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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기획] 여야 치명적 아킬레스건은 ‘바로 여기!’ 

발목 잡는 ‘모래주머니’, 벗어던질 수는 없을까 

최경철 매일신문 정경부장
민주당은 안희정·김기정 쇼크에 ‘표 떨어질라’ 노심초사… 한국당은 올드보이들의 귀환, 바른미래당 등은 구인난 심각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여야가 필승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향후 정국 주도권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여야는 아킬레스건 감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좀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는 생물’이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뀔 즈음 치러지는 선거에서 어느 당이 웃을까


▎여야 당대표들이 4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2대 회장 취임식 및 서포터스 출범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 사진:오종찬
올해 초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싹쓸이를 생각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배경으로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 제패를 노렸던 것이다.

1월 23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청와대 오찬 회동은 이러한 정부여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행사였다. “부산·경남·울산에서 이기면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것” “경남 동부 지역(창원·양산·김해 등)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경남 서부 쪽도 좋아지고 있다” 등의 발언이 참석자들 입에서 잇따라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민주당의 세력이 약한 PK(부산·경남)에서 이번만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해설이었다.

“대구시장을 내주면 한국당은 문 닫아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대구시장에 후보를 잘 내서 한국당을 문 닫게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TK(대구·경북) 공략도 생각할 만큼 민주당의 힘이 커졌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불과 몇 달만에 곳곳에서 변수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무적’일 것 같던 민주당이 최근 잇따라 강펀치를 얻어맞고 있다. 충남지사 경선 과열에 대한 걱정이 나온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논란이 터졌고, 경선 과정에서도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갑질 외유 논란, 교육부의 대학입시 발표안 등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사람들의 고개마저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속이 타 들어간다.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도전자 한국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인 4월 10일 광역단체장 후보 진용을 확정했지만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흘러간 옛 인물을 불러와 올드보이 선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공천에 대한 당내 불만,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안감도 크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냈을 뿐,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이후 당의 존폐를 걱정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당선권으로 분류되는 후보가 도대체 누구냐”는 물음표를 달고 있다.

코앞으로 닥친 6·13 지방선거,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찬 채 뛰고 있는 각 당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민주당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4월 1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사진:김경빈
민주당은 속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러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이 4월 초부터 불거지면서 곳곳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당원들의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함께 총력 방어에 나섰지만 김 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계속해서 커져 갔다. 당내에서는 김 원장이 너무 오래 버텨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규정상 국회의원이 외국에 갈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한들 국민들이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김 원장이 과거 국회에서 피감기관들을 상대로 호되게 쏟아낸 발언들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불만도 많다. 청와대에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건의하면 되는데 당 지도부가 엉거주춤 버텼다는 점에 대해 당원들이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찬사 일색이던 청와대에 대한 당내 인식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가 김 원장의 사퇴 불가 방침을 고수한 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지난해 5월 대선의 2차전으로 규정했다.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4월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고 표를 주셨다. 저희도 엄중하게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번 지방선거를 직결시킨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뛰는 후보들도 ‘문재인 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이를 활용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온 동네에 문 대통령의 사진만 보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4월 중순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김기식 원장 사퇴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졌는데 결국 청와대가 고집을 부린다는 당내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지표에서 전달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입제도 개편 방안이 발표됐는데 수많은 옵션을 그냥 내던져 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다. 개헌 등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가 아닌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자리·교육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악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판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작은 누수가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정밀하게 수치를 통해 여론을 보고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가벼이 여긴다”며 “민주당이 지금까지 잘 달려 왔다는 것을 우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민주당 지지세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예선이 곧 본선…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월 4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예선이 너무 치열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워낙 높다 보니 경선 주자들 간에 과열경쟁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세게 붙었다는 광주시장·전남지사 경선에서는 매일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강기정 예비후보는 4월 5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전두환 비서로 있었던 사람이 촛불혁명 이후 첫 광주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경선 경쟁자인 이용섭 예비후보가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권의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경력을 비판한 것이다.

