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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김기식 낙마시킨 4대 부정 의혹 

갑질과 ‘내로남불’의 끝판왕?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문재인 정부 인재풀로 활용된 김기식과 더미래연구소 인맥…일감 몰아주기, 고액 강좌, 갑질, 셀프 기부는 결국 자진 사퇴 불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낙마했다. 김기식 전 원장을 둘러싼 도덕성과 갑질 시비는 김 원장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주도적으로 활동한 더미래연구소의 활동과 겹친다.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을 지낸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의 행적에도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다. 김기식 전 원장과 더 미래연구소에 얽힌 의혹을 들여다봤다.


▎외유성 출장 등 뇌물 의혹과 ‘셀프 기부’ ‘갑질 논란’을 몰고 다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 전 원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었다.
김기식(52) 전 금융감독원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김기식 그 자신이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다.

“부적절한 출장에 대해서 엄벌하고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부당한 행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라.” 김기식 전 원장은 현역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4년 국회에서 정책금융공사 임직원의 부적절한 해외출장을 고발한 사실을 자신의 ‘의정보고서’에 자랑할만한 치적(治績)으로 올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때의 일은 까맣게 잊고 이듬해인 2015년 5월,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와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를 피감기관의 돈으로 방문하며 외유(外遊)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3000여 만원의 비용을 다댔다. 일처리도 매사에 철두철미하지 못했다. 9박10일 유럽 일정에 동행한 김 의원실의 인턴 K(30)씨는 로마 바티칸성당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외유 흔적을 남겼다. 스스로 관광을 즐겼다는 의혹을 샀다.

김 전 원장은 같은 해 우리은행 초청으로 중국과 인도를 방문했을 때도 충칭(重慶)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등을 관광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한 ‘부적절한 출장’이라는 폐단을 1년도 채 안 돼 되풀이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김영란법’ 입법 주도한 김기식의 내로남불


▎4월 13일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한 여의도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전 원장을 둘러싼 도덕성과 갑질 시비는 그가 주도적으로 활동한 더미래연구소의 활동과 겹친다. / 사진:연합뉴스
김기식 전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등의 금지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하며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다. 위법 논란이 제기됐을 때도 완강하게 법 제정을 밀고 나갔다.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했을 때는 국회의원이 아닌 더미래연구소장 자격으로 방송에 출연해 합헌 결정에 박수를 쳤다. 그런 그가 알고 보니 외유성 출장 등 뇌물 의혹과 ‘셀프 기부’ ‘갑질 논란’을 몰고 다녔다. 여의도정치권의 야당 인사들 사이에서 ‘유체이탈의 대가’라느니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국민들의 충격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을 분류해 보면 대체로 세 가지 유형이다. 국회사무처나 의원연맹 등 국회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협회 지원으로 가거나 외국 기관이 초청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김기식 전 원장처럼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등 피감기관 비용으로 가는 방법이다. 국회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올 때는 일정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회사무처 누리집에 비용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부처나 피감기관 비용으로 가는 출장은 공개 의무가 없다.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갔다면 누구라도 대가성을 의심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김 전 원장은 다른 국회의원들과 동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세 차례나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틈만 나면 우리 사회의 부당한 관행을 지적하고 정부와 기업에 원칙을 강조해 온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서 그 자신이 도덕성에 너무 둔감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런 김 전 원장의 행태에 대해 자신의 SNS에 “김기식 전 의원은 인생 자체가 협찬 인생”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기식 전 의원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그들이 대기업, 기관을 협박해 살면서 입으로만 대기업을 비판하고 서민을 위하는 체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은 여권 인사들에게도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말한 정의는 ‘영업용 간판’에 불과했다”고 독설을 날렸다.


▎4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김기식 금감원장 의혹과 관련해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악의적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유은혜 의원. /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장은 57개 시중은행과 62개 보험사, 799개 증권·투자자문사, 3474개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의 수장이다. ‘금융검찰’로 불린다. 하지만 이제는 김 전 원장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칼을 휘둘러야 할 ‘저승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던 ‘김기식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구소를 같이 설립한 민주당 내 소장파 모임 ‘더좋은미래’ 출신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전후해 김 전 원장을 시종일관 두둔하는 등 행보를 같이해 왔다. 김기식 전 원장과 더미래연구소에 제기된 의혹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의혹은 김기식 전 원장을 적극 감쌌던 더좋은미래를 둘러싼 궁금증이다. 민주당에서 김기식 전 원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방어한 정치인은 우상호(56) 의원이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의 문제 제기를 시종일관 “김기식 낙마를 위한 집요한 정치공세”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김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자 “안철수 부부도 카이스트 돈으로 5차례 동반 해외출장을 다녀왔지 않느냐? 국민 세금으로 개인적인 외유성 출장을 간 것”이라며 반격했다. 김 전 원장의 유럽 출장에 동행한 인턴 K씨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는 “그 인턴은 나도 잘 아는 뛰어난 인재”라며 제 식구처럼 감쌌다. 우상호 의원은 “이런 기준으로 김 원장이 그만두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통령이 인사를 할 수 있겠나? 이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정치인 혹은 개혁적 활동가들이 과연 있겠느냐?”라며 ‘김기식 사퇴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청와대와 뜻을 같이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사태 초기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하지만,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김 전 원장을 감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비서와 해외출장을 갔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미투’와 연관지어 선입관을 갖게 하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4월 11일에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단체로 반격에 나섰다. 남인순· 유은혜· 홍익표· 진선미 의원 등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사과를 했음에도 지나치게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막기 위한 의도”라며 야당들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촉구를 음모론으로 몰아 갔다. 이쯤 되면 김기식 전 원장과 더좋은미래 의원들이 공동운명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더좋은미래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내 진보·개혁성향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 주축이다. 초기에는 21명의 의원으로 출발했고, 현재는 27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민주당·청와대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재풀 역할을 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이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청와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박수현 전 대변인, 이번에 성남시장 경선에 뛰어든 은수미 전 여성가족비서관도 이 모임의 멤버다. 더좋은미래는 당·청에서도 개혁세력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정파다.

