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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 (제1부 광복) 

제10장 - [1] 조국을 향한 단파방송 

복거일 / 조이스 진
1942년 5월 7일 저녁, 남태평양 산호해에서 미국과 일본의 함대들이 부딪치기 직전, 워싱턴에선 이승만이 서재에서 연설문 원고를 쓰고 있었다. 정보조정국(COI)과 협의가 끝나서, 6월 중에 이승만의 연설을 샌프란시스코의 방송국에서 조선을 향해 단파방송을 하기로 된 것이었다. 가슴에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히려 애쓰면서, 이승만은 펜을 들었다. “나는 이승만입니다.”
문득 마음이 아득해졌다. 할 말이 하도 많아서, 추리고 추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펜을 잡으니, 자신이 지금껏 조선에서 살아온 동포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국을 떠난 지 꼭 30년이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을 세월이다. 그가 고국을 떠난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인구의 절반을 넘을 터였다. 그들은 일본 국민으로 태어나 천황의 신민으로 살아왔다. 모든 면들에서 억압적이고 철저한 일본의 통치를 받았으니, 그들은 지식도 생각도 제약되고 편향되었을 터였다. 그들에게 조선 왕조는 기억에 없는 과거였고,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어쩌다 풍문으로 들리는 이국의 일일 터였다.



한숨을 길게 내쉬고서, 이승만은 펜을 내려놓았다. 들여다볼수록 깊어지는 어둠 앞에 선 심정이었다. ‘일본의 국민으로 일본의 통치를 받고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먼 이국에서 30년을 살아온 늙은이가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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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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