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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YB vs OB 불꽃 튀는 격전지 

젊은 패기냐 관록의 안정감이냐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경남지사, ‘친문’ 김경수 출격에 한국당 ‘터줏대감’ 김태호로 낙동강 방어선…서울·충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문수·이인제 ‘올드보이’ 논란 극복할까

6·13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서울·경남·충남 등 주요 승부처다. 친노·친문과 문재인 키즈들이 포진한 여당과 관록의 백전노장 올드보이들을 재소집한 자유한국당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만한 대결장은 낙동강 전선에서 펼쳐질 경남도지사 선거다.


▎민주당은 신예 김경수 의원을 경남지사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선거에 승리해 민주당의 숙원인 경남지역을 점령하면 잠룡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치권이 경남지사 선거에 주목하는 것은 여야(與野) 수뇌부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YB와 OB의 대결구도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초선의원인 신예 김경수(51) 후보를 단독으로 추대했다. 자유한국당은 경남도지사를 두 번 지내고 재선 국회의원과 당 최고위원을 지낸 경남의 터줏대감 김태호(56) 후보로 방어에 나섰다.

두 후보의 싸움은 리턴매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김해 을에서 맞붙었는데, 김태호 전 지사가 승리했다. 52.1%와 47.9%로(4.2%포인트 격차)의 접전이었다. 지금은 여야 자리가 서로 바뀌었다.

김경수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설은 오래전부터 경남지역과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출마에 소극적이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국회 본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만난 김 의원은 “경남지사 출마설이 있던데요?”라는 질문에 “아이고~ 안 나갑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제 겨우 초선인데, 중도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선수(選數)와 체급을 중시하는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에도 김 의원은 그냥 초선급 정치인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실세’ 소리를 들었다. 동갑내기 황희(51) 의원과 함께 문재인 청와대와 채널을 유지하는 민주당의 정보통으로 불렸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 1번지인 여의도를 두고 경남으로 내려가는 것은 중앙정치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여겼을 법하다.

김경수 후보, 승리하면 단번에 여권의 기대주로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반듯한 이미지의 엘리트 정치인이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중량급 정치인이었던 신계륜·임채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제1부속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 비서관 등을 두루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는 봉하마을에 정착해 마지막까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부산·경남(PK) 점령은 민주당의 숙원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가 지역구인 김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타이틀을 달고 나서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왔다. 국회의원 의석 한 석이 아까운 상황에서 김 의원의 지역구(경남 김해 을)를 잃는 리스크까지 감수하며 던진 승부수다.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판을 짠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의원과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정치적 유대가 형성되는 관계다.

친노·친문 정치인 김경수 의원이 이런 청와대의 뜻을 저버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김 의원도 고민이 깊었는지 출마를 결심하면서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결국, 험한 길 다시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거센 압박에도 김경수 의원의 결심이 늦어진 배경이다.

김경수 후보는 4월 2일에 가진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부산, 경남이 30년 가까운 1당 지배 구조였다. 이것이 혁파되지 않는 이상 선거 제도와 정치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중앙당과 지역에서 출마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정치적 지기(知己)인 황희 의원도 SNS에 “노 대통령 서거 이후에 김 의원은 험지 중의 험지인 경남에서 출마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지역주의에 저항하는 노무현의 모습 그대로였다”며 “군말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단숨에 봉하로 내려갔던 10년 전 그날처럼, 그는 또다시 경남으로 내려간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거센 광풍이 몰아치는 들판으로 나간다”며 민주당원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출마를 선언한지 보름도 채 안돼 네이버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인터넷 논객 ‘드루킹’과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자유한국당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이 무리한 인사청탁을 해 왔고 이를 거절했는데, 마치 그 배후에 제가 있거나 연루된 것처럼 악의적으로 저를 공격하고 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의 블루칩인 김경수 의원을 지지하고 방어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야당의 공격도 만만치 않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백병전이 예고되고 있다.

김 의원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 간판을 내걸고 경남에서 승리한다면, 단번에 여권의 기대주로 부상할 수 있다. 지방선거 못지않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정치 일정이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다. 현재 당권주자는 친문 정치인의 대표주자인 최재성 전 의원과 김진표 의원, 김부겸 장관, 이해찬 의원, 송영길 의원 등이 후보군이다. 최재성 전 의원과 가까운 김경수 의원은 최 전 의원의 서울 송파 을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장에 박병석·권칠승·황희·전재수·이수혁 의원 등 친문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김태호 후보, 반성모드로 읍소작전


▎이번 경남지역 선거는 정치 이슈보다는 경제 위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태호 후보는 경제이슈를 공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광역단체장인 시장·도지사가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자리가 된 것도 김경수 후보에게는 좋은 기회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광역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제2 국무회의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잘만 활용하면 중앙과 지방을 오가는 광폭(廣幅) 정치가 가능하다. 청와대와 여의도를 경험한 정치 이력에 행정경험까지 쌓게 되면 명실상부하게 차세대 주자로 오를 수 있다.

