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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별기획 | 정밀분석] 북·미 정상회담의 6월 지방선거 파급효과는? 

‘평화 열기’가 ‘민생의 고단함’ 녹여줄까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여권, 지방선거 압승 통해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 완수 … 야권, 경제·민생 지렛대 삼아 유권자 견제 심리 자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5월 10일 대전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대전·세종 필승결의대회에 참석, 각 후보들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6월 13일 지방선거는 야당에 ‘역대급 어려움’이 아닌가 싶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보수 야당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이렇게 묘사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바닥인 데다 선거 하루 전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비핵화 합의 강도와 수준에 따라서는 아예 절벽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풍경이다.

올 상반기 내내 불어닥친 북한발 훈풍은 여권에 더할 수 없는 우군 노릇을 톡톡히 한다. 남북 화해 무드와 핵 없는 한반도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80%에 육박한다. 두 번의 정상회담이 나머지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지방선거의 유일한 변수가 정상회담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박 교수는 “역대 선거에서 상수(常數)로 작용했던 변수들이 이번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보 이슈가 워낙 강력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통에 민생·교육 같은 고전적 쟁점들이 힘을 받지 못하는 선거로 가고 있다. 내치(內治)의 핵심이라 할 경제나 교육 등의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간 썩 잘한 건 아니다. 야권이 정부의 책임을 물을 만한 소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워낙 높은 데다 민생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촉발할 세력도, 분출구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던 한반도가 올 들어 평창 겨울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 모드로 급반전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그랬듯 6·12 북·미 정상회담도 국민의 시선을 휘어잡을 전망이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한이 반발은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세계사적 대전환, 국운 융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미 정상회담은 무조건 성공적으로 포장될 것이라고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전망한다. 그는 “트럼프가 여차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엄포 전략”이라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최대한 성공작으로 홍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짚었다. 북·미 정상회담 다음 날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야당에 일방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평론가는 “야당에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예측했다.

자유한국당이 간과한 한·미 밀월 관계


▎민주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 압승을 노린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은 공교롭게도 6·13 지방선거 하루 전에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예측을 불허하는 스타일이라 흥미를 더한다는 게 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인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의 관전평이다. 임 교수는 “자칫하다가는 지방선거가 정상회담에 가려지면서 잊혀진 선거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가 두 번의 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임하는 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배경을 이룬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 진영 후보가 진보 진영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린다. [한국일보]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경남·경기·부산·인천·충남 6개 지역 성인 남녀 8000명씩 총 4800명을 대상으로 5월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50% 안팎의 지지율로 야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여당 후보들이 얻은 지지율은 서울 53%, 경남 46.2%, 경기 56.9%, 부산 51.8%, 인천 46.3%. 충남 46.8%에 달했다. 이에 맞서 야당 후보들은 서울 15.2%(바른미래당), 10.5%(자유한국당), 경남 27.8%(자유한국당), 경기 17%(자유한국당), 부산 20%(자유한국당), 인천 18.3%(자유한국당), 충남 20.4%(자유한국당)에 그쳤다.

한국리서치가 5월 8~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국정지지율이 83.1%에 달했다. 가장 잘 수행한 대선공약으로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5%에 이른다.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49.6%)이 자유한국당(10%), 바른미래당(4.7%)을 압도했다. 이처럼 시점을 달리하는 두 개의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모드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으며, 야권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견제론은 힘을 못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런 관점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5월 13일 자유한국당 서울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그는 “남북관계는 추상적이어서 국민 개개인에게 구체적으로 떨어지는 게 없다”면서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70%를 넘어선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50%를 오가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엉터리 여론조사의 산물이라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홍 대표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리 어리석지 않다”며 “정말 민심이 그런지 지방선거 투표를 한번 해보자”고 결기를 세웠다.

홍 대표는 특히 과거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결과적으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당(당시 한나라당)에서 민국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보수 우파가 분열됐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은 선거 직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공개했다. 선거는 해보나 마나 민주당 압승이라고 얘기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가 압승했다.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판을 흔들고자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가 남북 정상회담쇼를 열었다. 그해 대선에서 어떻게 됐나? 우리가 압승했다.” 역대 선거 결과로 유추해 볼 때 남북 이슈는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4·27 정상회담은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간과한 듯하다. 바로 미국과의 협력 관계 설정이다.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은 구경꾼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긴밀한 교감 속에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과거와 달리 한국 내 남남 갈등의 소지가 크게 줄었다. ‘민족 우선’이니 ‘동맹 우선’이니 하는 대립 구도는 설 자리를 잃었다. 보수층조차 여권의 안보위기 타개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상황이라고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은 지적한다. 서 원장은 “국민들은 안보 이슈를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닌 민족의 문제, 평화의 문제로 본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과거의 잣대로 현재와 미래를 재단하다가 국민의 신뢰를 까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준표, 여권의 덫에 치였나?


