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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미·중 패권전쟁의 또 다른 전선 

트럼프, 중국의 급소 대만 찌르나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대만 카드’로 압박하는 미국에 중국은 ‘북한 카드’로 응수… 양국 지정학적 게임, 북한 비핵화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도

▎경계수칙 교육을 받는 진먼다오(金門島) 주둔 대만군 병사들.
진먼다오(金門島)는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섬이다. 인구 5만 명에 면적 134㎢인 이 섬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1.8㎞ 거리지만 대만 본섬과는 200㎞나 떨어져 있다. 대만 영토인 이 섬은 1949년 중국이 건국된 이후 양안 대치의 최전방이었다. 중국은 1958년 8월 23일부터 44일간 무려 47만 발의 포탄을 이 섬에 퍼부었다. 그 후로도 포격은 1978년 말까지 20년간 간헐적으로 계속됐고, 1979년 1월 1일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맺은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

진먼다오는 그동안 양안 관계의 진전에 따라 중국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하지만 양안 관계가 2016년 5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이후 갈수록 악화하면서 진먼다오를 찾는 중국인 여행객이 대폭 줄어 들었다. 진먼다오 주민들은 중국이 또다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 이유는 대만 독립을 지향해온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차이 총통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단체관광 금지 등 각종 경제보복 조치와 무력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중국 강경파는 대만을 무력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반면 차이 총통은 “양안 관계는 대만 국민들의 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대만 독립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안의 대립과 갈등이 이처럼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대만을 적극적으로 편들면서 대만해협의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2월 당선자 시절 차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자는 차이 대만 총통과 긴밀한 경제·정치·안보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미국과 대만은 상대국 수도에 대사관 성격의 대표 기구만을 두고 비공식적으로만 접촉하거나 왕래해 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대만 총통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또 대만 총통이 해외 순방에 나설 때도 미국 정부는 경유지 착륙만을 허용해 왔다. 미국 역대 정부가 그동안 이런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자칫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이 대만·홍콩·마카오 등을 모두 자국의 영토로 국제사회가 인정해 줄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수교하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이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다.

대만여행법 발효와 미국 관리들의 대만행 러시


▎중국 샤먼 해안가에 세워진 입간판에 쓰여진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통일중국’ 구호. 건너편이 대만 진먼다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차이 총통과 통화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당선자는 2016년 12월 11일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인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에 대형 군사기지 건설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전혀 도와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현재 대립하는 있는 주요 현안들을 당선자 시절에 모두 언급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당시 중국에 보낸 것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북한 핵 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는 점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운동 당시 북한 핵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미 의회를 통과한 ‘대만여행법’에 서명해 발효시킴으로써 중국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간주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대만여행법’에는 미국과 대만 정부의 모든 공무원이 서로 자유롭게 방문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대만의 장관들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 대 국가’로 교섭도 할 수 있다.

차이 총통의 워싱턴 방문도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 정부와는 낮은 직급 수준에서 공무원들의 상호 방문과 교류를 해왔다. 대만여행법이 시행되자마자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대만에 파견했다. 웡 부차관보는 미국 상공회의소 타이베이 사무소가 주최한 신년 만찬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정부가 바뀌거나, 총통이 교체되더라도 대만을 공식 인정하는 미국의 입장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과거·현재·미래에 이르기까지 대만의 가장 긴밀한 친구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웡 부차관보는 “민주 제도의 발전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델이 된 대만이 불공평하게 국제사회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끌어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웡 부차관보는 차이 총통을 비롯해 대만 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상호 관심사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정부는 또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이언 스테프 미 상무부 제조업담당 부차관보를 대만에 파견했다. 스테프 부차관보도 대만 정부 고위 관리와 기업인들을 면담했다.

