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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문재인 정부 1년 성적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 평가 

집권 2년차 ‘화합·통합으로 간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신뢰와 원칙, 균형감각 중시하고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통치 스타일… ‘용비어천가’만 들리는 등 높은 국정지지율이 독(毒) 될 수도

▎지난해 5월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박종근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문 대통령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 출장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의 말미에서 이같이 인사(人事)가 주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은 관료 발탁과 같은 무난한 선택이 아닌, 김 전 원장 낙점을 통해 금융권에 충격을 주려던 그의 구상이 큰 반발에 직면해 있던 때였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김기식 카드’를 거둬들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강한 요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대로 과감한 선택은 늘 비판과 저항을 낳았다.

5월 10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비교적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고 하겠다. 김기식 전 원장 파동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국정지지율이 약간 출렁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60~ 70%선을 오가는 등 안정기조를 유지한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동시 성사라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외교 분야 공적도 당분간 든든한 정치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전망이다. 정치권에 회자됐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소외)’을 무색케 하는 극적인 반전(反轉) 드라마의 주인공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안보 환경이 워낙 혼미한 상황에서 출범했다.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호의 실험발사 이후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향해 ‘말 폭탄’을 퍼부었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됨에도 한국 정부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게다가 미국, 일본 등 해외 언론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의 역할을 조명하는 마당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위장평화쇼’라는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하는 국면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파동은 문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 쉬 아물지 않을 깊은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왜 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에 집착한 걸까?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금융 분야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했고, 김 전 원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아집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 정부에서 이런 일은 더러 있었다. 지난해 9월 국회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청와대는 김이수 권한대행체제를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발표했다. 국회가 부결시킨 인물에게 헌재의 운영을 맡긴다는 정부의 방침은 야권으로부터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라는 반발을 샀다.

“집권 초에 개혁 작업을 끝낸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문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부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도자로 통했다. /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논란의 근원을 이해할 만한 단초를 제공한다. 그는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와 차별을 해소하는 혁신이나 개혁 과제는 집권초에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국민 보고회에서 밝힌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도 맞물린다. 국정 기획자문위는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를 설정하면서 3단계 이행계획을 제시했다. 2017년 5월~2018년 12월을 ‘혁신기’로 정하고 적폐청산, 권력기관 개혁 등 핵심 개혁 과제들을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도약기(2019년 1월~2020년 12월)에는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국방 개혁 등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로 했다. 임기 막바지인 안정기(2021년 1월~2022년 5월)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공기관 비정규직 철폐, 노후 화력발전소 폐지와 같은 과제를 완수하는 기간으로 설정됐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 전 김 의원은 월간중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출범 첫 2년을 혁신기로 잡은 것과 관련해 “이는 참여정부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혁의 제도화, 시스템화를 워낙 중요시했다. 집권 초기에는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제도를 정착 시키는 단계적인 국정운영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입법화는 벽에 가로막혔고 임기 중반 이후에는 국정지지도마저 떨어졌다. 그래서 개혁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을 역임한 문 대통령은 이 과정을 다 지켜봤다.”

국회법상의 국회선진화조항(정당 간 이견이 있는 안건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에 따라 법안 처리는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혁신에 눈길이 가기 십상이다.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개혁 작업을 해치우고픈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 각 부처에 적폐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반부패 협의회와 반부패 총괄기구를 설치한다는 등이다. 야당은 법률 기구를 정식으로 설치하라고 주문했으나 문 대통령은 행정력에 의한 과거사 진상 규명과 적폐청산을 더 선호한 셈이다. “대통령의 권한, 정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맞다고 문 대통령은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중심이 돼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다각도의 전면적 개혁 작업을 추진해 왔다.”

국민 70%에 이르는 ‘촛불민심’이 국정운영 지지대


▎지난해 5월 8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금과 같이 여야가 격렬하게 맞서는 대결 구도에서는 개혁 입법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대통령령, 부령(각 행정부처령), 행정부 규칙 등을 통해 가능한 일부터 손을 댔다는 말이다.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과 조정하고 타협해서 협치로 가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라고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지적한다. “물론 지금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초인적인 협상 능력이 없으면 결론 도출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또 자유한국당의 기본적인 대여 관계 방식을 보면 누가 오더라도 설득해서 입법으로 이끌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 여권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함에 있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정당 간 갈등이 꼽혔다는 점은 이채롭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갈등 인식 조사’ 결과를 보자. 응답자들은 여러 집단 갈등 중 여야 간 갈등을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지목했다. 이 조사는 우리 사회에서 주로 거론되는 집단 갈등 10개에 대해 각각 물어보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아주 크다’는 응답을 기준으로 여당과 야당의 갈등(62%)을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갈등(57%), 진보와 보수의 갈등(52%), 기업가와 노동자의 갈등(41%)보다 정당 간 갈등이 더 첨예하다고 국민들은 평가한 것이다.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70%,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율은 50%를 넘나든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복이 많은 걸까, 일처리에 능한 걸까?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의 핵심요소로 ▷촛불 민심의 지지 ▷문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십 ▷일종의 행운 등 세 가지를 든다. 임 교수는 심지어 “문 대통령은 자기 힘으로 당선된 게 아니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촛불혁명’의 힘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문재인으로 대표되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그것에 미치지 못 했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로 이어진 덕분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는 게 임 교수의 시각이다. 당시 탄핵에 찬성하고 촛불집회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전체의 70%를 웃돌았고 대선 이후 현재까지도 그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까닭에 국정지지율이 그만큼 나온다는 것. 이는 문 대통령도 집권 후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각종 과제(적폐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 차별과 특권 폐지 등) 이행에 올인했기에 가능했다고 임 교수는 풀이했다.

