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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특집] 위암, 간암, 치매, 당뇨, 심뇌혈관 질환 의술의 현주소 

‘5大 질환’ 정복 어디까지 왔나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누구나 무병장수를 바란다. 하지만 꾸준한 몸 관리와 병에 대한 지식·정보가 없으면 병마를 극복하기 어렵다. 월간중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국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위암, 간암, 치매, 당뇨, 심뇌혈관 질환 등 5大 질환의 최신 치료법과 치료제를 소개한다.

위암 | 내 몸에 맞는 면역항암제로 생존 기간 늘린다


▎복강경을 이용한 위암수술 장면. /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옵디보·여보이·키투르다 치료제 효과 입증…면역항암제가 암 완치 길 열 마지막 열쇠

최근 종영한 KBS 2TV 인기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한 서태수(천호진 분)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요양을 위해 강원도로 떠난다. 자녀들은 아버지를 위해 실력 있는 의료진을 찾는 등 애써보지만 서태수는 끝내 치료를 포기하고 세상을 뜬다. 암 정복은 암 환자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의 염원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국가암등록통계(2015년 기준)를 보면 우리나라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421.4명이나 된다. 한국 남자들이 기대수명인 79세까지 살 경우 통계적으로 5명 중 2명(37.9%)은 암과 싸워야 한다. 여자는 85세까지 살 경우 3명 중 1명(32.0%)이 암에 걸린다. 한국 남자는 45~69세엔 위암, 70세 이후에는 폐암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여자는 40~64세엔 유방암, 65세를 넘으면 대장암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남자 45~69세에 위암 많아


위암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일본인도 잘 걸린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 흡연, 짠 음식, 상한 음식이 위험인자군이다. 위암은 조기발견이 최선이다. 진단 받았을 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수술 후 재발한 경우엔 완치가 어렵고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위암이 5대 질환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유다.

한국은 위암 수술의 선진국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위암 수술 환자의 5년 내 생존율이 20~30% 수준인데, 한국은 60~70%나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건강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기를 꺼리는 환자가 몰려들어 병원이 의뢰하는 병원, 4차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위암센터는 수술 환자의 3분의 2가 위암 1기 환자들이다.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만 해도 완치될 수 있다. 또 하나, 위암 환자가 많고 수술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 국내 의료진이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기 쉽다. 수술 사례가 축적되면 치료법 표준화가 가능해지고 치료효과도 높인다.

위암 수술은 위 주위의 임파선을 절제해 암이 진행된 부위를 긁어내는 방법을 주로 쓰는데, 한국은 임파선을 많이 절제(Dissection)하는 D1, D2 수술을 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개복수술보다는 환자 상태와 발생 부위에 따라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으로 흉터와 통증을 최대한 줄인다. 대체로 복강경·로봇수술을 사용한다. 중증 암 환자에게 이 수술을 적용하려면 의료진이 첨단 장비를 활용해본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위암센터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 그중에서도 고난도 수술 기법으로 통하는 ‘체내 문합술’ 기술이 뛰어나다. 체내 문합술은 장기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 과정을 뱃속에서 진행한다. 장기를 빼내기 위한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장기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세균 감염 위험도 없다.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환자 회복 속도가 빠르다.

항암치료도 부쩍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위암 치료는 면역항암치료, 즉 인간의 면역체계를 어떻게 암 치료에 이용하고, 그런 약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면역체계와는 다르게 작동하는 암세포의 메커니즘을 하나씩 밝혀내면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는 환자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면역항암제는 1970~80년대부터 사용해온 1세대 화학항암제와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2세대 표적항암제, 그리고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3세대 면역항암제로 구분된다.

1세대 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암 환자들에게 익숙한 ‘화학항암제’다. 적군(암세포) 한 명을 진압하기 위해 폭탄·미사일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단점도 있었다. 정상세포보다 분화 속도가 빠른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개발됐지만 빨리 분화되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했다. 이 때문에 투약 후 구토·탈모 등 부작용이 심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면역력까지 저하시켜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크다. 국내 병원들은 항암제를 투여할 때 1세대 항암제 두 가지를 병용 처방한다. 3년이 넘는 생존율을 보이는 위암 환자 중 5~10%는 지금도 이 같은 화학항암제로 완치된다.