동맹에 준하는 미국-대만 간의 군사 협력관계


▎2016년 쑨원 초상화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차이잉원 대만 신임 총통. / 사진:타이베이 사진기자협회
미국과 대만의 고위 관리들의 교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대만 가오슝에서는 미국·대만 방위산업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다. 또 오는 6월에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대행하는 미국재(在)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 AIT) 타이베이 대표부의 신청사가 문을 여는데, 이때도 미국 정부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만을 방문해 AIT 타이베이 대표부 신청사 개소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과 대만의 복교와 미군의 대만 주둔을 주장한 적이 있는 대중 강경파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대만의 안보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에드 로이스 위원장이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과 쑤자취안 입법원장(국회의장) 등과 만나 안보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차이 총통 등에게 “대만의 안보 확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일부”라며 대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2월 의회가 통과시킨 대만과의 군사 교류 강화를 골자로 하는 ‘2018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는 미국 군함이 대만 가오슝항을 방문하고, 대만 군함은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괌을 방문할 가능성을 행정부가 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과 대만은 그동안 은밀하게 군사 교류를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 해병대가 지난해 6월 미국과의 단교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미국 해병대와 2주간 합동 훈련을 실시한 것을 들 수 있다. 대만 해병대 병력은 민간여객기를 타고 비밀리에 하와이로 이동했다. 무기와 장비도 민간 화물기에 실어 보냈다.

대만은 그동안 군사 자문과 교류 활동을 통해 미국과 동맹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미국은 정기적으로 영관급 장교나 퇴역 장성을 대만에 파견, 대만군의 연대 단위급 훈련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 게임, 피아식별 시스템 및 연락체계 구축, 미사일 발사 훈련에 이르기까지 자문단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미국은 대만군의 지휘·관리·통신·정보 등의 시스템을 미군의 모델과 호환될 수 있도록 변경, 전시 상황에서 미군과 대만군이 지휘 작전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만 해병대의 미국 훈련은 미국과 대만 간 군사체계의 일원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미국대만협회(AIT) 타이베이 대표부에 해병대 경비 병력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스티븐 영 전 AIT 대표는 트럼프 정부가 새 청사 경호를 위해 해병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대만과 단교한 이래 AIT 타이베이 대표부에 해병대를 배치하지 않아 왔다. 영 전 대표는 해병대 파병이 대만 측에 대한 약속이자 대만에 주재하는 미국 공관원이 응당히 받아야 할 대우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2005년부터 무관을 AIT 타이베이 대표부에 주재시켰지만 중국을 의식해 군복을 입지 않고 활동도 조심스럽게 하도록 해왔다. 미국은 전 세계 148개국에 주재한 해외공관의 경비를 위해 해병대를 파견해 왔다. 미국이 해병대를 배치할 경우 AIT 타이베이 대표부를 정식 외교공관으로 간주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미국과 대만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분열을 도모할 경우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80㎞ 떨어진 지역에서 발사된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대만 정부가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F-35B 스텔스전투기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적극 지지한다.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존 코닝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F-35B를 판매해 방공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두 의원은 서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동을 억지하기 위해 대만에 보다 현대적인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구입을 희망하고 있는 해병대용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짧은 활주로만 있어도 운용이 가능한 기종이다. 만약 대만이 F-35B를 보유한다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불침(不沈)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기 경보 레이더, 고속대방사미사일, 어뢰, 미사일 부품 등 14억 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각국에 자국 무기를 구입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온 만큼 대만 정부의 요청을 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는 또 잠수함 국산화에 나선 대만에 자국 기업이 잠수함 건조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허가했다. 대만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겠다고 말해왔음에도 실제로는 느슨한 조치만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또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북 독자 제재 조치도 거부해 왔다. 또 다른 목적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만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의 인공섬 군사기지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대만을 활용할 수 있다.

대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T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미국은 또 궁극적으론 중국의 분열을 도모할 수도 있다. 대만의 독립을 미국이 지원할 경우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등 소수민족들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에서 중국과의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지난 3월 21일 티베트 망명정부와 티베트인을 지원하는 데 사상 최대 규모인 연간 22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티베트 망명정부와 티베트인을 위해 600만 달러의 예산을 사용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만 카드 사용에 엄청나게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20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연설에서 “위대한 조국의 한 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될 가능성도 없다”면서 “대만 독립을 지원하는 어떠한 분리 세력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대만과의 통일 문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을 내세운 시 주석의 핵심 과제다. 시 주석의 대만 통일 추구는 자신의 영구집권을 합리화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대만 통일에 성공한다면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과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을 강대국의 반열에 올린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업적이 될 수 있다.

