들이 재산의 3분의 1 사회에 환원하는 운동 벌이면 큰 사회 변화 올 것
□ 내가 휘두른 권력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나를 다치게 하기 마련
□ ‘미투 운동’, 피해자 위로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자신 돌아보는 계기 돼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올해 5월로 창립 60년을 맞는다. 1958년 서울 대조동의 천막에서 5명의 성도로 시작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늘날 55만 명의 신자가 활동하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국내 신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 지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우리 시대의 영적 리더다. 구체제가 붕괴하고 도덕이 무너지는 우리 사회에서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영훈 목사를 만나 우리 사회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고언을 들었다.


▎1954년 출생. 연세대·한세대 신학 학사,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 석사, 템플대 대학원 종교철학 박사. 워싱턴 순복음제일교회 목사, 한세대 신학과 교수, 미국 LA나성순복음교회 목사, 순복음선교회 이사장(201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2011),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2014~2017),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2017~)
이영훈 목사와 인터뷰했던 3월 8일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린 날이었다. 대통령 내외와 5000명의 목사가 함께 모여 나라를 잘 이끌어 달라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 포용하고 화합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교인들이 우리나라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달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영훈(64)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도 당연히 참석했다. 아침부터 숨 가쁜 일정을 마치고 달려온 이영훈 목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접견실에 들어섰다.

아침 일찍 국가조찬기도회를 다녀오셨군요!

“네. 북한이 그동안 핵을 자기들의 생명처럼 잡고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 북한이 대화의 자리에 나와 비핵화를 말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오늘 대통령께서도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도 핵 포기와 한미동맹을 같이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앞으로 이것을 함께 잘 풀어가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온 우리 기독교계는 그 말씀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통일 이 두 가지를 같이 이뤄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남북문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3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장에서 기도하는 이영훈 목사. 이 목사는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통일 이 두 가지를 같이 이뤄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목사님께서도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특별히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를 통한 중재 필요성을 강조하실 정도로 관심을 가져오셨지요?

“저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의 연결 고리가 조금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자칫 미국에서 보기에 우리 정부가 미국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정부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거든요.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기독교 신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미국에 갔을 때도 제가 그분들에게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남북대화 채널을 지지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김장환 목사님(극동방송 이사장),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 기독 신우회 회장) 등도 많이 역할을 하셨고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도 기독교 신자라고 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장로교 신자입니다. 트럼프 가문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마블합동교회는 미국개혁교회 소속이지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신자가 된 것은, 16년 전에 폴라 화이트라고 하는 여자 목사님이 TV로 설교하시는 것에 감동받고 ‘저분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 목사님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전도하여 신자가 됐다고 합니다. 지금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두말할 나위 없는 독실한 신자이고요.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말씀에서 ‘여기까진 온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한·미 관계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중재 역할을 잘해서 두 가지를 같이 가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북핵 문제와 남북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북한을 세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제게 다른 건 괜찮은데 딱 두 가지는 얘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첫째는 자기들의 지존(김정일 부자)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웃음) 둘째는 핵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 그럴 정도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이었는데,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를 말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변화이고 기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대화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죠. 물론 북한이 핵 보유를 계속 강조함으로써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에 북·미 대화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겁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요?

“북·미 간 어느 쪽에도 소홀하지 않게 그들의 마음을 얻어내야 합니다. 한미동행은 강화하면서 남북관계도 더 밀접하게 가야지요.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국민들이 ‘이거 너무하지 않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크게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도 오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이탈주민 지원에 대한 한국 교회의 역할과 기여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에 대한 지원은 절대 손해가 아닙니다. 통일이 되면 그것이 우리 국민의 것이잖아요.(웃음) 우리가 더 잘사는 ‘큰 집’이니까 ‘작은 집’에 많이 베푼다는 마음으로 지원하면 됩니다. 우리의 경제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합해지면 우리나라에 제2의 전성기가 올 수 있습니다. 그 도약의 발판이 통일입니다. 통일이 돼서 8000만 명의 인구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달러 수준이 되면 세계 5위권이 가능해집니다. 너무 급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늦추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더욱 늘어나야


▎마틴 루서 킹 목사 서거 50주년 추모예배에서 추모사를 하는 이영훈 목사 / 사진:여의도순복음교회
우리 국민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겠군요.

