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문상덕 기자

65세 이상의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다.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71%가량을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과다하게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이하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대뇌 신경세포를 죽게 해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의 존재가 알려진 게 벌써 30여 년 전이다. 그러나 인류는 단 하나의 치매 치료제도 개발해내지 못했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실패한 탓이 아니다. 오히려 훌륭하게 아밀로이드를 제거했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낸 뇌질환 전문가인 저자는 “아밀로이드는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주장한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고 당뇨병이 낫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이야기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를 색다르게 규정한다. 우리의 뇌가 염증과 영양부족, 독소 이 세 가지 위협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뇌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일부 신경세포에게 ‘자살’을 명령하는 것이다. 이때 명령이 담긴 문서, 즉 단백질 분자가 바로 아밀로이드다. 문서를 중간에서 가로채면 뇌는 더 많은 문서를 발송하게 된다.

결국 염증과 영양부족, 독소에 노출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저자는 임상실험 끝에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는 프로그램 ‘리코드(ReCODE)’를 개발했다.

책에서는 리코드를 통해 일상으로 돌아온 알츠하이머 환자 사례를 소개한다. 그러나 여전히 알츠하이머 치료까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있다. 적어도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맞다는 게 책을 감수한 서유현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의 진단이다.

- 문상덕 기자

201804호 (2018.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