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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댓글 여론조작 ‘드루킹’은 누구? 

‘추장님’으로 불린 디지털 논객 예언서 앞세워 정치 욕망 키우다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2500명 경공모 회원을 ‘노비’에서 ‘우주’ 등 5등급으로 나눠 세력화…‘송하비결’ 근거로 일본 급변사태 대비해 회원 중 총영사 내보낼 계획 세워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는 드루킹과 그를 추종하는 회원들의 아지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공모 회원 수십 명이 수시로 드나들며 온라인 활동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그래픽·연합뉴스
"자신을 온라인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드루이드의 왕으로 여기고 현실 세계에서도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49)씨를 두고 평소 그의 글을 모니터링해 왔다는 한 네티즌의 말이다. 김씨의 온라인상 닉네임 ‘드루킹’은 유명 컴퓨터 게임 ‘월드오브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루이드라는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다. 드루이드는 고대의 마법사로 소환과 변신술에 능수능란하다. 김씨는 스스로를 이런 드루이드의 왕(킹)으로 칭한 것이다. 김씨는 닉네임 드루킹을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계정(D_ruking) 등에서 사용했다.

김씨는 원래 회사생활과 개인사업을 하며 경제와 투자 분야에 큰 관심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쓴 책 [드루킹의 차트혁명]에서 자신을 ‘외환, 상품선물 트레이더’이자 ‘개인투자가 겸 차티스트’라고 소개했다. 또 D그룹 산하 K개발 주식회사에서 근무했고, ㈜Venlux 상무이사, ㈜Lightworks 대표이사라고 경력을 밝혔다. ㈜Venlux는 2004년 조명기구 도·소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현재는 해산됐다. ㈜Lightworks는 별다른 법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투자 전문서를 펴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러분에게 소개하려는 길은 그것(기존의 방식)과는 약간 다른 길이다. 많은 경제적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도, 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경제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남의 견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을 보는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 용어 등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탓에 호응하는 독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 대폭락론을 주장하는 그의 논리가 황당하다거나 그가 쓴 책이 수준 이하라고 평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후 그는 2010년부터 2018년 2월까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출판단지에 위치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이 출판사에서 낸 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판사 간판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회원들과 함께 온라인 활동에 필요한 사안을 논의해 온 근거지로 활용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한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온라인 정치평론 매체인 [서프라이즈]에서 ‘뽀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당시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포함해 정치 관련한 다양한 칼럼과 분석들을 쏟아내며 일종의 ‘진보진영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뽀띠’ 김씨는 여러 글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외교력을 치켜세웠다.

그가 온라인상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9~2010년 2년 연속 네이버 시사·인문·경제 분야의 파워 블로거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앞서 소개한 경제 관련 서적을 펴낸 것도 이러한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성향인 김씨는 이때부터 친노 정치논객으로 활동했다. 그의 블로그 방문자는 하루 평균 2000~4000명 정도였고, 최근까지 총 방문자가 10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글귀를 걸었다. 평상시 그의 성향과 지향점을 짐작케 한다.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하던 그가 인터넷 정치논객으로서 본격적으로 주변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께로 보인다. 탄핵과 촛불시위 등 요동치는 정국 상황과 맞물려 김씨가 블로그에 쓴 글들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블로그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둔 2017년부터는 페이스북 활동을 시작했다. 대선 직후인 2017년 7월부터는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하고 싶은 거 다 해’ 등의 제목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되던 날 만든 ‘경공모’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의 주범으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49)씨는 네이버에서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진보 성향의 논객인 그는 이 블로그에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남겼다. 현재 블로그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는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경제 쪽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경제적 공진화 모임’에 공을 들였다. 회원들은 이 모임을 줄여서 ‘경공모’라고 부른다. 회원 수는 2500명에 달했다. 경공모는 적폐세력인 재벌을 해체하고 진정한 경제적 민주화를 실천하는 프로젝트 모임이다. 소액 주주들이 단합해 주식 의결권을 확보하고 부도덕한 재벌 오너를 몰아내야 한다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가 경공모를 만든 날은 2014년 2월 9일이다. 그는 이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2월 10일 밤 블로그에 경공모 출범을 알리는 글에서 “고부에서 전봉중에 의해 봉기한 ‘동학농민혁명’이 꼭 120년째 되는 어젯밤 ‘열린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을 만들었다”며 “2009년부터 5년 동안 함께 열심히 준비해 왔던 수백 명의 멤버가 깨어있는 시민들을 모으고, 이들을 조직화해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그가 이날 올린 글의 주요 내용은 이랬다.