효과 높은 표적항암제 개발


▎면역항암치료제의 대표 주자는 ‘옵디보’다. 기존 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새 항암치료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제공· BMS
2세대 항암제는 2000년대부터 일반화된 ‘표적항암제’다. 암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를 겨냥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약이다. 쉽게 말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지 않고 게릴라부대를 보내 적을 정밀 타격하는 전략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해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1세대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였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몸의 세포막수용체는 상처가 나면 분열증식해서 메워야 하는데, 몸에서 세포에게 빨리 증식하라고 신호를 보내면 그걸 받아들여 증식하는 단백질이 바로 ‘HER2’다. 주로 유방암 환자에게서 HER2가 많이 발현한다. 유방암 치료 때 HER2 발현을 촉진하는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그게 ‘Herception’이다. 그런데 임상실험을 통해 위암에서도 일부 환자들이 HER2를 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위암 환자 중 HER2를 발현하는 환자에게 Herception을 처방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이것이 위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다.

신생혈관 억제제도 있다. 암세포가 증식할 때는 혈관을 새로 만들어서 증식한다는 점에 착안한 표적치료제다. 암세포가 신생혈관을 못 만들게 하는 방법으로 암을 치료한다. 신생혈관 억제제로는 라뮤시류(Ramucirumab)와 아파티닙(Apatinib)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물론 표적항암제의 한계도 있다. 적의 침투 경로를 미리 파악해서 기습을 막아 내야 한다는 게 문제다. 특정 유전자 이상에만 작용하다 보니 개발해야 할 약이 너무 많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 두 가지의 단점을 보완한 게 3세대 항암치료인 면역 항암제다. 환자가 가진 면역력을 정상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현재 면역항암치료제의 대표주자는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제품이다. 옵디보는 기존 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항암치료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2월 블룸버그 통신은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세대 치료제의 리더로 지목하기도 했다. 옵디보는 세계 최초로 승인받은 PD-1(programmed cell death-1: 인체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암세포가 증식하는데 활용하는 단백질) 표적 면역항암제다. T세포(면역세포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군대)의 PD-1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회피 기능을 억제한다.

옵디보는 2015년 3월 국내에서 악성 흑색종 2차 치료제로, 2016년 4월에는 비소세포폐암 및 흑색종 1차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BMS가 개발한 또 다른 면역항암제로 여보이(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가 있다. 암세포는 T세포의 증식·활성화 자체를 교묘하게 막아 생존하는데, 이 암세포의 교란을 막아 T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치료제다. 현재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은 옵디보와 여보이가 60%를 차지한다. 옵디보는 미국·EU·일본을 비롯해 6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았고, 주요 글로벌 개발 프로그램에서 3상 임상시험을 포함해 여러 암종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연구팀에 의해 옵디보가 위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돼 위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옵디보에 맞서 제약업체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시장 점유율 20~30%대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는 항암제 하나만 사용하는 단독 요법보다는 병용 요법이 더 효과가 있다. 현재 옵디보+여보이, 키트루다+여보이 등 다양한 형태로 병용하는 추세다.

단독 치료법보다 병용 요법이 효과적


▎면역항암제 ‘키투르다’와 ‘여보이’. / 사진제공· (좌)MSD, (우)BMS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종이 넘는 임상시험 면역항암제가 개발된 상태다. 면역항암제가 각광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암 환자의 기대수명을 혁신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암 환자의 유전체에 맞는 항암제를 사용하면 5년 생존율을 넘어 10년 생존율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화학항암제 같은 부작용이 없다. 셋째, 표적항암제처럼 특정 유전자 변이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질환이 많다.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는 인류의 암 정복을 풀어낼 열쇠라고까지 불린다.