▎일명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펼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를 격려 방문한 홍준표 대표.
최근까지도 자유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공격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유한국당은 건수만 잡으면 트집잡는 정당쯤으로 비쳐질 소지도 다분하다고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교체 전에는 주로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지금은 그 이미지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한 전략통은 안보 국면을 대하는 홍 대표 스탠스를 일면 이해한다면서도 절제하지 못하는 행보에는 유감을 표했다.

이 인사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조성되는 평화 무드가 얼마 못 가 사그라지면서 남북, 북·미 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양측이 협상 조건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강경한 어조로 회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사실 미국은 물론 중국 내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실질적 비핵화를 담보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북·중 간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도 일단 정상회담 테이블에 트럼프와 함께하지만 진정성의 농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최근의 대화 국면이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제재에 따른 위기 모면과 시간 벌기 작전으로 귀결되리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 전략통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의 발언도 신중한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내놓을 법한 주장”이라고 수긍했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 표명이나 우리 정부의 극히 유화적인 태도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홍 대표의 대응이 완전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홍 대표가 그런 판단을 선거를 앞둔 시점의 발언과 분리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이 인사는 비판했다. “남북대화에 국민의 80%가 박수를 치고 세계가 칭찬하는 마당에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성급하게 쏟아냈다”는 힐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홍 대표의 (북핵과 남북대화 관련) 전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정국과 맞물려서는 말을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 민심은 당장은 춤을 추게 돼 있다. 그런 민심을 바로잡겠다고 자유한국당에 역효과를 안기는 엉터리 짓을 하는 사람이 어딨나. 홍 대표가 아무리 똑똑하고 선견지명을 가졌을지언정 선거가 코앞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홍 대표가 궁극적으로 옳다손 쳐도 선거에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현장에서 뛰는 이들의 우려인 것이다.

국민 55%, “일자리 정책, 성과 없다”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6·13 아름다운 선거계단’을 설치했다.
심지어 여권이 쳐놓은 정교한 함정에 홍 대표가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의 이 전략통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는 야권 지도자들이 초청받지 못 했다”며 그 파장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여권이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고 남북 화합을 도모했다면 야당 지도자들을 의당 초청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왜 쏙 뺐을까? 이는 선거용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여권의 일방적 배제에 열 받은 홍 대표가 마구 내지르면서 자유한국당을 더 궁지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내 친박계 관계자조차 “홍 대표가 너무 나갔다”면서 “지금의 홍 대표는 태극기 부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대표라면 남북 정상회담 자체는 수용하되 비핵화 내용과 조건에 충실을 기해야 한다는 정도의 전략적 포지션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급해진 건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다. 자유한국당은 5월 3일과 9일 두 번에 걸쳐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공천자 등 3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상 최대 안보 이벤트라는 초대형 바람에 맞선 표밭 공략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전쟁 위협이 완화되고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에서는 안보 관련 이념 논쟁은 실익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당락을 뒤엎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기댈 언덕이라고는 경제와 민생이라는 데 많은 이가 공감했다고 강사로 나섰던 김용태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원찮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안보에 비해 경제 등 민생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 사실이다. 보수 이론가 복거일 씨는 지난 3월 [중앙 SUNDAY]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경제를 꼽았다. 그는 “정부의 정책을 보면 경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경제가 문제가 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에 더해 “현 정권에 위기의 본질이 있는데 궁정 신하들의 정권이라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노출이 심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로 간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생길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5월 8~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 결과도 야권의 활로(活路)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평가에서 55.3%가 성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38.5%에 그쳤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지만 국민의 평가는 박함을 시사한다.