문 대통령의 차별화된 리더십도 국민의 신망을 얻는 한 비결이라는 게 임 교수의 견해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선명히 대비되는 캐릭터가 인기몰이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전임 대통령들처럼 가르치려 드는 대통령이 아니다. 경청하고 감성적으로 어필하는 스타일이다. 누구는 청와대 비서관 등 참모진의 연출과 기획에 의한 쇼잉(Showing, 보여주기)의 결과로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뭐가 됐든 문 대통령은 그런 걸 잘 관리해서 후한 점수를 얻는다.” 문 대통령도 대선 전 최측근 참모를 고르는 기준으로 겸손과 헌신을 꼽았다. 겸손이 기본이고, 능력을 그 다음이라고 믿는 정치인이 문 대통령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행운도 따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그게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강(强) 대 강(强) 자존심 대결로 치닫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 발로 협상 테이블로 오겠다고 약속했다.

임 교수는 지난 1년의 국정운영 전반을 돌이켜 “아마도 70%에 달하는 촛불 민심이 뒤를 받쳐줬기에 자신감에 찬 국정운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정권의 독선과 전횡을 비판한들 국민은 감성으로 호소하는 문 대통령에게 더 이끌렸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모습은 쇼잉 아니라 본바탕 드러난 것”


▎2월 9일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평창올림픽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초석이 됐다. / 사진:연합뉴스
어쩌면 문 대통령의 진가는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기관의 한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행적을 야당이 규정하듯 ‘쇼잉’의 관점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전문가가 보는 문 대통령 처세술의 포인트는 가히 총체적이다. 예컨대 ▷굳이 욕먹을 일을 하지 않고 ▷말실수도 크게 없으며 ▷겉으로 비쳐지는 인물, 인상이 좋은 데다 ▷여러 계층의 국민과도 잘 소통하고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이런 문 대통령의 모습을 쇼잉이라기보다는 원래 가진 본바탕이 드러나는 것으로 이해하는 국민들도 있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경제와 사회 통합 등에서 고전하는 건 사실이다. 야당은 이런 게 문제라고 공격하지만 일반 국민은 자신의 삶에 크게 와 닿지 않는지 크게 부정적으로 반응하진 않는다. 야권이 비판하는 최저 임금 인상 건도 자영업자들은 수긍하겠지만 젊은 자녀를 둔 부모 중에는 ‘그 정도는 주는 게 맞다’고 환영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든 현저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게 문 대통령의 큰 장점이다.”

여권은 안보 분야의 성과에 대해서도 자긍심을 피력한다.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안보 이슈를 다루는 노하우를 노무현 정부의 시행착오에서 익혔다고 소개했다. “남북 관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공조·동맹과 함께하지 못하는 남북 관계 개선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건 참여정부가 남긴 중요한 교훈의 하나다. 정권 출범 후 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이 시달렸다. 남북 관계 개선에 왜 그렇게 미적거리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히 원칙을 지키며 미국과의 공조 강화에 집중했다. 정권 출범 후 반년 이상 한·미 공조·동맹을 철석같이 다지는 과정이 있었기에 미국도 북·미 대화에 흔쾌히 나서게 된 것이라 본다.”

문 대통령이 여러 현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는 세련된 언론 플레이도 주효했다고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전 대통령들에 견줘 볼 때 문 대통령은 도덕이나 원칙적인 면에서 이미지를 강화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에서는 이를 두고 ‘쇼통령’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정치에서 요구되는 대국민 메시지를 관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시각이다. “이게 반드시 대통령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유한국당도 인정할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개성과 리더십이 주변 사람들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과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장점으로 ‘말하기 편한 분위기 조성’을 꼽았다. 권 의원은 청와대 시절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 회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문재인 비서실장 앞에서는 지위 고하를 떠나 누구든 편하게 얘기를 했다. 왜 의견을 내놓기 쉬운 리더와 꺼려지는 리더가 있지 않은가. 그는 전자에 속했다. 부처에서 파견돼 온 공무원들이 거의 파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어떤 의견이든 기탄없이 해도 되는 상사였다.”