“과거처럼 ‘퍼주기’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흥부전]을 생각해 봅시다. 형인 놀부가 흥부에게 미리 나눠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우리가 다리 부러진 제비조차도 돌본 흥부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베풀고 나누면 그것이 결국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우리는 한 민족이니까요. 얼마 전에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보면서 한 민족끼리 부둥켜안고 우는 것을 보니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과 우리는 이념이라는 벽이 있지만 서로 대화와 교류를 통해 그 벽을 넘어야지요.”

여의도순복음교회도 그동안 북한 지원에 앞장을 서오셨지요?

“평양에 심장병원을 짓다가 중단된 지 9년이 됐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심장병으로 사망했잖아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한 심장병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짓기 시작했습니다. 1만 평 부지에 280병상을 갖춘 8층 건물을 짓다가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습니다. 지금 재개한다면 6개월만 일하면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대통령께 이 문제를 말씀드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가장 먼저 돕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제가 약속을 받았습니다.(웃음) 공사를 빨리 끝내고 의료 기자재를 투입하면 개원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도 다 준비돼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은퇴한 의사 분들을 모셔서 6개월에서 1년 머무르면서 현지에서 의료진을 교육하면 됩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면서 북한 선교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늘 한 민족인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통일을 염원하시는데, 지난 1월 애틀란타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 50주기 추모예배 때 초청강사로 하신 말씀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지난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재단을 방문한 게 계기가 돼서 이번에 추모예배 때 초청을 받았습니다. 해외인사로서는 제가 처음이었지요. ‘킹 목사가 생전에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설하면서 흑인과 백인이 손잡고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꿈이 있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이 믿지 않았지만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나와서 그 꿈이 이뤄졌다’고 ‘전 세계에 자유와 차별이 없기를 바랐던 고인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더니 기립박수가 나오더군요. 내친김에 제가 우리 한국인도 꿈이 있다고 했어요. 킹 목사가 설교에서 인용했던 이사야 40장 3-5절 말씀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국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지는 꿈이 있다’고 했더니 또 기립박수가 나왔지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돼서 통일로 가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접견실 벽면에는 세계 최대 교회인 순복음교회를 일군 초창기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1958년 시작한 천막교회로부터 지금의 여의도 시대를 열었던 성전 건립 공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담겼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고난과 영광의 60년’이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0년간의 국내외적 활동들을 되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을 선포해서 전 성도와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순한 교회 행사를 넘어서서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참가자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공감하는 큰 잔치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을까.

최고 영광의 순간은 여의도 시대를 열었던 것

‘고난과 영광의 60년’이라는 주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창립 60년 행사단장을 맡고 계신데, 역사적인 이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5월 18일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 만 60년이 되는 생일입니다. 그날 해외에서 오신 분과 우리 신자들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함께 모여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게 됩니다. 소외된 계층을 향한 나눔 행사를 펼칩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해외의 교회 지도자를 많이 초청했습니다. 세계교회성장선교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2500여 명, 아시아 중화권의 기독교 신자 5000명 등 전세계에서 8000여 명이 오십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해외 선교사로 나가 있는 670여 명도 대부분 참석합니다. 그분들과 함께 성령이 함께하는 한바탕 대잔치를 열게 됩니다.”

60년의 세월 동안 잊을 수 없는 영광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가 은평구 대조동의 작은 천막교회에서 시작해서 서대문을 거쳐 1973년에 여의도로 옮기게 됐는데요, 그때만 해도 여의도가 국회의사당을 제외하고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교회 건너편에는 시범아파트단지가 하나 있었고요. 교통 문제도 심각했어요. 시내버스가 마포대교만 건넌 뒤에 바로 회차할 정도였지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 순복음교회가 여의도에 교회를 설립한 것은 당시에는 힘든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순복음교회가 영광의 시대를 여는 대결단이었습니다. 순복음교회가 여의도 시대를 열면서 10만 신도, 20만 신도를 돌파하면서 세계 최대 교회가 되는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영광스러운 일은 여의도 시대를 연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 교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후계자를 세우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큰 교회가 후임 목회자를 세울 때는 교회의 주권자인 성도들에게 결정권을 드려야 한다는 모범을 세웠습니다.”