하지만 기존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에 비해 아직은 초기 단계다.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긴 하지만 발열·발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면역항암제를 위암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려면 약효를 보이는 환자군을 더 늘려야 한다. 암세포가 면역을 회피하는 방식을 더 찾아내야 표준화될 수 있다. 면역반응이 과도한 자가면역질환자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나기에 이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로서는 면역치료만으로는 위암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방사선·화학치료 등 기존 치료와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별 암 발생 관련 유전자와 이에 맞는 항암제 개발, 그리고 그 항암제가 통하는 환자(돌연변이)를 알아내는 것이 위암 정복의 핵심이다. 열쇠(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는 만들었는데 어느 자물쇠가 그 열쇠와 맞는지 찾아내야 하는 것과 같다. 자물쇠(환자의 암 특성)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대형 병원 위암센터마다 환자들의 유전체 분석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연구 성과들이 집적되면 위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위암 완치 시기도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때쯤 되면 암 생존율을 늘리는 문제보다 오히려 면역항암제 보험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할지가 의료계의 화두가 될지 모른다.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값으로만 월 500만 원대를 각오해야 한다.

간암 | 항암제 ‘넥사바’와 병용 치료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고난도 암 수술 메카로 불린다. /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말기 간암 치료에도 면역항암제 효과 입증…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기에 관심 높아져

간암은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등 바이러스 감염이나 지속적인 음주에 따른 간경변증이 원인이다. B형 간염이 간경화로, 다시 만성간염이 되고, 간암으로 발전한다. 간암은 일반 항암제로는 치료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간암 환자는 이미 간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간 기능이 부전(不全)하니 센 치료를 할 수가 없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발생한 부위를 수술로 절제하면 된다. 절제할 때 수시로 간문맥 등 많은 혈관에서 출혈 위험이 높아져서 고도의 수술 기술을 필요로 한다. 외과수술 중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요즘은 간암절제술에도 복강경 등을 쓰는 최소 침습 수술이 늘고 있다.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엔 혈관을 막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나 알코올을 넣어 간암세포를 죽이는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고주파를 이용해 암을 태우는 고주파열치료법을 사용한다. 환자에게 맞는 간을 이식하는 것도 완치에 이르는 방법이다.

간암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어려운 병이다.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많기 때문이다. 간암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재발했을 땐 결국 항암제로 치료해야 한다. 간암에 효과가 있는 표적치료 항암제의 대표주자는 바이엘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다.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 경구용 항암제다. 주로 식사 1시간 전 공복에 복용한다. 국내에선 2007년에 허가 받아 시판됐으며,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넥사바를 환자에게 투약하면 대개 생존 기간이 2~3개월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다 그렇지는 않다. 복약 반응률이 낮다는 뜻이다. 이상반응도 많았다. 투약한 환자의 30% 이상에서 손발바닥이 부르트고, 설사, 피로감, 발진 등이 나타났다. 그래도 말기 간암 환자에게 2~3개월은 ‘엄청난’ 시간이다. 넥사바의 특허는 2026년 2월 만료되지만 복제약을 개발한 한미약품은 넥사바 제네릭 출시 가능 시기를 2020년까지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다.

넥사바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표적항암제들도 올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의사들이 주목하는 치료제는 에자이의 렌비마(렌바티닙)다. 렌비마는 이미 갑상샘암에서 넥사바보다 높은 반응률로 주목을 받았고,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됐다. 간암 치료의 1차 약물로 FDA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의사들이 특히 렌비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10%대에 머물던 넥사바의 반응률을 렌비마가 41%대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됐던 간암 표적치료제 중 가장 높은 치료 성적이다. 넥사바와 직접 비교임상을 통해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간암의 2차 약물 치료제인 바이엘의 스티바가(레고라페닙)도 대기 중이다. 반응률은 낮지만 10년 만에 승인된 간암 치료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급여화를 기대하고 있다. 입센의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도 올해 출시한다. 카보메틱스는 넥사바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그룹에서 전체 생존 기간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모두 늘려 주목을 받고 있다.

간암 환자들에게 중요한 소식은, 간암 치료에도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옵디보가 몸에 잘 듣는 환자는 한 번 들으면 몇 년씩 생존하기도 한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키투르다도 간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의 1차 치료제로 허가돼 있지만 임상실험 결과 아시아인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가 어떤 사람에게 적합하고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옵디보나 여보이를 비롯한 여러 면역항암제를 투여해서 결과를 봐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간암 환자가 유전자불안정인 MSI가 있으면 치료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가 성숙되려면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를 검사해서 어떤 면역항암제가 환자에게 잘 듣는지 시험해봐야 한다.