강 예비후보는 5·18 민주묘지에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으로 이동하던 도중 길바닥에 묻혀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기념비를 발로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당원과 후보 간 고소전도 벌어지는 등 심각한 경선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한 신정훈 예비후보는 4월 5일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록 예비후보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여론을 조작했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예비후보가 4월 4일 보도자료에서 “추미애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이개호 전남도당 위원장 등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면서 ‘김영록 대세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 예비후보 측은 이에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며 맞섰지만 후보간 갈등 강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역시 경선전이 치열한 경기도에서도 고발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은 4월 8일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가 같은 당 이재명 예비후보 부인의 계정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선거관리 위원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08_hkkim’이란 계정의 트위터와 관련 “저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인 비방이 있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훨씬 더 패륜적인 내용이 담긴 트위터였다”면서 “법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논란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논란 종식을 위해 이 후보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여 그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패륜적인 글을 썼는지 확인하려고 경기도선관위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08_hkkim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는 4월 3일 전 의원을 향해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이 계정의 주인이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와 영문 이니셜이 같다는 점 등의 이유로 김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4월 5일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 인터넷과 SNS상에서 제 아내를 향한 허위사실에 근거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내는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아내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고 반박했다.

충남지사 민주당 경선도 양상은 비슷하다. 충남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행 파문으로 사퇴하고, 유력 주자 중 한 명이자 안 전 지사의 측근이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여러 의혹에 시달리다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를 두고 후보들 간 알력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나친 과열 양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시·도당은 물론, 중앙당이 엄정한 관리와 중재를 하고 있어 큰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칫 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 극심한 구인난, 대안은 ‘그때 그사람’?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이종혁 전 최고위원(왼쪽 사진)과 안상수 창원시장.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가장 앞선 4월 초 광역단체장 후보자 진영은 꾸렸지만, 한국당은 기초선거 후보를 구하지 못해 오랫동안 애를 먹었다. 민주당 경우 수도권에서는 물론, PK 등 전통적 보수 텃밭 지역에서조차 후보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한국당은 ‘근거지’로 여기는 TK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극심한 인물난에 처했다.

지방선거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조차 단 한 명의 제대로 된 지원자도 구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홍정욱 헤럴드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홍 회장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고사 의사를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마찬가지였다.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도 영입 대상이 됐지만 손사래를 쳤다.

홍 대표에 대한 재신임의 성격도 띠게 된 경남지사 자리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박완수·윤한홍 의원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해 공천 자체가 난산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4월 16일 현재 서울시장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공천된 것을 비롯해 ▷부산 서병수 ▷대구 권영진 ▷인천 유정복 ▷대전 박성효 ▷울산 김기현 ▷세종 송아영 ▷ 경기 남경필 ▷충남 이인제 ▷충북 박경국 ▷경남 김태호 ▷경북 이철우 ▷강원 정창수 ▷제주 김방훈 등이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광주시장·전남지사·전북지사 후보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가장 취약한 대구시장 선거에서조차 3명의 후보가 경선을 벌일 정도로 후보가 넘친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호남에서는 한국당 지지율을 보고서는 아무도 손을 안 든다.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라면 떨어지더라도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주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야당이라 불가능하다. 답답한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가까스로 구한 후보자 명단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원내정당 가운데 가장 빨리 광역단체장 후보 진용을 완성함으로써 본선 준비도는 높아졌지만, 내용면에서 “과연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맞느냐”는 물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국의 인재를 모으겠다”고 했지만 가장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후보조차 새 인물이 아닌, 지난 총선에서 낙선까지 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낙점했다.

뿐만 아니었다. 충남지사 후보 자리는 만 일흔이 넘은데다 대선에도 수 차례 낙선했던 이인제 전 의원을 공천했다. 이로 인해 “한국당 공천은 올드보이 공천”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중형을 받은 상황에서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충남지사 후보인 이인제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이에 한국당이 다시 박근혜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공천 잡음도 또 다른 분란을 가져올 뇌관이 되고 있다. 홍 대표의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PK에서는 각각 부산시장과 창원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과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했다. 한국당이 확실한 텃밭이라고 여기고 있는 TK에서도 대구 남·동구와 달성군 등지에서 공천 탈락자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현역 단체장 공천이 배제된 경북 도내 시·군에서도 반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출마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당의 고질병 ‘CEO 리스크’


▎광주광역시장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 강기정(왼쪽 사진)·이용섭 예비후보.
민주당은 임기가 많이 남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확실한 리더십이 서 있는 반면,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당내 견제가 심한 것이다.

결국 홍 대표에 대한 당내 견제가 이른바 ‘CEO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울러 지방선거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당내 목소리가 얽히면서 언제든지 갈등이 표출될 경우 표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걱정이 한국당 내에 존재한다.

홍 대표는 확실한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일사불란한 지휘에 어려움이 크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TK와 PK에 동시에 발을 얹어놓고 상황에 따라 “여기가 내 근거지”라고 하지만, 어느 쪽에서도 그를 확실한 맹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홍 대표는 TK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 이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4월 12일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텃밭에서 신뢰 상실 우려가 번지고 있다.