86그룹 ‘더좋은미래’는 문재인 정부 인재풀


▎지난해 12월 탄핵 1주년 토론회에 참석한 김기식 전 원장(앞줄)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뒷줄).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 토론회로 더좋은미래가 주최했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4월 13일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고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한 뒤에는 목소리를 낮췄다. 우상호 의원은 “더미래연구소 운영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들은 개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중진들도 입을 다물었다. 사태가 이미 기울었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다. 민주당의 정파조직인 더좋은미래로서는 경제의 핏줄인 금융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조직원 하나를 잃었다.

둘째 의혹은 청와대와 민주당은 왜 그토록 김 전 원장을 집요하게 방어했을까 하는 점이다.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더좋은미래 결성 뒤인 2015년 3월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미래연구소 창립식과 창립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더좋은미래가 자체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Korea Institute for the Future)를 발족시킨 것이다. 진보진영의 집권전략과 미래기획을 준비하는 독립 민간 싱크탱크로 의원들이 연구기금 1000만원씩을 갹출했다. 당시 연구소 정관 2조에 이들의 설립 의도가 담겨 있다.

“2017년 ‘진보’는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 집권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위기의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지적, 조직적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더미래연구소’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찰과 정책을 통한 정치의 변화를 선도하며, 공동체의 미래가치를 수립하고, 새로운 의제 발굴과 새로운 세대의 육성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당시 더좋은미래의 책임운영간사였던 김기식 의원은 더미래연구소에 대해 언론에 “정치행동그룹이자 정치의견그룹”이라고 설명했다. 더미래연구소는 2017년 집권을 위해 출범 초기에 인재영입을 위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예비정치인과 회원, 일반 시민 대상의 ‘정치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더미래연구소 초창기 임원진을 살펴보자. 이사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역임한 최병모 변호사(법무법인 양재)가 맡았다. 우상호 의원과 은수미 의원, 홍익표 의원, 김기식 의원,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이사로 참여했다. 김기식 의원이 운영위원장, 김진방 교수(인하대 경제학과)가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김기식 운영위원장은 “연구소는 진보진영의 2017년 집권전략 수립과 동시에 2030년 이후까지 포괄하는 미래에 대한 기획과 준비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인물과 의제 발굴에 주력할 것이며, 2017년 집권전략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김기식 운영위원장이 마련한 집권 전략보고서가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 정부의 초기 정책에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

더좋은미래는 한마디로 정치 조직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10년, 20년 가는 진보정권을 유지해 나갈 장기 전략을 세웠던 조직이다. 때문에 이번 김기식 원장의 사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더좋은미래 정파의 세력 약화를 의미한다. 여당과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사퇴한 김기식 원장 너머 조국 수석을 보라”고 귀띔했다. 정치조직의 목적은 정파의 이익을 담보할 미래의 정치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더좋은미래 출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상호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86그룹의 대표주자가 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더미래연구소가 주목했던 차기 리더다. 조 수석은 더미래연구소의 운영위원이자 이사였다. 비중이 크다. 그는 더미래연구소가 개설한 고액 강연의 강사로도 초빙됐다. 김기식 사퇴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수석과 김기식 전 원장은 2011년 시민단체 ‘내가 꿈꾸는 나라’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 묶음이다. 그런 조 수석이 이번에 김기식 원장의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김기식 인사 검증을 담당한 모든 인사도 책임지고 사임해야 한다”며 조국 수석을 정면 공격하고 있다.