간암은 재발이 많은 난치병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여러 병용 요법을 함께 사용한다. PD-1 억제제와 CTLA-4 억제제를 병합치료하거나 PD-1/PD-L1 억제제와 c-MET 억제제, VEGF 억제제 등과 병합한다. 외부방사선조사요법(EBRT), 경간동맥화학색전술(TACE), 경간동맥화학요법(TACI), 선택적 내부방사선조사요법(SIRT)을 시행하다 필요 시에 넥사바를 병용하기도 한다. 간암의 국소영역치료와 옵디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치료 후 간 기능이 보존돼 있다면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병용해 치료한다.

중입자치료기는 ‘꿈의 암 치료기’


▎간암 표적항암제 ‘넥사바’는 2개월여의 생존효과가 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 고주파소작술을 이용하기 어려운 간암 환자는 양성자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에 양성자치료기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를 찾은 간암 환자 중 3개월 추적 관찰한 78명의 치료 성적을 분석한 결과 54명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결과가 나왔다. 1년 동안 양성자치료 부위에서 종양이 다시 커진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간에만 있는 암세포 치료 효과는 90%로 기존 엑스선 방사선의 치료율(70%)보다 높았다. 10㎝가 넘는 큰 종양을 포함한 치료 성적이 이렇다. 양성자 치료는 부작용이 적어 큰 종양에도 방사선량을 많이 전달할 수 있다. 양성자치료는 환자의 간 기능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다.

간암 환자들에게 중입자치료기는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린다. 중입자치료는 방사선 물질의 일종인 탄소이온을 중입자선에 실어 광속의 80%까지 가속시켜 이를 환자에게 직접 쏴 암 조직을 파괴한다. 초당 10억 개 원자핵이 암세포에 도달해 방사선 폭발을 일으켜 암세포의 DNA를 깨뜨리고 조직을 태워 없앤다. 재발률도 낮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중입자치료기가 없다. 일본에만 있다. 국내에서는 토털 헬스케어 기업 에이플러스 에셋이 일본건강의학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암보험 가입자의 중입자선 암치료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 3~4년 내에 획기적인 신약 나온다


▎치매를 완전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 노원구 치매지원센터는 구내 노인을 대상으로 미술·꽃꽂이·요리 등 다양한 치매 예방·치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제공·노원구치매지원센터
바이오젠 ‘아두카누맙’과 MSD ‘베루베세스타트’ 주목…국내 제약사는 줄기세포와 천연물질 활용한 치료제 개발

치매는 환자의 고통도 힘들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뇌신경계 질환인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독성 단백질이 과도하게 쌓이고 덩어리를 만들면서 뇌세포를 사멸시킨다. 점차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시간이 흘러 뇌 전체가 줄어들어 결국 사망한다. 치매를 완전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시판되는 치매 치료제가 다 그렇다.

치매 치료제 시장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에자이 ‘아리셉트(도네페질)’, 노바티스 ‘엑셀론(리바스티그민)’, 얀센 ‘라자딘(갈란타민)’이 주로 경도-중등도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엑셀론은 4대 치매 치료제 가운데 둘째로 높은 매출을 올리다 지난해 6개월 급여정지된 뒤 최근에 재개됐다.

앨러간 ‘나멘다’, 룬드백 ‘에빅사’, 머츠 ‘액수라’는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게 처방된다. 가장 최근에 FDA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악타비스의 ‘남자릭’이다. 중등도 이상의 환자가 대상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제네릭(복제약)도 있다. 명인제약의 ‘리셀톤’과 SK케미칼의 ‘원드론’, 씨트리의 ‘엑셀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치료제는 치매 진행을 멈추는 근본적인 치료는 못한다. 기억력을 유지시켜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치를 유지하거나, 인지기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재활 측면에서 접근하는 치료제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이면 13조5000억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화와 그로 인한 유병률 증가, 치매 진단기술의 발달로 치료제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연구자가 매달려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에 집중돼 있다. 의사들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뭉침 현상을 막아 인지능력 감퇴를 지연시키는 약인데, 초기 치매에서 상당한 효과가 확인됐다. 지금까지 나온 치매치료제 중 가장 기전이 확실하다고 한다. 3상 임상시험이 2020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앞으로 3~4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홍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신약이기도 하다.

