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너의 이마 위에 흐르는 강 

 

김정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남북을 가르는 임진강 위를 가마우지 한 마리가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다. / 사진:박종근
낮과 밤이 함께 달려가는 임진강
강의 늑골 어디쯤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어머니

사방으로 닫힌 물의 빗장을 열지 못해
결국 돌아서는 밤이 많았다

헤어진 이름을 수없이 부르던 핏빛 음성이
옹기종기 꽃대궁처럼 붉게 필 수 있을까
가마우지 한 마리 죽음 힘을 다해 강을 건넌다
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맹렬히 날아가는 새는 빛처럼 가벼워지나
65년 동안 안개 자욱했던 강물에 수백 개 해가 뜨고
너의 이마 위에 흐르는 강
물의 빗장이 조금씩 열리는 저 푸른 두근거림을
어떻게 새겨야 할까

어머니의 슬픔을 지워나가듯
그리고 나아가기 위해 한 발 한 발 더 깊이 흐른다

지금은 꽃이 피기 좋은 때, 곧 봄이 시작될 것이다

※ 김정임 - 2002년 문예계간지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했다. 2012년 미네르바작품상, 2015년 서정주문학상을 받았다. [붉은사슴동굴] [달빛 문장을 읽다] 등의 시집이 있다.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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