지난 여섯 차례의 지방선거를 살펴봐도 광역단체장은 잠룡들의 데뷔 무대였다. 이명박 시장 등 서울시장 당선자들은 어김없이 각 정파의 주요 대선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현재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이 사실상 대권주자들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후보를 향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선거에 나오라”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경기도지사 역시 대권 후보로 주목받는 자리였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대선에 도전했다. 특정 정당이 독식해오던 지역에서 도지사에 출마해 ‘지방정권 교체’를 성공시키면 단번에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다. 한때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던 남해군수 출신 김두관 의원도 무소속 후보로 경남도지사가 된 뒤 민주당에 입당해 대권 경선에 나선 바 있다. 김경수 의원이 승리하면 이런 역사에 신화 하나가 덧붙여질 수 있다.

하지만 우선은 당장에 닥친 네이버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드루킹과의 연루 의혹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하다.

한국당은 이런 김경수 후보에 맞서 김태호 전 지사를 등판시켰다. 4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김 전 지사는 “제 생명과도 같은 경남을 지키고 당의 위기를 이겨내야 하는 이번 선거에서 제 모든 것을 바쳐서 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김태호는 경남의 아들이고 경남의 꿈이 곧 김태호의 꿈이다. 경남을 지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 경남을 지켜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싶다”며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김태호 후보의 정치인생은 드라마틱하다. 30대에 경남도의원, 40대에 거창군수를 지내고 도지사까지 거머쥘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MB정부 때인 2010년에는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당시에는 친이계로 분류됐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친박계와 가까웠다.

김 후보는 세간의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4월 9일 후보 결정 이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처음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라며 올드보이 논란을 오히려 활용하는 노련함을 보여 줬다. 경남지역 사정에 어두운 김경수 후보를 겨냥해 “힘 있는 여당이 구조조정을 무딘 칼로 다루면 위기가 올 수 있다. 저는 경남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터줏대감다운 자신감을 보였다.

김태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반성 모드로 읍소 작전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경남의 지지자들 앞에서 “그동안 한국당이 도민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겨 드렸다. 탄핵이란 국가적 불행에 대해 한때 집권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허리를 숙였다. “지금 보수가 벼랑끝에 서 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자성하면서도 “보수가 망하면 나라도 국민도 불행하다.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경남지역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이번엔 여당의 김경수 후보가 2012년의 패배를 설욕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대표의 전략공천 강행에 대한 반발로 자유한국당 진영이 분열돼 있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호재다. 홍 대표가 창원시장 후보자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 공천하자 안상수 창원시장은 탈당을 공언하고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전략공천으로 경선 기회를 빼앗긴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출마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경남의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는 바람이다. 정국 변화에 따라 선거판은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당장 김경수 의원이 댓글 조작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남 지역은 본래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다. 이번 경남지역 선거는 정치 이슈보다는 경제 위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은 수년째 지속 중인 조선산업의 위기와 최근 사회문제가 된 한국지엠 창원공장 존폐 논란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등 경기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다. 창원·거제·통영 일대가 특히 그렇다. 경제 이슈가 선거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김경수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 성공’이나 ‘적폐 청산’보다 “경남의 정권교체를 통해 벼랑끝에 선 경남경제와 민생을 되살리고자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는 점을 맨 처음에 강조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최대 이슈는 ‘지역경제 회생’


▎‘올드보이’라는 말을 듣는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는 반성 모드로 읍소작전에 나섰다.
김태호 후보도 4월 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알토란 같은 조선산업이 문을 닫고 자동차 제조업도 위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분을 잘 조정해 새로운 동력을 살려갈 수 있는지 집중하겠다. 꺼져가는 경남의 성장엔진을 다시 살리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지역의 경제회생을 거론했다. 올드보이에게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경수 후보를 꺾고 텃밭을 사수한다면 김태호 전 지사에게 정치인생이 다시 열리는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절박한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경남은 김태호 지사를 이어받아 제가 지사를 했고, 제가 지사를 하고 난 그 업적을 다시 김태호 지사가 이어갈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 경남은 우리가 사수해야 할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다. 경남의 압승에 당의 운을 걸어보겠다”고 말한 데에서도 위기의식을 감지할 수 있다. 홍 대표가 주도하는 집회에서는 ‘낙동강 전선’ ‘인천상륙작전’ ‘탈환’ 등 6·25전쟁에 빗댄 전쟁 용어가 스스럼없이 등장한다.

반면 김경수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4년 넘게 경남도정을 이끌었던 홍준표 대표에 대한 설욕의 의미가 크다. 김경수 후보는 4월 2일의 출마 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홍 대표의 지난 도정과 경남지사 중도사퇴 이후 모습에 대한 도민의 평가와 심판을 보여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홍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낙동강 전선의 대혈투가 예고되는 이유다.

올드보이 논란 딛고 이인제-김문수 재등판


▎홍준표 대표는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공천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올드보이들의 생환 여부는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김태호·김문수·이인제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은 광역자치단체 6개 지역 수성에 대표직 재신임을 내건 홍준표 대표의 고육책이다. 충남지사 선거에 나선 이인제(70) 자유한국당 고문은 정치경력으로나 연령대로 보나 명실상부한 올드보이다.