머크(MSD)가 개발 중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도 기대주다. 혈류를 타고 혈뇌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인 ‘베타 세크레타 1(BACE1)’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이라고 한다. 이 밖에 로슈에서 개발 중인 크레네주맙(Crene zumab)과 간테네루맙(Gantenerumab)도 현재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많다. 메디포스트와 네이처셀, 차바이오텍이 앞서가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월 5일 FDA로부터 경도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뉴로스템의 1/2a상 임상승인을 발표했다. 네이처셀과 알바이오가 공동 운영하는 바이오스타 줄기세포기술연구원은 FDA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성 치매 자가줄기세포치료제인 아스트로스템의 미국 내 1/2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CB-AC-02’는 태반유래줄기세포(ePACs)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태반 조직에서 추출한 기능성 세포를 이용한 저비용·고효능의 동결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환자에게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천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치매 신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성분의 치매 신약 ‘ID1201’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화제약은 갈매나무 열매인 산조인 추출물을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 중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광동제약은 현삼, 환인제약은 당귀, SK케미컬은 할미꽃 뿌리인 백두옹의 추출물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다.

명문제약도 치매 신약 등을 개발하기 위해 명문바이오를 설립해 투자에 들어갔다. 2013년 일찌감치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하고 치매 치료 신약을 개발해온 동아에스티는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의 미국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와 전 세계 의과학자가 너도나도 치매 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3~4년 안에 신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의 MRI 진단


▎치매치료제 에자이 ‘아리셉트’. / 사진제공·한국에자이
전문가들은 치매가 발병하는 원인과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야 이에 기반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뇌과학에서 성과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는 가천대학교 뇌과학 연구원에서 초정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활용한 연구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유헌 원장은 국내 뇌과학 연구의 권위자이자 치매의 대가다. 특히 가천대에는 초정밀 MRI인 ‘7테슬라(T) MRI’가 있다. 뇌 신경망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 혈관 등 세세한 변화를 감지해 영상으로 구현하는 장비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눈으로 뇌 기능을 확인할 수 있어서 ‘뇌를 들여다보는 천리안’으로 불린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질환의 발생 전후, 치료제 투약 전후의 미세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의 조기 진단·예방이 가능하다.

서유헌 원장팀는 치매 치료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다. 뇌신경세포는 재생이 안 돼 이를 복구하는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적인데, 사람의 지방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가 치매와 파킨슨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회에도 보고했다. 가천대 뇌과학 연구원은 서유헌 원장팀의 줄기세포 치료가 7T MRI와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70만여 명의 치매환자가 투병 중이다. 고령화로 12분에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 올해부터 60세 이상 치매의심환자(경도 인지장애)의 MRI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15만원이면 기초적인 뇌 MRI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통 기본 촬영 시 7만~15만원, 정밀 촬영 시 15만~35만원 수준을 부담한다.

당뇨 |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최근 당뇨 치료에 활용되는 정밀의학은 개인의 생활방식, 유전자, 단백질 정보 등을 축적한 빅데이터로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한다. 개인 유전체 분석이 중요해졌다.
개인 유전체 분석으로 맞춤형 치료 현실화…췌장 베타세포 기능 보전해주는 치료제 나와

당뇨는 흔한 병이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 명이 넘는다. 국내 30세 이상 인구의 13%가량이 당뇨로 고생한다. 국민 7명 중 한 명꼴이다. 65세 이상으로 가면 더 심하다. 3명 중에 1명이 당뇨병 환자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당뇨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 사회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하다. 대한당뇨병학회(회장 박경수)에 따르면 당뇨는 10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5~6위를 오르내린다. 당뇨병이 있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두 배로 올라간다.