“(…) 정치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 의결권을 모아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하나의 기업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보일 것이다. 우리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광범위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재벌의 핵심 회사 하나가 쓰러지면 그 파장은 경제시스템을 강타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아니다. 여러분에게 돈을 원하지 않는다. 경공모가 원하는 것은 적어도 주식 10주의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지금껏 버려져 왔던 그 주식에 딸린 ‘의결권’을 2년만 맡겨 달라는 것이다. (…) 조선 말 민란의 시대 ‘장길산’이나 ‘임꺽정’처럼 우리는 법을 어기지는 않지만 그 본질은 ‘화적떼’가 돼 이 썩은 세상을 향해 포효할 것이다.”

그는 네티즌들이 이 모임의 성격을 이상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합법적 수단을 강조했다. 또 정치 집단도, 사이비 종교단체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이런 다짐은 변질돼 갔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대선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하며 정치권 유력 인사에게 그 대가를 받아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정치 개입을 시도한 것이다. 또 마치 비밀결사와 비슷한 형태로 경공모를 운영하며 자신은 회원들 사이에서 종교 지도자와 같은 절대적 카리스마를 지닌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데까지 나갔다. 또 거창하게 내세웠던 소액 주주 운동 사례도 없었다.

경공모에서 활동한 한 회원에 따르면 이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드루킹의 강의를 듣거나 유명 정치인 등 외부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기회도 가끔 가졌다고 한다. 회원 중 300~500명 정도가 이런 강연 모임에 참석했다. 또 김씨를 포함해 30여 명의 핵심 회원은 수시로 파주 사무실에서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공모에 가입하게 되면 회원은 온라인 활동 실적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됐다. 김씨는 회원들에게 ‘추장님’으로 불렸고, 신입회원에게는 ‘노비’ 등급이,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김씨에게 신뢰를 얻은 회원에게는 가장 높은 등급인 ‘우주’가 부여됐다. 이제 막 회원에 가입한 이들을 ‘노비’로 부른 것은 정신적 ‘노비’나 다름없는 일반 시민이 스스로 자각을 통해 주인이 되는 날을 꿈꾼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평소 쓴 글을 보면 이런 의도가 묻어난다. 2015년 경공모 게시판에 김씨가 올린 글에서는 억압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을 ‘21세기 노비’로 칭하며 불의에 맞서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서 여러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유를 누리고 살고 있기는 한 것입니까? 오히려 여러분의 삶은 조선시대의 노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바로 그들의 삶이 아닙니까? (…) 제가 블로그의 여러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외치는데, 그 깨어 있다고 하는 것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현실을 깨달으라는 말입니다. 냉정하게 자신을 둘러보십시오. 과연 나는 자유인이며 내 의지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 별 수가 있느냐고요? 맞습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무엇을 바꿀 수 없는 삶, 그것이야말로 노비의 삶입니다. 진실인즉 여러분은 노비입니다. 21세기의 노비입니다.”

‘자미두수’ ‘송하비결’ 등 예언에 심취한 논객


▎드루킹은 경공모 모임에 막 가입한 신입회원들에게 ‘노비’ 등급을 부여해 관리했다. 그는 이들에게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주문했다. 드루킹이 신입회원들을 상대로 블로그에 남긴 경공모 활동 소개 글.
그는 이 글에서 자신이 경공모를 만들고 회원들을 조직화하려는 의도와 필요성에 대한 일단의 생각도 은근히 내비쳤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경공모 회원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김씨는 이를 위한 역사적·논리적 근거로 조선시대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혁명적 사상가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끌어들였다.

“조선 최고의 사상가 중 한 명인 허균은 대중을 셋으로 분류했다. 기득권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해 처먹든 자신의 삶에 큰 관계가 없다면 외면하고 모른 척하면서 자신의 이익이 되는 것에만 민감한 자들을 항민(恒民)이라고 했다. (…) 또 하나는 원민(怨民)인데 등가죽이 벗겨지도록 혹사당하면서 그것에 늘 불평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부류다. 노조라든지 아고라, 시민사회도 작금에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 오로지 호민(豪民)만이 이 세상을 바꿀 운명을 가진 무리다. 호민이란 쓸데없이 목청을 높이고 시시때때로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시위를 하는 자들이 아니다. 묵묵히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두움 속에서 눈빛을 빛내며 용기를 가지고 있지만 무모하지 않고 자신과 뜻이 같은 무리들을 끌어모아 조직화하는 자들이다.”

김씨는 글 말미에 이 시점에서 왜 ‘깨어 있는 시민’을 조직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를 내세웠다.