고난의 시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고난을 딛고 쇄신하는 고비도 있으셨지요?

“1982년에 기성교단인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에서 조용기 담임목사에게 이단 시비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10년간 그 문제로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 10년이 저희로서는 시련기이기도 했지만 신학적으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오해되는 부분을 재정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신학적인 기초를 더 튼튼히 하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교회 안 문제에만 신경 쓰던 성도들의 관심이 사회를 향해 열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계 최대 교회가 된 것은 성도가 많아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서,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은혜, 성령의 능력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님이 성령과 말씀으로 충만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된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시련의 10년은 오히려 우리에게 교회의 발전을 위한 연단(鍊鍛)의 시간이었습니다.”

옥중에 있던 이재용 부회장에 편지 보내


▎이영훈 목사는 순복음교회가 1973년에 여의도로 옮겨 여의도 시대를 연 것이 가장 영광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의 뒤로 60년 세월의 순복음교회 역사의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보인다.
지나온 60년뿐 아니라 앞으로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순복음교회의 큰 비전을 세우는 일도 중요한데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나갈 미래 목회 방향은 첫째, ‘나눔과 섬김’으로 사회의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입니다. 60~70년대에는 모든 국민이 ‘우리가 한번 잘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때는 우리 신자들도 교회 안에서 희망을 가지고 개인이 복 받은 인생을 사는 개인구원을 꿈꾸었지요.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사회구원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늘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그분들이 가진 재산이 그분들이 탁월해서 얻은 것일 수 있지만 사실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재산은 당연히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부를 소유한 분들이 그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사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 갈등이 일어납니다. 어느 나라이건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면 자연발생적으로 공산주의 사회운동가들이 생겨납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 교회가 먼저 나눔과 실천을 선도해서 그분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예산의 3분의 1을 사회 소외계층, 빈민층, 해외 저개발 국가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같이 구제 행위를 드러내지 않고 시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올해도 350억원을 구제선교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우리 교회처럼 부자들이 예산의 3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하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지난해 3월 옥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제가 저술한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참기쁨] [감사의 기적] [믿음의 기적] 등의 책을 보내드리면서 편지를 동봉했어요. ‘평생 들어보지 못한 사회 밑바닥 사람들의 얘기를 듣게 될 터이니 좋은 경험이 되어 국가와 민족을 섬기는 큰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적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느낀 바가 있었는지 얼마 전에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부회장이 그때 느끼고 말했던 것들을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에도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오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교회의 둘째 비전입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 교회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5만 7700명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해 120만 명까지 출생했던 나라인데 그렇게 됐습니다. 우리 교회는 신도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합니다. 첫째 아이를 낳으면 50만원, 둘째 아이는 100만원, 셋째 아이를 낳으면 200만원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4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출산장려금지원 제도를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나라가 육아를 책임져주는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전남 해남군은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을 지급합니다. 15만 원씩 20개월을 지원합니다. 군수가 매일 하는 일은 분유와 기저귀를 들고 아이 낳은 집을 찾아 축하하러 다니는 일입니다.(웃음) 군청의 복지담당 직원은 지원 받은 사람이 실제 해남군에 거주하는지 매달 관리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124조원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그다지 나아진 게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해남군처럼 제대로 지원하고 관리하면 됩니다. 정부는 아이 한 명을 낳으면 1000만원은 지원해야 합니다. 한 해 80만 명이 출생한다고 해도 8조원이면 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18세가 돼 고등학교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하면 2000만원을 지급하면 됩니다. 제가 이 방안을 이미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생명존중 실천과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웃음) 생명존중과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낙태 문제입니다. 낙태아가 정식으로 보고된 것만 연간 17만 건인데, 의료 현장에 계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는 그 3~4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음주한 뒤 만취 상태로 저지른 교통사고로 1년에 1만5000명이 죽어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률은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도리어 벌을 감형해 줍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자살 문제도 걱정입니다. 하루 평균 35~40명이 자살합니다. 태어나는 사람도 부족한데, 산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지금은 교회가 자꾸 사회적으로 이슈를 던져서 여론을 만들어 가고 선도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셋째, 앞서도 얘기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해 북한 선교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순복음교회의 미래 비전입니다.”

