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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財테크 | 고란의 ‘알(면)쓸(모있는)신(기한)재(테크)’(1)]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가 뭐길래 

공매도 폐지 청와대 청원 닷새 만에 20만 명 넘어서... 공매도에 분노한 셀트리온 주주들 전쟁 중… 순기능 있지만 제도 보완 필요 

고란 중앙일보 기자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 파문이 난데없는 공매도 폐지운동으로 확산 중이다. ‘악의 축’이라는 험악한 표현까지 써가며 공매도를 성토하는 개미 투자자 수가 적지 않다. 정말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일까. 개미 투자자들이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매도 이야기 A부터 Z까지.

▎삼성증권 배당 사고의 불똥이 공매도 폐지운동으로 옮아 붙었다. 개미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유령 주식을 발행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온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특별점검이 시작된 4월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삼성증권 지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상주식’. 4월 6일 벌어졌던 삼성증권 배당 사고를 비꼬는 말이다.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했다. 그 결과 ‘근본 없는’ 28억 주가 생겨났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여 주를 팔았다. 발행주식(8930만 주)과 발행한도(1억2000만 주)를 훨씬 넘어서 애초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일부는 거래됐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비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논리는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가상통화’라고 부른다. 허상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돈을 떠올리는 ‘화폐’ 대신 중립적인 느낌의 ‘통화’라는 단어를 쓴다. 이마저 폰지 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쪽(박상기 법무부장관 등)은 ‘가상증표’라고도 부른다. 주식은 실체가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번 배당 사고를 통해 증권사 직원의 버튼 조작 하나만으로도 주식이 발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간 실체가 없는 주식이 발행돼 유통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에 싹텄다. 의심은 가능성을 보태 확신이 됐다. 증권사는 사기꾼이었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늘 지는 게임을 한 건 운동장이 기울어서였다는….

배당 사고의 본질과 관계없이 여론은 ‘공매도 폐지’로 수렴됐다.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지 닷새 만에 참여인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공매도 폐지 청원에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도대체 공매도가 뭐길래 이 난리가 난 걸까.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많다는 건 미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혹시 내가 투자하려는 주식에 버블이 낀 건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로 공매도 비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의 구조와 원리를 잘 파악하면 지지 않는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공매도가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賣渡)’는 의미다. 주식이 없는데 어떻게 팔 수 있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빌려와서 파는 방법이다. 대주거래와 대차거래를 통한 ‘차입 공매도’다. 간단히 말해 대주거래는 개인, 대차거래는 기관과 외국인이 쓰는 방법이다. 개인이 증권사나 한국증권금융(증권사들의 은행 같은 역할을 한다.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등을 통해 주식을 빌리는 방법이 대주거래다. 1969년 신용대주 제도가 도입되면서 개인들은 대주거래를 통해 공매도가 가능해졌다. 대차거래는 기관과 외국인들끼리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1996년부터 기관에, 1998년부터는 외국인에게 허용됐다.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공매도 규모가 커졌다.

다른 하나는, 일단 팔고 결제일(D+2일) 전까지 되사 갚는 방법이다. 빌린 주식이 없는데도 파는 것이니,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일단 팔고, 결제일 전(최악의 경우 D+3일 장 시작 전)까지만 사서 채워 넣으면 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됐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2000년 3월 29일 주가 하락을 기대하며 성도이엔지 주식 35만 주를 공매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올랐다. 4월 4일 장 시작 전까지 공매도한 주식 가운데 약 15만 주를 되사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결제 불이행의 위험 가능성이 크고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때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래서 흔히 공매도라고 하면 차입 공매도를 의미한다.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공매도를 허용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가격 급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공매도를 일시 중지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코스피 지수 세 자리를 보게 될 정도로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는 그해 10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8개월 뒤인 2009년 6월부터 비금융 주를 시작으로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다.

공매도와 전쟁 벌이는 셀트리온 주주들


▎공매도는 주식에 거품이 낀 건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다. 4월 3일 미 증시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 시황. / 사진:연합뉴스
원칙적으로 개인·기관·외국인 모두 공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 공매도 주체를 보면 개인 비중은 1% 안팎에 그칠 정도로 미미하다.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개인들이 주식 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주거래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제한적이다. 대여 기간도 90일 이내로 짧다. 또 빌리는 주식의 120~140%에 이르는 예치금을 담보로 쌓아야 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대차 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종목을 대량으로 1년간 빌릴 수 있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다.

4월 6일 잘못된 주식 배당을 확인한 16명의 삼성증권 직원은 일단 주식을 팔았다. 뒤늦게 회사에서 기관들과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렸다.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셈이다. 전산상 계좌에 숫자만 찍히면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간 증권사 및 이들과 결탁한 소위 ‘세력’들이 암암리에 무차입 공매도를 해왔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차입 공매도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한다. 전산오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주식 결제일은 거래 이틀 뒤다. 그때 유령주식이라 부도가 나기 때문에 공매도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6일 삼성증권 공매도는 약 59만주(약 227억원)로 평소보다 많이 늘기는 했지만 직원들이 매도한 501만여 주에는 훨씬 못 미친다. 유령주식이므로 공매도로 잡히지 않았다. 반면 이날 대차거래는 약 635만 주로 사상 최대로 급증했다. 삼성증권이 급하게 기관으로부터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빌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실체와 관계없이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에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휘두르는 공매도라는 칼에 언제나 피를 보는 건 개인이기 때문이다. 공매도하면 연상되는 주식은 셀트리온이다. 공매도에 눌려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게 주주들의 생각이었다. 특히 2012년 중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루머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서정진 회장은 2012년 12월 공매도 비중이 35%를 넘어서자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자사주 매입과 무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방어했다.