당뇨병은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과 여러 가지 복잡한 유전적 환경요인으로 4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이 있다. 제2형 당뇨병이 전체 당뇨병 환자의 95%를 차지한다.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사질환이기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평생 안고 가는 병’이다. 당뇨병이 진짜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의 합병증인 백내장, 망막염, 각막염, 심장병, 신장 사구체, 신우염 등 난치병이 대부분이다. 나이 들어 실명하는 사람들의 첫째 원인이 바로 당뇨병이다. 신장 이식이나 혈액 투석하는 사람도 당뇨병이 원인인 사례가 많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한 치료제도 많이 나와 있다. 인슐린 분비 촉진제,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 탄수화물 소화 억제제, 인크레틴 제제 등 다양하다. 그런데도 당뇨병 환자 중에는 합병증을 평생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당뇨병 치료제들은 처음엔 어느 정도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혈당관리가 안 돼서 다른 약으로 교체하고 그래서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관리가 안 돼 바꾸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당뇨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초기에 당뇨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주목해볼 만한 치료제가 있다. 바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전에 주력하는 치료 전략이다. 40대 이상 성인에게 많은 제2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이 저하되고 몸이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성되고 분비되는데, 인슐린저항성과 대사량 증가로 인한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가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장기적인 혈당 관리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 초기부터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전해줄 수 있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마치 당장 아프고 상처 난 부위보다 근원적인 장기를 먼저 튼튼하게 해주는 한방치료의 원리와도 같다.

다케다제약 치료제 액토스와 네시나


▎다케다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다. / 사진제공·한국다케다제약
다케다제약은 베타세포 기능 강화에 주목했다. 다케다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피오글리타존 염산염)’는 지방과 근육세포 등 말초조직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로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임상실험에서 메트포르민 병용으로 사용할 때도 타 계열 약제보다 지속적인 혈당 강하효과가 입증됐다.

‘네시나(알로글립틴 벤조산염)’ 역시 다케다제약을 대표하는 당뇨병 치료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승인을 받았다. 2014년부터 국내에 시판되고 있다. 네시나액트는 네시나와 액토스의 장점을 모두 갖춘 혈당 강하제다. 시판되는 당뇨병 약제 중 가장 다양한 요인을 교정하는 약제다. 네시나액트 한 알만으로도 인슐린 분비 개선과 함께 혈당 강하효과 및 베타세포 기능 개선효과가 있다. 당뇨병을 유발하는 8가지 요인 중 무려 6가지에 작용한다. 네시나액트는 식약처로부터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돕는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국내 승인을 받았다. 혈당 강하효과를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심부전 징후(과도하고 급속한 체중 변화, 호흡 곤란, 부종 포함)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획기적인 당뇨 치료법은 암 치료에 활용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을 적용하는 것이다.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치료법이다. 정밀의학은 개인의 생활방식, 유전자, 단백질 정보 등을 축적한 빅데이터로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필수적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PGS, Personal Genetic/Genome Service)을 활용한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췌장암 원인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 유전체를 분석했다. 2013년 할리우드 배우 앤절리나 졸리도 개인 유전자를 검사하고 자신의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개인 유전체 분석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유전자 분석이 유전적 결함을 분석하는 것이라면, 개인 유전체 분석은 암, 심장병, 당뇨병, 천식 등의 ‘복합질병’에 대한 유전적 결함 및 환경적 요인을 함께 결합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질병 위험과 건강 이상 여부를 파악해 미리 대처하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

개인 유전체 분석 통한 정밀의학 적용


▎다케다제약의 네시나액트. 당뇨병을 유발하는 8가지 요인 중 무려 6가지에 작용한다.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시장도 커져가고 있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질병의 진단과 치료제 선택을 묶음으로 진단하는 것으로 특정 치료제에 대해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 공인된 진단기술이다. 동반진단의 콘텐트가 확보되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 치료효과가 없는 고가의 신약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접목한 정밀의학,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자신의 운동·생활습관 분석 등이 필요하다. 당뇨 치료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 만나면 당뇨 극복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개인 유전체 분석 시장은 실제 임상적 활용성에서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2019년에 세계당뇨병학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어떤 의제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국내에서도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당뇨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사전에 관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경수 대한당뇨병학회장에 따르면,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운동하고, 좋은 약을 먹으면 당뇨병의 3분의 2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설사 당뇨병이 왔더라도 합병증만 피하면 오래 살 수 있다, 지금 당장 운동 부족과 비만 문제만 해결해도 발병 위험이 3분의 2로 줄어든다. 당장 실천할 일이다.