이영훈 목사는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열정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신학자다. 지난해 기독교계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마다 종교개혁 정신을 돌아보는 행사와 신학·학술 연구 모임 등을 갖고 한국 교회의 쇄신을 촉구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면서 종교자유 침해 우려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유예안을 주장했다 무산되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장로교·감리교·성결교·순복음·침례교 등 한국 교회의 95% 이상이 참여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출범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교총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는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해 종교개혁 500년을 계기로 쇄신 바람이 불었지만 기독교가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쇄신과 도약을 위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교회는,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개혁하고 또 개혁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노사갈등, 좌우갈등,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심합니다. 쉽게 말하면 보수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머물자는 것이고, 진보는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양극화로 치달아서 보수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려고 하고, 진보는 모든 것을 다 바꾸려고 하니 갈등만 더 커집니다.(웃음) 저는 신앙의 핵심적인 부분만 빼놓고는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소홀했습니다. 교회가 개혁하고 자체 정화하는 것은 모든 교회가 실천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교회 내 가장 큰 병폐가 교권주의라고 봅니다. 교회의 기관장과 권력을 가진 분들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골몰하느라 사회가 교회에 요구하는 것들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병폐인 교권주의, 물질만능주의, 끝없는 분열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기독교가 먼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한교총 공동대표로서 저 역시 교권주의와 분열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종교인 과세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직자 과세를 오래전부터 실천해오셨더군요!

“수입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 순복음교회 목회자들은 1978년부터 세금을 납부해왔습니다. 자발적으로 납세의 의무를 실천해왔습니다. 지난해 기독교계에서 이 문제가 이슈가 됐던 것은 세금을 내고 안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종교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정치권력이 큰 교회의 재정을 들여다보고 손보려고 하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정치가 종교를 탄압하는 도구로 세무조사를 이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정부도 못 하는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 봉사해왔습니다. ‘여의도청년장학관’ 프로젝트가 특히 흥미로운데요?

“중·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떠도는 청소년이 40만 명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이 자라나는 보육원이 있는데 18세가 되면 무조건 이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10여 년 전에 이 아이들에게 정부가 정착금을 250만원씩 지급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취업할 때까지 도와줄 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선 순복음교회가 청년장학관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시작했더니 정성진 목사님(거룩한 빛 광성교회)도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 사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참 많습니다. 전국에 미혼모가 3만5000명쯤 됩니다. 이들이 하루에 5000원 내는 여관방에 살면서 아이를 놔두고 돈벌이를 나갑니다. 제가 물어봤더니 한 달에 30만원만 있으면 이분들이 돈벌이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올해 저희 교회가 나서서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것들은 사실은 나라가 해야 될 일입니다. 사랑, 사랑 말로만 하지 말아야죠. 행동이 없으면 안 됩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만 얻으려 하지 말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도와주고 대책도 세우고 돈을 지원해 달라는 얘깁니다.”

‘여의도청년장학관’ 프로젝트 관심 받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추진하는 여의도청년장학관 프로젝트는 만 18세가 넘어 보육원을 퇴소하는 청년들이 교육을 마치고 취업할 때까지 주거 걱정을 덜어주는 복지사업이다. 퇴소하는 청년들에게 정착금과 취업을 위한 교육비, 교육 기간 중에 숙소비, LH공사의 전셋집 등을 지원해 준다. 정부의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세밀하게 돕는 보완 역할을 맡아 박수를 받고 있다. 순복음교회는 올해 여의도장학관 프로젝트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영훈 목사의 관심은 늘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하고 있다. 대학 시절 철거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가장 밑바닥 인생들을 섬기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내친김에 정치인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고언을 청했다.