2013년 4월 16일, 서 회장은 갑자기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보유 지분을 모두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2년여 동안 공매도 금지 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95.4%)간 공매도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무한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공매도 세력을 기업의 노력만으로 막을 수 없다”며 “당국의 방치 속에 꿈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이튿날 셀트리온 주주동호회가 뭉쳤다. “악의적인 공매도 세력을 조사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4월 22일엔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셀트리온 공매도 의혹을 해소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금융당국이 꺼내든 조사의 칼날은 그러나, 공매도 세력이 아니라 서 회장을 향했다. 그해 10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매도는 정상적인 주식 거래이고, 서 회장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과 무상증자 등의 조치를 한 게 주가조작에 해당한다는 결론이었다. 대부분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2014년 5월 약식기소로 끝나기는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7월 서 회장은 “매각은 없던 일”이라며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공매도와의 전쟁에 가세한 소액주주들은 2016년부터 자발적인 모금활동 등을 통해 지난해 4월부터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검찰수사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악의적인 공매도로 인한 주식가치 피해를 적극 알렸다.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줄 것을 회사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2017년 9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서 회장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공매도를 피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떠나야 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내 별명이 ‘공매도’일 정도로 공매도 투사가 됐다”며 “이제 우리도 성장했으니 다 제자리에 올 것이라 보고 실적으로 주가를 견인하겠다”고 자신했다. 셀트리온은 실제 지난 2월 코스피로 옮겨갔다. 과연 공매도와의 전쟁은 끝났을까. 지난 3월 8일 약 140만주(약 4851억원)가 공매도 물량으로 쏟아졌다. 이날 매도 거래 가운데 공매도 비중은 18%에 달한다.

공매도 규제책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공매도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아 온 셀트리온은 지난해 9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서정진 회장이 주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6년 9월 30일엔 한미약품이 공매도 논란에 휩싸였다. 전날 장 마감 후 한미약품은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했다. 대형 호재를 반영,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전날 호재 때문에 주가가 올라 공매도가 나올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좀 심했다. 그리고 이날 9시 29분, 한미약품은 또 다른 제약사와 맺었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공매도 규모는 상장 이래 최대였다. 문제는 이날 공매도 물량의 절반이 악재성 공시 전에 쏟아졌다는 점이다. 내부 정보를 미리 안 세력들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검찰 조사가 이뤄졌지만 내부 정보를 유출한 직원들과 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처분한 개인 투자자들만 처벌받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투자자들은 한 곳도 처벌받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그간 공매도 규제를 도입하거나 손질해 왔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강화했고,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다. ‘공매도 포비아’에 시달리는 개인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공매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매도 폐지는 안 된다고 맞선다. 순기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주식에 거품이 낄 때 거품 형성을 막아준다. 악재성 정보를 주가에 즉시 반영해 적정 가격 수준을 맞춰준다. 둘째, 거래량이 늘어나 유동성이 좋아진다. 특정 주식을 사고 싶어도 팔려는 사람이 없으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잠재 매수자는 모든 투자자이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잠재 매도자는 주식 보유자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셋째, 공매도를 통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넷째, 공매도가 있어야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절대수익추구펀드 등 다양한 중위험, 중수익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선진 금융시장에서 공매도는 일반화된 투자기법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선진국지수 편입의 평가 항목으로 공매도와 주식대여를 넣는다. 공매도 법제화 여부가 시장 성숙도를 측정하는 항목 중 하나다.

여론은 들끓지만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폐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차선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개인들도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처럼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 된다. 예치금 담보 비율을 낮추거나, 빌리는 기간을 좀 더 늘려주고, 공매도를 위해 거래되는 전체 주식의 일부를 개인 투자자 몫으로 남겨놓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개인들이 공매도를 활용하기 어렵다면 기관·외국인들의 공매도 전략을 분석해 수비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종합 포탈 사이트’를 만들었다. 종목별 공매도 거래정보, 공매도 잔고정보,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정보 등 제반 투자지표를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개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공매도 투자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8월 창업한 트루쇼트(http://trueshort.com)가 대표적이다. 공매도, 대차거래 활동 및 그 비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목별 공매도·대차기준 등급을 공개한다. 또 자체적으로 모든 상장기업 대상 종목별 대여수수료율 등급을 분석해 공개한다.

공매도는 아니지만 공매도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 플랫폼도 있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대상을 선택해 투자 원금의 100%까지 공매도를 가능하게 한 상품을 내놨다. 투자자가 최대 5종목까지 선택하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복제한 파생결합증권(ELS)을 증권사가 발행해 투자하는 구조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 쓰는 전략이다. 공매도가 어렵다면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할 수 있다.

※ 고란 - 2003년 중앙일보에 입사, 경제부에서 금융팀을 맡고 있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은행에 몸담은 걸 빌미삼아 ‘반 금융인’이라고 주장한다. 재테크 분야 취재를 밑천 삼아 [여자 재테크, 쇼핑하듯 즐겨라] [굿바이 빚] 등 책을 썼다. 최근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열어갈 토큰 이코노미에 관심이 많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고란의 어쩌다 투자’ 코너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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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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