심뇌혈관 질환 | ‘줄기세포로 뇌졸중 치료’ 임박


▎심혈관 질환은 침묵의 살인자다. 콜레스테롤이 심장과 다리 등 전신 혈관에 쌓이다 어느 순간 혈관을 완전히 막는다. 급성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환자 맞춤형 자가세포 치료제의 기술적 기반 마련해…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면서 치료기술 발전

한국의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사망자는 연간 5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와 3위를 다투고 있다. 인체의 혈관은 살면서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늙으면 피부에 주름이 지듯 혈관도 세월과 함께 노화가 진행된다. 콜레스테롤이 쌓여 좁아진 혈관은 심장이나 뇌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한다. 이게 막히면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중증질환을 야기한다.

특히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문제다. 발생 후 90분이 골든타임이다. 발병하면 스텐트 같은 인터벤션(중재술, 시술)으로 치료한다. 인터벤션은 피부에 작은 구멍을 만든 뒤 혈관이나 기타 원하는 신체 부위에 직접 카테터나 의료용 바늘을 넣고 의학 영상장비로 몸 속을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시술 후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스텐트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수면 부족도 심뇌혈관 질환을 부른다. 지난해 7월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헌 교수팀은 한국인 성인 남녀 3만1598명의 심장 초음파 진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수면 부족이 뇌졸중·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심장벽이 두꺼워지면 심장 기능의 이상으로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게 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3차원 부정맥 지도화 시스템’ 활용한 시술 관심


▎심혈관 질환은 신속한 치료 여부가 생사를 가른다. 발생 후 90분이 골든타임이다. / 사진제공·길병원 심장혈관센터
심혈관 질환자들은 돌연사(急死)에 주의해야 한다. 돌연사를 불러오는 전조(前兆)가 부정맥(arrhythmia)이다. 부정맥은 심장근육을 움직이는 전기신호에 이상이 생겨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이로 인해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몸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1년 내 재발할 확률이 50%다. 일상생활에서 부정맥은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고 증상도 미미하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엄재선 교수는 선천성 심장 질환자의 부정맥 치료 난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3차원 부정맥 지도화 시스템’을 활용해 부정맥이 생긴 선천성 심장 질환자에게 중재시술을 하면서 명성을 얻고 있다.

심혈관 질환자들이 60대 이상이 되면 심부전을 조심해야 한다. 심부전은 심근경색, 협심증, 심장판막증 등 심장 질환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다다르게 되는 ‘종점’이다. 주로 고령층에서 환자가 많다. 한 번 걸리면 다시 입원하기 쉽고 사망률도 높다.

뇌혈관 질환 중 대표적인 게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병, 즉 뇌경색과 뇌출혈, 그리고 지주막하출혈 이 세 가지 질병을 통틀어 말한다. 뇌졸중도 초동 조치가 중요하다. 뇌경색은 막힌 부분을 약물로 녹여 뚫어야 한다. 3시간 안에 약물을 정맥으로 주사하는 혈전용해술이나 동맥 안으로 접근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혈관내 중재술이 치료법이다. 무엇보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치료는 수술뿐인데, 시술 후 한쪽이 마비되는 등 후유증이 상당하다. 심각한 장애를 남기는 데다 재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본인과 가족에게 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특히 심인성 뇌색전증은 사망률이 20%에 달한다. 생명을 구해도 병상 생활을 해야 하는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40%나 된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면서 뇌졸중 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단층촬영(CT)로 뇌졸중 환자 분류를 도와주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소프트웨어가 FDA 승인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환자의 뇌 CT 영상을 분석하고 의심되는 대혈관 폐색이 있으면 신경혈관 전문의에게 모바일 기기의 문자로 통보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방사선 전문가 등 1차 의료진이 검토해 자동으로 전문가에 알림으로써 치료에 더욱 빨리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의료계의 뇌졸중 치료기술도 발전했다.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인 뇌경색은 그동안은 최대한 빨리 시술을 받고 혈관을 재개통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클리닉 서대철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가 발병 6시간 내로 알려진 골든타임을 지나 병원을 찾더라도 뇌 손상이 크지 않으면 신경중재술 치료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안전하다는 결과를 지난해 12월에 발표했다. 2014년 1월부터 2년간 혈관 폐쇄로 인한 뇌경색으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온 환자 98명을 분석한 결과다. 신경중재술은 두개골을 열거나 피부절개 없이 바늘이 들어갈 정도의 최소 절개로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시술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수술팀이 고도의 수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난도 수술 하면서 IT기술 접목