“인터넷은 2012년 대선부터 아니 그전부터 저들(보수세력)에게 완전하고 확실하게 장악당했다. 모든 언론과 방송, 인터넷이 저들의 세상이 됐다. 일베충 같은 놈들을 양산해 혼란을 조장함으로써 보통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유도할 만큼 저들은 진화했다. 적들은 진화해 왔는데 우리는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 또한 진화해야 한다. (…) 절대적인 신뢰와 일사불란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그래서 남들이 촛불시위니 대선 부정선거 반대시위에 나설 때도 우리는 묵묵히 조직화에 박차를 가했다. (…) 이제 우리가 복수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한다면 저는 여러분에게 진정한 복수가 이뤄지는 것을, 진정한 힐링이 되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

디지털 정치논객으로서 그의 이런 글은 일부 네티즌과 회원들의 큰 공감을 샀고 마치 지도자나 교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글 자체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독특한 종교관과 미래를 점치는 능력에 관심을 갖고 신기해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는 블로그 프로필에서 자신을 “불교철학과 자미두수(紫微斗數)를 취미로 삼고 원칙과 상식을 좋아하고 이승만과 친일파를 싫어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내비쳤고 ‘자미두수’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회원들에게 전파했다. 중국 도교에서 유래한 점술인 자미두수는 100여 가지 이상의 별로 이뤄진 명반으로 사람의 운명을 점친다. 김씨는 자미두수를 운명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학문이라고 평했다. 그는 풍수지리에도 관심이 있어 광해군이 추진했던 ‘교하 천도론’을 지지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해 파주시 교하로의 천도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그가 회원들과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을 한 장소로 의심받는 출판단지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 바로 교하다. 김씨는 또 현대그룹이 일명 ‘왕자의 난’으로 갈등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을 풍수지리학으로 이미 예측했다고 주장했고, 롯데를 친일 기업으로 단정한 뒤 롯데가 무너지는 이유를 풍수지리학적인 시각으로 풀기도 했다. 그의 이런 독특한 생각들은 회원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관심을 끌며 지지를 받았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그가 끌어들인 ‘송하비결’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송하비결은 조선 헌종 때 한 도인이 조선조 말부터 120년 뒤까지를 2800여 개의 사자성어로 예언한 비결서다. 시중에는 이미 송하비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책이 나와 있다. 김씨는 기존에 나와 있는 송하비결의 해석이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이를 재해석해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바로 일본의 몰락을 송하비결을 통해 예견한 글이었다. 김씨가 여권의 실세 정치인이던 김경수 의원을 통해 집요하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본이 천재지변으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자신이 신뢰하는 인사를 일본으로 보내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황당한 생각을 현실화하려 했던 것이다.

민주당 지지사들 사이에서도 드루킹 평가 엇갈려


▎드루킹은 2014년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경공모 관리에 공을 들였다. 드루킹은 자신의 인사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경공모 회원들과 채팅을 하며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자신의 송하비결 재해석을 내세웠다. 그가 쓴 ‘도카이 대지진과 서해의 융기’라는 글에 이런 생각의 일단이 나와 있다. 그는 이 글에서 1992년부터 2040년까지 48년 동안 일본은 화산 폭발,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지진은 2017년 말, 201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나 일본은 서서히 침몰하고 그 영향으로 2020년까지 서해가 융기해 우리 영토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공모 한 회원은 “드루킹은 예언서를 근거로 일본이 침몰 상황에 직면하면 일본인들은 한반도나 만주로 이주할 수밖에 없고 이때를 대비해 일본의 정치인과 재계 인사 등과 끈을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을 일본 현지로 보내야 한다고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은 다소 황당하게 여길 수 있지만, 송하비결을 근거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미리 예견해 맞췄다고 해 일부 회원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며 대단한 능력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의 이런 독특한 가치관을 경공모 회원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며 온라인 세력화를 꾀했고, 한편으로는 이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는 데 필요한 유력한 정치인과 친분을 맺기 위해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를 아는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때로는 같은 진보세력 내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들, 추미애·이재명·박원순 등을 비토하기도 했다.

최근 경공모의 한 회원은 CBS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드루킹이 회원들에게) 대선이 끝난 후 (김경수 의원과) 연락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김 의원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고 그 이후부터 (현 정부와 김경수 의원 등에 대해) 비판으로 돌아섰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드루킹 김씨는 주로 김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이런저런 요구를 집요하게 했다고 한다. 이 회원은 또 “(회원들 사이에서 경공모는) 비밀결사다라고 얘기한다”며 “조직 내 배신자는 끝까지 쫓는다는 얘기를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회원 대다수는 선의를 갖고 이 모임에 가입했지만 (나중에) 좀 변질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김씨의 글을 자주 보고 많은 공감이 갔다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거침없이 입바른 소리를 하던 진보 진영의 디지털 논객의 삐뚤어진 야망 때문에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씨는 평소 여권 인사들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워 지지하기도 하고 깎아내리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의 행태를 보였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평했다.

-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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