홍 대표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며 당협위원장직을 내던지겠다는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 대표가 험지(險地)를 피해 대구를 피신처로 삼았다”는 부정적 여론에 봉착할 가능성이 생겼다.

스스로 TK 발전협의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약속 또한 당협위원장 명분 쌓기용 ‘쇼’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리를 소중히 하는 TK 정서를 자극함에 따라 또 다른 후폭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것이다.

홍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는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견제도 홍 대표의 난제다. 한국당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4월 12일 모임을 가진 뒤 홍 대표를 또다시 공격했다. 모임에는 심재철·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정진석 의원이 참석했다.

이주영 의원은 “홍 대표의 근본적 변화를 계속 요구하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모임에서 이들 중진은 홍 대표에게 ▷민주적 당 운영 ▷지지율 제고 대책 제시 ▷진중한 언행 ▷인재영입 주력 ▷조기 선대위 구성 ▷당 언로 확보 ▷공천 투명화 등을 촉구했었다.

이들은 이날 “공천자대회를 하고 나면 이른 시일 내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새로운 인물들도 영입하고, 우리 당의 간판을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받는 그런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홍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의 조기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홍 대표를 향해 직격탄도 날렸다. 심 의원은 “당 지지율 제고를 위해서는 독단과 불통의 이미지를 희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선대위를 조기에 발족하고 홍 대표 자신은 잠수를 타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기준 의원은 “(앞서 제시한 요구 사항에 더해)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말씀이 일절 없어 실망감이 보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는 중진들과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등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성격상 근본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의 기존 행보를 홍 대표가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내 갈등 봉합 기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 당직자들의 걱정이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 준비 부족에다 존재감 부족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4월 8일 서울 종로구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안 후보에게 운동화를 선물하며 끈을 묶어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외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원내에 입성해 있는 다른 정당들의 존재감은 미미하기만 하다. 이들 정당이 다당제 체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후보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당을 만든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지방선거 준비가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바른미래당 경우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 전 대표를 냈지만 좀처럼 바람을 타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한 당직자는 “기본적으로 살림이 아직도 따로인 것이 문제”라고 했다. 두 당이 통합했지만 공보 기능만 통합 초기부터 합쳤을 뿐 당사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따로국밥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바른미래당의 직원 수가 제1야당 한국당보다 훨씬 더 많은 기현상도 빚어졌다.

결국 따로국밥 살림은 바른미래당이 언제든 다시 쪼개질 수 있다는 내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거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당이 어떻게 될지 몰라 양측이 옛 조직을 그대로 유지해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불안처럼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한자릿수를 맴돌면서 통합 전의 기대치(20%)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지지율이 낮으니 광역단체장 후보로 뛸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한두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선거는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낮은 지지율 탓에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천에서 연구와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안철수 후보의 서울시장 공천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 당 내부의 목소리다. 바른미래당 한 당협위원장은 “서울에서의 인기를 따져 보면 오히려 유승민 대표가 안철수 후보보다 낫다. 그래서 유승민 서울시장, 안철수 대구시장 카드를 쓰자는 얘기가 3월에 나왔다”면서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대구 지지율이 한때 50%까지 올라갔다. 한국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대구 사람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는 유 대표가 한국당의 대안 세력이라고 보수층은 본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이런 길을 가지 않고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서울에서 다자구도로 겨뤘을 때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걱정을 토로했다.

공동교섭단체를 꾸렸지만 선거연대로까지 확장성을 갖추지 못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딜레마를 안고 있다. 원내 활동에서는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선거연대로까지 공조를 확대할지에 대해 4월 중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양당의 지방선거 전략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연대가 어려운 이유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계산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민주평화당은 자당 영토를 정의당에 내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 독자적인 생존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평화당의 입장이다.

김경진 평화당 상임선대위원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호남권에서는 정의당과 저희 평화당 사이의 선거연대는 불필요하고,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후보들이 확정이 안 돼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전국적인 범위에서 당과 당의 선거연대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당 역시 공동교섭단체 구성 과정에서 지역 당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런 연장선에서 선거연대까지 하기엔 당 지도부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출신 정치 컨설턴트는 “결국 이번 선거는 수도권과 PK가 최대 승부처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범여 대 범야의 일대일 구도도 예상된다”며 “민주당이 다른 지역에서 싹쓸이하다시피 하더라도 수도권과 PK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겼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최경철 매일신문 정경부장 koala@msnet.co.kr

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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