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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문재인 정부 1년 성적표는?] 전문가 평가 (4)부동산 정책 

다주택자 돈줄 죄기 ... 집값 안정 ‘절반의 성공’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서민 주거복지 실현이 목표… 수요 억제에만 치중된 정책은 ‘공급 부족’ 야기할 수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방향은 주택시장의 안정을 통한 서민 주거복지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큰 틀에서는 참여정부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경제 상황의 변화와 정치적인 환경의 차이가 달라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 사진:강정현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경제 분야 정책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유사한 정책이 계획·시행되고 있다. 정책의 기본방향도 주택시장의 안정을 통한 서민 주거복지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의 정책들 중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혀왔다. 이 점을 감안할 때 당초 차별화된 정책을 기대한 국민들은 마치 과거 정책의 복사판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또한 수요 억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19일 발표된 첫 번째 부동산 대책에서 일부 과열지구를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10%씩 낮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진 역대 부동산 규제정책의 ‘종합선물세트’라 일컬어지는 8·2 부동산 대책에서는 조정 대상지역을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했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는 추가적으로 중도금 대출한도와 보증한도를 낮춰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신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단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을 적극 억제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 들어 계획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가 시행됨에 따라 시장의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기 시작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인식과 실행 정책수단이 유사한 점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 또한 과거 참여정부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과거와 현재의 경제 상황이 같지 않다는 점이 우선 고려해야 할 문제다.

참여정부 때는 빠르게 경제 회복을 하던 시기였던 데 반해 최근의 거시경제 환경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가계소득 측면에서 볼 때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아울러 정치 환경 또한 과거 서울시장들이 야당 소속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현재의 박원순 시장은 재건축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협조가 가능하다. 정책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정책이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도 있다.

지방은 ‘별로’…강남에 한 채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과거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버티고 있으면 또 다시 반등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참여정부의 지속적인 투기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잡지 못했던 경험이 주는 학습효과의 영향도 일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 억제에만 치중된 시장정책은 언젠가는 공급 부족에 따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지난 2~3년간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보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초과공급에 따른 미분양 문제가 대두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현 정부는 충분한 공급이 이뤄졌다는 판단 아래 수요 억제만으로도 시장의 안정이 달성되리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공급이 과도했던 지방을 중심으로는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의 경우 지난해 8월 초와 비교해서 올 3월 초까지 9.18%, 강남 3구는 13.09%까지 올랐다.

이와 비교해 지방은 같은 기간에 한 번도 주간 상승률이 플러스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증가하는 등 불안한 시황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따라 다주택 보유자들이 지방에 소재한 주택을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시장 전망이 좋은 강남에 제대로 된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 또한 지역 간 수요와 공급의 차이로 설명된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강남 등 서울 지역의 경우 신규 택지 공급의 어려움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 했다. 그나마 신규 주택의 공급원으로 인식돼 온 재건축 등이 새 정부 들어와 더욱 어렵게 됨에 따라 공급이 원활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수요와 공급 간 차이가 향후 강남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의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배경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주택 공급과 관련해 정책당국과 시장 간에 시각차가 있었던 적이 있다. 총량을 중심으로 한 공급 물량을 수치상으로 볼 때 정부의 판단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계획하거나 추진 중인 주택 공급의 경우 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복지와 관련한 물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현재 시장의 주택 수요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서는 우리에게 주택 또한 소득 수준에 맞는 형태가 돼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주택의 질적 개선과 관련한 수요 또한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금융과 관련한 규제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정책을 빚 내서 집을 사라는 식의 잘못된 정책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은행 등 금융권 빚을 줄일 수만 있다면 주택 수요도 축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축소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대출 문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강화된 LTV와 DTI 규제는 남의 돈으로 주택을 사는 갭(gap)투자 등을 하는 세력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과 관련된 규제 강화는 특정 투자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저소득·저자산 서민층을 중심으로 한계 가구에 대한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강화로 거래절벽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

주지하는 바와 같이 LTV 규제의 강화는 저자산 서민들에게, DTI 규제의 강화는 저소득층에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의 주택금융 관련 규제는 1명의 투기꾼을 막기 위해 100명의 서민들을 힘들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정부도 인지하고 지난해 가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으나 대상 계층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실수요자인 대다수 서민·중산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택금융규제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오랜 과제로 지적돼 온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였다. 발표된 주택금융 관련 규제 외에도 금융당국이 지속적인 창구 지도를 수행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문제는 아직도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가계대출 문제의 원인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만이 아닐 수 있다. 관련 통계를 신중히 살펴보면 가계대출의 절반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이 중 절반 정도가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임을 감안할 때 주택구입용 가계대출은 전체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부 주택임대차에 소요되는 자금을 제외하면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생계자금이나 사업자금 등 주택구입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낮은 것은 비교 가능 국가들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데 기인하고 있다.

예컨대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7%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50%가 되지 못한 가운데 자영업자는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가계대출 문제의 해결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서민경제의 회복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규제의 강화로 주택시장이 경착륙하는 경우 부(富)의 효과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참여정부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경제 상황의 변화와 정치적인 환경의 차이가 달라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의 충격으로 거래절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수요 억제에 편향된 정책이었음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라는 균형 있는 정책 목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도 투기세력의 척결을 위한 정책이 내 집 마련의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정부의 시장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꼬를 조정해 주는 데 있다. 국가의 정책은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sskoh@konkuk.ac.kr

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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