김기식 사퇴는 더미래정치연구소가 미래의 수권을 위해 차세대 정치리더로 키우고자 했던 조국 수석의 몰락을 부를 수도 있다. 이는 당장 청와대에도 부담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처음에 김기식 원장 문제를 중앙선관위에 맡긴 것은 조국 수석에게 몰리는 부담과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지낸 홍일표 의혹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식 사태는 더미래연구소가 미래의 수권을 위해 주목했던 조국 수석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 보수진영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이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의 구재회 소장을 교체하기 위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원해온 한미연구소는 예산 삼각에 따라 5월 11일 문을 닫게 됐다. 워싱턴의 유일한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가 홍 행정관의 인적청산 개입 논란 끝에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국내 언론들이 이를 문제삼자 청와대는 예산지원 중단은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셋째 의혹은 바로 홍일표 행정관을 둘러싼 궁금증이다. 홍 행정관은 현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보좌하고 있지만 김기식 전 원장과 더 가까웠다.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보좌관으로 일했고 이후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을 맡으며 호흡을 맞춰왔다. 한미연구소 문제도 일찍부터 김 전 원장과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소위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한미연구소의 예산 삭감을 주장했던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구소 사태가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김 전 원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이유다. 몇몇 언론은 홍일표 행정관이 아내 장모씨의 방문연구원 연수 문제로 구재회 소장에게 연락했었다는 내용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일종의 갑질 의혹이다. 물론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흥미로운 것은 더미래연구소 출범 때도 미국 등 주요국의 싱크탱크 문제가 주요 토론주제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2015년 3월 더미래연구소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연구원이 ‘국가전략 2050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당시 임 연구원은 미국진보센터와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한 ‘포용적 번영위원회’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영·미 싱크탱크의 ‘집권전략’과 ‘미래대응’ 사례를 분석했다.

당시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도 ‘싱크탱크는 어떻게 집권과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더미래연구소의 정치적 역할과 시대적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당시 토론자로는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참여했다. 국내 싱크탱크 관련 연구를 대표하는 이들 토론자들이 미국과 영국, 독일과 스웨덴 싱크탱크 사례를 인용하며 한국 싱크탱크의 역할과 과제를 진단하고 더미래연구소가 준비해야 할 제반 문제에 대해 조언한 것이다. 한미연구소 문제는 이번에 사건화된 김 전 원장의 2015년 5월의 9박10일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 첫 일정이 미국 워싱턴DC 방문이었다. 이는 김기식 전 원장과 더미래연구소의 당시 연구 결과가 직·간접적으로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는 스토리가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식 전 원장과 홍일표 행정관의 관계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김기식 사태’에 홍일표 행정관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기식 의원이 2014년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한국거래소(KRX) 부담으로 다녀온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당시 홍 보좌관이 동행했다. 김기식 전 원장 측으로부터 정책연구용역비 1000만원을 받은 대학교수가 더미래연구소에 그 절반인 500만원을 기부했다는 의혹에도 홍 보좌관이 개입돼 있다. 더미래연구소가 2016년 4월 26일 정책연구용역 명목으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계봉오 교수에게 1000만원을 입금하자 계 교수는 얼마 후에 더미래연구소에 5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계 교수는 “홍 보좌관으로부터 ‘더미래연구소가 재정상 어렵다’며 기부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아 기부금을 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더미래연구소의 ‘일감 몰아주기’ 갑질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김기식 사태와 관련해 “김기식 전 원장이 주축이 되고 문재인 정권, 민주당 수뇌부가 총망라된 갑질이다.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검찰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넷째 의혹은 더미래연구소 운영과 관련된 문제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김기식 전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국회 상임위의 정책개발 연구용역을 네 차례나 따내고 3600만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더미래연구소는 2015년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고 1000만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 간사가 더미래연구소 이사인 우상호 의원이었다. 2017년 9월에도 운영위로부터 800만원을 받고 연구용역을 수행했는데 당시 운영위 민주당 간사가 연구소 이사인 박홍근 의원이다. 국회에 소속돼 있는 연구기관이 국회의 다른 상임위로부터 용역 계약을 따낸 것은 ‘셀프 발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더미래연구소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더미래연구소가 연구한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민감한 정책들이 포함돼 있다. 더미래연구소는 지난해 ‘에너지 정책 전환, 과연 전력수급 불안정과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야기하는가-미래지향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에너지 보고서를 냈다. 탈원전 비판론자들을 재반박하는 연구과제다. 올해 들어서는 ‘미세먼지 발생원인별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최근의 연구과제에는 교육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능 개편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것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더미래연구소가 문재인 정부에 전방위적인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더미래연구소가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 업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350만~600만원대 고액 강좌인 ‘미래리더아카데미’를 운영한 것도 갑질 논란을 불러왔다. 김기식 의원이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로서 대기업과 금융권을 비판하며 ‘저격수’로 불릴 때다. 강좌를 듣는 수강생 상당수가 금융회사나 금융 관련 협회 본부장·부장·팀장급 인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요청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김기식 원장보다 더미래연구소가 더 문제가 많다”고 했다.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김기식 사태와 관련해 “김기식 원장이 주축이 되고 문재인 정권, 민주당 수뇌부가 총망라된 갑질이다.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검찰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더좋은미래 의원들은 악의적 흠집 내기라고 반발한다. 이들은 “김기식 원장이 피감기관에 고액 강좌를 수강케 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더미래 연구소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21명이 연구 기금을 갹출해 만든 공동 자산이지 김 원장 개인 연구소가 아니다. 연구소가 진행한 모든 프로그램도 공식적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진실은 검찰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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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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