우리 정치가 나아갈 바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이 등장하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를 주의 깊게 봤습니다. 독일과 평화협정을 맺자는 주장이 갈수록 커져 갔지만 처칠이 ‘독재자와는 평화협상이 있을 수 없다’며 끝내 국민의 지지를 얻는 과정이 감명 깊었습니다. 처칠이 국민의 여론을 듣기 위해 평생 한 번도 안 타던 지하철을 타고 서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습니다. 연설할 때 그 사람들이 해준 얘기를 인용하면서 의회를 뒤집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늘 아쉬워하는 것이, 우리 지도자들 중에 미래를 말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입니다. 정치 현안을 놓고 정쟁만 벌입니다. 같은 이슈인데도 정권이 바뀌면 찬반이 뒤바뀝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의 정책들이 다 부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상처에 대해 복수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이념논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지향적으로 갈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합니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영화에서 처칠이 비상내각을 구성해 영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듯이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는 우리 정치인도 여야를 뛰어넘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 정국이 요동치는데, 우리가 아무런 준비 없이 통일 시대를 맞이 하면 안 됩니다. 내년이 3·1운동 100년입니다. 100년 전 그때는 좌·우파가 따로 없었고 민족이 하나가 돼서 비폭력 무저항의 대 물결을 이뤘습니다. 그때처럼 정치인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통합과 소통 잘 안 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통합과 소통을 말하고 다짐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6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우리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제가 주변 분들의 고언을 전하면서 ‘꼭 소통을 잘하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소통을 안 해요? 저 잘하는데요.’ 그러시더군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자기하고 잘 통하는 사람의 말만 듣는 것이 소통이 아닙니다. 진짜 소통은 반대편의 얘기를 듣는 것입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진짜 소통입니다. 제가 요즘도 여의도순복음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교회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분들, 상처받은 분들이 쓴 글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어떤 글에는 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을 올리기도 합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쓴소리보다 달콤한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소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지도자는 겸허하게 쓴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대통합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대통령은 소통하고자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나 하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가 휘두른 권력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나를 다치게 합니다. 지나온 역사가 그걸 증명합니다. 저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국민의 눈에는 그게 다 보입니다.(웃음) 잘 소통하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입니다.”

목자로서 목사님이 생각하는 선교 비전은 무엇입니까?

“지금 민생경제가 붕괴돼서 민초들은 너나없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교회마다 사회변화를 위한 운동에 나서야 합니다. 초대교회 안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눔을 실천했기에 그런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연말이면 서울시민 2만 명에게 희망박스(10만원 상당)를 전달합니다. 저소득층 주민을 대상으로 동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종교와 관계없이 그분들에게 전달합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피해를 당한 경기도 안산시의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우리 신자들이 단원구의 재래시장을 열두 번이나 찾아가 물건을 구매했습니다. 이런 나눔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통일시대를 준비해나가고자 합니다. 남북을 하나로 묶는 데는 신앙의 힘만한 게 없습니다. 이북에서 오신 주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는 게 쉽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김일성이었는데, 그걸 바꾸기만 하면 되니 쉽다고 합니다.(웃음) 우리 기독교 신앙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선교를 위해 적극 나서고자 합니다.”

4월 1일이 부활절입니다. 목사님께 부활메시지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처음 들어온 날이 1885년 4월 5일 부활절이었습니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두 선교사가 제물포항(인천)을 통해 우리에게 왔습니다. 부활의 의미는, 죽음조차도 희망으로 해석하는 힘입니다. 어떠한 절망도 우리가 기독교 신앙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이 허다하게 많지만 밤이 깊으면 끝내 새벽이 밝아오는 것입니다. 그처럼 절대 낙심하지 말고 절대 긍정의 힘으로 모든 어려운 점들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 미투 운동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도가 필요합니다. 가해자인 당사자들은 철저히 참회하고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지금 돌을 던지는 사람, 비난하는 사람조차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해서 만연한 술 문화, 술에 만취해서 벌어지는 절제 없는 문화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 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포토에디터 park.jongkeun@joongang.co.kr

201804호 (2018.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