그에게는 ‘피닉스’(불사조)라는 별명이 있다. 1987년 정계 입문 이후 10여 차례의 당적 변경, 네 차례의 대선 도전 실패 등 정치적 고난을 겪으면서도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내리 4선을 했다. 하지만 이인제 고문의 불사조 신화는 2016년 총선에서 김종민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끝이 났다.

이인제 후보는 “46세에 최연소 경기도지사가 돼 경기도를 역동적인 젊은 도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고 그때보다 용기와 비전, 열정은 조금도 시들지 않고 오히려 원숙하게 불타고 있다”며 올드보이 논란을 반박했다. 홍준표 대표도 “이인제가 어떻게 올드보이냐. 김종필 전 총리 이후 충청남도가 낳은 가장 큰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시민연합 연대 등 몇몇 보수단체조차 “총선에서 본인의 지역구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 필패가 검증된 후보를 공천한 것은 210만 충남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반발할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인제 후보에 맞설 민주당의 충남도지사 후보는 친문 인사인 양승조(59) 의원이다. 충남 천안이 지역구인 4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보건위원장을 지낸 양승조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세종시 수정으로 500만 충청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무산시키려 했을 때 삭발을 하고 목숨을 건 22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며 충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관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몰락이 가져 온 부정적인 지역 여론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인제 후보도 이를 겨냥해 “(안희정 지사 사태로) 상처받은 도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충남을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도지사가 되겠다”며 도지사직 탈환을 벼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문수(67) 전 경기지사도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정치무대에서 잊혀졌다가 재등판했다는 점에서 올드보이 논란을 몰고 왔다. 김문수 전 지사는 정치 입문 당시에는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과 민중당에서 활동한 개혁적 성향을 인정받아 보수 여당의 ‘젊은피’로 영입됐다. 이후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경기도지사까지 지내며 한때 대권주자로 떠올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전 지사는 2016년 총선 때는 지역을 옮겨 보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정치권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고, 최근 홍준표 대표가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 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영입해 서울로 불러 올렸다. 최근 집회에서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 김일성주의자들이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완주를 장담하고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기류를 잘 읽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문수 후보의 출마를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노림수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태극기 집회에서 선두에 서서 역할을 한 사람이 서울시장으로 나올 수 있겠는가? 또 설사 출마를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겠는가? 이런 것을 고려하면 홍준표 대표가 단일화 카드로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정치권의 올드보이 논란을 두고 “65세 이상 750만 노인들을 폄훼하는 말”이라고 발끈하긴 했지만 정치권에서 올드보이라는 꼬리표는 단지 나이나 정치적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에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등 올드보이로 불리는 이들의 오랜 정치 경력이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거나 경력에 합당한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보였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철 지난 색깔 공세에 구태(舊態) 논란도


▎홍준표 대표는 “이인제가 어떻게 올드보이냐. 김종필 전 총리 이후 충청남도가 낳은 가장 큰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에도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3선에 도전하는 최문순(62) 강원지사 등 나이나 정치경력 면에서 올드보이들이 있다. 그런데도 올드보이 논란이 자유한국당에 집중된 데는 국민에 의해 탄핵된 ‘친박세력’의 복귀 등 보수진영이 퇴영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 후보로 다시 공천을 받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내 친박 핵심이다. 한국당의 대전시장 후보인 박성효 전 시장은 2006년 재·보선 당시 유명한 “대전은요?” 발언 일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었다. 강원지사 후보로 추천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도 박근혜 정부 때 인천공항공사 사장, 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모두 박근혜 정부 때 득세했던 친박 인사들이다.

올드보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색깔 공세 논란도 재연된다. 홍준표 대표는 4월 12일 ‘6·13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에서 “이 정권의 본질은 전교조·민주노총·참여연대·주사파들의 연합정권이고, 이들이 주축이 돼 사회주의 체제로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군인들이 나오고 그런 세상이 있었지만, 민주화된 나라에서 좌파 폭주를 막는 길은 선거밖에 없다”며 보수층에 좌파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10년, 20년 전 유세장 풍경을 보는 것처럼 올드보이들이 다시 선거판을 장악한 데 대해 한국당 안팎에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는 사고 싶지 않은 ‘빈티지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신상’을 내놓아도 될까 말까 한 처지인데 이미 지난 선거에서 ‘반품처리’된 유효기간이 지난 정치인들을 주르르 후보로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가 뒷전에 물러나 있던 정치 원로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정국이 이어질 4~6월에 이념대결 구도를 극대화시켜 보수표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전략이 먹힐 가능성이 낮다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50%에 이르고, 자유한국당은 20%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의 선거지형은 전통적으로 여당은 경험 많은 관록의 후보를 내세우고, 야당은 젊고 패기에 찬 신예 정치인을 앞세우는 대결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그 반대의 경우다. 현재까지는 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석이다. 올드보이들의 등장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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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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