▎고혈압 유병 기간이 길고 나이가 많다면 2~3년에 한 번은 뇌 MRI를 찍어보는 게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범준 교수팀도 국제적 뇌졸중 표준 진료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는 미국심장협회(AHA) 및 미국뇌졸중협회(ASA)의 진료지침 개정판에 자신들의 최신 연구결과가 반영될 정도로 뇌졸중 치료 분야에서는 고난도 기술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중중 심뇌혈관 질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줄기세포를 통한 심뇌혈관 질환 치료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연세대 윤영섭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혈관 질환 세포 치료 시스템을 개발하고, 생채 내 투여된 혈관 내피 세포를 통해 혈관이 지속적으로 재생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심혈관 질환은 그동안 중중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나 시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는데,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질병의 원인 연구부터 치료까지 환자 맞춤형 자가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해 4월에는 차바이오텍이 탯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한 급성 뇌졸중 치료제(CB-AC-01)에 대해 식약처에 임상시험 보고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유일한 뇌졸중 치료제는 FDA로부터 공인받은 혈전용해제인 조직 플로스모겐 활성화제(tPA) 뿐이었는데 앞으로 국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처럼 고난도 수술에 IT기술이 접목되는 등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심뇌혈관 질환의 정복은 요원하다. 아직은 예방과 조기발견만이 최선이다. 고혈압(혈압)·당뇨병(혈당)·고지혈증(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깊다. 동맥경화증 환자들은 심근경색증, 심장돌연사 등 위험이 높다.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 위험이 크다. 때문에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조깅·수영·자전거 타기·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고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심장 CT, 심장초음파, 심전도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의학적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보다는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개인의 인식 변화와 사회안전망 개선이 치료율을 높이는데 더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박스기사] 인터뷰 - 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면역항암제로 장기 생존 가능성 확인”

강윤구(61)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위암 환자, 특히 기존 표준 치료제에 반응이 없거나 진행성 혹은 재발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역항암제 국제 3상 임상시험(한국·일본·대만)에서 ‘옵디보’가 효과와 안전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강 교수를 직접 만났다.

지난해 임상시험에 성공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1, 2차 요법에 실패하고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관문억제제인 BMS의 옵디보와 위약(플로시보) 사용을 비교해 시험했다. 그랬더니 옵디보를 투여한 환자의 생존율이 현격히 높아지는 유의미한 통계가 나왔다. 위암치료에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옵디보를 다른 면역항암제들과 병용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면역항암치료의 장단점은?

“장점은 환자가 장기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면역체계에 맞으면 효과가 높다. 특히 ‘마이크로 새털라이트 유전자 불안정(MSI)’이 높은 환자일 경우 면역항암제 효과가 크다는 게 밝혀졌다. 위암 환자의 4%가 MSI를 겪고 있다. 이들 중 MSI가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했더니 효과가 50%나 증가했다. 아주 의미 있는 수치다. 연구를 계속하면 위암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40~50%까지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치료제가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는지 아직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 치료제 값도 비싸다.”

어떤 연구를 준비 중인가?

“현재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개발 중인데, 어떤 약들과 병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특히 흑색종 치료에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데, 위암에도 이 두 가지 치료제를 병용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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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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