또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의 독립은 홍콩·마카오를 비롯해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등 소수민족의 독립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이 강조하는 핵심 이익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 만큼 대만 문제는 중국에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나 한국전쟁 재발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한다. 후쿠로 류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무역 문제에 비해 대만 문제는 중국 정부와 최고지도자에게 최우선 순위이고 정치적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류제이 중국 정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의 원칙에 기초해야 하고 미국도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며 “미국이 대만 카드를 쓰고 싶어 하는데 이 카드는 중국 인민 전체는 물론 대만 동포의 이익을 해치는 일로 중국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항모전단으로 대만해협 무력시위 나선 중국


▎2015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진행한 가상 전쟁 게임 보도 화면에서 붉은색과 흰색의 대만 총통부 모의 건물이 확인됐다.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경고가 나오자마자 3월 20일 밤 랴오닝호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해협에 급파한 것도 대만은 물론 미국의 대만여행법에 대한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지난 1월에도 두 번이나 정기 훈련 명목으로 대만해협 중간선에 인접한 항로를 항해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훙-6K 폭격기, 수호이-30과 젠-11 전투기, 조기경보기, 급유기 등은 편대를 이뤄 대만 섬 주위를 일주하면서 초계비행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 공군의 폭격기와 전투기들은 모두 실전에 대비해 무장한 상태였다. 앤서니 웡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중국 공군기들의 선회비행은 대만에 대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미국의 대만 카드에 맞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까지 하고 있지만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해 전쟁까지 벌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만 카드에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중국은 고심 끝에 ‘북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정부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강하게 요구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김 위원장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부인 이설주와 함께 특별열차편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시 주석은 북한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김 위원장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실제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베이징 도착 첫날인 지난 3월 26일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환영의식으로 의장대를 사열했다. 비공식으로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국빈급 대우를 해준 것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머문 1박2일 25시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7시간이나 만났으며, 만찬과 오찬을 함께했다. 시 주석 부부는 김 위원장 부부가 숙소인 댜오위타이를 떠날 때 의전 차량 앞까지 나와 배웅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모두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전통적인 유대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나의 아버지 시중쉰 부총리도 생전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총비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1983년 6월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아버지가 역전에서 맞이하고 모진 더위를 무릅쓰고 고궁 참관에 동행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전통적인 북·중 관계는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나의 첫 외국 방문 발걸음이 중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 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화답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북·중 혈맹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연결되고, 입술과 이가 서로 의존하는 관계”라며 “공통의 이상적인 신념, 두터운 혁명 우의가 양국 인민 공통의 소중한 자산이 돼 어떤 시련도 견뎌내게 했다”고 밝혔다. 이런 보도 내용으로 볼 때 김정은 집권 이후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복원됐다고 말할 수 있다.

장성택 처형의 앙금 뛰어넘은 중국의 ‘러브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3월 2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의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개최된 오찬에 참석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중 관계는 그동안 김정은이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서 소원해졌다. 시 주석이 북한과 중국을 과거의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며 이가 시리다)’ 관계로 복원시킨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만 카드에 대한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폴 헤인리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최근 대만여행법 시행과 무역전쟁으로 자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북한 카드’ 사용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미국이 중국에 대만 문제와 통상 압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에 중요한 외교 카드”라며 “험악했던 북·중 관계도 복원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고 분석했다. 스인홍 중국 정부 외교자문 및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무역이나 대만 문제 등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보복을 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또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칫하면 중국이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이나 패싱은 북한 핵 6자회담 때와는 달리 남북한과 미국 등 3자 구도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북·중 정상회담으로 ‘차이나 패싱’이 없다는 걸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의 의도는 미국에 대해 자국이 없으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왕장위 싱가포르국립대 법학원 교수는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빌려 미국에 중국의 협력이 없으면 북한 핵 해결은 불가능하고 한반도 문제를 빼고서 미·중 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 몸값을 올리고 협상력을 키우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에 따른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는 실현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비핵화 방법을 시 주석 앞에서 밝힌 의도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중국을 끌어들여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시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을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방법은 중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대만 카드를 막기 위해 제재 완화 등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김정은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등 북한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미·중이 대만과 북한을 놓고 지정학적 게임을 치열하게 벌일 경우 자칫 북한 비핵화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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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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