김경수 의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촛불 민심은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율의 근간을 이룬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을 공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지도자로 규정했다. 권 의원은 이른바 참여정부 이래 문 실장과 함께 호흡한 친문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정권 출범 1년이 되도록 권 의원은 문 대통령과 사적으로 따로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당 공식 모임이나 공개된 정부 행사에서 보는 것 외에 개인적인 자리를 가진 일이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모든 일을 철저히 공식라인을 통해 처리하기에 문재인 정부에는 이른바 ‘2인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국민들도 그 점에 공감한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월간중앙에 보낸 ‘대선주자 40문40답’에서 자신의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체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단점으로는 ‘결벽주의’와 ‘과도한 진지함’을 꼽았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고사성어로 ‘재조산하(再造山河)’를 들었다. 재조산하는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 준 글귀다. ‘나라를 다시 만들다’는 뜻이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망가진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가 그의 내면을 불타게 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는 답변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70%를 넘나드는 국정지지율에서 여권 핵심은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는 걸까? 김경수 의원은 높은 지지율에 적폐청산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촛불민심 즉, 국민의 여망이 담겨 있다고 했다. “개혁 작업에 더 박차를 가한 한 해였고 그게 다시 국정지지율 상승으로 선순환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펴낸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결국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길 수 있다”면서 “제가 거기에 타협하고 굴복할 생각이었다면 정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덧붙였다. 높은 국정지지율 속에 녹아 든 국민의 여망을 포착할 뿐 거기에 기대거나 우쭐해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늘 좋은 일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문 대통령도 잘 안다. 국정지지율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늘 경계하면서 가는 스타일이다. 지지율보다는 일에 집중하는 분이기에 균형을 잘 잡아갈 것으로 본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적폐청산은 공정한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면 사회적 대 타협을 통해 화합과 통합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국정운영의 축을 그런 방향으로 옮겨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도 그런 경향이 점차 확인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는 여권에서 적폐청산, 과거사 정리 같은 용어들이 쑥 들어간 느낌이다. “문 대통령은 겉으로 화려하게 가기보다는 실용적으로 또박또박 챙기는 유형이다. 정치인에게는 신뢰와 원칙에 못지않게 균형감각도 중요한 덕목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은 어느 한쪽만 편들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 본연의 기능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익과 요구를 조정하고 국가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일종의 환국(換局) 가능성을 반신반의한다. 지난 4월 13일 문 대통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가졌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비서실장 자격으로 홍 대표를 수행해 1시간25분 동안 진행된 영수회담에 배석했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여야 협치에 더 치중할 낌새를 보였는지 묻는 질문에 “솔직히 판단이 잘 안 선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번 여야 영수회담을 청와대 설명대로 “남북 정상회담이 중요하고 절박했기에 이뤄진” 회동이라는 의미만 부여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엄중한 안보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생산적인 국회, 소통과 협치를 위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긴 했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이번 영수회담이 남북 정상회담을 넘어서 국정 전반으로 확대될지는 잘 판단이 안 선다”면서 “어떻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 하는 사람 없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발 개헌을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야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부와 대통령의 과도한 자신감이 일을 그르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진보 진영 내에서도 나오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진보 정부의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원로급 인사는 “높은 국정지지율이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페론 대통령,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 등 높은 지지율에 취해 나라를 나락으로 이끌었던 외국 지도자들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인성이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겸손하다”는 전제로 “그럼에도 대통령이 되기 전의 문재인과 이후의 문재인은 다를 수 있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인기가 독(毒)이 되면 살아남을 정치지도자가 드물다. 자신이 흡사 신(神)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올해 초 평창 겨울올림픽에 온 아베 일본 총리를 대하는 모습이나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제재와 관련한 발언은 아주 자극적이다. 문 대통령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 차 방한한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라던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응수했다. 또 문 대통령은 2월 19일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제재와 관련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이 원로급 인사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에 굳이 그렇게 자극적인 말을 할 필요가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런 문제일수록 겸손하게 나가야 상대가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그런 말을 들은 미국 정부가 반감을 품으면 어떻게 할 건가. 또 일본 내 미군기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 못 하는 게 한·미 연합훈련이다. 일본과 긴밀하게 연계된 사안을 놓고 문 대통령이 내정 문제로 잘라 말한 것도 명백한 오버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의 두 발언은 전지전능한 권력자의 언명으로 와 닿기에 걱정스럽기도 했다. 현 여권에는 문 대통령 ‘용비어천가’만 들릴 뿐 쓴소리를 하는 측근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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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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