자유한국당이 최근 들어 경제 이슈를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지방선거 슬로건도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에다 ‘경제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추가했다. 대여(對與) 대립 전선을 안보와 이념에서 경제와 민생으로 가져가겠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나아가 댓글 조작 사건인 일명 ‘드루킹 사건’의 특검 관철을 위한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 지난 1년간의 실정(失政) 등 내치(內治)의 허점을 집중 파고들며 유권자들의 견제와 균형 심리에 호소하고자 안간힘을 쏟는다.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이 급변하는 안보 국면 초기 전략적 대응에 실패했다고 본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홍준표 대표에게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세를 거스르는 홍 대표가 오히려 이해되지 않아야 상식적이다. 홍 대표의 주변에서는 “이미 각오하고 나선 길”이라며 반박한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5월 13일 열린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에서 “대표를 모시면서 안타까운 게 있다”며 안보 정국에 임하는 홍 대표의 입장을 변호했다. 홍 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면 욕먹고 지적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야당 대표로서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는 불굴의 의지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여권,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싹쓸이 기대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6월 지방선거는 ‘전쟁이냐, 평화냐’는 프레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80%에 달하는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지방선거의 판세를 예측케 하는 한 단면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은 “홍 대표라고 왜 상념이 없으며 고민이 없겠는가”라며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홍 대표는 야당의 지도자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보면 우리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김정은의 진정성을 믿을 근거가 박약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이게 쇼 아니냐’고 되받은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말했듯이 ‘안보 문제를 검증할 때는 불신하고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 안보의 보루가 돼야 할 보수 야당의 대표로서 역사의 죄인이 돼선 안 된다는 심정에서 (의심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눈앞의 지방선거에 마이너스가 될지라도 국가 지도자로서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강 의원은 나아가 북한의 ‘약간의 성의’에도 감격해 하고 진정성을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을 우려한다고 했다. “냉엄한 안보 현실에서 믿고 싶은 것과 증거가 있어 믿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증거가 있을 때 믿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믿고 싶은 것은 주관의 영역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정은 발언은 과거 북한의 핵 폐기 관련 약속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지도자는 결단이다. 홍 대표가 옳은지 그른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지도자가 소신을 바꾸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정치 지도자는 선거 국면을 바꿔야 하며,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내부 메커니즘상 정서적 대응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홍 대표의 개성(퍼스낼러티)은 자유한국당에 당연히 주어지는 ‘상수(常數)’로 자리한다고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말한다. 박 교수는 “홍 대표가 그런 식으로라도 여권과 각을 세워 독자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영 못 일어선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정치는 그게 가능할지 몰라도 선거 전망은 암담해진다”고 평가했다.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선거이자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북·미 정상 회담이라는 호재를 만난 여권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진정한 정권교체의 완성을 이룬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기반으로 적폐청산과 각종 개혁 과제를 밀어붙일 심산이다. 자유한국당의 정권심판론엔 “평화가 곧 경제”라며 되받아친다.

각종 여론조사 상의 수치로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하다. 여권에서는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 등 2~3곳을 제외한 전국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싹쓸이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가 한국 정치의 오랜 특징의 하나였던 ‘분점정부’의 소멸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인가에 주목한다.

야권, ‘헤쳐 모여’와 같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5월 9일 평양 노동당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접견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선거로는 세 가지가 있다. 5년에 한 번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과 지방선거가 그것이다. 이미 행정 권력은 지난해 5·9 대선 정권교체를 통해 진보 진영으로 넘어갔다. 의회 권력 또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는 등 진보 진영이 몸집을 확 불렸다. 만약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중앙과 지방, 의회 권력까지 여당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임 교수는 “그렇게 되면 한국 정치의 오랜 전통인 분점정부가 소멸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분점정부란 대통령제 국가에서 행정부의 다수인 정당과 입법부의 다수인 정당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면서 국가 권력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지금 한국의 국회는 여소야대 구조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중앙과 지방 정부의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여권이 그 여세를 몰아 2020년 총선에서도 과반을 차지한다면 분점정부는 와해된다는 게 임 교수의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유권자들은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반대세력에 힘을 실어 균형을 잡아 주는 절묘한 선택을 해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갑자기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게다가 보수 진영은 지리멸렬하고 반전을 이끌어 내기에는 후보군(群)이 너무 약체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나선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야권의 단일화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지방선거가 여당이 바라는 대로 굴러갈지, 보수가 궤멸로 갈지 관심사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여권에 지방선거 압승을 가져다준다면 야권은 ‘헤쳐 모여’와 같은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6월 13일 끝나는 지방선거는 2년 후 있을 21대 총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이 참패한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유한국당이 아닌 다른 정당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도부 총사퇴→비상대책위 구성→조기 전당대회→새 지도부 선출이라는 절차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두 번의 큰 싸움에서 졸전을 면치 못한 자유한국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탈당을 통해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자신을 내맡기는 경우도 예상된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석권한다면? 이 지역 출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등 외부 세력과 손잡고 보수의 면모를 일신하는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생과 경제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는 것도 정부·여당의 기본 책무라는 점에서 심판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강효상 의원은 “많은 유권자가 점점 가벼워져 가는 자기 호주머니를 보면서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 주리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하나의 열기이자 패션(Passion)이다. 막상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은 경제와 민생을 따져보고 주권을 행사할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유권자들은 자기의 삶이 더 편해지고 나아졌으면 여당을 찍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여당에 회초리를 들 수도 있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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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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